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229화 (1,140/2,000)

34권 35권

커다란 은혜였다.

그래서 반란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최후의 순간까지 총독으로 선을 갈아타는 것을 망설였던 총 제독이었다.

초능력자와 기계 병기의 전투로 참혹하기 짝이 없던 아이 시절을 되새김하는 총 제독에게 이곳은 의심할 필요가 없는 지옥이었다.

물론 옆에서 알짱거리는 검은 구름 모양의 악령들도 많이 있지만, 전쟁터에서 구르다 보면 많이 보이는 현상이니 그러니 했다.

“이것들은 여기도 많이 있네?”

다만 시야를 막는 일은 문제였다.

천족과 마족 때문에 해를 못 끼치지만 바로 근처에서 해골을 가져다 대면서 마기로 위협하는 악령들이었다.

어지간한 인간은 바로 기절을 할 정도의 기운인데 겁을 먹기는 고사하고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젓는 총 제독이었다.

“쉭! 쉭! 쉿! 저리 가라! 응?

전투가 안 보이니 저리 가라고!

이 환상들아!

어차피 너희가 나에게 총을 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총 제독의 생각에는 전쟁터에서 무서운 것은 무기를 들고 덤비는 적이지 죽은 유령이 아니었다.

그런 생각으로 총 제독이 진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질려버린 악령들이 조금씩 물러난다.

아직 이성이 있는 악령 중에서 제국의 군인들도 있어서 총 제독을 알아본 탓도 있었다.

‘물러나라.

우주군 총 제독님이시다.’

모습은 젊어졌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욱 알아보기 쉬웠다.

제국에서 선전물로 뿌린 총 제독의 영상은 대부분 젊거나 미화시킨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총 제독을 알아본 악령들이 합심해서 다른 악령들을 물러나게 한다.

제국과 연합을 가리지 않고 우주군의 살아있는 역사로서 존경을 받은 덕이었다.

‘끝까지 살아남겠다고 설치더니 결국 산채로 지옥에 왔구먼.’

‘저들처럼 신에게 뭘 잘못한 모양이지.’

물론 나쁜 감정을 가진 악령도 많기에 두고 보자는 측면도 강했다.

그렇게 악령들이 거리를 두어서 다시 시야를 확보한 총 제독은 아이언이 준 가방을 양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무력하기만 했던 어린 시절과는 달라.

내게는 지금 힘이 있다.

뜻대로 움직이는 신의 함대가 있단 말이다.’

보기에는 장난감이지만 은하제국의 최신함정을 능가하는 열대의 우주 전함이었다.

총 제독은 가방의 손잡이를 꽉 잡으면서 물었다.

“내가 지옥에서 해야 할 일이 저것들의 파괴인가?

그런데 저 초능력과 기계 병기를 쓰는 인형 병기들을 얼마나 처단하면 내가 초능력자가 되지?

얼마나 파괴를 해야 이 지옥에서 나갈 수 있냐고?”

영웅동맹과 용자동맹의 전투는 천족과 마족조차 기가 질릴 정도로 투기와 살기가 넘쳐났다.

많은 제약이 있지만, 창조신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막강한 전력이라고 들었다.

‘창조신계도 손을 못 대던 흑염 도적단조차 막아냈다고 하던가?’

‘과연 가공할만한 위력이다.’

그런데 평범한 인간 주제에 덤비겠다는 물음에 천족과 마족은 왜 아이언이 가호를 내렸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은 지옥의 상황을 웃으면서 보고 있던 아이언이 해주었다.

“풋! 일백 개로 해주마.

그러면 천국과 현실로 가는 문을 다시 열어주마.

영웅왕이나 용자왕은 하나만 잡을 수 있어도 초월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창조신들조차 어쩔 수 없는 장갑을 가진 영웅왕과 용자왕을 쓰러트릴 힘은 장난감 함대에 당연히 없다.

그러나 아이언이 보기에 총 제독은 초월자 될 자질이 충분했다.

‘희망은 언제나 달콤하지.

하지만 불가능인가?

그렇다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창조신에 비견되는 지배자급 초월자가 되어서 자신이 준 함대를 늘리고 강화하면 상대는 가능할지도 몰랐다.

‘초월자는 고사하고 초능력자도 지금은 안 돼.

수많은 환생을 통한 영혼의 단련이 필요하다.’

내버려 두면 알아서 크겠지만,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미래의 누군가로 판정이 되었기에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

‘총 제독은 크롬 여왕을 모시는 차원 열차들의 차장이로군.

역시 과거 아이언과 연관되어있던 주요인물들은 모두 이 은하계에 모여있다.’

정보행성 코아의 정보로는 차원 열차의 차장은 크롬 여왕이 에메랄드 여왕 다음으로 유능한 지휘관이라고 보증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래간만의 손님 대접을 한다고 실수 연발을 하던 모습을 보고서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고 했다.

‘제국의 총 제독이 크롬 여왕이 가진 차원 열차들의 총 차장이 되어 있던가?

그럼 단련 부족이 아닌가?

지옥에서 동맹들과 전투라면 충분한 수련이 되겠지.’

자신의 개입으로 삭월(朔月)의 시즈지부터 커다란 변화가 커졌다.

‘혼자서 신계의 잔해를 재생시킬 수 있을 정도의 창조력은 그 당시에는 없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아무 계승권이 없이 대충 살다가 은하제국을 이어받고 진심을 보인 에메랄드 여왕의 능력 상승도 심상치 않았다.

아무리 함대 지휘에 특화되어 있다지만, 초능력자 주제에 행성 범위의 함대를 단번에 지배하다니 상식 밖이었다.

‘이대로 두면 에메랄드 여왕이 너무 강해질 우려가 있다.’

물론 강해진다고 아이언의 위에 올라설 수는 없다.

앞으로 행보에 문제가 있을 수는 없으나 그만큼 미래의 변수가 커진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것이다.

‘과거 아이언에게 강제로 초월자가 된 이후 원망하면서 오백억 년을 미망인 행세를 하면서 복수를 위해 살았다고 하던가?

그보다 더한 꼴을 내가 볼 수는 없지.’

에메랄드 여왕이 그렇게 마음대로 살 수 있던 이유는 함대의 여왕이라는 대체할 수 없는 전력인 점이 컸다.

‘동등한 전력을 가진 제독이 삭월(朔月)의 시즈지 휘하에 있다면 정신을 더 차리겠지.’

위기감을 느끼면, 그렇게 제멋대로 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진심을 담아서 격려한다.

“정말 모처럼 가호를 내려주었으니 잘 커라.”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지옥에 떨어졌지만, 아이언이 지켜보고 있음을 깨달은 총 제독은 안심이 되었다.

아무리 의심이 많고 신에 대한 불신이 커도 지옥에 떨어졌으니 망설임 없이 가방을 열면서 공손하게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위력을 추정할 수 없는 초능력과 생소한 기계 병기를 사용하는 인형 병기들이 상대지만 우주 함대가 자신에게 있는 이상 무서울 것이 없었다.

철컥-!

가방이 열리고 속에 있던 축소된 열대의 우주 전함이 날아오른다.

양팔의 겨드랑이를 천족과 마족에게 잡혀서 날고 있지만, 조종기를 잡는 손에는 힘이 넘쳐났다.

우우우우웅-!

조종기를 통해서 우주 전함들을 완전히 장악한 총 제독은 뜻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어차피 전투에 적합하지 않아서 뒤로 밀린 인형 병기들 일백대 정도는 바로 정리하겠습니다.

인형 병기가 아무리 강해도 인체를 기반으로 하는 구조로 인하여 공격범위가 좁을 수밖에 없다.

접근전만 허용하지 않는다면 결코 주포를 사용하는 우주 전함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우주 전함의 주포로 원거리 공격을 하면 끝장을 내줄 수 있다.’

제국의 현역병 시절에 수많은 인형 병기를 전투기로 파괴했던 자신감에 호언장담까지 하는 총 제독이었다.

“제국군대의 꽃은 역시 우주군이죠.

그것도 우주 전함에서 대형 주포로 쏘아대는 집중사격이 최고입니다.

은하제국 우주군의 힘을 알려주겠습니다.”

“후후후! 기세가 좋아!

요즘 저 녀석들이 천국과 지옥에 익숙해졌는지 능력 향상이 지지부진하다.

그러니 정신을 바짝 차리게 혼을 내줘라.”

이것은 무리한 주문이 아니었다.

영웅왕이나 용자왕은 어쩔 수 없지만, 개조된 인형 병기는 총 제독이 가진 우주 함대로 충분히 파괴 가능했기 때문이다.

“맡겨만 주십시오!”

지옥에 오면서 신계로부터 정보를 받은 총 제독은 정말 자신이 있었다.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는 우주 전함 열 대가 있다.

그런데 겨우 구형 인형 병기 일백대를 못 부수면 제독의 자리를 내려놓아야지.’

너무 쉽다는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푸흐흐흐흐흐. 초능력자나 기계 병기가 원거리에서 쏘아지는 전함의 집중포화를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바로 일을 끝내겠으니 천국으로 가는 파란 문만 열어주십시오.”

아이언은 인형 병기 일백대를 부수면 천국과 현실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고 했다.

그런데 또 판단착오로 현실로 가게 될까 봐서 한 걱정이었다.

‘총 제독까지 되어본 이상 더는 우주군에게 미련이 없다.

힘든 현실 따위는 안녕이다.’

기껏 젊음을 되찾았는데 현실로 가면 다시 노인이 될지도 몰랐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지만, 신이 가호를 내려준다.

그래서 신계에서 출세할 생각을 굳힌 총 제독이었다.

아이언은 그런 생각을 읽으면서 웃어주었다.

“카하하하하하! 현실로 가는 문은 필요 없고 천국으로만 가는 길을 열어달라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더니 현실에 관심이 끊긴 모양이구나.

하긴 정말 신이 있고 천국이 존재한다고 믿으면 모두 그렇게 되지.

일만 잘하면 당연히 그렇게 해주마.”

“감사합니다.”

초월자 혁명을 대비하기 위해서 수십만이 넘는 영웅동맹과 용자동맹을 길러내고 있는데 겨우 지성체 하나를 추가하는 상황이 부담될 리가 없었다.

‘초월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존재의 지원은 문제가 있을 리가 없다.’

다만 방금 총 제독의 말에서 아이언은 약간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마를 찡그리면서 주의를 시킨다.

“전투에 원거리 포격이 확실히 유리하기는 하다.

가까이 오기 전에 집중포화로 쓰러트리면 아무런 피해가 없이 승리할 수 있지.

그런데 누군가가 그렇게 생각하고 권능과 마도를 원거리로만 만들다가 특이한 존재들에게 완전히 털렸다.

과신과 편중은 안 좋아.”

“?”

바로 차원의 마도신의 경우였다.

원거리 특화는 수많은 용병신 전투를 치르면서 내린 결론이었고 실제로 상승불패(常勝不敗)의 전투의 신이란 영광스러운 명예를 누리기도 했다.

‘상처 없이 이기겠다고 원거리 포격 전문의 권능과 마도에 몽땅 투자했다가 완전히 망할 뻔했지.

고위직에 올라갈수록 수준이 높아지는 상대가 어지간해서는 맞아주지를 않거나 그대로 버티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차원의 마도신이 신계 주신이 되고 나서 겪었던 전투 중 최악은 전능신족(全能神族)의 영웅신인 전능의 휘(全能의 輝)와 주신장의 직위를 건 결투였다.

그때의 상황을 정보로서 전달받고 떠올린 아이언은 혀를 찼다.

‘쯧! 그대로 소멸할 뻔했지.

실제로 한번 당했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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