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272화 (1,183/2,000)

34권 35권

여기는 여왕의 침소였다.

들어오려면 수많은 경비장치와 경비병의 경호를 돌파를 해야 하는 사실을 아는 크롬 공주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도 은하에서 최고 수준의 초능력자인데도 이렇게 부르기 전까지 어떤 기색도 느끼지 못했다니 충격이었다.

‘아무런 기색도 없었는데 어떻게 내 뒤에 서 있을 수 있지?’

내가 반응하지 못하다니?

나보다 상위의 초능력자인가?’

은하계는 한없이 넓으니 그럴 수도 있었다.

천천히 몸을 돌려서 쳐다보니 거기에는 회색의 로브를 둘러쓴 아이가 자신을 기대에 찬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양손을 불끈 쥐면서 환호했다.

“역시 나의 적합자! 이제 영양실조도 끝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최소한 적의가 없음을 안 크롬 공주는 호위병들을 부르는 팔찌의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발동된 초능력은 빌딩 안에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초능력자와 기능이 정지된 기계 인간을 파악한 탓이기도 했다.

‘이미 모두 제압되었구나.’

다행히 죽은 초능력자나 완전히 정지한 기계 인간은 없었다.

그러나, 중간에 심하게 저항을 한 모양인지 몇몇 초능력자와 기계 인간들은 팔다리가 날아가 있었다.

‘대부분 객실이 반쯤 파괴가 되고 팔이나 다리가 하나씩 부러져있는데 모두 살아는 있다.

죽이는 것보다 저런 식으로 제압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아는 크롬 공주는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악한 성향은 아니다.

그렇다고 착하지도 않아.’

감히 힘으로 제국 여왕의 침실에 무단 침입한 작은 불청객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키가 작고, 말랐어.’

강력한 전사와 같은 초능력자를 예상했는데 솔직히 실망이었다.

‘로브로 몸이 가렸지만, 목소리와 드러난 얼굴을 보면 소년이다.

어린 나이를 고려해서 정밀하게 추정을 하지 않아도 앙상하고 마른 체구였다.

‘어린 소년답지 않게 귀엽지도 않아.

얼굴의 이목구비(耳目口鼻)가 뚜렷하지 않고 어딘가 부족해 보이네.’

짧은 다리와 팔을 보니 못 먹고 자란 하층민의 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그나마 후한 평가였다.

솔직히 말하면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었다.

‘왜소(矮小).’

어디에도 자신을 뛰어넘은 강력한 초능력자의 모습이 아니지만, 긴장을 풀지 않는다.

눈동자에 일렁거리는 황금빛의 불길에서 품어지는 투기와 살의 때문이었다.

수많은 무장과 고위 초능력자들을 본 그녀로서도 처음 볼 정도로 눈빛만은 이상하게 강했다.

그녀의 조합의 초능력이 민감하게 왜소한 외모에서 참모습을 분석하고 이해한다.

‘세상 전부를 태울 분노?

무슨 아이가 이렇게 불만이 많고 원한이 크지?’

그리고 심장이 멈추는 느낌을 받는다.

“!!!”

거기에는 아주 작고 왜소한 소년은 없었다.

‘은하계를 태워버릴 기세로 거세게 타오르는 황금의 불길에 휩싸인 거인이 웅크리고 있다.’

거인은 엉망진창으로 상처를 입은 상태인데 등 뒤에 수십 쌍의 빛의 날개가 휘날리고 있었다.

‘빛의 날개?

정체 모를 존재?

그럼 신(神)?’

크롬 공주는 신족에게 멸망한 고대문명의 후계자 중 하나인 프롬 여제의 딸이다.

그래서, 철저하게 교육을 받았기에 상대가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엄청난 고위신?’

빛의 날개의 수로 신들의 신격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한 쌍이나 두 쌍이면 하위신이라서 고위 초능력자들이 힘을 모으면 감당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초능력으로 본 거인의 뒤에는 수십 쌍의 빛의 날개가 일렁거린다.

‘고대문명을 멸망시킨 고위신이 열두 쌍의 빛의 날개를 가진 주신(主神)이라고 했어.

그런데 이건 두 배는 넘어 보여.

아직 고대문명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제국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갑자기 혼자 있는 방에 나타난 왜소한 소년의 정체가 고대문명을 멸망시킨 주신보다 더욱 상위신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크롬 공주였다.

유모 적합자를 드디어 찾은 아이언은 정체를 들킨 사실을 모르고 환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저는 일단 강철이라고 합니다.

보시는 대로 초능력자이지요.

크롬 공주님이 제게 꼭 필요하셔서 같이 가주어야 하겠는데요.”

아이언의 이름은 제국의 귀족명부에 아직 남아있기에 대신 만든 가명이었다.

그리고, 말은 좋게 하지만 거절하면 강제로 끌고 갈 기세였다

빌딩 주변에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음을 확인한 크롬 공주는 상황을 다시 파악한다.

‘이 주변은 모두 제압을 당했다.

나를 반드시 데려갈 생각이야.

내가 초능력으로 본 모습이 진짜 정체라면 저항한다고 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아.

그런데 왜지?

제국의 실권과 통제권은 모두 어마마마에게 있다.’

슬픈 현실이지만, 자신이 받은 여왕의 직위는 제국의 인간과 초능력자들을 달래기 위한 상징에 불과했다.

과거라면 아니겠지만, 기계 인간이 된 프롬 여제에게 후계자조차 쓸만한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솔직히 말한다.

“당신이 누구신지 정확히는 모릅니다.

저는 인질로서 큰 가치가 없습니다.

어마마마는 제국에 손해가 된다면 저를 포기할 것입니다.”

갑자기 제국의 공주가 존댓말을 하자 약간 이상한 느낌을 받은 강철이지만 바로 용건을 말한다.

“제국과는 관계가 전혀 없어요.

제게는 크롬 공주님만이 필요해요.

“저만을 필요로 하신다고요?”

의문이 가득한 얼굴이 된 크롬 공주에게 강철은 일단 돌려서 말한다.

처음 보는 여성에게 다짜고짜 유모가 되어달라고 말할 정도로 뻔뻔하지는 않았다.

“일단 해가 되는 일은 없어요.

협조만 잘해주시면 오히려 서로 이익이 되겠지요.”

강철의 느낌으로는 크롬 공주는 처녀였다.

그래서 더욱 유모가 되어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느긋한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기에 잘라서 말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세요.

저를 순순히 따라오시고 협조해주신다면 저도 정중하게 공주로 대우하지요.

그러나 거부하신다면 포로로 강제로 끌고 가서 협조를 받아낼 생각이에요.”

유모로서 비협조적인 삭월(朔月)의 시즈지 때문에 걸린 영양실조로 이런 미숙한 꼴이 되어서 짜증이 날 대로 난 강철의 음성에는 날카로운 날이 서 있었다.

그리고 크롬 공주의 초능력에 황금 불길로 휩싸인 빛의 거신이 분노를 터트리면서 움직이려는 모습에 자신의 운명을 결정한다.

‘정체 모를 존재들이 드디어 접촉해왔다.

게다가 내가 필요하다면 이건 오히려 기회야.

협조의 대가로 이 고위신의 힘을 어떻게든 빌린다.

멸망하려는 제국과 어마마마를 구하기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어.’

왜 고위신이 자신이 필요한지 모르지만, 굉장히 다급해 보이니 최대한 협조를 하면 최소한 모친만은 구할 수 있어 보였다.

물론 기계가 아닌 살아있는 육체로 부활이었다.

‘고위신은 인간의 육체를 마음대로 죽이고 살릴 수 있다고 했어.

그럼 어마마마도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제국에서 최고 수준의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롬 여제의 소중한 육체였다.

기계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뇌를 떼어냈지만, 나머지 육체는 소중하게 가사상태로 보존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스으윽-!

강철은 크롬 공주의 대답을 기다려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망설임 없이 침상에 다가가 밑에서 여행용의 검은 가방을 꺼내었다.

입고 있던 드레스를 벗자 그 속에서 활동하기 편한 전투복 같은 복장이 드러난다.

“에?”

마치 누군가 납치하러 오기를 기다린듯했다.

그렇게 탈주를 하려는 분위기가 되자 놀란 강철에게 그녀는 나직하게 말한다.

“준비 다 되었어요.

이제 가요.”

크롬 공주는 멸망을 향해서 폭주하는 제국의 힘없는 공주로서 사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서 항상 멀리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크롬 공주가 적극적으로 나서자 일단은 저항하리라 예상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던 강철은 당혹할 수밖에 없었다.

“어? 이게 아닌데요.

이렇게 저의 예상을 벗어나면 안 되는데요.”

크롬 공주가 오히려 망설이는 강철의 손을 잡고 입구 쪽으로 향한다.

“어서 가요.

아무리 주변을 완벽하게 제압했어도 교대조가 오니 곧 눈치를 챌 거예요.”

“그렇기는 하지요.

그런데 이거 또 이상하게 꼬이려고 하네요.”

강철은 이유는 모르지만, 그녀가 이렇게 협조적으로 나오면 자신에게는 더욱 좋은 일이기에 그대로 공간이동으로 도주하려 한다.

행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주공항의 화물선에 숨어들려고 하는데 크롬 공주가 가방에서 카드를 꺼냈다.

“우주공항을 통과할 수 있는 제국 귀족 신분증이에요.

일단 이걸로 가죠.”

“에?”

어느새 사진까지 변화되어있는데 이건 할 말이 없는 완벽한 신분증이었다.

그 이후에도 공간계열의 기술을 사용한 가방 안에서 끝없이 물건들을 끄집어내서 추격의 실마리를 모두 끊어내었다.

공주 납치범인 강철은 아무런 할 일이 없었다.

‘역시 뭔가 이상해.’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