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212화 (1,123/2,000)

34권 35권

중앙핵을 빼앗는 흑염 도적단의 목적은 창조신이라면 누구나 안다.

진리에 의해 패배하고 봉인되기 시작한 흑염의 절대자의 시체를 탈환하여 부활시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흑염의 절대자에 대한 이들의 충성은 분명 진짜다.

루카 에일레스에 대한 충성심 하나로 허계에서 현세계까지 쫓기면서도 끝없이 싸우고 있다.

그런데 흑염의 절대자의 깃발을 이들이 보는 데서 찢었다가는 정말 죽는다.’

더구나 힘을 합쳐서 최선을 다해 만든 방해결계가 종이처럼 찢겨나갔다.

이런 사실 하나만으로 엄청난 전력의 차이가 있다고 깨달았기에 망설였지만, 그대로 양손으로 잡고서 찢어버렸다.

쫘아아아아아아아!

흑염의 절대자의 깃발이 두 조각이 나서 휘날린다.

곧 흑염 도적단들이 튀어나올 것을 직감한 아오 시바는 모든 잠재력을 끌어올리면서 외쳤다.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영원히 오지 않으리라 생각한 최상급 창조신의 명령서가 품속에 있었다.

‘당당하게 최상급 창조신이 되어 사생아라는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 평생의 꿈이었다.

그런데 이대로 놓쳤다가는 휴짓조각이 된다.’

최고위 창조신인 아이언의 배려와 흑염 도적단의 준동으로 얻은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라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버티기만 한다면 해볼 만한 승부다.

지원세력이 오기까지 십 분! 아니 오 분만 견디면 내 것이 된다.’

전력을 사용하기로 한 아오 시바의 몸 주위로 수십 개의 팔이 자라나서 환영처럼 자라났다.

슈르르르르르-!

늘어난 모든 팔에 삼지창의 신기를 장착한 아오 시바의 기세는 확연히 달라졌다.

잠재만 되어 있던 영웅신의 자질이 스스로 선택한 감당하지 못할 시련에 깨어난 것이다.

“오라! 허계의 타락한 영웅신들이여!

여기 아수라 일족의 영웅신이 될 아오 시바 바스타드가 있다!”

몸속에서 끝없이 솟구치는 힘에 희열을 느낀 아오 시바의 신언은 고유세계 안에도 전달되었다.

그러나 유리관에서 성장 중이던 흑염 세력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만 흩어진 천 조각을 멍한 시선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그들의 시야에는 우주 공간에 정확히 두 조각이 난 네모난 천만이 휘날린다.

모두가 주시한 거기에는 하얀 천의 중앙에 검은 불길이 그려져 있었고 주변으로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절대계 십중심(絶代界 十中心)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

흑염 세력이 아무리 확인을 해봐도 자신들이 절대계에 군림하던 돌아온 영광의 시대 때에 쓰던 그 깃발이 맞았다.

아이언이 일대 십중심이 활동하던 시대의 흑염의 깃발을 정보행성 코아의 정보로 얻어서 그대로 재현해낸 똑같은 복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진리에게 십중심님들이 쓰러지던 순간 같이 사라져버린 흑염의 절대자님의 깃발과 똑같다.’

‘흑염의 권능이 느껴지지 않으니 진짜는 아니겠지만, 모습은 확실히 같아.’

아무리 찾아도 없기에 포기했던 영광의 상징이 현세계 창조신의 손에 의해서 바로 앞에서 찢겨나갔다.

십중심의 깃발을 찢는 도발은 절대계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모욕이었다.

“이…이 죽일 놈.”

분노를 터트리기 시작한 흑염 세력의 기세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빛의 화살로 변해서 쏘아지려던 고유세계의 진동이 멈춘다.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은 흑염 세력이 흑염의 절대자에게 어떤 충성을 바치는지 알기에 도약을 멈춘 것이다.

‘지금 저들을 처단하지 않으면 고유세계 안에서 미쳐 날뛸 것이다.’

우웅-!

고유세계가 도약을 위한 빛의 화살 형상이 풀어지고 원래의 구형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는 아이언의 심정은 착잡했다.

‘역시 효과가 있나?

흑염의 깃발을 찢으라고 주기는 했지만, 되도록 이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는데 말이야.’

흑염의 절대자는 황금의 절대자를 제외하고 십중심에서 일 대 일로 싸우면 항상 최후의 승자로서 거론되는 최강에 가장 가까운 강자였다.

그것도 권능이 아닌 순수한 신체 능력으로만 받은 평가였다.

‘다른 십중심들은 수억이 넘는 부하를 두고서 절대계를 다스렸다.

하지만 흑염의 절대자만은 달랐다.

강자가 무수하던 절대계에 오직 육체의 힘으로 겨우 오십 명을 이끌고 군림하던 위대한 존재였지.’

어떤 계략이나 세력이 없이 순수한 개인의 힘으로 그 위치에 올랐으니 비슷한 육체 강화계열인 아이언의 입장으로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았으나 혼자의 힘으로 창조주의 위치까지 올라간 위대한 육체계열의 정점.

지금의 내 신체를 만드는데 직접 가호를 내려준 흑염 권능의 오리진.

그의 길을 추구하는 내가 흑염의 절대자의 깃발을 두 조각이 나게 했는가?

그것도 겨우 의뢰에 실패하기 싫어서?’

용병신인 차원의 마도신이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사업가인 차원창세신 코아라면 이미 패배하고 죽은 존재의 깃발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으니 아주 잘 사용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영웅신을 지향하는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은 너무나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역시 내 미래의 존재들은 뭔가 어긋나 있어!

차원의 마도신의 승리를 위해 약점만을 찌르는 치사함, 차원창세신 코아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효율성으로는 부족해.

그들의 사상과 행동으로는 결코 최고의 존재가 될 수 없다.’

둘의 방식은 대놓고 하면 욕먹기 딱 좋으니 숨어서 해야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으니 지금은 그들의 생각대로 따라야만 할 때다.

과정의 문제는 내 방식으로 보완하면 된다.’

감정을 정리한 아이언은 화면 너머의 고유세계의 빛의 화살이 풀리면서 공간의 문이 열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시작되었군.

저들이 십 분을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도망을 친다면 가능성은 있었다.

그러나 아오 시바나 수련생들은 모두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쓸데없는 약자의 자존심이다.

그러나 비난만 할 수 없군.

같은 상황이면 나 역시 저렇게 했을 테니 말이야.’

우우우우웅-!

고유결계의 공간이동은 확실하게 취소가 되었다.

그리고 안에서 튀어나온 것은 살기와 투기를 줄기줄기 뿜어내는 유아신이 된 흑염 세력들이었다.

“아오 시바라고?

이름 그대로 만들어 주마.”

“감히 루카 에일레스님의 흑염의 깃발을 찢었느냐?”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소멸을 시켜주마!”

음성에 실린 감정의 파동만으로도 흑염 세력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느껴질 정도였다.

아이언에게 대련으로 단련되지 않았다면 단숨에 투지를 잃을 정도의 살벌한 기세에 수련생들의 입에서는 저절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큭!”

“윽!”

그러나 품속에 보관한 아이언이 써준 창조신계에 임관을 약속한 명령서가 의지를 붙든다.

강력한 흑염 세력의 기세에 대항하기 위해서 신체와 권능한계를 넘어선 일백 개의 팔을 뽑아낸 아오 시바는 외쳤다.

“부활한 흑염 도적단과 우리의 신격은 같거나 위다!

남은 것은 재능과 수련으로 쌓은 능력만이 남는다.

우리는 이길 수 있다!”

“오!”

자신들이 오리진들의 직계임을 인식하고 힘차게 대답한 수련생들을 흑염 세력은 비웃었다.

“그 말 잘했다! 이 애송이들아!”

“타락한 영웅신으로서 세계 전부와 싸워 살아남은 우리 앞에서 재능과 단련을 이야기하는가?”

흑염 세력은 절대계에서 단련한 신체를 아이언에게 잃어서 신격은 일반 창조신 정도로 떨어졌다.

그러나 현세계의 창조신 따위에게 질 리가 없다는 자신감과 근거는 충분히 있었다.

흑염 세력의 온몸에서 투기와 살기가 융합된 검은 불길이 치솟는다.

“절대계 최강의 파괴력을 가진 흑염 권능 앞에서 어디 살아남아 보아라.”

그것은 흑염의 절대자에게 받은 가호가 갈수록 약해져 가서 부활 이후의 신체로 자체적으로 수련한 흑염의 권능이었다.

흑염 권능의 잔재가 새로 만든 신체의 흑염 권능의 씨앗이 된 것이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발휘된 흑염의 권능의 세기는 오리진인 루카 에일레스와는 비교할 수 없이 미비하다.

하지만, 영웅신의 저력으로 자체적으로 키워냈기에 현세계 창조신을 상대하기 충분한 수준이었다.

유아신의 부족한 신체 능력을 단숨에 성인신 이상으로 증폭시켜 버린 것이다.

“십중심님이 지배하던 절대계에서 현세계의 고위 창조신 따위는 중급 전사에 불과해!”

“그리고 우리는 그 절대계의 십 분의 일을 지배하던 흑염 세력이다.”

“아무리 영락하고 타락할지라도 그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흑염의 절대자님을 모독한 대가를 치러 주마!”

검은 불길에 휩싸여 달려드는 오십 명의 흑염 세력에서 품어지는 지독한 살기는 아오 시바와 수련생들을 위축시킨다.

정확하게 흑염 세력의 현재 전력을 측정한 아오 시바는 이를 악물었다.

‘으득! 신격은 일반 창조신이지만, 전투력은 상급 창조신인가?

그것도 최고 수준이다.’

상급 창조신 열 명이 있으면 최상급 창조신 한 명을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자신들은 최상급 창조신 하나와 중급 창조신 열 명이 전부였다.

‘이러면 전력이 너무 부족해.

오십 명의 흑염 도적단은 최상급 창조신 다섯 명을 상대해서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본래 영웅신인 저들의 잠재력도 자신에게 지지 않았다.

‘어떻게 세계가 바뀌어서 부활했는데도 저렇게 강한가?

정면승부를 하면 순식간에 패배한다.’

그제야 아이언이 천을 찢자마자 도주하라는 지시가 생각이 났다.

그러고도 살아날 확률이 일 할도 안 된다는 경고도 절실하게 와 닿는다.

‘너무 가까워서 도망치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리고 도주하는 광경을 다른 창조신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

그것은 수련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창조신계에 임관을 해도 겁쟁이로 낙인 찍힌다면 아무 쓸모가 없었다.

죽기 살기로 싸우기로 각오를 굳힌 아오 시바가 이끄는 수련생들의 눈빛에 황금빛의 권능이 깃든다.

아이언과의 대련에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아서 습득한 안주하지 않는 폭주였다.

우우우우웅-!

아이언이 안주하지 않는 폭주를 발휘하는 수련생과 자체적으로 개발한 흑염 권능으로 신체를 강화한 오십 명의 흑염 세력이 충돌을 시작했다.

구구구궁-! 꽈꽈꽈꽝-!

서로의 투기와 권능이 작렬하자 아이언이 만든 화면이 잠시 일그러질 정도였다.

그리고 아이언의 분노한 음성이 울렸다.

“이 멍청이들! 약하면 방어부터 해야지 왜 공격을 하는 것이냐?

아직도 상대의 강함을 알지 못하는가?

천을 찢었으면 바로 도주하라고 살길까지 열어주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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