34권 35권
에메랄드 여왕의 초능력 한계를 초월한 능력발휘를 그녀의 육체가 견디지 못하고 당장에라도 붕괴하려 한다.
그걸 아이언이 신체를 통해서 퍼붓는 정기와 신력으로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는 중이었다.
‘지금 가호를 끊으면 육체가 먼지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태로운데 의지는 저렇게 득의만만하니 어이가 없군.
아무리 육체와 감각이 모호해도 상당히 아플 텐데 말이야.’
보아하니 의지는 이상할 정도로 잘 풀려가는 상황과 급상승하는 초능력에 폭주 중이었다.
육체는 자기의 구명줄이 신체부를 파고든 손가락인 줄 아는지 꽉 조이기만 한다.
‘차라리 육체가 반응이 낫군.
이 여자가 도대체 어디까지 출력을 올리려고 하는 거야?’
이미 아이언의 기준으로도 봐줄 만한 수준의 파괴력이다.
대함대의 집중포격이 아니면 파괴할 수 없는 바위 행성의 표면과 내부에 숨겨있던 몇 겹의 출입문을 송두리째 증발시키고 분해를 시킨 위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메랄드 여왕은 그걸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퀸 엘리자베스호의 강화를 멈추지 않는다.
“더! 더 할 수 있어!
더욱 강해지는 거다.
퀸 엘리자베스!”
이제 금속으로 이루어진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퀸 엘리자베스호의 머리가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면서 휘날린다.
퍼어어어엉!
해적함대가 정박하고 있는 비밀기지의 마지막 방어문이 가까워짐을 깨닫고 최대한의 초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녀의 육체는 난리가 났다.
투둑! 둑!
아이언이 겨우 막아놓았던 코피가 또 터진다.
최고위 창조신의 창조력을 쏟아붓고 있는데 겨우 지성체의 육체가 붕괴하려는 조짐을 보이니 이제 정말 어이가 없는 아이언이었다.
‘어어? 이럴 수가 없는데 말이야?’
죽어서 삐쩍 말라 미라가 된 시체도 영혼만 있으면 단숨에 부활시킬 정도의 신력이었다.
그런데도 겨우 육체의 붕괴를 막기 버겁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요즘 하도 사용을 안 했더니 내 창조력에 이상이 생겼나?’
그런데 답은 바로 크롬 공주였다.
아이언에게 신체를 공략당하느라 정신이 없는 그녀의 황금빛 머리카락이 어느새 에메랄드 여왕의 빛나는 머리카락과 엉겨서 빛을 뿌리고 있었다.
거기에 그녀들의 차원의 권능까지 겹쳐있음을 알자 바로 상황을 파악한다.
“아하! 각기 다른 권능을 합쳐서 새로운 권능으로 만들어낸다.
이게 조합 권능의 진정한 힘이었구나.
그리고….”
퀸 엘리자베스호의 지휘부가 통째로 빛에 휘감겨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아이언의 신력이 머물러 있다.
“내 차원권능과 신력을 바탕으로 이 우주 전함을 기계신함(機械神艦)으로 진화를 끌어냈어.”
에메랄드 여왕의 함대지배 초능력과 크롬 공주의 조합 권능이 합쳐져서 길이가 삼 킬로미터가 넘는 거대 우주 전함을 통째로 기계신함(機械神艦)으로 만드는 중이었다.
물론 그 바탕은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는 바로 아이언의 차원권능이었다.
지금 아이언의 창조력은 에메랄드 여왕의 육체만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퀸 엘리자베스호를 동시에 진화시키고 가호하고 있었다.
“허 참! 본의 아니게 퀸 엘리자베스호의 기계신함(機械神艦)으로 진화를 도와준 셈이로군.”
지금도 대적할 우주 전함이 없는 퀸 엘리자베스호였다.
그런데 기계신함(機械神艦)으로 진화할 경우의 능력 수치를 유추하다가 인상을 확 썼다.
“이거 본성 함대가 아예 필요 없을 수준이잖아.”
영웅동맹과 용자동맹이 굉장히 노력해야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더구나 우주 전함이라는 특성을 보면, 화력과 기동 면에서는 압도적이었다.
‘특수장갑을 가진 영웅왕이 아닌 일반기체들은 밀리겠다.
지성체에게는 너무 과한 힘이 아닌가?’
지금도 퀸 엘리자베스호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어디까지 강해질지 몰라서 당장 지원을 그만둘까 생각하다가 에메랄드 여왕도 자신의 적합자이며 유모 후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으음! 이 은하계에서 내 적합자가 겨우 세 명이었지?
지금 가호를 그만두면 하나가 소멸한다.’
지금 자신의 밑에서 다소곳이 항문을 바치고 비음을 흘리는 크롬 공주가 슬퍼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차세대 여왕을 잃은 프롬 여제의 충격도 심상치 않아 보였다.
“에휴! 유모에게 선물한 것으로 치자.
일단 본인 외에는 사용하지 못하게 제어를 걸어놓으면 되겠지.”
만약 에메랄드 여왕이 인간으로서 죽으면 퀸 엘리자베스호는 앞으로 은하제국 여왕의 전용 전함이 될 확률이 높았다.
‘신계의 주전력인 영웅동맹과 용자동맹을 위협할 힘을 은하제국에 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미 신격과 자아가 머물기 시작한 퀸 엘리자베스호에게 의지를 보낸다.
“내가 최대한의 진화를 이루게 도와주마.
그러나, 에메랄드 여왕이 죽으면 너도 사라지게 된다.
운명을 같이하란 뜻이다.
받아들이겠느냐?”
“….”
퀸 엘리자베스호가 반대하는 의사를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만들어 주고, 누구보다 사랑해주는 존재가 바로 에메랄드 여왕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싸워 이겨야만 살아남는 숙명을 가진 우주 전함으로 만들어졌기에 소멸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받아들이겠습니다.’
그것은 에메랄드 여왕과 같은 음성이지만, 마치 기사처럼 정중한 음성이었다.
우우우웅-!
지금 상황에서 더 강해지지 않으면 파괴된다는 사실을 잘 아는 퀸 엘리자베스호의 승낙의 의지가 전해져오자 아이언은 혀를 찼다.
“쯧! 고민조차 하지 않나?
주인이나 전함의 자아나 모두 무모해.
이러면 진심으로 해주어야 하겠군.
이게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어.”
이번 일로 변할 앞으로의 미래를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아이언에게도 지금까지와는 두께와 강도가 전혀 다른 최종 방어문이 눈앞에 보였다.
역시 마지막답게 지금까지 뚫어낸 바위 위성과 방호막을 가뿐히 웃도는 두께와 강도였다.
‘잘도 저렇게 만들어내었군.
이건 안 도와주면 문이 아니라 이쪽이 박살 나겠어.’
여기까지 와서 망칠 수는 없기에 그대로 차원권능을 퀸 엘리자베스호에 걸었다.
그리고, 오랜만의 마도를 영창 한다.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의 특별한 존재이다.”
적용되는 대상이 가진 최고의 가능성을 이끌어서 구현해주는 위대한 주우주의 마도가 현세계에 울려 퍼진다.
우우우우우우웅-!
그 위력은 지지부진하던 퀸 엘리자베스호의 변화를 단숨에 끝을 내버릴 정도였다.
추진부에 쏟아지는 가공할만한 열기가 전함 전체를 휘감고 마지막의 관문을 순간에 증발시켜 날려버린다.
푸하하하하학! 투가가가강!
녹아서 흩날리는 관문을 뚫고서 에메랄드빛의 불길로 타오르는 퀸 엘리자베스호가 드디어 비밀기지에 도착했다.
바위 위성 안에 마련된 비밀기지인 거대한 공동 안에 떠 있는 수백 척의 우주 해적의 함대가 있었다.
그들이 대처하기도 전에 에메랄드 여왕의 초능력이 담긴 음성이 퍼져나간다.
“나는 함대의 여왕 에메랄드!
누가 나를 따를 것인가?”
엔진에 시동을 걸기도 전에 함대지배의 초능력에 직격 되어버린 우주 해적함들이 일제히 동작을 멈추었다.
화아아아아아! 두두두두두둑!
그러나, 설정되어있는 인공지능의 방호막을 가동하여 저항을 시작한다.
우주 해적들이 에메랄드 여왕의 함대 지배 초능력을 나름대로 분석하여 배의 인공지능을 보호하게 만든 대책이었다.
그걸 느낀 아이언은 아주 흥미진진하게 초능력과 인공지능 방호막이 충돌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방어가 만만치 않군.
나와 만나기 전이라면 막았겠어.
우주 해적들도 무능하고 어리석지는 않아.
아주 쓸만해.’
우주 해적들은 함대를 지배하는 에메랄드 여왕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를 했기에 방어책은 충분히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같이 우주 해적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초능력을 기준이었지 지금처럼 초능력을 뛰어넘은 수준은 절대로 아니었다.
‘지금의 에메랄드 여왕에게는 애들의 덧셈과 뺄셈 정도의 난이도지.’
이미 권능이라고 불러야 할 강대한 초능력 앞에 인공지능의 저항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삐이이이이이-!
한층 강화된 함대지배의 초능력에 전함의 인공지능에 만들어 놓았던 수십 겹의 방호막이 마치 없는 것처럼 뚫려버렸다.
거기에 해적 두목이 혹시 몰라서 아예 인공지능을 배제하고, 수동으로 움직이게 하여 놓았던 구식 우주 전함에게는 아예 최소한의 인공지능을 부여해 버린다.
잠시 후 모든 우주 해적함에서 일제히 같은 통신이 발신된다.
“저희 모두입니다.
함대의 여왕님.”
응답한 모든 우주 해적함들이 일제히 떠올라서 여왕의 뒤로 돌아선다.
우우우우웅!
대열을 갖추자 불길에 휩싸였던 퀸 엘리자베스호는 진화를 마치고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번쩍! 우웅!
그것은 에메랄드 보석으로 만든 것 같은 드레스 갑옷을 입은 여왕의 모습이었다.
얼굴까지 완전히 만들어져서 피부색만 살색이었다면 에메랄드 여왕으로 보일 정도였다.
이제 완전히 에메랄드 여왕과 일체화하여 눈꺼풀까지 같이 움직이는 퀸 엘리자베스호의 뒤에서 환호하듯이 일제히 통신을 보낸다.
“우리의 여왕을 위하여.”
인공지능답지 않은 열화와 같은 반응이었다.
아이언의 차원권능에 강화된 그녀의 함대지배에 복종하는 인공지능은 특유의 성격까지 가지게 된 것이다.
에메랄드 여왕의 열정과 아이언의 폭주였다.
구구구구구구궁-!
완전히 에메랄드 여왕을 새로운 지배자로 받아들인 우주 해적함들이 엔진음을 크게 울리면서 외친다.
“어디를 털러 갈까요?”
진심이 가득 담겨있는 말에 퀸 엘리자베스호의 금속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나를 아직도 해적인 줄 알고 있잖아?
이 녀석들이 나의 자료 갱신을 안 했어.’
해적함들에게 남아있는 에메랄드 여왕의 자료는 어디까지나 우주해적단의 선봉장으로서 움직이던 그때였다.
몇 대의 함이 이제 해적이 아니고, 은하제국의 여왕이 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했지만, 다수결로 무시를 당한다.
“제국이든 연합이든 상관없습니다.
어디든지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해적 여왕님!”
“직접 나서실 필요도 없이 저희가 알아서 털어오겠습니다.”
“….”
은하계는 이제 전부 은하제국이고, 여왕인 에메랄드의 소유였다.
그런데 또 털러 가자고 보채는 우주 해적함들을 둘러보는 퀸 엘리자베스호는 이마에 오른손을 대고서 골치가 아프다는 자세를 취한다.
에메랄드 여왕의 의지는 인공지능답지 않은 너무 풍부한 열의와 열정을 보이는 우주 해적함들의 반응에 혼란스러운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지?
인공지능이 아니라 마치 철부지 아이들 같아.’
함대지배의 초능력에 관리되는 인공지능은 대부분 군인처럼 절도가 넘치고, 기계 인공지능답게 주어진 명령만 수행했다.
그런데 우주 해적함들은 알아서 약탈을 해오겠다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 부분에서 수준이 올라있었다.
‘내 함대지배의 초능력이 한계를 넘더니 이상하게 변화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시키지도 않는데 일하겠다고 한다.
그러니 일단은 기존보다 더욱 확실하게 지배되고 있음은 확실했기에 여기 온 목적을 말한다.
“그동안 모아놓은 보물은 어디 있나?”
자신을 배신한 우주 해적 두목이나 동료들을 먼저 찾지 않았다.
크롬 공주의 예상대로 제국과 연합으로부터 약탈한 보물부터 챙기는 전혀 의외의 발언에 아이언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호오? 이제는 감정보다 이익인가?
여왕이 되더니 확실히 변하기는 했군.’
우주 해적함대를 통째로 지배했으니 전함 안에서 동면 중인 우주 해적들은 이미 독 안에 들어가 잠든 쥐들이었다.
그러니 바로 찾을 필요는 없지만, 감정을 억누르고 보물부터 찾는 모습에 평가를 상향하여 수정하는 아이언이었다.
‘역시 프롬 여제의 핏줄인가?’
그런데, 비밀기지와 우주 해적함을 전부 장악했지만, 보물의 행방을 밝히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퀸 엘리자베스호와 완전 동화를 한 에메랄드 여왕의 당황한 음성이 울린다.
“모른다고?
행성 수십 개를 통째로 살 수 있는 분량의 보물이다,
그런 막대한 보물을 옮기던 너희가 몰라?”
“그렇습니다. 해적 여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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