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241화 (1,152/2,000)

34권 35권

원래 흐름으로는 은하계에 똑같은 차원결계가 쳐지고, 브라이트가 우주신들을 이끌고 직접 나서서 몰아붙였다.

‘흑염 세력은 브라이트에게 몇 번의 접전을 벌이면서 버티었다.

그러나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서자 입구를 틀어막은 샤이니와 사투를 벌여 대부분 정기고갈에 빠지는 큰 희생을 치르고 탈출을 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 이후로는 정기고갈을 치료하느라 오랫동안 잠잠했지.’

이번에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자신의 적극적인 개입 때문에 전의를 완전히 잃은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공간좌표를 읽을 수 없는 차원결계가 쳐진 경계지역을 가로지르는 무모한 도주를 선택한 것이다.

‘다른 고위 창조신들은 몇억 년을 걸리니 끝이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은하유성(銀河流星)의 투기 회오리를 이동기로 사용하는 나라면 길어야 십 년이면 가로 지를 수 있다.’

그렇게 주의했건만 원래 흐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변화였다.

‘흑염 세력은 아마도 창조신들의 공간이동을 앞지르는 내 투기 이동의 속도를 보고서 힌트를 얻고 도전을 한 것이겠지?

그들 수준으로는 오십 명이 번갈아가면서 고유세계를 가속한다면 일천 년 정도는 걸리겠군.

진리님이 오시는 시간은 많이 벌었다만 이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흑염 세력의 진정한 분탕이 일천 년이 늦추어진 셈이니 나쁘지만은 않았다.

문제는 다른 쪽이었다.

‘나의 개입으로 가속화되었던 흐름이 원래와 비슷하게 강림 시기가 맞추어 간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그럴 리가 있나?’

흑염 세력이 샤이니와의 사투로 생긴 정기고갈을 회복하고 본래의 힘을 완전히 되찾는 데 일천 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건 절대로 우연이 아니었다.

‘원래와 비슷하게 흘러가니 현세계의 항상성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개입을 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도대체 뭐가 작용하고 있지?’

아무리 자세히 확인해도 모르겠으니 십이 써클인 자신의 인지 영역 밖이었다.

그래서 고민에 빠져서 자신이 맛을 보았던 음식의 복제를 계속 만들던 아이언이었으니 신계관리주신들의 인사에 이런 맥빠진 반응이었다.

“응? 왔는가?”

크게 인사를 건네자 겨우 반응하는 아이언에게 의아해하는 신계관리주신들을 흩어본 아이언은 나직하게 말했다.

“너희와는 아직 상관없는 이야기다.

연회의 음식 준비는 아직이다만 벌써 모였는가?”

시야에 한 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수백만 명이 먹을 수 있는 막대한 음식을 창조하고도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이렇게 하고도 피곤한 기색도 없는 어마어마한 창조력에 기가 질린 신계관리주신들의 뒤로 주신들이 도착한다.

수정궁전과 한없는 음식에 경외심에 가득 찬 그들이 서열대로 정렬하고 공손하게 인사를 올리자 아이언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답례했다.

“어서들 오라.

나는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

현세계 신족의 최고위 창조신이며 일천 은하계의 신계주신이다.”

파티가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세계 창조주와 면담을 하러 간 브라이트는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를 들으면서 맞장구를 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빛의 태양처럼 보이는 현세계의 창조주는 자신에게 위압을 당하지 않는 오래간만의 대화 상대를 놓아주지 않았다.

‘일단 샤이니와 아이언, 우주신들이 있으니 흑염 도적단은 걱정은 없다.

그런데 끝이 날 기미가 없으니 곤란하군.’

대화를 무시하거나 말을 끊자니 상대방은 창조주였다.

그리고 내용도 절대로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현세계의 창조주와 현세계의 지배종족인 신족의 최고의 신으로서 미래의 흐름을 결정하는 토론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까 너의 의견은 종족전쟁이 막 끝난 지금은 안정이 좋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신족은 아직 나태하거나 타락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미개발 지역이 많은 현세계는 신족의 창조력이 더 필요합니다.”

브라이트는 이번 흑염 도적단에 대한 무능한 대응을 보면 약간 마음에 걸리지만, 최소한 지배층으로서 부패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을 읽은 현세계의 창조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너무 심한 변화도 좋지 않지.

허계가 변화와 발전만을 추구하다가 저렇게 되지 않았나?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창조주까지 교체를 두 번이나 하다니 허계는 너무 심하지 않나?”

그 말에 브라이트는 심히 곤란함을 느꼈다.

잘못 대답하면 아무리 총애를 받는 자신이라고 해도 극히 위험한 질문이었다.

‘그러고보니 벌써 두 번째로 창조주가 교체되었군.

아무리 허계라고 하지만 황당할 정도다.’

브라이트의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읽은 현세계의 창조주는 만족스러운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 허계의 새로운 창조주가 된 진리라는 존재는 오만방자하다 미쳐버린 십중심(十中心)처럼 정신체는 아니다.

하지만, 겨우 절반의 영원체이니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그래도 영원체입니다.

십중심 같은 정신체보다는 오래가지 않겠습니까?”

적당히 반론하면서 진리에게 관심이 있음을 주지시켰다.

창조주들인 영원체들의 일은 정신체들에게 굉장히 귀중한 정보였기 때문이다.

과연 현세계의 창조주의 입에서 진리에 대한 극비 정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 보았자 최하의 영원체가 모친이다.

너희 신족으로 보면 최하급의 반신(半神)이지.

그런 존재가 신계주신이 된 셈이니 영원체들이 얼마나 어이가 없어 하는지 아는가?”

“그렇습니까?

처음 듣는군요.”

그래도 힘으로 세계의 창조주가 된 십중심을 패퇴시킬 정도로 위대한 존재인데 가차 없는 평가였다.

밝은 태양의 모습이던 현세계의 창조주가 더욱 강력한 빛을 품어내면서 말한다.

“다만 부친이 십중심 중 초월자의 정점이었던 한진호라는 사실이 문제다.

그래서 모두 지켜보고 있다.”

“십중심 중 하나가 부친인 줄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십중심을 동시에 쓰러트렸으니 무력은 영원체 중에서도 비교할 존재가 없다는 평가였다.

창조주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미쳐가는 십중심을 타도했으니 도덕적인 문제도 없었다.

‘전 창조주도 못 당한 그들이 폭주하는데 제압했으니 오히려 거대한 위업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 브라이트의 의문을 읽은 현세계의 창조주는 웃는다.

“후후후. 너희는 아예 모르는구나.

허계에 십중심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겨우 열 명이다.

그들은 정신체이기에 지친다.

끝없는 전투를 걸면 결국 이기는 것은 우리 영원체이다.

그런데 왜 허계의 창조주가 순순히 자리를 넘겼을까?”

“제가 알고 있는 사유 외에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현세계 창조주의 심복이라도 할 수 있는 브라이트도 처음 듣는 소리였다.

알려지기에는 열 명이 돌아가면서 싸우면 버틸 수준이 된다고 판단되자 창조주의 권한을 넘겨서 자멸시키는 방책을 썼다고 들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세계의 창조주라는 위치가 그렇게 쉽게 도구로 사용될 정도로 약하지는 않지.’

과연 현세계의 창조주는 알려진 사실과는 다른 중요한 비밀 하나를 알려주었다.

“허계의 창조주가 결전을 회피한 이유가 우리 영원체조차 인정하는 절대의 가문인 바람가 때문이다.

반영원체인 진리의 피를 이어받았는데 완벽한 영원체가 계속 태어났다.

더구나 그들은 모두 십중심을 제외하고는 적이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런 진리의 혈족이 그때 이미 오천 명 이상이니 허계의 영원체 삼천 명으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노라.”

“완벽한 영원체에 십중심급의 힘을 가진 존재가 오천 명!”

영원체가 얼마나 적고, 수가 늘어나지 않는지 잘 아는 브라이트로는 경악할만한 숫자였다.

‘반신에게서 완벽한 신이 태어나고 그것이 혈족으로서 이어질 수 있다니 있을 수 없는 괴사였다.’

그리고 그것이 가진 의미에 전율했다.

‘초월자는 본래 지성체다.

반영원체이자 반초월자인 진리의 혈족이 영원체로 태어난다면 지성체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영원체의 수가 너무 부족해서 정신체를 만들어내었다는 사실을 잘 아는 브라이트로서는 소름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잘못하면 정신체는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읽은 현세계의 창조주는 웃었다.

“후후후후! 걱정할 것 없다.

그것은 끝없는 수련으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時調) 제 칠조 혈연유전(流轉有償)이 벌인 진정한 기적이기 때문이다.

단련의 정도에 따라서지만, 자신을 능가하는 후손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효과를 구현한 영원체는 진리 외에 아직 없다.

바람가의 가주조차 직계 단 한 명이 한계였다.

그러나….”

이것까지 알려주어야 하나 무엇인가 한참 고민을 하던 현세계의 창조주는 결국 입을 열었다.

“현세계 창세 이래 최고의 신족으로서 차후에 창조신장을 넘어서는 십중심과 비슷한 존재가 될 너는 진실을 알고 있어야 하겠지.

결정적인 이유는 개인의 발전에 국한된 제 팔조 윤회진화(輪廻進化)를 회색의 절대자와 진리가 보완해서 만들어내었다는 유상전생(有償轉生) 때문이다.

“유상전생(有償轉生)?”

브라이트는 나직하게 처음 듣는 권능의 이름을 되새긴다.

“과거로 존재 자체가 돌아가서 오류를 수정하여 자신만이 아니라 세계까지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영원체조차 경악한 권능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흐름조차 주관하는 이 권능 앞에 영원체 중 누구도 전투의 승리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

영원체들조차 두려워하여 상대하기 꺼리는 절대 권능은 처음 들었다.

그런데 현세계 창조주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이해가 갔다.

“유상전생(有償轉生)을 발동하여 실수를 수정할 수 있는 진리가 관여되어 있는 세계는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끝없이 발전하게 되어 있으니, 영원체들조차 진리를 창조주로서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세계의 창조주는 엄숙한 어조로 선언했다.

“명심하라. 브라이트여.

네가 원하는 대로 동족과 함께 영원한 잠을 자는 선택을 해도 좋다.

우주신을 생각하는 마음을 인정해주마.

너의 생각대로 나는 언제인가 우주신들도 함께 깨울 것이다.”

현세계 창조주가 업무를 끝낸 우주신 전부는 영원한 잠이 들라고 지시했으나 영웅신인 자신과 샤이니만은 열외였다.

그리고 창조신장의 자리를 맡으라는 지시를 거부하고 영원한 잠을 선택했으니 어찌 보면 창조주에 대한 대항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우주신들만 잠들게 하면 정말 영원한 잠에 빠져들 것을 알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내 의도를 알고 계셨구나.’

그런데도 변치 않은 신뢰를 보여 주고 있으니 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현세계의 창조주는 그런 브라이트의 의지를 읽으면서 천천히 말을 이어간다.

“그러나 진리의 유상전생(有償轉生)이 발동되었다면 넌 영원한 잠을 잘 수 없다.

네가 끝까지 고집하여 자는 사실이 바뀌지 않으면 바로 깨어나거나 잠들어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한다.

너의 빠른 각성이 현세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네가 세계에 이바지하는 한도 내에서 네가 필요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그것이 너의 희생을 전제로 해도 말이다.

이건 유상전생(有償轉生)의 주체라고 해도 예외가 없다.”

“!!!”

세계에 도움이 된다면 권능의 구현자조차 희생시킨다는 뜻이었다.

모든 권능이 구현자에게 도움이 되는 현실을 강화하는 쪽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진정한 이단이었다.

“유상전생(有償轉生)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흐름을 조정하기에 개인보다 세계가 우선인 절대 권능이지.

개인이 세계보다 강하지 않다면 희생을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금기이다.”

현세계 창조주의 진리와 가진 권능에 대한 설명은 그 이후로도 한참 이어졌다.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였기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는 브라이트였다.

“요즘 현세계의 음식 맛이 너무 떨어졌다.

영원히 사는 존재에게 식도락(食道樂)은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 중의 하나이지.

그런데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냐?”

“그렇습니까?

주의를 시키겠습니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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