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그렇게 염세적인 소리를 중얼거리던 캡틴 스왈로우는 선장 모자를 더욱 깊숙이 눌렀다.
“아무리 강대한 신이 개입한다고 해도 통합과 분열을 반복하는 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어.
어차피 분열할 은하를 뭐하러 통일하나?
모두 쓸데가 없는 짓이지.”
자신은 천국에서 제대로 수련을 받았다면 초월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에 포기했다.
“초월자가 된다고 해도 반복되는 간격이 길어질 뿐이야.
길어진 삶 동안에 고통과 부담만 늘어난다.
적당히 강하고 자유로운 지금 정도가 딱 좋아.”
검은 망토가 저절로 몸을 감싼다.
그리고 초능력자들을 지옥으로 떨어트리고 초월자가 되라며 몰아붙이던 아이언을 생각했다.
‘어린 소년의 모습이지만, 기세만으로 모든 초능력자를 제압했다.
그건 평범한 신이 아니야.’
고대문명의 후계자들도 아무런 소리를 하지 못하고 초월자를 향해서 매진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오싹 밀려왔다.
덜덜덜덜!
애써 비웃으면서 두려운 감정을 지우려 했지만, 다리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풋! 하지만 어린애가 세상에 대해서 뭘 알겠어.”
캡틴 스왈로우가 보기에는 아이언은 천족과 마족이 극도로 공경을 바치게 하는 높은 신격이나 존재감이 문제가 아니었다.
‘목적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혹함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걸 이룰만한 능력이 있다.
그런 존재를 전쟁과 변화를 이끌고 다니는 풍운아(風雲兒)라고 하던가?’
만약 같은 초능력자나 우주 해적으로 만났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거를 해야 할 정도로 지극히 위험한 냄새를 풀풀 풍기는 존재였다.
‘그런데도 신족의 최고위 창조신으로서 군림하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잠시 생각을 더 깊게 하고서 간부들에게 말한다.
“일단 바로 동면에 들어간다.
가사상태에 빠지면 어떤 신족도 발견할 수 없다.
그리고, 우주 전함의 동력원을 최저한으로 가동한다면 은하제국도 추격할 수 없다.”
숨어있는 것만으로는 안심이 안 되었다.
그래서 어떤 휴식도 없이 모두 동면을 한다는 말에 간부들은 잠시 당황했으나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를 표시한다.
“알겠소.”
“십 년 정도면 감시도 풀리겠지.”
비밀 은신처를 통째로 날려버린 에메랄드 여왕에게 잡히면 큰일이었기 때문에 불만은 없었다.
그리고 각자의 함으로 흩어져서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우우우우-!
우주 전함에는 장기간의 항해나 비상시에 대비해서 물자를 아끼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동면장치가 붙어있다.
거기에 누워서 모든 우주 해적이 잠들고 동면장치의 생명유지장치를 제외한 모든 동력원이 꺼진다.
모든 우주 전함이 서서히 휴면상태에 들어가는 모습을 살펴본 캡틴 스왈로우는 마지막에 동면장치에 들어가면서 생각했다.
‘에메랄드. 은하제국의 여왕에서 어서 내려와라.
그 자리는 죽음의 자리야.
제국이 분열되는 순간 네가 가장 먼저 희생될 거야.’
초능력이 자신보다 워낙 강하고 기질이 강해서 무서워했지만, 자신을 그렇게 사랑해주는 절세미녀를 싫어할 리가 없다.
하지만 에메랄드가 요구하는 대로 모든 것을 버리고, 단 두 명만 은하를 떠도는 유랑생활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시바! 아무리 미녀고 돈이 많으면 뭐해?
성격이 고와야지.
누가 그렇게 지독한 여자에게 결혼을 당하고 잡혀 살 것 같으냐?’
에메랄드 여왕의 상상을 초월한 집요함을 너무나 잘 알기에 피해 다닌 것이다.
‘그런데 정말 끈질기단 말이야.
아예 일백 년을 자 버릴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캡틴 스왈로우까지 동면에 들자 이제 새로운 은거지는 어디에나 흔히 있는 바위 행성에 불과했다.
그렇게 우주 해적들이 사라지자 의심이 가는 모든 지역을 감시선을 보내 직접 확인하던 에메랄드 여왕은 당혹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에도 없어?
도대체 어디 숨어있는 거야!”
행성 총독 일부는 아직도 비협조적이지만, 대부분은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은하계의 식민행성에서 얻은 정보를 모두 취합한 에메랄드 여왕은 은하계 지도를 전부 확인하면서 부지런히 추적을 계속했다.
‘추가로 조사했지만, 잔챙이 도둑들만 걸려들 뿐이다.’
아이언이 직접 나서면 우주 해적단에게 미래는 없었다.
그래서 그 전에 잡으려고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프롬 여제에게 연락하는 것을 깜박할 정도였다.
하지만 은하제국의 영역을 벗어나 동면까지 한 우주 해적을 찾아낼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 신족들도 흑염 도적단의 수색과정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수색 단계에서 이변이 발생하여 열 명의 최고위 창조신들이 모여서 당혹스런 모습으로 회의하는 중이었다.
“내 지역은 깨끗하다.”
“우리 쪽에도 없다.”
“그럼 어떤 조도 발견을 하지 못한 셈이 되나?”
아이언이 직접 개입하여 드디어 수색에 이어서 방해까지 성공시켰다.
덕분에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 한 명을 정기고갈로 몰아넣어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 뒤로 아무리 수색을 해도 발견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은하계 내부에서 우리의 탐지를 피할 수는 없다.”
“그럼 없다는 뜻이 되지 않는가?”
“은하계 외곽의 차원결계를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최고위 창조신들이 창조신계의 능력까지 끌어와서 조사를 시작했다.
그래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상황을 보고받은 영웅신 샤이니는 침중한 얼굴로 차원결계를 쳐다보았다.
굉장한 불안감이 밀려왔다.
“설마 외부로 도망쳤나?”
정밀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최고위 창조신 열 명이 창조신계의 전력지원까지 받고 은하계를 동시에 뒤졌는데도 못 찾았다면 외곽으로 도주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은하계를 둘러싼 차원결계가 경계지역의 좌표를 혼란을 시키고 있어 공간이동이 거의 불가능하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침반이나 돛도 없이 바다를 가로지르려는 불가능한 모험이다.
더구나 은하계 경계지역은 너무나 넓어.
장거리 공간이동을 하지 못하니 단거리 공간이동과 순수한 물리 이동을 한다고 가정한다면 얼마의 세월이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상대도 되지 않으면서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던 근원과 흑염 세력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들이 허계에서 절대계로 온 이유와 가진 권능을 생각하면 추측은 거의 확신으로 변해갔다.
‘상급자의 죽은 신체를 구출하기 위해서 창조주에게 도전한다.
참으로 무모한 존재들이지.’
더구나 그런 지고한 충성을 바치는 존재를 상징하는 깃발을 찢은 아이언과의 전면전도 피하는 냉철함도 가지고 있었다.
“으으음! 아이언과 싸우느니 경계지역으로의 기약 없는 위험한 항해에 들어간 것인가?”
영원한 잠을 잔다는 조건을 걸고 창조신계의 전력을 부었는데도 놓쳤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허허! 좌표 교란이 아니라 감지 장치로 할 걸 그랬군.”
설마 공간이동의 좌표가 교란된 위험한 경계지역에 뛰어드는 무모한 존재가 있으리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탓이었다.
아무리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어도 수억 년의 장구한 세월을 아무것도 없는 경계지역을 지나가는데 버틸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만약 경계지역에 뛰어들어서 물리 이동만 하고 있다면 최소한 수억 년의 세월이 걸릴 수 있기에 어느 정도 안심이다.
아무리 수십조의 정기를 가지고 있어도 그런 가혹한 항해를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들을 죽이거나 소멸을 시키려고 할 때 들어가는 막대한 정기와 피해를 생각하면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만약 내 예상대로 경계지역에 뛰어들었다면 흑염 도적단의 준동도 끝이다.
경계지역이 그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그 안에서 끝없이 헤매다가 신체는 정기고갈로 말라 비틀어지고, 신령은 미쳐서 사라지겠지.’
그렇게 흑염 도적단이 아이언과 정식 토적단의 작전에 견디다 못해서 공간좌표가 얽힌 경계지역으로 자살행위와 같은 도주를 했다고 생각한 샤이니의 생각을 최고위 창조신들도 점점 하게 되었다.
“어리석은 놈들이로군.”
“차원결계를 발동한 경계지역에서는 아무리 강력한 차원권능으로도 좌표를 잡을 수가 없다.”
“결계만 유지하면 알아서 내부에서 자멸할 것이다.”
거의 승리를 확신한 정식 토벌단이 은하계 외곽의 확인조사를 할 때 아이언의 환송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머무는 얼음궁전이 바뀐 모여든 창조신과 주신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번쩍! 번쩍!
아이언의 신력을 지속해서 받아서 진화한 얼음궁전은 이제 수정궁전이 되어서 눈 부신 빛을 뿌린다.
주신전 앞의 거대 광장을 거의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이 궁전을 이렇게 바꾸려면 들어가는 창조력을 계산한 모두는 할 말을 잃었다.
“….”
“….”
아무리 자신의 편이라고 해도 무력이 너무 뛰어나면 두렵다.
‘누구도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아이언 정도라면 공포 그 자체다.’
‘그러나 이렇게 창조력까지 엄청나다니 놀랍구나.’
엄청난 창조력을 보니 저절로 존경심이 일어났다.
아이언이 흑염 도적단의 준동을 이용하여 벼락출세한 초월자 영웅신이라고 애써 평가를 낮추던 신계관리주신들은 인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정도의 창조력이라면 창조신장님을 제외하고는 적수가 없겠어.”
“한순간에 스치고 지나갈 폭풍이나 유성이 아니었구나.”
“창조신장도 바라볼 수 있을 정도의 창조력이야.”
신계관리주신들은 질투심이 많은 창조신장님이 들으면 지극히 위험한 소리를 하는 주변을 단속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가장 먼저 들어와서 파티를 위해서 준비된 알현실을 본 것이다.
좌르르르르르ㅡ!
공간이 크게 확장된 알현실은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커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큰 공간을 빈틈없이 가득 채운 수정 탁자에는 음식들이 늘어져 있었다.
‘중앙 신계의 창조신과 주신을 합해도 삼백 명도 안 된다.’
‘그런데 이건 거의 삼백만 명이 동시에 먹을 수 있을 정도다.’
더구나 준비된 음식들은 모두 총요리장이 심혈을 기울여서 조리한 엄청난 고급이었다.
이 요리들이 모두 아이언이 창조력으로 만들어낸 것을 확인한 신계관리주신들은 머리가 어질해질 정도였다.
“통…통이 너무 크신 것 아니야?”
상위 존재가 신력을 담아서 만들어낸 요리는 당연히 하위 존재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보물이다.
그리고 저 멀리에 수정 의자에 앉아서 아직도 음식을 만들어내고 있는 아이언의 모습을 보고서 허둥지둥 달려가기 시작했다.
“신계의 법도에 의하면 이렇게 직접 준비한 음식은 다 먹어야 끝난다.”
“모두 모였다고 말해서 멈추시게 해야 해.”
아이언이 이걸 전부 먹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면 환송 파티를 몇만 년을 해야 할 판국이었다.
그렇게 달려온 신계관리주신들이 아이언의 앞에 와서 황급히 허리를 숙이면서 외친다.
“모두 모였습니다.”
신계 주신에게도 하지 않는 정중한 인사를 받았지만, 아이언은 시큰둥한 표정을 하고서 중얼거리기만 하고 있었다.
“망했군.
완전히 뒤틀렸어.
이걸 어떻게 수습하지?”
흑염 도적단이 천삼 은하계에서 발견이 안 된다는 보고는 당연히 최고위 창조신인 아이언에게 전달이 된 지 오래였다.
그래서 기계적으로 음식을 만들면서 고민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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