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모두가 놀란 가운데 아이언은 가볍게 손을 털었는데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최상급 창조신이라고 기대했는데 전혀 아니군.
역시 주우주 주신 정도로 보아야 해.’
막을 시간조차 주었는데 일격에 분쇄되어 버리니 실망이 아주 컸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한다.
“이놈처럼 전장에서 복장과 날개, 아니 체면과 체통에 목숨을 걸 놈이 또 있으면 나와.
가볍게 날려주지.”
“!?”
아이언의 눈빛은 마치 먹잇감을 찾는 맹수와 같았다.
더구나 최고위 창조신들조차 어느새 검은 전투 갑옷으로 갈아입은 것은 확인하자 허둥지둥 전투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들은 정신이 바짝 드는 기분이었다.
‘탄핵에 동참한 상급 창조신을 일격으로 때려죽였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는 현실감이 없었다.’
‘그런데 정말 거슬리면 누구나 죽이는구나.’
지금 바로 눈앞에서 최상급 창조신 하나가 분쇄되어 죽자 이제야 자신이 어디에 와있는지 깨달은 것이다.
어찌나 신체만 깔끔하게 갈아서 죽였는지 신격의 하락까지 모면한 최상급 창조신의 신령이 보였다.
‘여기가 죽음이 바로 옆인 전장이다.’
‘우리도 절대적으로 안전하지 않아.’
신체를 잃은 최상급 창조신은 허신(虛神)과 같은 상태가 되었으니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바로 신계의 부활실로 이동한다.
아이언의 의지가 머리에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너 빨리 부활해서 참전해.
도망치면 이번에는 정말 네 일족까지 갈아버린다.’
오리진인 최상급 창조신을 명령을 복종하지 않는다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죽여버린 영웅신의 말이었다.
감히 일족의 운명까지 걸고 시험할 생각이 사라졌기에 다급하게 공간이동으로 사라지자 모두는 전투 복장을 새롭게 하고 침묵을 한다.
갑자기 만들어진 고요 속에서 최고위 창조신의 수좌가 환영의 인사를 한다.
“어서 오시게. 아이언.
모두 기다리고 있었네.
환영하네.”
최고위 창조신의 수장으로서 나름 격식을 갖춘 인사였다.
그러나 대답은 가혹했다.
“헛소리는 하지 말고, 일 처리를 해야 하니 네 자리나 내놔!”
“…”
“…”
다짜고짜 가장 수장의 자리를 내놓으라는 실로 할 말이 없는 기행이었다.
그러나 아이언의 성격을 보면 이미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은 했기에 슬쩍 한 자리씩 내려가서 가장 상석을 비워놓았다.
‘어어? 이게 뭐야?’
‘저분들이 저렇게 쉽게 자리를 내주나?’
다른 고위 창조신들이 어이가 없어 했지만, 최고위 창조신들은 생각이 달랐다.
영웅신 그것도 유아신을 성질나게 하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기에 하는 행동이었다.
뛰어난 직계를 많이 길러내어서 오리진을 많이 만들어낸 최고위 창조신들은 아이언을 이렇게 파악했다.
‘영웅신의 힘을 가진 유아신.’
‘강한 만큼 똑똑하다.’
‘전쟁보다 거래를 먼저 하려 하고, 결과를 더 중시한다.’
‘적당한 대가만 주면 더없이 편한 상대다.’
‘전쟁에서는 승리만을 추구하는 영웅신이지만, 평화에는 사업가를 하려 한다.’
최고위 창조신들이 보기에 유아신으로 볼 수 없는 참으로 복잡한 심리상태였다.
그러나 브라이트와 샤이니처럼 세상의 일이나 권력에 확실히 아무런 관심이 없고 자신의 힘의 강화에만 집중하니 어찌 보면 가장 믿을 수 있는 영웅신이기도 했다.
가장 상석을 자신의 자리로 삼아서 앉은 아이언은 옆에 앉아있는 최고위 창조신들을 둘러보면서 소리부터 쳤다.
“멍청한 늙은이들! 왜 저런 한심한 꼴을 보고 내버려 두어서 일부러 물러난 나까지 나오게 해?”
아이언은 이들이 자신을 끌어들였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신계의 잔해는 재생이 무척 힘들지만, 분명 엄청난 보물이다.’
그런데 흑염 도적단에 당한 신계만이 아니라 창조신계의 보유량까지 아이언에게 넘기려면 최고위 창조신들의 승인이 없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창조신장과 관리신들에게 나를 끌어들이게 수작을 부린 것도 너희들이지?
못하겠으면 직접 말하지 뭐하러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갑자기 나온 질문이었지만 부정하는 최고위 창조신은 아무도 없다.
거짓을 말하면 권능이 하락하기에 헛기침으로 넘어갈 뿐이었다.
“흠! 흠!”
“허험!”
체면을 잊고 자신을 불렀다는 사실은 그만큼 여기의 상황이 안 좋다는 증거이기도 했지만, 일단 대가를 받았으니 아이언은 넘어가기로 했다.
“뭐 좋아!
대가는 받았으니 확실히 처리해 주지.”
“그렇게 해주면 고맙네.”
최고위 창조신들이 아이언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본 주변의 창조신들은 의아함을 느꼈다.
‘지금 아이언이 앉은 최고위 창조신의 수좌 자리는 창조신장을 제외한 신족에서 최고의 직위다.’
‘그런 자리에 아무리 영웅신이라고 하지만, 유아신이 앉아있는데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오히려 자리가 부족해 보이는 모습에 고위 창조신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이거?
내가 잘못 느끼고 있나?’
‘너무 자연스러운 느낌인데?’
최고위 창조신들은 직접 나섰는데 일이 풀리지 않아서 체면이 완전히 구길 판국이었다.
그래서 아이언을 해결사로 불러드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이번 사태가 끝날 때까지만 수좌로 인정하기로 했는데 내심 당황하고 있었다.
높은 자리에 부족한 존재가 앉으면 바로 티가 나는데 그런 기미조차 안 보였다.
‘이상하다.
최고위 창조신의 수좌 자리는 누구라도 저렇게 쉽게 장악할 수 없다.’
‘유아신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최고위 창조신의 수좌 자리는 힘만으로는 소화가 될 수 없고 엄청난 경험과 신격이 필요했다.
그리고 앉을 수 있는 존재는 거의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원래 자신의 자리인 것 같지 않나?’
‘그럴 리가?’
그러나 오백억 년 이후의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의 신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아이언에게 최고위 창조신의 수좌 자리는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그리고 다른 고위 창조신의 의문은 길지 않았다.
아이언이 바로 내놓은 해결방안에 멍해질 뿐이었다.
“병신포탄계획이요?”
“그래. 이 병신들아.”
지극히 담담하게 창조신들에게 병신이라고 욕을 하는데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이건 확고하게 고위 창조신들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워낙 자연스러우니 화도 나지 않았다.
‘지배종족의 권력을 전부 쥐고 있는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으로서 처음 당하는 상황이군.’
‘의식이 멍해질 지경이다.’
당연히 폭언에 분노해야 하는데 아이언이 최고 위원회의 수좌 자리에 앉으며 이야기하자 받아들인다.
자신들의 이런 반응도 문제였다.
‘왜 이렇게 위화감이 없어?’
‘거부감조차 안 생겨?’
마치 자신들이 아이언에게 욕을 먹는 일이 당연한 일상이 된 것만 같았다.
그런 고위 창조신들의 당혹함은 무시하고 아이언은 가장 맨 위에서 독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다섯 번을 발견했는데 전부 방해를 못 했다고?
이건 어디 꼴통들의 삽질이야?
더구나 그렇게 전력파악이 쉬운 개성이 넘치는 꼴들로 가서 전력이 다 노출되었다.
최소 오백 명 이상의 고위 창조신들이 몰려왔음을 알았으니 이제 보기만 해도 도주할 것이다.”
그 말에 고위 창조신들은 할 말이 없었다.
‘일 개조가 일백 명이고 다섯 번을 만났는데 복식의 통일을 싹 무시했었다.’
‘이제 토벌단 전력은 확실히 들통이 났을 것은 분명한 일이다.’
‘최고 위원회의 출전은 이미 알려졌겠지만, 세간에 흐르는 소문과 직접 확인한 정보의 차이점은 크다.’
‘아이언의 말대로 이제 흑염 도적단은 절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않을 것이다.’
차원권능을 방해하지 못하면 정말 봉쇄와 탐색만을 끝없이 반복해야 할지도 몰랐다.
심각한 사태를 어느 정도 파악한 창조신들을 흩어본 아이언은 낭랑한 목소리로 계속 갈군다.
“은하계 내부라면 제집처럼 이동하는 흑염 도적단이 생생한 상태에서 경계심이 최고조로 올라갔으니 이제 어쩔까?
하위 신족이라도 주변에 얼쩡거리기만 해도 바로 도주할 텐데 말이야.
이러면 오히려 우리가 먼저 지치겠다.
그렇다고 멍청하게 은하계의 신계에 고위 창조신을 한 명씩 보내서 쳐들어오기만 기다릴까?
각개격파를 당하기 딱 좋겠지.”
아이언은 보고서를 들추면서 신경질적으로 외친다.
“신병 기준으로 만들어 놓은 완벽한 내 탐색과 방해계획이 어떻게 이렇게 망가졌지?
오호라? 훈련병도 아닌 어딘가의 높으신 분들 덕분이구나.
숟가락이나 젓가락도 못 들어서 떠먹어주어야 식사를 하실 수 있었나 보군.
으드드드득! 그렇게 높으신 분들인 줄 먼저 몰라봐서 지극히 황송하고 죄송하구나.”
아이언이 이죽거리면서 이를 가는데 거기에 씹히는 느낌을 받은 고위 창조신들이었다.
그러나 이미 최상급 창조신 하나가 일격에 죽어 나갔으니 감히 반론을 못 하고 모두 고개를 숙였다.
지극히 조용한 회의실에 아이언이 이를 가는 소리만 들리다 웃음소리가 울렸다.
“후후후! 이러면 별수가 있냐?
높으신 분들이 품위 있는 전투를 할 수 있게 현장에 특급으로 편안하게 모셔다드려야지.
그리고 어떤 병신도 흑염 도적단이 접근을 확인하기 전에 쳐들어갈 방법을 써야지.”
아이언은 자신이 여기로 이동하면서 만든 계획의 초안을 흩어보고 화면에 띄웠다.
그리고 계획의 기안을 확인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황당해하는 고위 창조신들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아아! 걱정하지 마라.
먼저 시범을 보여드리고 연습도 시켜줄 테니 말이야.
은하계를 차원결계로 가두고, 최고 위원회의 전력 전부에다가 영웅신인 나까지 나섰는데 실패하면 쓰나?
그럼 신족은 마지막이다.
후후후후후. 이제 더는 투입할 전력도 없잖아?”
섬뜩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아이언의 얼굴에 미소는 완전히 얼음장 같았다.
자신이 나섰는데도 실패하면 더 방법이 없다는 말은 정말 진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시 경고한다.
“이번에도 흑염 도적단을 방해하지 못하면 정말 마지막이다.
만약 차원결계를 뚫고 다른 은하계로 도주해버리면 이제 이런 집중 탐색이 불가능해.
잘못하면 망할 줄 알면서도 누군가에게 매달려야 할지도 몰라.”
거기까지 말한 아이언은 최고위 창조신의 수좌 자리에서 일어나서 최상급 창조신들에게 다가간다.
“이건 현세계의 신족의 지배를 지키기 위해서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쟁취할 각오는 되었나?
그럼 나도 최선을 다해주지.”
“…”
바로 하겠다는 대답을 하는 최상급 창조신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거부를 하는 존재들도 없었다.
다섯 번의 실패로 흑염 도적단이 얼마나 위험하지 깨달았기에 여기서 놓치면 아이언의 말대로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아이언은 최상급 창조신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모두 일어서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우리 해보자.”
“해보지요.”
그렇게 투기장의 분위기가 변해가는데 아오 시바와 버림받은 자식들은 회복실에 치료를 끝내고 의식을 되찾았다.
그리고, 관리신들에 의해서 그대로 투기장으로 이송되었다.
최고 책임자인 고위 관리신이 직접 나서서 회복 침대를 밀고서 이동할 정도로 신속한 조치였다.
“어서! 빨리! 빨리!”
정신을 차린 아오 시바와 수련생들이 어디로 자신을 데려가는지 알고 말렸지만, 막무가내였다.
“이봐! 우린 아직 환자다!”
“몸에 구멍이 난 것이 안 보이는가?”
창조신의 말에 관리신은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상급 창조신만이 아니라 이제 최상급 창조신까지 하극상에 명령 불복종으로 때려죽인 아이언의 지시였기에 조금의 지체도 없었다.
창조신들의 말을 싹 무시한 관리신들은 투기장의 검문을 위해 막아서려는 정문의 초병들에게는 소리부터 질렀다.
“비켜! 아이언님이 데려오라고 지시하셨다.
늦으면 전부 너희 책임이다!”
“헉! 빨리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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