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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223화 (1,134/2,000)

34권 35권

그런 참모들의 보고를 받은 총독의 얼굴의 미묘하게 변했다.

이제까지 장황한 내용의 공문을 받고 문장 해석을 놓고 본성과 줄다리기를 했는데 이번 짧은 공문에 불안감을 느낀 것은 마찬가지였다.

일단 총독이 되니 더 많은 권력과 재물을 얻고 싶었다.

‘에메랄드 여왕이 이끄는 본성의 우주 함대를 당할 방법이 없다.’

본성의 우주 함대가 무서워 대놓고 반역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 일로 야금야금 자치권을 얻어오려 했고 어느 정도 성공했는데 이번 공문은 무엇인가 아주 달랐다.

참모들의 통합 의견에 총독은 깊은 생각에 잠겨서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르렸다.

뚜뚜뚜뚝-!

초능력자들이 사라져서 대신에 오른 총독 직위였지만 결코 무능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유능했기에 환한 빛에 휩싸인 공문을 쳐다보고 있으면 붉은 피가 떨어지는 환상까지 보였다.

‘마치 선전 포고처럼 보이는군.

그렇다고 본성에 우위를 누릴 수 있는 이런 절호의 기회를 흘려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깝다.’

그런 총독의 반응을 본 참모들은 내심 혀를 찼다.

‘쯧! 안도와 억울함이 반쯤 섞였군.’

‘초능력자들이 있을 때는 관리직에 만족하더니 총독이 되더니 욕심만 늘었어.’

참모들이 보기에 제국의 최고 과학자였던 프롬 여제와 함대를 다루는 에메랄드 공주의 전력은 아직 막강했다.

일시적인 정치적인 약세에 불과하니 최후의 통보와 같은 이런 명령이 도착하면 이 정도로 물러서야 했다.

그러나 총독은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기에 다른 선택을 한다.

“본성의 첩자들에게 명예대공의 정체를 확인하라고 해.

성향, 취향 전부 조사하고 그다음에 판단한다.”

상대를 알고 나서 협상을 하겠다니 어찌 보면 합리적이기도 했다.

참모들은 본성의 우주 함대도 이번 일로 심각한 지휘 문제를 겪고 있음을 알기에 동의를 하고 물러났다.

이번 사태로 일반 시민과 군대의 흔들림도 심각했다.

‘초능력자나 기계 인간, 개조 인간들은 대부분 지휘관이나 지배층인데 그들을 잃은 군대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군 장성들은 독립이나 자치를 원하는 우리와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

전쟁이 끝나면 당연히 군대는 줄고 가장 먼저는 싸울 상대가 없는 우주군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여차하면 집단항명까지 할 기세였던 우주 함대의 간부들이었다.

그런데 우주 전함의 인공지능들이 일제히 이상을 알렸다.

삐이이이이-! 삐이이이잉-!

본성과 주변 방호 위성에 대기 중이던 모든 우주 함대에 비상이 걸린다.

연방을 흡수한 지금 본성에 어떤 적이 침입을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워하는 간부와 군인들에게 정신없는 보고가 연이어 올라온다.

“삐-! 전달합니다.

엔진에 심각한 이상이 발생했습니다.

지극히 위험하오니 모두 퇴함을 하시기 바랍니다.”

“삐-! 운영시스템에 해킹이 들어왔습니다.

시스템을 동결해야 하기에 생명유지시스템을 제한합니다.

모든 승무원께서는 비상 탈출하시기 바랍니다.”

급작스러운 퇴고 명령에 놀랄 틈도 없었다.

인공지능의 경고와 동시에 합의 생명유지시스템이 정말로 정지되고 비상통로만 빛을 발산한다.

치이이이이-! 파아아아아-!

공기가 줄어가고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공황에 빠진 군인들이 허둥지둥 비상통로로 도망을 쳤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곧 이상함을 깨달았다.

“뭐야?”

“우리만이 아니다!”

착륙해 있던 모든 전함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이다.

우주 공간에 순찰 중이던 함에서도 비상 탈출함이 끝없이 배출되고 있었다.

“설마! 인공지능의 반란인가?”

수십 겹의 제한이 걸린 인공지능의 반란이라는 황당한 생각이 드는 사태였다.

그리고 그 생각은 그래도 함을 지키겠다고 우주복을 입은 승무원을 작업 기계가 밖에 내던지는 꼴을 보고서 확신으로 굳어졌다.

“삐! 인간은 위험하니 나가십시오.”

“우와아아아아-! 기계의 반란이다!”

“기계들이 드디어 미쳤다.”

전함에서 강제로 내쫓겨진 군인들이 지르는 비명과 외침이 통신망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이런 사태에 준비된 절차대로 신속하게 진행을 추진하는 군대의 지휘부였다.

‘인공지능의 위험성은 모두가 알고 있기에 대비를 하고 있었다.’

물론 서로에 대한 책임 전가도 잊지 않았다.

“이래서 내가 너무 자동화하지 말라고 그랬지 않나!”

“예산을 절약했잖아?

업자들한테 먹은 것이나 토해내고 그딴 소리를 해!”

“그만 닥치고 긴급 정지명령을 넣어!”

은하제국의 함정을 긴급정지시키려면 혼자의 의사로는 안 된다.

그래서 다급하게 모인 우주군 장성들이 모든 전함의 인공지능을 멈추는 최우선 명령어를 생체정보와 함께 연이어서 입력했지만 먹히지가 않는다.

“이럴 리가?”

“이건 인공지능이 간섭할 수 없는 독립체계다.”

“접촉 불량일 수 있으니 다시 넣어.”

몇 번이나 반복해서 넣은 명령어는 함대를 멈추지 못하고 대신에 하나의 문장을 출력한다.

그 문장을 읽은 군 지휘부는 한순간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우리의 여왕 폐하를 위해?”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지만, 정지명령을 무시한 모든 우주 전함이 일치된 답변만을 보낸다.

그렇게 모든 군인을 추방한 함대가 일제히 우주로 날아오른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약간의 오차도 없는 질서정연한 출발 대열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갑자기 모습을 나타낸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함선의 모습을 본 우주군 장성들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이 되어간다.

아름다운 여성이 왕관을 쓴 채로 양팔을 앞으로 해서 턱을 괴고, 비스듬히 누워 있는 모습을 한 초대형 함선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퀸 엘리자베스호!”

엘리자베스는 아주 먼 이야기로 전해지는 적대국의 상선을 털도록 해적을 지원했다던 섬나라 여왕의 이름이었다.

그 유례대로 가장 악명 높았던 해적단들을 이끌고 연합을 털고 제국의 변방까지 동시에 약탈했던 전설적인 함선의 등장이었다.

모든 전함을 어이없게 빼앗긴 멍해졌던 우주군 장성들은 거센 비명을 지르면서 황궁으로 내달렸다.

“프롬 여제님에게 가야한다!”

“에메랄드 여왕님이 또 해적으로 되돌아가셨다!”

에메랄드 여왕이 공주 시절에 해적을 했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가끔 제국의 변방 행성도 당했으나 조사해보면 본성의 통제가 약한 틈을 타서 횡포를 일삼던 악질 총독들이라서 우주군들은 오히려 응원하는 쪽이었다.

‘정체를 숨기고 연합의 세력을 부수고 다니는 것으로 이해했다.’

‘복잡한 정치적인 관계를 무시하는 좋은 패였지.’

연합의 행성과 수송단은 무차별로 털렸으니 전략적인 효과로 보면 제국 변경의 부패한 행성 하나둘은 잃어도 남는 장사였다.

‘이번에는 요새나 함대 대신에 은하제국의 우주 함대가 통째로 빼앗겼으니 문제의 규모가 다르다.’

에메랄드 여왕이 함대를 조정하는데 특화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일만 척이 넘는 정예함대를 순간에 지배할 줄을 몰랐던 우주군 장성들은 절규하면서 달린다.

“내 함대만은 안 돼!”

“빨리 프롬 여제님께 보고해야 한다!”

적이 사라진 군대는 사라지지 않으면, 내부 권력투쟁으로 목표가 바뀐다.

그래서 프롬 여제보다 더한 직위와 부귀를 약속하는 변경 행성들에게 흔들렸던 마음은 힘의 근원인 모든 우주 함대를 빼앗김으로써 사라져버린 장성들이었다.

그리고 황궁의 알현실에 달려온 장성들을 기다리는 것은 어린아이의 커다란 웃음소리였다.

“카하하하하하! 이거 대단하네.

행성 영역의 전함들을 단숨에 지배해 버렸어.

이러면 초능력이 아니라 거의 권능인데 말이야.

왜 끝까지 포기하지 못했는지 알겠어.”

알현실에 마련된 세 개의 여왕의 자리 가운데에 프롬 여제가 앉아있고 옆의 두 자리는 비어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정면의 허공에 나타난 큰 화면에는 아이언이 웃고 있었다.

그들은 에메랄드 여왕이 탑승한 퀸 엘리자베스호를 따라서 일제히 공간이동으로 사라지는 우주 함대를 감탄하면서 쳐다보고 있던 것이다.

“에메랄드 여왕의 초능력이 이 정도로 배나 함대에 관한 지배에 특화되어 있었나?

그럼 적당한 수준의 우주 함대만 있다면 지성체들에게는 거의 무적이군.”

더구나 아직 초능력자인데 벌써 행성 하나의 영역을 지배하고 있었다.

앞으로 수준이 높아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범위를 생각하면 엄청난 전력이었다.

‘전함과 배란 개념에 특화된 지배의 초능력이다.

최종적으로는 전함이며 운영에 인공지능을 사용한다면 무조건 지배를 하는 권능이 되겠지.

조금만 더 강해지면 적군의 함대도 강제통제가 가능해지겠어.’

에메랄드 여왕의 함대지배를 피하기 위해서는 인간만으로 조정하는 구식함정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당연히 인공지능이 포함된 최신함정과 상대가 될 리가 없다.

‘더구나 구식함정이라고 해도 초월자가 된 에메랄드 여왕의 지배영역에 들어간다면 무조건 탈취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적은 철저하게 원거리 전술을 해야 하는데 그녀의 함대 운영이나 지휘능력도 최고 수준이다.’

대규모 함대를 동시에 조정하는 에메랄드 여왕의 집중포화를 이겨낼 수 있는 지휘관이 있을 리가 없다.

‘우주 공간에서 함대 전투라면 어떤 자성체의 전력으로도 에메랄드 여왕을 이길 수 없다.

이번 일로 함대의 지배능력을 확실하게 파악한 아이언의 분석결과는 에메랄드 여왕은 함대전에서는 상대할 적이 없다였다.

‘함대전에는 무적인가?

과거 아이언이 왜 강제로 에메랄드 공주를 초월자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될 정도의 힘이다.’

그런데 갑자기 나온 아이언이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에 약간의 의문이 생긴 프롬 여왕이었다.

‘무슨 뜻이지?’

이상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불안했지만, 에메랄드 여왕이 본격적으로 나서주었으니 최소한 우주 해적은 처리가 끝난 것으로 보였다.

‘에메랄드가 진심으로 나선 이상 끝이다.’

에메랄드 여왕은 대규모 함대를 운영하여 적을 격멸하는 능력만은 누구도 따라올 수 존재였다.

그러니 우주 해적들의 운명은 종결이 되었지만, 다만 약간의 우려가 있었다.

‘설마 본성의 함대를 가지고 그대로 우주 해적의 편에 붙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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