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
거기까지 생각한 크롬 공주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호호호호!”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원래 흐름의 상태는 최고위 창조신인 아이언이 초능력자 강철이 된 것처럼 아주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제국을 떠나서 정체 모를 고위 신에게 매달릴 정도면 상황은 최악일 것이 당연해.’
게다가 세계의 항상성이 보여주지 않았지만, 프롬 여제와 자신의 연결은 너무나 공고해서 저렇게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
‘어마마마는 나를 어디에 있든 항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저렇게 엉성하게 도피를 했다면 신체에 무슨 일이 있다는 뜻이지.’
아이언은 황성에 나타나서 자신을 유모로 삼는 대신 프롬 여제의 불치병을 깨끗하게 치유를 했다.
그럼 원래의 흐름에서는 약한 강철은 그러지를 못해서 결국 프롬 여제가 기계 인간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기계 인간이 되면 얼마나 감정이 메마르고, 냉정해지는지 나는 너무나 잘 알아.
만약 어마마마가 기계 인간이 되었다면 제국은 폭주하고 결국 멸망한다.
제국이 멸망하는 위기에 어마마마가 기계 인간이 된다.’
절대로 그렇게 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런 암울한 상황에서 처녀를 지키고, 아이언님에게 유모로서 주도권을 쥐었다고 뭐가 좋은 거지?’
그녀는 은하를 다스릴 이상적인 여왕으로서 교육을 받았다.
그 기준에서는 제국만이 아닌 은하계 전부의 위험과 유모로서 주도권은 비교할 가치조차 없었다.
‘나라가 있어야 여왕이 있다.
그러니 나라에서 필요하다면 여왕은 자신조차 바쳐서 지켜야 한다.’
프롬 여제가 항상 했던 말이고, 전적으로 동감하였다.
그래서, 세계의 항상성이 알려주지 않은 원래의 자신이 강철과의 도피를 선택한 배경까지 파악해낸 크롬 공주는 상체를 세운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원래의 흐름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 휘몰아친다.
‘남의 도움으로 구원받은 나라는 유지할 수 없다.
더구나 저렇게 약해진 아이언님의 도움을 받았어도 제국은 멸망했거나 명맥만 유지했겠지.
어마마마가 부활했어도 정상이 아닐 거야.
처녀를 지키는 대가로 제국의 멸망이 온다는데 원래의 흐름을 따를 이유가 있을까?’
최고위 창조신인 아이언은 저렇게 약한 초능력자 강철이 아니었다.
은하계를 지배하고 있는 신계 주신으로서 모든 초능력자와 기계 귀족, 개조 인간들을 강력한 신계 주신의 권능으로 모두 천국과 지옥으로 불러들여서 통제했다.
제국의 여왕과 공주만을 적극 지지하여 별다른 피를 흘리지 않고, 은하계를 통일한 은하제국이 성립된 이상적인 상황이었다.
‘겨우 유모의 직위를 이용해서 아이언님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지기 위해서 포기할 변화된 흐름이 아니야.
더구나 지금은 어마마마가 기계 인간이 아니지.
은하계를 통일한 제국의 초대 여제로서 명예롭게 물러나셨어.
우주 해적이 되어서 방황하던 에메랄드도 여왕이 되어서 자기 자리를 되찾았어.’
에메랄드가 과거의 연인 때문에 크게 흔들렸지만, 여왕으로서 살기로 한 이상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 역시 프롬 여제의 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이 있었다.
‘지금의 아이언님은 신족 위에 군림하는 최고위 창조신!
이분께서 무사하신 이상 은하제국은 신족의 지배에서 자유롭게 번영할 수 있어.’
수 없는 은하계로 이루어진 현세계를 신족이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언이 바로 신족의 지배자인 최고위 창조신이라는 의미는 컸다.
‘아이언님이 이 은하계를 관리하는 이상 누구도 개입할 수 없다.’
굴복일 수도 있다.
자신들을 잡아먹는 사자의 보호를 받으면서 안심하는 양 떼와 같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가 배운 세상은 누구나 커다란 법칙 속에서 살아간다는 점이다.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고,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하나의 지배를 깨면 바로 더욱 큰 지배가 기다리고 있다.’
새가 새장을 탈출한다고 자유를 찾은 것이 아니다.
철장보다 더욱 가혹한 자연이라는 약육강식의 법칙에 갇히게 된다.
‘어떤 맹수도 사냥해서 먹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
약하면 잡아먹힌다.
인간의 삶도 똑같아.
돈을 벌지 못하면 굶어 죽게 된다.’
새장에서 편하게 오랜 삶을 누릴 수 있는데 답답하다고 탈출하자마자 매에게 잡아먹힐 수 있었다.
물론, 순간의 자유가 긴 평안보다 좋다고 말할 수도 있으나 너무나 무의미한 삶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고대문명처럼 지배종족인 신족과 싸워 승리해서 자유를 얻으려는 방법은 현명하지 않아.’
약해 보였던 제약과 통제를 모두 부수고 밖으로 나오면 더욱 강하고 험악한 법칙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발 중인 은하계라서 일반신이 이끄는 천족과 마족을 보고서 얕보고 덤볐다가 주신에게 망해버린 고대문명이 그 증거였다.
‘고대문명처럼 천족과 마족과 싸워서 자유를 쟁취하려고 했다가는 더욱 강한 신족을 맞이하고 망하게 된다.
신족이 지배하는 현세계에서는 자유를 보장해주는 고위신에게 협조하고, 보호를 받는 방법이 나아.
그러려면 지성체에 무관심한 아이언님이 가장 이상적이야.’
아이언은 정기를 늘리기 위해서 인구증가만 바라고 관심이 없다.
은하제국의 지배에는 아예 관심이 없기에 여왕에게는 더없이 좋은 상대였다.
‘아이언님은 명예대공으로 만족하시고 은하제국에 관여를 안 하시지.
거기에 어마마마와 나를 초월자로 만들고, 신계에 유모로 받아들여서 신족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셨어.’
신족이 지배하는 현세계에서 하위 초월자의 직위가 정신체의 사회에서 얼마나 낮은지 알고 나서는 감격했을 정도였다.
더구나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해도 지성체를 초월자로 승급시키는 일은 창조신이라고 해도 힘들 일이었다.
‘그렇게 만든 초월자들을 바로 신계에 받아들이다니 이건 아예 전례가 없었어.
모두 아이언님이 최고위 창조신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이상 좋은 상황이 없었다.
그러니 초능력자 강철이 원래의 흐름이라고 하지만 따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여기에 개인적인 문제도 남아있다.
‘아직 에메랄드가 인간으로 있어.’
아이언은 에메랄드가 제국의 공주면서 우주 해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귀한 적합자인데도 감정 상태가 불안하다고 초월자로 만들기를 꺼렸다.
그러나, 함대의 여왕으로서 발휘하는 능력을 보고 생각이 바뀌고 있는 사실을 잘 아는 그녀는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가족들과 영원히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이 길을 택하겠어.’
그녀는 강철의 유모로서 주도권을 잡아서 제국의 구원을 바라는 원래의 흐름을 거부했다.
더욱 좋아진 변화의 흐름을 가속하기 위하여 희생을 각오한 길을 선택한 것이다.
‘잘못된 과거의 수정을 위해 현재의 희생.’
그것은 회색의 절대자의 환생폭탄(還生爆彈), 바람가의 유상전생(有償轉生)이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했다.
신체 접속을 유지하고 떨기만 하던 그녀의 눈에 다시 암흑이 찾아오면서 빛의 구멍이 커진다.
우우우우웅-!
어둠을 밝히던 구멍은 순간적으로 커지면서 그녀의 시야를 완전히 빛으로 바꾸었다.
그것은 지금까지처럼 아이언의 신체기억을 읽게 해주는 시공의 구멍이 아닌 어딘가의 입구였다.
바로 엄청난 빛이 응집된 통로로 강제로 이동되니 그녀는 당황하고 말았다.
‘학! 너무 깊이 들어왔어!’
그녀의 완성된 조합의 권능이 하복부 신력의 원과 직결된 아이언의 신체를 통하여 아이언의 본질에 다가간다.
빛의 통로를 통해 도착한 그녀의 시야는 하나의 거대한 물체를 보았다.
그것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둥근 행성이었다.
반투명하여 속에 거대한 인영을 비추는 이 행성의 이름을 아이언의 기억이 알려준다.
‘정보행성(情報行星) 코아.’
차원의 마도신, 차원창세신(次元의 魔道神) 코아, 그리고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의 모든 기억과 권능을 기록하는 현세계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위대한 신기였다.
우우우우웅-! 띠띠띠! 띠띠띠!
그런데 정보행성 코아는 엄청난 신력과 마력이 뭉쳐서 끝없이 무엇인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하나는 지금 그녀가 타고 온 통로로 쏟아지는 빛으로 이루어진 정보였는데 다른 통로가 더 있었다.
반대쪽에 빛과 암흑이 뒤섞인 통로가 두 개나 있어서 그쪽으로도 정보가 쏟아졌다.
‘저건 뭐지?’
그러나, 아이언의 기억도 모르는지 답을 내주지 않는다.
‘아이언님조차 모르는 또 다른 흐름이 있다고?’
정보행성(情報行星) 코아가 아이언의 신령을 보호하고 정보와 권능을 저장하는 신기라는 사실까지 알았다.
실제로 정보행성(情報行星) 코아의 내부에 있는 아이언의 신령이 모를 정도로 두 개의 빛과 암흑의 통로는 은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외부에서 침입한 그녀가 밖에서 보지 않는다면 모를 정도였다.
위이이이잉-! 화르르르르-!
세 개의 통로에서 쏟아지는 막대한 정보를 소화하고 처리하는 진동이 요란하게 울린다.
그리고, 황금빛의 행성 안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거신이 희미하게 보인다.
‘원래 흐름인 강철의 빛의 거신.’
엄청난 상처를 입어 회복이 절실해 보이던 강철의 신령을 생각한 크롬 공주는 지금 아이언의 신령 상태를 보기 위해서 가까이 다가간다.
반투명한 표면 너머로 외형을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모습이 조금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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