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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225화 (1,136/2,000)

34권 35권

황궁을 온 속도보다 더 빠르게 뛰어나간 제독들은 정신없이 참모들에게 지시를 쏟아내었다.

그들도 갑자기 계급장이 사라져서 망연자실했지만 떨어지는 명령에 정신이 확 들었다.

“프롬 여제님의 명령이다.

치안부를 모두 제압하고 계급장을 회수하라.”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오래간만에 떨어진 칙령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초능력자 지휘관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예산 감축에 팽배해있던 제독들의 불만을 잘 알고 있기에 의아함을 느꼈다.

그러나 다음 말에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

“끝까지 저항하는 자는 사살해도 좋다.”

“!!!”

이건 치안부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이야기였다.

‘치안부의 반란을 우주군에게 진압하라는 뜻으로 일단은 이해한다.’

우주 함대나 대형 전투 병기로 제압하면 희생이 크니 몰래 진압하라는 식의 명령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건 월권이었다.

‘지상군이 있는데 우주군들이 나설 이유가 없다.’

더구나 자신들은 몇 배의 봉급과 높은 직위를 약속한 총독들의 행성으로 재배치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제독님. 총독들의 제안…”

보안회선이라고 막말을 하는 참모들의 눈치 없음에 기겁을 한 제독은 일단 소리부터 쳤다.

“닥쳐! 각 우주군은 소속에 따라서 여제님의 칙명에 의해서 움직인다.”

총독과 제독들의 대화도 최고 수준의 보안을 유지하고 했는데 모두 녹화를 당했다.

은하제국의 도청과 암호해독 능력이 상상을 초월하게 발전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참모들은 지금 상황에서 무조건 따를 수가 없었다.

“제독님! 함정이 없고 무기도 부족합니다.”

“더구나 계급까지 여제님의 칙명에 의해 취소가 되어서 병력들이 혼란해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치안부를 제압하고 계급장을 회수하라니요?

이건 설명을 해주셔야 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이번에는 제독들도 당혹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부하들이 설명을 요구하다니 연합과의 전쟁 때에서는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었다.

같이 여왕을 배신하고 총독들에게 가기로 약속할 정도로 관계가 돈독한 참모들이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전쟁이 끝나니 역시 명령만으로 움직이지 않는군.’

‘여제님과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적이 없으면 군대가 아니고 상급자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도적 떼라는 명예대공의 말이 심장에 말뚝처럼 박혔다.

그리고 그제야 제독들은 왜 명예대공이 계급장을 전부 회수했는지도 알았다.

‘전쟁은 끝났으니 시대도 변했다.

적을 얼마나 죽였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명령에 충실하게 결과를 내었는가로 바뀌었다.’

지휘체계는 남겨두었으니 징계만이 목적이 아니라 하부조직의 이런 변화를 깨달으라는 조치였다.

‘시위를 진압하라는 여제의 말을 따르지 않고 있는 치안부를 적으로 규정해주었다.’

‘치안부의 계급장을 전과로서 쟁취하라고 했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회수한 계급장을 독점하여 이 기회에 참모들을 재편성하려던 계획에서 한발 물러 나아야 할 상황이었다.

평화로운 시대에 군인을 움직이려면 역시 진급이 최선이었다.

“회수한 치안부의 계급장이 동급이상이면 본인의 계급으로 인정한다.”

“…”

통신망이 일순 침묵에 잠긴다.

지금 이게 무슨 소리인지 도저히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은하제국 명예대공(銀河帝國 名譽大公) 아이언님의 약속이며 프롬 여제님께서 인정하셨다.”

“…”

그래도 조용한 통신회선이었다.

이것도 틀렸다고 생각을 제독들이 하는데 험악한 대답부터 들려왔다.

“그것부터 말씀하셔야죠!

진짜 늙으셨습니까?”

“이런 젠장! 겨우 얻은 계급장이 갑자기 사라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십니까?”

“월급계좌도 막혔다고요!”

순간에 불평불만을 쏟아부은 참모들은 이 대화를 지휘관들에게 개방해놓았는지 바로 지시에 들어간다.

“모두 들었지?

해고가 아니다.

우리는 여제님의 칙명으로 이제부터 치안부가 된다!”

“치안부의 간부들이나 형사들을 잡아서 해직을 시키면 그 자리는 우리 것이 된다.”

“그러니 가까운 치안부를 싹 갈아엎어 버려!”

“특히 고위 책임자는 절대로 놓치지 마라!”

“병사들에도 확실히 주지시켜!

이번이 실업자가 되지 않을 마지막 기회라고 말이다!”

“우우우우우우!”

지휘관들의 대답 소리가 울림이 될 정도로 동시다발적인 응답이 울린다.

그리고 점검하는 소리가 울리다가 어떤 참모가 묻는다.

“그런데 치안본부에는 누구를 보낼까요?”

거기에는 우주군의 총 제독과 같은 직위인 치안 장관이 있다.

즉 치안본부를 제압하면 새롭게 만들어진 치안함대의 총 제독이 된다는 뜻이었다.

“그건 당연히 내 우주군이 가야….”

반사적으로 자신의 우주군을 보내려던 제독은 주변 제독들이 죽일 듯이 쳐다보자 입을 다물었다.

주변에 부하도 없으니 정말 주먹다짐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가장 먼저 설쳐야 할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총 제독이 없다!”

“그러고 보니 없네?”

분명 자신들을 소집해서 우주 함대의 긴급 정지명령을 넣으려 했고 실패하자 같이 황궁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화면에 나타난 명예대공을 보자마자 입을 꽉 다물었다가 같이 물러 나온 총 제독이 옆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당황도 잠시였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지금 우린 계급도 없다!”

“사태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어디로 가서 뭐 하고 있어?”

지금 급한 일은 총 제독의 안위가 아니라 자신의 직위와 계급이었기에 모두 흩어진다.

더구나 최고의 자리에 오를 기회이기도 했기에 전용차에 타면서 다른 제독들에게 외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치안본부는 마지막에 제압한다!”

“누구도 건들지 마라.”

“먼저 가면 가만두지 않겠어.”

잠시 제독들의 관심 대상이었다가 잊힌 총 제독은 아이언의 앞에 엎드려서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

‘왜 나만?’

제독들과 똑같이 나갔는데 바로 혼자만 순간 이동으로 불려왔으니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부른 존재가 프롬 여제인줄 알았는데 아이언을 비추고 있는 화면이 자신의 앞에 다가온다.

그러자 누가 자신에게 용무가 있는 줄 깨닫고서 물었다.

“명… 예대공 은하유성(名譽大公 銀河流星) 아이언님. 왜 저만 남겨두셨습니까?”

화면 너머의 아이언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한다.

“훗! 너만 나에게 만세(萬世)라고 해서 기분이 나빠서야.”

“만세(萬世)가요?

그게 뭐가 문제입니까?”

그런 대화에 여제의 자리에 앉은 프롬 여제가 지극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일억 년이 한세대인 신족에게 만년만 살라는 뜻은 유아신에서 죽으라는 소리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저주 같은 말이지.’

총 제독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르니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더욱 땀만 흘리면서 대답했다.

“아! 원래 대공님은 천세(千歲)였죠.

죄송합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

총 제독의 천연덕스런 대답에 웃음기가 가득하던 아이언의 얼굴에서 은은한 분노의 표정이 떠오른다.

그러자 고개를 더욱 숙이면서 벌벌 떨기까지 하는 총 제독의 모습에서 프롬 여제는 이상함을 느꼈다.

‘무수한 초능력자들까지 문제없이 관리하던 총 제독이 절대로 저렇게 쉽게 굴복할 리가 없어.

그리고 이상하게 일이 너무 쉬웠어.’

최고위 창조신인 아이언의 존재감은 당연히 지성체가 견딜 수준은 아니지만, 화면 너머라서 큰 영향은 없었다.

즉 아이언은 단순한 금발의 절세 미소년처럼 보이는데 산전 수준을 다 겪고 제국의 총 제독까지 된 위인이 이렇게 떨 이유는 없었다.

‘총 제독이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아무리 우주 함대가 없어도 이렇게 쉽게 풀리지 않는다.

설마 아이언이 누구인지 알고 있나?’

직위의 차이가 커도 아이 앞에 노인이 엎드려서 떨고만 있다.

아무리 보아도 그 이유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언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총 제독에게 묻는다.

“장난 그만하고 내가 어떤 존재인지 대충은 알지?

너 정도의 존재감을 가진 상태에서 무덤에 한 발 들여놓을 정도로 늙었으니 초능력자가 아니라고 해도 담당 천족과 마족을 눈치를 챘겠지?

그들이 뭐라고 하더냐?”

그 질문에 덜덜 떨고만 있던 총 제독의 표정이 확 변했다.

그렇다고 엎드린 자세에서 일어나지는 않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말한다.

“늙으면 엎드려 있는 일도 힘드니 이해를 바랍니다.

꿈에서 만난 그들은 대공님이 위대하신 신이니 절대로 거역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더군요.”

지금까지 겁이 질렸던 표정이 연극인 양 당당한 표정이었다.

은하제국의 우주군을 총괄하는 총 제독다운 당당한 표정과 자세에 프롬 여제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총 제독은 마치 불이라도 토해낼 것 같은 눈빛과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제국은 신! 아니 정체 모를 존재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은하제국은 인간의 나라입니다.

결코, 정체 모를 존재들의 노예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다시 흩어지는 것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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