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271화 (1,182/2,000)

34권 35권

성장한 아이언과 싸우고 있는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굉장한 중요한 인물이 틀림없었다.

‘그런 존재의 정체를 확인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처음에 몰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인지하고 있었기에 떨렸지만, 확실하게 아이언의 신체를 자극하면서 접속을 강화한다.

확-!

그러자 다시 영상이 보였다.

‘흑백사진처럼 끊어진 화면만 나오고 소리는 아예 들리지도 않아?’

검은 금속행성과 아이언이 빛의 투창과 거대한 검으로 공방을 나누는 모습만을 몇 장의 사진으로 확인한 크롬 공주는 머리가 띵해졌다.

‘이걸로도 부족해?’

비록 작은 구멍 너머지만, 정확한 영상과 음성까지 확인하는 방법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이언의 몸에 올라타서 최대한 피부를 접촉을 시키고, 성기의 귀두를 자신의 음핵을 가린 동전에 접촉하는 방법이었다.

‘역시 그렇게 해야 하는구나.’

당연히 망설이던 크롬 공주는 흑백사진이 서로 원거리 공격을 하던 공방이 끝나고, 금속행성이 무엇인가의 하얀 막으로 뒤덮인 모습을 보이자 결심을 한다.

‘이대로는 아이언님의 정체에 의문만 늘어.

은하제국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해.’

초월자가 되어서 인간들로 이루어진 제국의 여왕이 될 수는 없지만, 지배자의 사명감만은 확실히 남아있었다.

‘아이언님의 모호한 정체와 불가사의한 힘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킬까?

은하제국의 여왕은 확실히 이분에 대해서 알아야 해.

관계를 더욱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서 최대한의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미지에 대한 공포만큼 두려움을 일으키는 것은 없었다.

더구나 은하제국의 여왕은 자신에게 완전히 왕위계승에서 밀려나서 방황하던 소중한 동생이었다.

여기에 제국을 만드는데, 평생을 바치다가 결국 문제를 일으킨 남편까지 비난을 각오하고 내친 프롬 여제의 모습도 떠올랐다.

‘은하제국과 어마마마, 여동생을 위해서 하자.

정신을 잃은 상태이니 별 위험은 없을 거야.’

아랫입술을 꽉 깨문 크롬 공주는 왼손으로 몸을 의지하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몸을 아이언에게 실었다.

이제 손바닥 정도로 커진 빛의 구멍 너머로 아이언의 영창소리가 그녀의 신령을 뒤흔들고 있었다.

수십 개의 신력의 태양을 빛의 날개로 휘감은 아이언이 권능의 영창을 끝내고 발동 어를 외친다.

“차원신멸포(次元神滅砲)!”

“!?”

확실히 제일 중요한 발동어가 들렸다.

그 순간 크롬 공주의 온몸이 굳는다.

세계가 정지하고 그녀와 아이언이 있는 공간이 통째로 병풍처럼 회전한다.

파라라라라라-!

아이언이 원래 흐름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바꾸려고 할 때마다 나타나던 세계의 항상성 발동이었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의 힘과 권능에 눌려서 물러났던 세계의 항상성이 요동을 친다.

강대한 차원권능을 가진 아이언은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유모들과의 관계는 어떻게든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시도였다.

파라라라라라-!

아이언의 몸에 올라탄 크롬 공주의 주변의 공간이 회전하면서 영상이 펼쳐진다.

파아아아아아-!

거기에는 검은 긴 드레스를 입고 보석으로 치장한 크롬 공주가 서 있었다.

하늘 높이 솟은 빌딩들이 즐비한 도시에 있는 초호화 호텔의 최상층 방에서 멍한 눈빛으로 전깃불로 번쩍이는 도시를 바라본다.

“…”

은은한 황금빛이 감도는 금발 머리에는 공주가 쓰는 작은 머리띠 모양의 관이 아닌 화려한 여왕의 관이 씌워져 있었다.

제국을 다스리는 여왕의 증거였지만, 크롬 공주의 눈동자는 공허하기만 했다.

그 이유는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일백만 명이 넘게 생활하던 커다란 도시에 생활하는 인구가 이제 겨우 십만 명이구나.

행성에 살던 일억 가까운 인구 중 살아남은 수는 일천만 명 미만이야.”

구 할의 인구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원래 연합소속이었던 이 행성은 영역을 확대해온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제국에 무조건 항복했다.

‘당연히 제국에 받아들여질 줄 알았는데 돌아온 것은 기계군단의 대학살이었다.’

초능력자들의 긴급보고를 받고 경악한 크롬 공주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리가 끝난 상태였다.

“결사항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기계 귀족의 변명과는 달리 이들은 아무런 저항 없이 항복했다.

그 증거로 이 도시는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어.”

대학살에 관련된 기계 귀족들을 공개 처형했지만, 죽어간 구천만의 생명은 돌아오지 않는다.

‘항복한 인간들은 모두 감옥에 갇혀서 처형을 기다리고 있다가 나에 의해서 가까스로 구원을 받았다’

그러나, 가족을 너무나 허무하게 잃은 그들이 절대로 제국의 국민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았다.

“기계 귀족들이 노동력으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노인이나 아이는 모두 처분하고, 쓸모 있다고 판단한 젊은이들만 남겨두고 있어.

이대로 내버려 두면 제국 안에 살아가는 인간은 없고, 인공지능 기계와 기계 인간뿐이 될지 몰라.”

이런 현상은 제국의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제국의 국민은 여왕의 소중한 재산이라고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지만 통제가 먹히지 않는다.

‘초능력자와 인간들과 팽팽한 세력싸움을 하다고 우세를 점한 기계 귀족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어떻게든 이 기회에 인간세력을 줄이려 하고 있어.’

지배층의 세력싸움 결과가 국민과 점령지의 대학살이라니 이렇게 끔찍한 일이 없었다.

제국의 변모와 앞으로 올 비극을 눈치를 챈 국민은 서서히 도주하고 있었다.

“제국의 영역은 넓어졌으나 국민이 급속도로 줄고 있다.

이대로는 제국은 끝이야.”

이게 모두 프롬 여왕이 원인 모를 불치병에 걸려서 기계 인간으로 몸을 바꾸고 여제로 칭호를 바꾼 이후의 변화였다.

‘어마마마는 병든 육체를 기계 몸으로 바꾸셨다.

그 과정에서 제국을 마음대로 조정하려고 반역을 시도했던 솔트 기계 재상의 음모를 예상하고 분쇄하셨지.

그런데 그 이후로 더욱 냉혹하게 변하셨다.

아버지의 배신도 치명적이었어.

더는 인간이나 기계 인간을 믿지 않으셔.’

프롬 여제는 인공지능 기계들을 이용하여 초능력자와 기계 인간, 인간을 가리지 않고 철저하게 지배하면서 연합의 숨통을 끊는 중이었다.

‘관리들이 무리한 전쟁이라고 반대를 하려 해도 안 돼.’

범죄를 저지르고 여제를 모독했다는 죄목으로 대공까지 공개 처형되는 상황이다.

그 이하라면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그래서, 제국은 어쩔 수 없이 연합과 최대한의 전면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무리한 전쟁에 한계가 오고 있다.

제국의 모든 분야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듯해.’

여유가 없으면 잔인하고 냉정해진다.

이번에 항복한 행성에 대한 학살과 정리도 프롬 여제의 강압적인 지배와 성과요구에 대응하려던 기계 귀족의 발버둥과 같았다.

‘제국이 총력을 기울인 결과로 은하계의 칠 할을 얻었다.

이제 남은 적은 연합의 잔당과 고대문명의 계승자들, 일부의 무법자들이다.’

전체적인 전력은 압도적으로 제국이 상위였지만, 인적기반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높은 성과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대학살과 피의 지배로 제국의 악명은 높아지고 있어.

그 결과로 이제는 고위 초능력자들과 관리들이 제국을 떠나고 있어.’

특히 제국 최강의 초능력자이자 여왕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맹세했던 크림 백작의 이탈은 치명적이었다.

그를 따르던 명망 높던 고위 초능력자들까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충성은 살아있는 진짜 여왕에게만 바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완전한 기계 인간이 되어 잔인한 학살을 하는 어마마마를 더는 모실 수 없다는 뜻이지.

이제 제국에는 초능력 병기가 된 슈가 백작과 군대에서 육성하던 양산형 초능력자만이 남았다.’

초능력자 전력이 열세로 변했다.

‘중립이던 다른 고대문명의 후계자와 초능력자들도 제국의 폭거에 분노하여 연합을 중심으로 하는 저항세력을 만들었다.’

그들이 전선에 집결하면서 제국의 진격은 멈춘다.

‘인간과 기계의 전투로 바꾸고 있다.

지금은 우세하나 점점 최악으로 변하겠지.’

대량학살을 일삼는 제국의 상황과 다가올 처참한 미래를 생각만 해도 어지러워서 유리창에 손을 데고 기대었다.

그러자 유리창 자체가 빛이 나면서 도시의 야경을 더욱 아름답게 비춘다.

반짝! 반짝!

‘손에 가려진 도시의 불빛은 보이지 않으나 빛나고 있다.’

제국의 대학살에 굴복한 인간들의 마음도 저렇게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제국은 영역을 점령했으나 가장 중요한 인망을 잃었어.

힘이 약해진 순간 반란은 반드시 일어난다.’

기계 인간이 된 프롬 여제도 점점 심각해지는 사태의 위험성을 알고서 크롬 공주를 여왕으로 임명하고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폭주하기 시작한 제국의 기계 인간들은 원래 제국에 속해있던 인간들마저 마치 농작물처럼 처리하고 기계로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제국의 각지에서 기계 귀족에 의해 인간의 분류와 처분이 몰래 행해지고 있다.

이미 멈출 수 없어.’

이 행성에서 벌어진 대량 학살조차도 일부에 지나지 않음을 알고 있는 크롬 공주는 절망하고 있었다.

‘이제 제국은 은하계를 다스릴 자격을 잃었다.

아무런 명분이 없는 살인자는 지배자가 될 수 없다.’

지금은 우주함대와 기계 병기로 우세하여 징후가 나타나지 않지만, 에메랄드 공주가 저항세력의 편에 섰으니 그것도 끝이었다.

‘에메랄드에게 충분한 함대가 모이면 제국의 우주함대는 당해낼 수 없다.

이미 제독들까지 대부분 인공지능 기계로 교체된 상황이니 이겨낼 도리가 없겠지.

제국은 이제 반드시 몰락한다.’

화려해 보이는 도시의 불꽃이 그녀에게는 제국의 묘지를 밝힌 촛불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소년의 음성이 들려왔다.

“저기요.

한참 심각한 고민 중이신데 실례하겠어요.

제가 워낙 급해서 더 기다릴 수가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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