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어떤 존재도 창조주님이 만드신 영혼이나 신령을 가진 지성체와 정신체를 직접 잡아먹어서는 안 된다.
이건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었다.
‘영혼과 신령은 창조주님의 것이다.
그러니 누구도 용서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무리 강해도 식인종이 인간의 영웅이 될 수 없지.
근원 정도 되는 존재라면 모를 리가 없는데 변신하면 완전히 돌아버리나?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것이 한계인 모양이니 진짜 못 쓰겠군.’
상황은 급했다.
최상급 창조신이 변신한 근원에게 산채로 잡아먹힐 판국이다.
더구나 그 상대는 카르마의 계약서로 인하여 반드시 살려야 할 상대였다.
그러나 아이언은 즐겁게 반응한다.
‘후후후후! 하지만 강해.
현세계에 유아신의 신체로 부활하고 하고 나서 처음으로 긴장하게 하는 살기와 투기가 뒤섞인 강대한 기세로군.
다시 마주칠 미래가 즐겁겠어.’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으면서 한 장의 천 뭉치를 만든다.
우웅-!
그리고 안주하지 않는 폭주로 연결된 아오 시바를 목표로 하여 바로 앞 공간에 구멍을 열고서 던져 넣는다.
‘고유세계의 영향으로 신체가 이동할 수 없지만, 아주 작은 구멍은 가능하다.’
대신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시공간의 구멍이다.
그리고 평범한 천이라 반발력이 적었기에 공간이동에 성공한다.
그대로 천 뭉치를 성공적으로 전투장소로 보낸 아이언은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훗! 아무리 강해도 이성이 없이 미쳐버린 짐승은 처리가 간단하지.”
아이언은 또 획기적인 수단을 취할 모양이라서 주변의 최고위 창조신들은 지켜보기만 한다.
실제로 지금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당장 달려가고 싶지만, 탐지의 권능에 집중하여 다른 권능에 제한이 생겼다.’
최고위 창조신의 전투력이 최상급 창조신 수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강력한 짐승신으로 변신한 근원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본래의 전투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지지는 않겠지만, 고전한다.’
‘그런 망신을 당할 수는 없지.’
‘원상태로 되돌리려면 시간이 걸려.’
보이는 화면에는 상어가 먹이에 접근하듯이 악어의 입을 크게 벌리고 공간을 가르는 근원의 모습과 굳어버린 몸을 어떻게든 풀려는 아오 시바가 보인다.
누가 봐도 위기인데 아이언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즐겁게 기다리고 있었다.
“후후. 영웅신이 되고 싶으면 어떻게든 해봐라.
그러다 먹힌다.”
아오 시바는 영웅신의 자질을 가졌기에 어떻게 극복할지 기대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오 시바는 변신한 근원의 살기에 완전히 굳어버린 몸에 정말 당황하고 있었다.
‘우아아아아악! 왜 몸이 안 움직이는 거냐!
나도 최상급 창조신에 영웅신이란 말이다!’
흑염 세력의 강력한 살기와 투기에 적응하지 못한 신계의 투신들이 맥을 못 춘다는 말을 듣고 못 믿었지만 당해보니 정말 꼼짝할 수 없었다.
변신한 근원에게서 품어지는 살기와 투기의 수준이 정신체와는 아예 달랐다.
‘으으으윽! 틀렸다!’
마치 미친 맹수에 노려진 초식동물이 된 것처럼 자신을 삼키려고 다가오는 근원의 벌려진 입을 쳐다보기만 해야 했다.
그렇게 미동도 하지 못하는 아오 시바의 머리를 집어삼키려던 근원의 몸이 딱 굳었다.
“크으으으으으으-!”
아오 시바와 짐승신으로 변한 근원의 사이에 아이언이 던진 천 뭉치가 펼쳐져 있다.
거기에 그려진 그림은 사진처럼 선명한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의 얼굴이었다.
크게 벌려진 악어의 입이 덜덜 떨리면서 천천히 닫히고, 주춤거리면서 물러난다.
입에서는 이성과 본능이 싸우는 신음이 크게 울렸다.
“크으윽! 으윽!”
근원은 현세계의 창조신에게 흑염의 깃발을 찢긴 상황에 대해 분노하여 짐승신의 상태로 변신했다.
덕분에 이성이 거의 사라졌지만, 이 상태에서도 흑염의 절대자의 사진을 절대로 무시할 수가 없었다.
같은 정신체를 씹어 삼키려던 광폭한 본능조차 과거의 아픈 생각이 떠올라서 몸을 떤다.
부르르르르르르-!
근원은 과거에 흑염의 절대자를 상대하기 위해서 이 상태로 변신했다가 다른 흑염 세력보다 더욱 처절하게 두들겨 맞았다.
그 당시 흑염의 절대자를 물었다가 이빨만 나가고 신체 전부가 납작한 떡이 되어 버렸다.
더구나 강력한 재생력 때문에 정기고갈이 될 때까지 수없이 박살이 나고 감옥으로 끌려갔으니 이런 반응은 당연했다.
“커엉! 크응!”
변신한 신체에 지워지지 않은 낙인처럼 남아있던 그 당시의 고통과 무력감이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흐릿하게 남은 이성은 흑염의 깃발을 찢은 아오 시바를 용서할 수 없기에 슬쩍 옆으로 피해서 다가간다.
쩌어어어어억-!
크게 벌려진 악어의 입에 두 겹의 날카로운 상어 이빨이 아오 시바의 얼굴을 삼키려고 다가온다.
최후를 직감한 아오 시바의 귀로 아이언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푸후후! 너 뭐 하냐?
그대로 먹혀 줄래?”
“!!!”
아오 시바가 듣기에는 완전히 구세주의 목소리였다.
투우웅-!
아주 작게 열린 구멍으로 품어진 아이언의 강렬한 투기가 아오 시바의 몸의 경직을 푼다.변신한 근원의 맹수의 살기도 아이언에게는 한참 못 미친다는 증거였다.
아주 약간 열린 공간의 틈으로 전해진 근원의 살기를 받은 아이언은 기분 좋게 웃어주었다.
“카하하하! 이거 짜릿하구나.
그런데 넌 아직 영웅신은 너무 이르다.
내가 잠시 막아줄 테니 그걸 망토로 해서 뒤를 가려라.
그리고 후배들을 데리고 후방으로 전진해서 다른 적을 유인하여 창조신들과 합류하라.”
“아이언님! 알겠습니다!”
후방에 전진하라는 말에 정신이 확 깨어난 아오 시바의 의지는 경직을 완전히 풀었다.
드디어 살아날 길이 열렸으니 빠르게 반응을 한 것이다.
‘도주나 후퇴가 아니라 후방으로 전진해서 적을 유인하라니 부끄러울 이유도 없었다.’
물론 궤변이기는 하지만 분명 직접 받은 명예로운 명령이었다.
그래서 아직 남아있는 십여 개의 손으로 이미 죽은 수련생과 거의 죽어가는 수련생들을 모두 움켜쥐고 전력으로 뒤로 내달렸다.
후다다다다다다다-!
고유세계로 인하여 공간이동을 했다가 어디로 튈지 모르기에 직접 달리는 것이 가장 빨랐다.
물론 등 뒤에 루카 에일레스가 그려진 천으로 근원의 접근을 막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살았다!’
일단은 저 무시무시한 근원의 입에서 무사할 것 같자 아오 시바의 머리에는 또 다른 의문이 떠올랐다.
‘어떻게 아이언님이 흑염의 절대자의 얼굴까지 알고 계시지?
절대계는 인정하기 싫지만, 현세계보다 강하고 보안이 철저하다.
그래서 정보가 흘러나와도 극히 한정되어서 십중심의 얼굴을 정확히 아는 존재가 드물 정도였다.
그런데 근원의 악어의 입이 다시 크게 벌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쩌어어어어억-!
위치가 바로 뒤라고 생각이 되자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놀란 아오 시바였다.
사아아아아아아! 까드드드득-!
여기에 변신한 근원이 다시 아오 시바를 추적하려는지 공간이 갈라지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나를 진짜 먹으려고 했다.
저건 또 다른 괴물이야!’
자신의 신체가 저 입에 물려서 씹히는 예측이 되자 다른 생각을 그만두고 그대로 필사적으로 도주하는 아오 시바였다.
‘으으윽! 저 입에 물렸다가는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고 두 동강이 나서 삼켜진다.
일단 최대한 빨리 뒤로 전진한다!’
아오 시바의 속도가 급상승되자 당연히 변신을 추가해서 더욱 빠르게 추적하려는 근원이다.
하지만, 아주 작게 열린 공간의 문으로 발사된 아이언의 황금빛 투기가 근원의 머리를 강타한다.
파아아아아-! 꽝!
아이언은 흑염의 직감권능을 자극할까 봐서 직접 참전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근원의 변신이라는 변동사항이 생겼으니 허용 범위에 여유가 생겨서 가볍게 지원을 하기로 했다.
“카하! 네가 그렇게 변해서 강해졌으니 이 정도로 도망치지는 않겠지?”
겨우 손가락 정도의 굵기로 쏘아진 투기 공격이다.
그러나 당한 근원의 처지에서는 가벼운 공격이 아니었다.
한껏 강화된 입에 구멍이 뚫려버리면서 피가 솟구친다.
“크하아아아아아-!”
짐승의 비명을 지르면서 전진이 멈춘 근원이었는데 아이언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카하하하하! 거기까지 변한 너를 버리고 갈 수는 없을 테니 조금 더 놀아보자.”
아이언이 손가락으로 튕기는 투기 공격이 연속적으로 공간을 넘어서 근원을 덮친다.
파파파파파-!
최고위 창조신의 수좌의 자리에 앉은 채로 손가락을 튕기는 모습은 아이들 장난처럼 보였다.
그러나 공간의 문을 넘어오는 아이언의 연속 투기 공격은 변신하여 강화된 근원의 신체를 벌집으로 만들었다.
부상이 생기자마자 바로 재생되고 있지만,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투기 공격에 분노의 함성을 지르는 근원이었다.
“크아아아아앙-!”
“그렇게 짖지만 말고 피해야지?”
가볍게 말하면서도 아이언의 투기 공격은 멈추지 않는다.
‘속도와 관통력만 높여서 구멍만 뚫어놓으니 재생력이 뛰어난 근원에게는 별 타격이 없네.
이거 잘못하면 아오 시바가 먹힌다.
그래서는 안 되지.’
끝없이 쏟아지는 연속된 아이언의 투기 공격에 견디지 못하고 자꾸만 뒤로 튕겨 나가는 근원이었다.
“카하하하! 이성이 없어서 권능을 못 느끼니 공간공격의 회피는 무리겠군.
이거 완전히 고정 표적이네.”
“카르르르르르-!”
투가가가가가-! 퍼퍼퍼퍼퍼-!
증오스런 적이 멀어지는데 속절없이 뒤로 밀려나는 무력한 모습에 근원은 분노해서 커다란 포효를 내질렀다.
“크와아아아아아아왕-!”
그러자 신체가 곤충의 외피처럼 번득이는 검은 재질로 덮여간다.
여기에 추격을 위해서 발은 공간을 헤치기 위한 지느러미처럼 변해갔다.
우두두두두둑-!
아이언의 투기 공격을 막기 위해서 신체가 추가적인 변화를 시작한 것이다.
이제 인간의 형성조차 완전히 무너지려는 모습에 당황한 흑염 세력이 나섰다.
“그만두지 못해!”
“정말 괴물이 될 생각이냐?”
변신한 근원의 살기와 투기는 같은 흑염 세력조차 잠시나마 굳게 했지만 이미 익숙했기에 바로 풀었다.
그래서 더 심각한 변신을 막기 위해서 몇몇이 달려들어서 근원을 억눌러 버린다.
“잊었어?”
“잘못하면 소멸이 될 때까지 날뛰게 된다!”
열 명의 흑염 세력이 변형하려는 근원의 팔다리를 잡고서 제어를 시작한다.
“너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흑염의 절대자님도 안 계신다.”
“그러니 멈추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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