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영웅동맹에서 영웅왕과 용자왕의 소유권을 완벽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이기도 했다.
‘현재 다른 중앙 신계의 기계신 군단의 교관이었던 검의 주신과 용자동맹의 사자왕만이 보인 경지이기도 해.’
검의 주신은 엄청난 수련을 통해서 달성했고, 사자왕 가이는 천성의 재능으로 획득했다.
도달한 방식이 달라도 같은 수준인 그 둘의 전투는 다른 동맹원들에 비해서 너무나 달랐다.
‘두 명이 결투를 벌이면 다른 영웅동맹과 용자동맹의 일원들은 가까이 갈 엄두도 내지 못해.
같은 성능의 기체라도 이 두 명이 낼 수 있는 위력이 너무나 차이가 나지.
성능의 한계를 파악할 수 없는 영웅왕(英雄王)을 자신의 몸 이상으로 다루니 그럴 수밖에 없어.’
이 두 명은 어떤 멍청이라도 깨달을 수밖에 없는 힘의 격차를 보인다.
그리고, 각 동맹의 치열한 다툼은 서열과 명령권을 확실히 만들었다.
그런 위대한 경지에 에메랄드 여왕이 한발 들어서 있는 것이다.
‘단순한 조종술의 차이가 아니야.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존재의 차이만큼 나지.
그것이 기신일체(機神一體).’
그녀가 직접 전함을 모는 이상 어떤 함선이나 함대조차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크롬 공주는 너무나 기뻐했다.
‘아아! 잘 되었구나.
잘 되었어.’
은하제국의 여왕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뛰어난 무력이 아니라 정치력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주 해적단이 정체 모를 존재의 개입을 폭로하여 흔들린 제국을 단숨에 안정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프롬 여제의 기계지배(機械支配)의 권능이었다.
만약 프롬 여제의 권능이 없었다면 은하제국은 다시 조각조각 나서 다시 내전을 벌일 수도 있었다.
‘지배층이 강할수록 사회는 안정된다.’
그런 면에서 에메랄드 여왕의 함대지배 초능력으로 강화된 본성 함대의 무력은 은하계에서 비교할 상대가 없었다.
여기에 프롬 여제의 기계지배(機械支配)의 권능이 본성처럼 일정 영역에서만 가능하다면 그녀의 함대지배(艦隊支配) 초능력은 전 은하계를 아우를 수 있었다.
즉, 지성체 세력의 누구도 에메랄드 여왕이 다스리는 은하제국에 직접 도전할 세력은 없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눈물까지 보이면서 기뻐하는 크롬 공주를 내려다보면서 아이언은 부드럽게 의지를 보낸다.
‘어지간해서는 눈치를 못 챌 것 같으니 안심을 하셔도 돼요.
그럼 저희도 본격적으로 갑니다.’
‘예? 어멋!’
직접 보고 판단하라고 옆에 눕힌 상황은 이상하지만, 의지에 섞인 배려에 감사하려는 순간 크롬 공주는 놀랐다.
신력지원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에메랄드 여왕의 한계를 초월한 초능력 발휘가 멈춰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언의 창조력 지원으로 육체가 산산이 부서질 염려가 없자 오히려 폭주하여 지금 이상으로 진화하려는 징후까지 보였다.
두두두두두두! 그그그그그긍!
퀸 엘리자베스호가 전함의 형상을 벗어나려 할 정도였다.
거대한 퀸 엘리자베스호를 둘러싼 환영의 형태로 나타난 에메랄드 여왕의 의지가 더욱 기세를 키우면서 외친다.
‘조금만 더! 난 할 수 있어!’
빛의 창조신의 창조력은 그 자체만으로 생명력이자 무한한 진화한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아이언의 창조력을 음부로 듬뿍 받아들인 그녀의 육체와 초능력은 드디어 한계를 초월한다.
화아아아아아아-!
에메랄드빛으로 일렁이던 탁자형 전술 모니터의 표면이 그대로 그녀의 피부를 타고서 덮어졌다.
그것은 타이츠 위에 마치 유리 갑옷을 입어가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에메랄드 여왕의 초능력이 갑자기 그 이상의 무엇인가로 되려는 징후를 보이자 아이언도 당황했다.
‘이건 또 뭐야?’
그러나, 진짜 놀랄 일은 다음에 일어났다.
우르르르르르르릉-!
엎드린 미녀의 모습이었던 퀸 엘리자베스호가 돌진하면서 커다랗게 진동한다.
턱을 괴었던 팔이 앞으로 뻗어지고, 단순한 구조물에 불과하던 상체가 약동한다.
그리고 배의 허리 부분도 조금씩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압권은 다리 부분의 추진부의 변화였다.
원래 하나였던 추진부위가 두 개로 갈라졌다.
다리맵시가 기막힌 기계 미녀의 발로 변한 것이다.
이쯤 되면 황당하기까지 했다.
‘초능력으로 전함에서 로봇으로 강제변신을 시켰다!
원래 약간의 변형구조가 있었지만, 이건 대규모의 물질변환이야.
초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절대로 아니잖아?
뭐 이런 웃긴 일이 다 있어?’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미 엄청나게 가속되어서 더는 추가로 작동할 수 필요가 없는 추진부였다.
변형을 끝내서 두 갈래로 나뉘어서 다리가 된 추진부가 상체부위로 모인다.
그그그그그긍!
이미 전함의 내부까지 거의 인체와 비슷하게 변화되었는지 너무나 유연하게 가슴부위로 모였다.
접힌 다리를 팔로 안아가는 그 모습은 그녀의 옆에 눕혀져서 아이언에게 항문과 음부를 열어주고 있는 크롬 공주와 비슷했다.
그러나, 다음에 이어지는 동작은 달랐다.
그대로 양발을 전면으로 쭉 뻗으면서 에메랄드 여왕의 의지가 외친다.
“퀸 엘리자베스 킥!”
뽀족한 하이힐을 신은 모습이 된 추진부의 끝에서 폭음과 불길이 내뿜어진다.
추진력이 없는 초고열의 불꽃은 앞으로 쭉 뻗은 양다리의 앞을 휘감았다.
투하하하하하! 가가가가가가가가가!
본래는 함대의 집중포화로 바위 위성 안에 있는 비밀기지로 들어가는 통로를 만들려던 에메랄드 여왕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높아진 초능력으로 퀸 엘리자베스호가 이렇게 강해지자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추진부에서 발사된 초고열의 열기를 송곳의 끝으로 삼는다.
한없이 가속된 퀸 엘리자베스호의 엄청난 무게를 충돌시켜 비밀기지가 숨겨진 바위 위성을 비밀기지 안까지 단번에 관통한다.
그렇게만 되면 해적함들이 반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지배할 수 있다.’
본성 함대의 집중포격이나 아무리 강화된 퀸 엘리자베스의 포격이라고 해도 바위 위성에 구멍을 뚫기에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전함을 드릴처럼 사용하는 방법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옆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던 아이언에게는 황당하기만 했다.
‘멈춰! 급조한 엉성한 기술을 함부로 전장에서 쓰지 마라!’
불안해진 아이언은 비상사태라고 파악하고 앞으로의 사태를 파악한다.
나온 대답은 역시 불가능이었다.
‘지금 상태로는 안돼!
이건 반드시 부서진다.’’
박살이 나는 것은 너무나 과도한 초능력을 발휘한 에메랄드 여왕의 육체만이 아니었다.
굴착기도 아닌 전함에서 변형된 전함 주제에 바위 행성에 몸으로 충돌하려는 퀸 엘리자베스호에도 해당하는 문제였었다.
‘바위 행성을 절반 정도 파고들다가 산산조각이 나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언이 있으니 당연히 죽지는 않는다.
그러나, 같이 타고 있는 전함이 바위에 던져진 달걀과 같은 꼴이 되어서 박살이 나다니 이런 망신도 없었다.
‘이런 젠장! 이래서 지성체에게는 함부로 가호를 내려주면 안 돼!’
통제할 수 없는 커다란 힘을 부여받은 존재가 엄청난 힘에 취해서 폭주하다가 자멸하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자신의 가호를 받은 존재가 실패하는 꼴을 볼 수 없었다.
‘이미 내친걸음이다.’
그건 자신의 수치이기도 했다.
‘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다.
이걸 받아라!’
쑥-!
아이언의 약지 손가락이 타이츠에 감싸여 그대로 에메랄드 여왕의 엉덩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질에 파고든 엄지손가락과 같이 더욱 강력한 창조력을 내뿜는다.
이번에는 충격이 큰지 에메랄드 여왕의 육체도 약한 비명을 질렀다.
“악!”
그렇게 아이언의 신체에 파고든 손가락으로 더욱 많은 창조력을 확보한 에메랄드 여왕의 의지와 초능력은 더욱 커져만 간다.
그녀의 의지가 육체에서 이상한 감각이 계속 올라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지금은 그걸 살필 여력이 없었다.
“목표가 바로 앞이다. 퀸 엘리자베스!
관통!”
거의 에메랄드 여왕의 거대 동상이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로 완전변형한 퀸 엘리자베스호였다.
불꽃이 뒤덮인 기계 다리가 우주 해적의 비밀기지가 숨겨진 바위 위성을 그대로 내려쳤다.
투가가가가가가강-!
바위 위성의 표면이 추진부의 초고열에 녹아서 증발하고 바로 뒤를 이어서 다리가 내려치는 엄청난 충격에 분쇄되어 흩날린다.
드드드드드드드-!
당연히 반탄력이 돌아와서 퀸 엘리자베스호의 몸체는 부서질 듯이 뒤흔든다.
그러나, 아이언의 창조력이 섞여서 이미 초능력이라 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강화된 몸체는 가뿐하게 버티면서 더욱 속도를 내서 바위 행성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바위로 덮어서 위장했던 표면이 떨어져 나가고 금속으로 만들어진 방어문이자 출입구가 나타났지만 바로 관통될 뿐이었다.
뚜가가가가가강-!
이어지는 몇 겹의 금속 문을 다리의 추진기와 고속 충격으로 드릴처럼 관통해버린 퀸 엘리자베스호의 전진은 멈출 줄을 몰랐다.
오히려 초능력으로 더 가속되고 있었다.
에메랄드 여왕의 환희에 찬 웃음소리가 비밀기지로 들어가는 통로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오호호호호호호호-! 힘이 넘쳐!
기다려라! 모두!”
퀸 엘리자베스호를 둘러싼 에메랄드 여왕의 환영이 더욱 진해지자 열기와 충격력이 더욱 올라간다.
그 앞에서 버틸 수 있는 금속 문은 없었다.
하지만, 자꾸 무너지려는 그녀의 육체를 보완하고 치유하느라 정신이 없는 아이언은 투덜거렸다.
‘쳇! 잘도 좋아하는군.
이미 이건 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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