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아이언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기도 했다.
그걸 아는 최고위 창조신들도 더는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자신들이 도저히 당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아무리 분노를 해도 미련 없이 도주할 것이다.’
‘도적단에게 충성이나 의리는 너무나 가볍지.’
‘최악의 경우 희생은 상급 창조신 한 명과 일반 창조신 열 명이다.’
그걸 대가로 흑염 세력의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 한 명을 정기고갈로 몰아넣을 수 있다면 감수할 수 있기에 다시 화면을 주시한다.
신계에서 고유세계가 보이는 공간의 문을 통과하여 전장에 도착한 고위 창조신들이 모두 단거리 공간도약을 통해서 질주를 시작하고 있었다.
파파파파파-! 구구구구구구궁-!
일천 명이 넘는 고위 창조신들의 단거리 공간이동을 연속적으로 펼치면서 하는 진군은 엄청난 장관이었다.
그들의 대열의 뒤를 이어서 최상급 창조신을 실은 열 한 개의 포탄이 빛의 궤적을 그리면서 공간의 문을 통과하려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은 아오 시바를 끝장내려고 하던 흑염 세력을 당황하게 했다.
“큭! 역시 모두 몰려왔다!”
“이것들은 미끼였어!”
이렇게 신격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저렇게 많은 고위 창조신들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흑염 세력의 대열공격에 빈사 상태로 빠진 수련생들은 거의 전투능력을 잃었고 남은 존재는 하나였다.
그것도 흑염의 깃발을 찢은 용서할 수 없는 존재였기에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판단을 한다.
“아직 시간이 있다!”
“약골들은 무시해!”
“이놈만 소멸시키고 뜬다!”
유일하게 전력이 남아있는 아오 시바를 둘러싸고 오십 명의 흑염 세력이 신기에 신력을 집중해서 원거리 집중공격을 퍼부었다.
하나라도 직격을 당하면 어지간한 고위 창조력은 증발해버릴 위력이었다.
그러나 아오 시바는 아이언과의 대련으로 이런 포위 형식의 연속공격에 익숙했기에 신기를 휘둘러서 막아내었다.
파파파파파파파팍-! 투가가가가가가가가강-!
아이언과의 대련에서도 목숨만은 붙여주었던 수십 개의 손과 신기들은 철벽의 방어를 보였다.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어!
아이언님이 열 개의 손가락으로 연속해서 튕겨내어 퍼부은 투기 공격에 비하면 약하다.’
단숨에 소멸을 시키려고 쏘아낸 원거리 전력공격을 아오 시바가 모두 막아내자 흑염 세력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약화 된 지금의 자신들로는 쉽게 처리할 수 없는 상대라는 사실을 말이다.
타락한 영웅신 오십명을 곤란에 몰아넣을 수 있는 존재는 하나밖에 없었다.
“이걸 받아내다니 일반적인 창조신이 아니구나.”
“아오 시바! 너도 영웅신이었느냐!”
흑염 세력의 원거리 집중공격을 전부 막아낸 아오 시바도 무사하지 못했다.
오십 개의 손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더는 팔을 뽑아낼 힘이 없어서 남은 이십오 개의 손에 쥔 신기에 신력을 불어넣으면서 외쳤다.
“아수라 일족의 영웅신이 될 아오 시바 바스타드다!”
정식으로 이름 소개를 들은 흑염 세력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창조신의 이름이 아오 시바?
거기에 바스타드?
사생아라고?’
‘욕설이나 어설픈 도발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군.’
아무리 보아도 정식 이름으로 보인다.
그리고 내포한 의미와 버릇이 없음에 더욱 불쾌해졌다.
“이런 이름을 잘도 붙이고 떠벌리면서 다니는군.”
“주변과 죽도록 싸워보자 이거냐?”
여기에 흑염의 깃발을 찢은 모습과 겹쳐지니 더욱 살려둘 생각이 사라진 흑염 세력이었다.
지금 고위 창조신들이 새까맣게 몰려오는 모습이 직접 보이니 대화를 할 시간은 없지만,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름부터 개김이 넘치는군.”
“그런 호칭으로 용케도 상급 창조신이 되었구나.”
“하지만 겨우 그 정도의 힘으로 우리에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여기서 너의 신생을 끝내주마!”
원거리 공격이 안 통하면 근접공격을 하면 되고 그것은 흑염 세력의 주특기였다.
흑염 세력 여섯이 신기를 휘둘러서 얼마 안 남은 아오 시바의 팔을 자르려고 달려들었다.
그렇게 아오 시바가 자신의 이름으로 대화를 유도하면서 시간을 벌자 아이언의 머리가 맹렬하게 회전을 한다.
‘확실히 방어하는 손의 수가 늘어나고 빨라졌다.
이제야 영웅신으로 진화할 모양인가?
그러나 상대도 타락했다고 하지만, 영웅신들이다.
방어만 해도 흑염 세력이 아오 시바와 수련생들을 모두 몰살시키기 전에 도착이 힘들겠군.’
아오 시바는 흑염 세력의 맹공에 잘 버티어주고 있다.
그러나 백 개 이상으로 늘어났던 팔들은 거의 뜯기고, 이제 겨우 스물다섯 개만 남아서 겨우 견디는 수준이었다.
수련생들은 자기 목숨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니 고려할 필요도 없었다.
‘다른 수련생들은 아오 시바의 전면에 나서서 스스로 표적이 되어준 덕분에 목숨만 부지했다.
원거리 공격이 잘 안 통하니 이제 부상을 각오하고, 차륜전으로 직접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그럼 소멸한다.’
아이언은 대모 마하와의 카르마 계약서에 아오 시바의 안전 보장을 보장했으니 어떻게든 살려야만 했다.
무엇보다 아오 시바와 수련생들은 자신의 위험한 명령을 수행하고 있으니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선택권과 도망칠 수 있는 길까지 열어주었으니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희생을 용납할 수 없었다.
‘충실하게 명령에 복종하고 위기에 처한 부하를 외면해서는 안 되겠지.
정말 마음에 안 들지만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돕기로 하겠다.’
아이언은 손을 뻗어서 화면 너머의 전장으로 음성을 전달하는 마이크를 잡았다.
의아해하는 최고위 창조신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신력을 담아서 화면 너머의 전장으로 영상과 신언을 전달한다.
“흑염 도적단이여. 나는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다.
최고위 창조신으로서 말한다.
일단 흑염의 깃발을 찢으라고 시킨 것은 바로 나다.
거기 있는 애송이는 내 명령에 따른 것뿐이다.”
“!!!”
뜻밖의 고백에 흑염 세력과 아오 시바의 전투의 흐름이 늦추어진다.
아이언은 어떻게든 대화로 후속 지원이 도착할 시간을 끌어서 아오 시바를 살릴 속셈이었다.
필요하면 흑염 세력의 증오와 분노를 자신에게 돌려서라도 말이다.
“창조주의 권리를 힘으로 획득한 절대계 십중심들은 분명 위대했다.
그중에서도 최강의 신체는 분명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다.
순수한 개인의 힘만으로 다른 십중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강자가 어찌 위대하지 않겠는가?
그의 깃발이 어쩌다 땅에 떨어지고 이제 현세계의 창조신들에게 찢겨 졌는가?”
찢은 당사자 쪽에서 흑염의 절대자의 명예를 들먹이니 어찌나 황당한지 전투가 잠시 멈출 지경이었다.
아오 시바가 겨우 견디고 있는데 이런 도발을 하고 있으니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그러나 아이언은 멈추지 않고서 말한다.
“그 원인은 모두 너희에게 있다.
혼자서 절대계 일 할을 차지한 위대한 흑염의 절대자의 깃발을 도적단의 상징으로 전락시켰다.
절대자의 깃발이 아닌 도적단의 깃발이 찢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흑염의 절대자는 너희가 다시 도적단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용서치 않을 것이다.”
사실이겠지만, 흑염 세력으로는 어쩔 수 없어서 선택한 길이다.
용납할 수 없는 모욕을 당한 흑염 세력의 눈빛이 지독한 살기를 내뿜는다.
그런 와중에 심각한 타격을 조금 회복한 아오 시바는 겨우 최악의 상태로 떨어진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아이언님 덕분에 일단은 살았다.
열 명의 수련생 중 다섯 명이 사망했는가?
나머지 다섯도 싸울 수 있는 상태로는 보이지 않는다.’
아오 시바도 이 이상의 전투는 무리라고 판단한다.
오십 명의 타락한 영웅신들과의 전투는 창조신들이 단거리 공간이동을 하면서 다가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면 진작 포기했을 정도로 힘든 사투였다.
‘당연히 십 분은 견딜 수 있을 줄 알고서 아이언님이 경고한 위험한 천을 찢었다.
그런데 이제 겨우 삼십 초 정도만 버틸 수 있다.
더는 불가능하다.’
몇 분만 버티면 확실한 지원이 온다고 알고 있으니 단념할 수 없었다.
더구나 최상급 창조신들을 실은 포탄이 와서 방해결계를 치기만 하면 작전 성공이니 더욱 그만둘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흑염 세력의 살기와 투기는 너무나 지독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기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구나.’
아오 시바는 흑염 세력의 집중된 살기와 투기에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다.
그러다가 아이언의 목소리가 들리는 화면 쪽으로 관심이 돌리자 겨우 편안해질 정도였다.
그동안의 단련 결과로 신체회복까지 해나가는 아오 시바는 자신이 두 쪽으로 찢어낸 흑염의 깃발을 찾았다.
‘흑염 도적단의 반응을 보아하니 거의 실물과 똑같은 흑염의 깃발이다.
버릴 수는 없지.’
여기서 의문이 생겼다.
‘그런데 어떻게 아이언님이 허계의 흑염 깃발을 알고 있지?’
현세계를 위협할만한 강력한 절대자에 관한 일이라면 창조신은 필수적으로 배워야 한다.
그러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외부에는 기밀이었다.
‘창조주의 권리를 힘으로 빼앗은 허계의 십중심에 대한 모든 사항은 당연히 특급 기밀이다.
상급 창조신인 나조차 깃발의 모양이나 문양까지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초월자에다가 유아신, 거기에 거의 은거해서 수련만 해온 아이언님이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보다 일단은 회수해야 한다.’
나중에 또 써먹을 수 있으니 두 쪽으로 잘라서 버린 흑염의 깃발을 확인하려는 순간 온몸이 전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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