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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259화 (1,170/2,000)

34권 35권

호수에 흐릿하게 보이는 영상은 황금 구름을 휘감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의 모습이었다.

반투명한 신령이 시야 전부를 가릴 정도로 거대한 시공간의 문을 열고 걸어 나와서 바로 자신의 신체를 창조한다.

우우우웅-!

단숨에 원래와 동등한 신체를 만들어내서 신령을 머물게 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긴 담뱃대를 입에 물고 길게 연기를 뿜어낸다.

후우우우우-! 후르르르르릉-!

길게 품어진 황금 연기가 구름처럼 땅에 깔려간다.

그건 마치 대지에 황금의 양탄자를 깔아놓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땅과 하늘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시선을 하늘로 향하면서 중얼거렸다.

“아아! 너무 하셔라.

겨우 살았다고 생각했더니 또 이런 꼴인가?

사고 좀 쳤다고 아주 일이 끝이 없네.

그런데 이번에는 여기라고?

나라도 무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 말과 거의 동시에 허공에 아주 작은 시공간 구멍이 열렸다.

파아아아아아-!

거기서 떨어진 것은 파란색의 치마와 하얀 상의를 입은 단발의 여고생이었다.

정신을 잃고 떨어진 그녀를 황금빛 연기가 그대로 받아낸다.

푸우우우욱-!

황금 이불솜에 쌓인 것처럼 보이는 여자아이를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다시 길게 황금 연기를 뿜어내었다.

주변 전부가 황금 연기에 휩싸여 완전히 격리된 것을 확인하고 찬찬히 여고생을 확인한다.

“후우우우-! 어디 보자.”

창조신의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를 펼쳐서 정밀조사를 시행했다.

실수는 당연히 용납할 수 없었기에 과거와 현재, 미래의 흐름까지 철저히 확인한다.

‘이계(異界) 너머의 외계(外界)에서 온 것이 확실하군.

지성체라서 권능은 없고 초능력조차 없다.’

외모도 이쁘지도 귀엽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한 여자아이였다.

“일을 벌인 것에 비하면 평범 그 자체라고 했으니 그럼 맞네.

그런데 이런 얼굴로는 쉽게 풀기가 힘들겠어.

그럼 여기부터 손 볼까?”

여고생의 얼굴에 담뱃대를 가까이 대고, 허공에 두들겨서 재를 털어내는 시늉을 한다.

탁! 탁!

뜨거운 재는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차원창세신 코아가 응축해서 모아놓은 창조력이 유형화되어 그대로 얼굴로 흡수될 뿐이었다.

“이건 아주 오래만이로군.

신력을 기반으로 마도를 구현하니 누구도 모습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없겠지.”

개인이 가진 최고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마도가 신력의 영창으로 바뀌어서 울린다.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의 특별한 존재이다.”

그와 동시에 여자아이의 얼굴과 신체가 변화를 시작한다.

신체를 조절할 수 있는 정신체 여성에 비교할 수 없지만,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여성이 된다.

파아-! 두두! 좌아아!

얼굴에 조금 있던 여드름이나 흠이 전부 사라지고 눈과 코의 미묘한 불균형이 사라진다.

더구나 밋밋했던 신체의 굴곡조차 기가 막힐 정도의 매혹적인 곡선을 보이면서 육감적으로 변해갔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여자아이에서 단숨에 미녀로 만들어버린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이제야 봐줄 만 하군.

일단 누가 봐도 반할 절세미녀로 만들어야 이야기의 진도가 빠르지.

이렇게 평범하면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아져서 곤란해.”

아직 몸 안에서 활동하는 자신의 신력과 마력을 몸속 깊숙이 이끌고 서서히 활동하게 한다.

“너무 급격한 변화는 흐름에 안 좋으니 천천히 변할 겁니다.

절대계에 어서 오십시오. 시작(始作)님.

후으으으으으으읍!”

첫 번째 일을 마친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유결계를 쳐놓은 황금 연기를 그대로 빨아들인다.

슈아아아아아-!

단숨에 주변 전부를 가리던 황금 연기를 흡수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앞에는 아주 익숙한 깃발이 달린 황금의 창이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황금으로 만들어진 조각상 같은 남성이 창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 황금답게 딱 시간을 맞추었군.

이것이 황금의 절대기 에반젤리의 원형인가?

똑같잖아?

이대(二代)의 절대기와 같다면 걱정이 없지.’

최소한 치명타를 피할 자신이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황금 연기 속에서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킬킬킬. 완벽은 진보나 발전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지.

상대하기 쉽겠어.’

다른 십중심(十中心)의 절대기들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완벽하고 강해서 정면으로 승부가 안 되니 약점과 대처법을 찾고 연습을 해왔다.

‘절대계 최고의 강자라고 인정받는 황금의 절대자 아리오리나 라마세스라도 이 시기라면 충분히 감당할 자신이 있다.’

무엇보다 황금 구름에 아직 쌓여있는 여자아이의 존재는 자신이 가진 최강의 패였다.

‘시작(始作)님이 내게 있는 이상 전투는 없다.

무조건 내 말에 따라줄 수밖에 없지.

다른 외계(外界)의 존재를 부르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니 말이야.’

갑자기 정체 모를 신족의 창조신이 겨우 불러들인 외계(外界)의 지성체를 붙잡고 있자 다급해진 아리오리나였다.

그래서 준비해놓은 설명을 한다.

“어디의 창조신이신지 모르겠지만, 이번 일은 차원권능의 연습 중에 일어난 사고입니다.

지성체라서 아무런 능력이 없으니 절대계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당사자인 제가 책임을 지고, 최대한 빨리 돌려보내겠습니다.

그러니 그녀를 넘겨주셨으면 합니다.”

그 말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황금 구름을 거두고 신족 특유의 찬란한 금발을 드러내면서 말한다.

“그렇게 쉽게 돌려보내면 쓰나요?

그럼 힘들여서 부를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

이 창조신이 이질적인 외계의 존재를 이용하여 절대계의 규칙을 흔들려는 자신의 계획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 아리오리나는 에반젤리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함부로 덤비지는 못한다.

상대가 만만치 않다고 느낀 것이다.

‘방금 황금 구름으로 만든 결계는 내 황금 권능조차 막아냈다.

도대체 누구냐?

신족 중에서 이 정도 힘을 가진 창조신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러나, 황금족이 멸망한 후 수 없는 세월을 기다리다 겨우 절대계의 창조주가 변화가 없는 세계에 염증을 내기 시작해서 시작한 도전이었다.

더구나 두 개의 세계를 동시에 관통하는 소환은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다시 불러들인 준비를 하다가는 절대계가 먼저 멸망할 수 있다.’

더는 시간이 없어서 물러날 수 없기에 에반젤리의 창 날에서는 긴 황금빛이 품어지고 깃발까지 천천히 펴진다.

슈아아아아아아-! 펄럭-!

절대계에서 최강이라고 인정받는 존재의 전투태세였지만, 차원창세신 코아는 느긋하게 말을 이어간다.

“그나저나 진도가 빨라서 참 좋군요.

겨우 첫 장에 주인공들을 다 만나다니 아주 현대적입니다.

요즘은 깊이보다 쉽고 빠른 것을 선호하니 일단은 계속 이렇게 하지요.

그럼 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계속 물고 있던 담뱃대를 아공간에 넣고 신력을 거두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한다.

“아주 높고 넓으신 분에게 황금의 절대자이신 아리오리나님을 도우라는 명령을 받고 떨어진 용병신입니다.

상세한 정체는 비밀이지만, 앞으로 전력으로 돕겠습니다.

물론 무료봉사는 아니고, 그 과정에서 이것저것 챙길 생각입니다.

그러니 의심은 하시되 경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말에 거짓이 없음을 권능으로 알아낸 아리오리나도 에반젤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의 뒤를 따라서 이익을 얻고 싶다고 말했습니까?

절대계의 파멸이 다가오는데, 그 힘으로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기회를 잡아서 신족의 왕이라도 될 생각입니까?

그대는 간웅(奸雄)이군요.”

아리오리나가 보기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누군가의 부하라고 보기에는 너무 강했다.

또한, 이렇게 당당하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겠다고 밝히니 거부감이 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알고 있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능글맞게 대답했다.

“후후후! 시대는 변했습니다.

누구나 세계보다 개인의 이익을 먼저 추구합니다.

그러니 간웅(奸雄)이란 비난보다는 사업가라고 불러주십시오.

지배에는 관리의 책임이 따르니 왕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사업가?

그게 무엇인지 모르나 제가 원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강력한 동료입니다.

절대계를 구원하는 일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함께하고 싶으면 정체를 확실히 밝히라는 말이다.

하지만, 시원스러운 비웃음으로 답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푸후후후후! 신뢰라니요?

동족을 믿었다가 한번 망하셨으면서 그 무슨 어리석은 말씀을 하십니까?

실패에서 배우신 것이 교훈이 아니라 고집이신 모양이군요.”

“!”

자신의 앞에서 모든 정신체 일족들에 의해 멸족당한 황금족을 감히 언급하는 정신체는 본적이 없는 아리오리나였다.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우우우우우웅-!

에반젤리에서 웅후한 신력의 울림이 다시 전투태세를 알린다.

당장에라도 전투가 벌어질 태세였지만, 차원창세신 코아의 입은 쉬지 않는다.

“더구나 감히 황금족의 위대한 전사이시자 수장이셨던 아리오리나 라마세스님의 동료라니요?

다만 대가를 받고 움직이는 용병신으로 충분합니다.

솔직히 지금은 동료보다는 부하가 더 필요하시지 않습니까?

그것도 드러내지 못할 은밀한 일을 처리해 줄 쓸만한 강자 말입니다.

좋은 말로는 도저히 안 듣는 잡초와 벌레들은 제가 모두 아무도 모르게 처분해드리지요.”

어디서 튀어나온 창조신인지 모르지만, 마신보다 더한 소리를 지껄이고 있으니 혼란스러워지는 아리오리나였다.

그리고 한번 터진 차원창세신 코아의 입은 그대로 진심을 이야기한다.

“동료로는 절대로 못 하는 일들이 제 전문입니다.

아리오리나님께서는 저에게 살짝 저것을 처리해라 말씀을 하시고, 눈만 살짝 감아주시면 됩니다.

그럼 모든 것이 다 해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옛날처럼 말도 안 통할 잡것들을 붙잡고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리오리나의 마음을 뒤흔드는 말이었다.

‘확실히 황금족의 멸망은 나의 이상적인 지배를 벗어나고자 악착같이 반대만 하던 세력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초반에 처단했다면 결과는 바뀌었을지도 몰랐다.’

단지 지배에 대한 반감이니 달래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들불처럼 펴져서 황금족을 멸망시킬 수 있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저라면 방해하는 것들의 수장만 깔끔하게 날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제가 알아서 아무도 모르게 챙기겠습니다.”

단호하게 숙청하지 못한 과거를 후회하고 있던 아리오리나에게 차원창세신 코아는 황금 구름에 쌓여있던 여고생을 슬쩍 밀었다.

“동료로서 신뢰와 믿음은 아니지만, 적은 아니라는 양보입니다.”

가장 마음에 걸리던 존재를 자신에게 아무런 요구 없이 보내자 아리오리나도 맥이 풀렸다.

그리고 여자아이의 상태를 파악하여 의식만 잃고 그 외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안도를 하면서 두 팔로 안아 들고 말한다.

“당신은 이미 제 계획을 거의 알고 있는 것 같군요.

그럼 뜻대로 하십시오.

그러나, 문제가 생기면 전 당신을 모른 척할 것입니다.

오히려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 처단할 수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비밀 계약임을 명심하십시오.”

어떻게든 여기서 떨어트리려는 매정한 말이었는데 오히려 차원창세신 코아에게는 역효과였다.

이렇게 확실한 선을 그어주면 더욱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다.

“계약 감사합니다! 고객님.

알아서 잘 모시고 확실히 챙기겠습니다.”

정상적인 사고와 대화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반응이었다.

그러다 생소한 용어의 의미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객은 무슨 뜻입니까?”

“신(神)이지요.

지금은 창조주님이라고 해야 하겠군요.

물론 대가를 잘 주어야 성립하는 관계입니다.”

“….”

이제부터 창조주를 교체하기 위해서 반란을 벌여야 하는데 참 좋은 비유였다.

그렇게나 원하던 외계(外界)에서 온 특이점을 얻은 기쁜 날인데 머리만 아파지고 있었다.

‘이 창조신이 내 계획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처단하기도 쉽지가 않을 것 같아.’

정체를 모르는 고위 창조신이 자신을 돕겠다고 나서니 당연히 신족의 첩자로 의심하고 쫓아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가라고 해도 갈 것 같지가 않았다.

‘끈질기게 달라붙거나 주변을 맴돌겠군.

그럼 옆에 두어야 한다.’

쓸모는 아직 모르겠지만, 지극히 골치 아픈 존재가 따라붙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황금의 절대자 아리오리나 라마세스였다.

더구나 정말 심복처럼 옆에 붙어서 이것저것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가지고 계신 반드시 소멸시켜야 할 멍청이들 명단이 있으시면 주십시오.

일단 그것들부터 처단해 드리죠.”

“그런 것은 없습니다.”

“카하! 역시 절대계 최강인 황금의 절대자 아리오리나 라마세스님!

적이라고 불릴만한 존재가 아예 없으시군요.

하긴 누가 감히 최고의 황금을 적대하겠습니까?”

“….”

아리오리나는 체면과 명분을 빼면 시체와 다를 바가 없다는 고위 창조신이 이렇게 아무런 사심 없는 아부를 망설임 없이 늘어놓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이해가 힘들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여자아이를 양손으로 안은 채로 걸어간다

그 뒤를 황금 연기를 내 품어서 모습을 가린 차원창세신 코아가 따라붙는다.

“이제야 진정한 시작이군요.

푸하하하하하-! 빨리 쓸어버리죠.

골치 아픈 문제는 제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능약처럼 낫게 해드리겠습니다.”

“현재는 당신이 가장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아무리 보아도 약이 아니라 극독으로 보입니다.”

그만 떨어지라고 쏘아붙였지만, 차원창세신 코아는 어디까지나 느긋하게 대답한다.

“해독제도 결국은 독입니다.

쓰기 나름이지요.”

“해독제를 먹는다고 죽지는 않습니다.”

“뭘 먹어도 약하면 죽지 않겠습니까?”

“….”

그 순간 세계수의 수액에서 솟아오른 물기둥에 비추어 보이던 환영이 흐리해지면서 사라진다.

파아아아아아-! 불쑥-!

크롬 공주보다 아이언의 신체가 머리부터 먼저 떠올랐다.

슈아아아아아-!

구멍이 뚫려서 상처 입은 부위로 세계수의 투병한 수액이 빨려 들어가면서 더욱 빠르게 메워진다.

피부의 상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정신을 차리지는 못했다.

파아아!

그리고, 뒤이어서 크롬 공주가 약간 떨어진 곳에서 수면으로 떠올랐다.

항상 단정하게 빗어서 묶어놓았던 엉덩이까지 오는 긴 금발이 풀려서 수면을 덮는다.

그런데 그걸 모를 정도로 당황한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이언을 쳐다보았다.

“방금 보인 장면은 도대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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