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강철의 신령은 영양실조 상태에서 부상을 회복하기 위해서 빛의 날개를 가진 인간 모습의 전형적인 빛의 신족만을 유지했다.
그럴 필요가 없는 아이언의 신령은 한껏 자신의 위용을 뽐내듯이 이계 마신황제와 창조신장의 혼합되어서 전개되어 있었다.
황제의 관처럼 머리를 둘러싸고 돋아난 스물일곱 개의 검은 보석 뿔과 열세 쌍의 빛의 날개와 같은 숫자의 암흑의 날개가 펄럭인다.
화르르르르르-!
중앙의 한 쌍의 날개는 황금의 불길로 타오르는 투기의 날개로서 모든 날개를 휘감고 있었다.
크롬 공주의 조합의 권능으로는 반투명한 표면 너머의 정확히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건재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일단 돌아가자.’
다급하게 신체의 이상을 확인하러 빛의 통로로 통해 돌아가는 크롬 공주였다.
그 뒷모습을 정보행성 코아 속의 아이언의 신령이 눈을 반개해서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그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급 초월자가 내가 아무리 의식을 잃은 상태라지만, 신체기억을 읽어서 최고위 창조신의 본질까지 다가오다니 어이가 없군.
만약 정보행성(情報行星) 코아를 하급 초월자인 그녀가 만졌다면 그대로 신령이 타버렸을 것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무단 접속에 정보행성(情報行星) 코아가 경계가 발동한 덕에 아이언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내버려 두지 않았다면 그녀는 즉시 소멸이 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본질을 보는 동시에 흔적도 없이 정보로서 흡수처리 된다.’
원래 고위 정신체의 신령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한 권능 방어막이 형성되어 있다.
이런 식의 침입자는 신령 방어막이 자동으로 처단한다.
‘적대적인 존재가 아닌 꼭 필요한 유모였기에 정보행성(情報行星) 코아가 살려두었다.
허락을 받지 않는 무단 접속행위는 지극히 위험한 일이지.’
정보행성(情報行星) 코아가 있는 한 자신의 신령에 위해를 끼칠 존재가 거의 없음을 아는 아이언은 별다른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나저나 여기가 어디라고 겁 없이 들어오나.
따끔하게 혼을 내주어야 하겠군.’
오히려 밖의 상황이 궁금해진다.
‘그래도 덕분에 정신을 차렸다.
슬슬 일어나 볼까?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크롬 공주의 신령이 여기까지 왔지?’
아이언의 신령이 서서히 눈을 크게 뜬다.
후우우우우웅-!
황금빛 투기의 날개가 빛과 암흑의 날개를 휘감아서 감추었다.
머리를 둘러싼 검은 보석 뿔도 사라지고, 초월자로서 아이언의 모습만이 남았다.
자신의 조정한 신령의 모습을 확인한 다음 입을 열어서 가볍게 말한다.
“빙의(憑依)!”
파아-!
신령의 시야가 일순 빛에 휘감기면서 신체의 시야로 바뀐다.
그런데 가장 먼저 크롬 공주가 애처롭게 애원하는 목소리부터 들렸다.
“아아! 그…그만해.
이제 더는 위험한 일을 하지 않을 테니 제발 그만!”
그녀의 신체를 속옷이었던 동전들이 맹렬히 회전하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
아무리 무방비라고 해도 상위 정신체의 본질에 접속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신격의 차이에 의해 물고기가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정도의 난이도다.
내 적합자라고 해도 거의 불가능하지.’
그런 면에서 크롬 공주가 최고위 창조신 아이언의 본질에 도달한 일은 충분히 위업이라 할 만했다.
크롬 공주는 아이언이 살짝 눈을 뜨고 자신의 치부를 보고 있는지는 꿈에도 모르고 전신을 돌아다니면서 애무하는 동전을 잡느라 정신이 없었다.
“거기 서!”
부르르르르-!
동전이 진동하고 돌면서 도주를 하고 있으니 그녀의 느낌은 마치 전신을 누군가가 마사지하는 느낌이었다.
“그…그만해.
더는 아이언님의 본질에 접속하지 않을 테니 그만!”
이제 고통이 사라지고, 슬슬 밀려오는 쾌감을 이를 악물고 참으면서 젖가슴 주변을 지나가던 동전 두 개를 양손으로 눌러서 잡아냈다.
딱! 딱!
그러나, 하체를 가리고 있던 동전이 저지를 뚫고 그대로 계곡 안쪽으로 돌진한다.
마지막 남은 동전이 자신의 음핵을 노리는 줄 깨달은 크롬 공주는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어서 방어했다.
“가…가만히 있어.
제발.”
그렇게 자신의 몸 위에서 벌어지는 크롬 공주와 속옷이었던 동전들의 치열한 공방전을 가는 실눈으로 보던 아이언은 어이가 없었다.
‘뭐야? 저것들?
자아도 없는데 제멋대로 움직이네?
더구나 하급 초월자의 권능조차 피해내면서 공격을 해?
나는 저런 기능을 부여한 적이 전혀 없는데?
그보다 어떻게 속옷에서 다시 동전으로 돌아왔지?’
동전으로 만든 속옷에 부여한 권능은 오로지 바른길을 보여주고 거부할 때 진동으로 징계하는 정도다.
그런데 저렇게 행성을 도는 위성처럼 활발한 활동성을 부여한 적은 없었다.
‘그녀의 조합권능을 흡수하고 진화했군.’
단순한 속옷 기능만이 아니라 잘하면 보조 연산 장치나 공격과 방어의 수단으로 진화할 수 있어 보였다.그리고, 나름 치열했던 그녀의 몸의 치부를 공략하던 동전들과 공방전은 끝을 맺었다.
탁탁탁!
끈질기게 치부만을 노리던 마지막 동전을 기다리고 있다가 오른손으로 잡아낸 크롬 공주의 승리였다.
“하악! 하악!”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이 정도로 제멋대로인 골치가 아픈 신기는 당장 버려야 한다.
하지만, 영웅동맹의 부맹주이자 군사인 그녀에게는 바른길을 알려주는 신기는 더없이 소중하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일단 상황이 종료되자, 자신의 상태를 확실히 깨달았다.
‘어…어떻게 하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지 머리가 하얗게 변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크롬 공주의 신체를 전부 장악할 수 있는 아이언은 이대로 처녀까지 거둘까 생각하다가 혀를 찼다.
‘쯧! 그렇게 했다가 프롬 여제가 가만히 안 있겠군.
좋게 이끌어 가고 있던 관계가 파탄이 나겠어.’
육체가 죽으면 영혼이 바로 회수되고 환생이 되는 지성체에게는 유전자가 계승되는 혈연이 중요하다.
그러나, 신령으로 신체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정신체에게는 지성체 시절의 혈연은 과거의 인연 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특히 지성체에서 초월자가 된 존재에게는 수없이 반복되어온 환생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지성체 시절의 혈연은 정신체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설명을 해도 아직 하급 초월자인 그녀에게는 소용이 없겠지.
지금 크롬 공주의 처녀를 먼저 손대면 프롬 여제는 유모로서도 포기해야 한다.
딸의 남자에게 모유조차 허락할 리가 없지.’
지금은 여창조신인 대모(大母) 마하와 현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창조력을 가진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있기에 당장은 유모가 더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하급 초월자이면서 최고위 창조신의 본질에 접속할 정도의 권능을 가진 유모들이라면 반드시 얻어야 했다.
‘느긋하게 잠재력부터 키워가고 있는데 완전히 관계가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앞날과도 큰 관계가 있었다.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유능한 유모는 많을수록 좋지.’
그 후 아이언은 크롬 공주의 신체 진화를 시도했고, 급격한 신체변화가 주는 쾌감에 몇 번이나 까무러치고 깨어나기를 반복한 그녀가 완전히 의식을 잃자 그제야 눈을 뜨고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의 몸 위에 쓰러져서 바르르 떨기만 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린다.
“이러면 크롬 공주를 유모와 영웅동맹의 맹주로 만드는 일은 의도치 않게 빨리 끝날 것 같군.
그럼 다음은 에메랄드 공주인가?
프롬 여제는 마지막에 놓아야 하겠지.”
프롬 여제는 아이언이 은하제국의 통일에 적극 협조를 하고 대가를 크게 안 받았더니 지극히 우호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공주들의 문제가 걸리면 당장 파탄이 날 수 있기에 더욱 조심해서 진행해야 했다.
신계로부터 보고받은 그녀의 현황을 다시 떠올린다.
‘프롬 여제는 은하제국 여왕의 자리를 인계하고 본격적으로 권능 수련에 들어갔다.
그녀의 권능은 기계 지배에 특화되어서 신족인 내게 기댈 점이 거의 없지.
조합의 권능으로 모든 면에서 큰 도움이 되는 크롬 공주와는 처지가 다르다.’
지금처럼 하복부 신력의 원을 통제해서 도와준다고 해도 획기적인 진화가 없기에 명분이 약한 것이다.
‘서로 아쉽지 않으니 큰 관계 진전도 없겠군.’
서로가 필요할 때 친애의 감정은 깊어진다.
그런 기준에서 보았을 때 현재 문제가 있어서 외부의 도움이 절실한 에메랄드 여왕부터 시작해야만 했다.
‘에메랄드 여왕이 우주 해적단을 토벌하러 출발하고 얼마나 지났지?’
의식을 잃고 있던 시간을 확인하고 개입할 수 있는 적절한 시간대임을 확인한다.
‘지금쯤 그녀의 우주함대가 우주 해적단이 숨어있는 곳에 거의 도착을 했겠군.
그럼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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