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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적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아무도 없다니 할 말을 잃을 지경이었다.
확인을 해보니 창조신 대부분은 가만히 있어도 일족의 지원과 재능으로 직위와 권능향상이 보장된다.
그런데 죽음을 각오하고 수련을 해서 더욱 강해질 필요가 있냐는 지극히 상식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그러나 창조신장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었다.
‘아이언과 대련은 막대한 정기와 자원이 들어가는 은하유성의 수련행성을 지원한 대가로 만든 창조신들이 강해질 기회다.’
아이언의 약점도 못 찾고 지원자도 없으니 쓸모없는 짓이 된 것이다.
당연히 분노한 창조신장은 각 일족에 할당량을 내려보냈다.
“일족의 오리진 혹은 직계 중 한 명을 선발해서 아이언에게 수련을 보내라.”
당연히 각 일족이 발칵 뒤집혀서 반발했지만, 창조신장은 이제까지 쓰지 않던 비장의 대책을 내놓았다.
막대한 포상이었다.
“무사히 통과하면 창조신계에서 중용하겠다.”
어지간한 주신이나 창조신으로는 창조신계에 입문조차 할 수 없다.
그러니 재능이 있지만, 기회가 없던 직계들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오리진들도 한발 물러났다.
하지만 그들도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이언의 손에서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 아오 시바의 처절한 대련장면을 본 직계들이 모두 공포에 질려버린 것이다.
그 많은 직계 중에서 나서는 존재가 전혀 없었다.
“창조신장님께서 직접 창조신계에 임관시키겠다고 하셨다.
이건 다시 오지 않을 출세할 좋은 기회다.”
“이렇게 편히 살겠습니다.”
“태어난 이상 위를 바라보아야 하지 않겠니?”
“위든 아래든 자신만 편하고 행복하면 그만입니다.”
“…”
오리진의 체면으로 직계들과 반복적으로 이런 한심한 대화만 오고 가니 슬슬 성질이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직계들은 평상시에 그렇게나 잘난 척하고 자신들에게 기회가 오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 탓만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구나.’
막상 이런 좋은 기회가 오니 죽을지 모른다고 겁에 질려서 도망친다.
이제야 후계와 비슷한 재능이 있으면 경쟁에 탈락한 본질을 본 것이다.
창조신장이 왜 일족에 할당량까지 내리고 그런 약속까지 했는지 깨달은 오리진들은 결국 분노했다.
‘전부 편히 살기 위한 핑계였어.’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가진 재능이 넘쳐나니 그럴 수도 없었다.’
창조신이 될 재능은 아무리 직계를 많이 만들어도 그렇게 쉽게 나오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설득을 해도 죽어도 안 가겠다고 하자 오리진들이 취한 수단은 하나였다.
“가라면 가!”
“넌 일족에서 추방이다.”
“창조신계에 입문하기 전까지 돌아오지 마라.”
“출세해서 돌아와라.”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서 뽑아낸 직계가 후계도 아니고 평화로운 시기에 정기만 축내는 애물단지였으니 아쉬울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쫓겨난 직계들이 불만에 가득 차서 창조신계로 몰려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바로 또 추방되었다.
“아이언이 있는 아오 시바의 중앙 신계로 가서 수련을 받아라.”
창조신장은 자원도 아니고 억지로 끌려와서 사고를 칠 게 당연한 고위 주신과 창조신들을 창조신계에 머물게 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어차피 흑염 도적단의 토벌에 여유 전력으로 투입할 생각이기에 바로 보내버린 것이다.
그렇게 나중에 ‘버림받은 자식들’이란 이명(異名)을 가진 또 하나의 아이언의 무력집단이 태어나려 하고 있었다.
아이언의 중앙 신계도 지금 비상사태에 들어가 있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초장거리 공간이동소에 창조신계에서 보낸 엄청난 물자가 해일처럼 밀려 들어온 것이다.
구르르르르릉-!
공간이동소의 공간의 문을 통해서 끝없이 출현하는 그것은 참으로 기이한 구조물이었다.
행성 하나를 관통할 정도로 거대한 바늘 모양의 기둥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수천 개가 이송해오니 아이언이 지시한 은하제국의 본성 옆에 물자를 가져다 놓느라 바쁜 천족과 마족들은 의문을 가질 여유조차 없었다.
‘순간의 실수로 잃어버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영겁 동안 무임금이다.’
보기에는 이상해도 기겁할 정도로 비싼 물건이라는 경고를 받았기도 했지만, 기둥 자체가 가진 엄청난 신성이 문제였다.
감히 정밀조사를 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것이다.
‘최소한 창조신 이상의 존재들이 만든 물건들이다.’
‘자체만으로 굉장한 신기야.’
그래도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자 모두 한숨을 쉬고 주변을 둘러본다.
은하제국의 본성 옆에 긴 바늘 모양의 기둥들이 우주 공간을 가득 메우고 가지런히 진열된 모습은 기이하기까지 했다.
주변에 지성체들의 우주함대가 포진해 있지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도대체 몇 명이나 동원했기에 이렇게 빨리 찍어냈지?’
‘그보다 이런 걸 어디다 쓰려고 만드는 거야?’
어마어마한 질량을 가진 물체들이 공간이동을 해오자 은하제국의 우주함대가 비상출동을 했지만, 충돌은 없었다.
저 기둥들이 보기에는 본성에 떨어지면 지극히 위험한 무기로 보였지만 이미 아이언이 여왕들에게 충분하게 설명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시 몰라서 에메랄드에 본성을 맡기고, 직접 함대를 이끌고 나온 프롬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가 믿어지지 않았다.
‘아이언은 개인 수련소라고 했는데?
이건 너무 크잖아!’
별을 관통할 정도의 크기와 길이를 가진 송곳기둥이 수를 셀 수도 없고 늘어만 간다.
어느 정도 사정을 알고 있는 은하 여제가 된 프롬에게도 황당하기 짝이 없는 규모의 부속품이었다.
여제의 머리에서는 아이언이 갑자기 연락을 해와서 했던 대화가 생각이 났다.
“개인 수련소를 본성 주변에 세우시겠다고요?
단지 수련을 하기 위한 시설인가요?”
“그렇소.”
아이언은 뭐가 불만인지 상당히 꼬인 표정에 딱딱한 말투였다.
프롬 여제는 저럴 때 성질을 건들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왜 하필 본성의 옆인가요?”
“내가 쓸 거요.
수련장소가 집에서 가까이에 있을수록 좋겠지.”
“…”
자신의 집이 바로 은하제국 본성의 달이라는 소리였다.
그러나 은하의 절반을 점령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는데 은하제국 여왕들의 명예 대공만을 요구한 아이언에게 이 정도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
‘공적과 힘만 보면 은하의 절반을 달라고 해도 내주어야 한다.’
아이언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력은 실컷 보아왔고 직접 경험했다.
더구나 이제 신족의 최고위 창조신으로서 어울리는 강력한 세력도 빠르게 확보하고 있음을 아니 뭐라고 반대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하세요.”
“이해해주니 고맙소.
수련행성 조립은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할거요.
잘 협조해 주시오.”
“예? 삭월(朔月)의 시즈지?
수련 행성?”
수련소인데 행성이 붙자 프롬 여제가 되물으려고 했지만, 통신은 빠르게 끝났다.
여제는 수련소라고 해서 작은 건물이나 커도 전함 정도로 생각했는데 정말 행성을 만들 기세였으니 후회막급이었다.
‘달이 갑자기 밀림이 되어버린 사태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행성이 새로 하나 생겨버리면 어떻게 조치할 수가 없다.’
오랜 시간 유지해오던 신족의 정보 조작도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보였다.
더구나 만들어지고 있는 행성이 정말 단순한 수련용이라고 믿기는 힘들었다.
‘저 정도의 대량의 물자를 사용해서 만드는 시설이 단지 수련소 용도 일리가 없어.
그럼 전투용 요새인가?
은하제국에도 위성 요새가 있기는 하지만 규모가 너무 달라.’
이걸 어떻게 대처를 할지 몰라 프롬 여제의 고민이 깊어지는데 또 뜻밖의 사태가 벌어진다.
우주함대 전부가 갑자기 진동을 시작한 것이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파아아아아-!
따뜻하고 성스러운 빛이 우주 공간을 가득 채워간다.
파괴력은 없지만, 지극히 거대한 힘이 발동되었는지 그대로 쓰나미에 밀려나듯 한꺼번에 뒤로 튕기는 우주함대였다.
“무슨 일이냐!
침착하게 보고해라.”
그런데 매우 급한 보고가 울렸다.
“정면으로는 눈이 안 떠집니다.”
“시야가 보이지 않습니다.”
섬광탄처럼 갑자기 터진 강렬한 빛에 눈이 멀지는 않았지만 뜰 수가 없다는 보고였다.
주변의 고급 참모들이 모두 일시적인 장님이 되어서 쓰러지자 잠시 당황한 프롬 여제였지만 곧 자신의 실태를 깨달았다.
‘강력한 권능이다.
초월자가 된 자신과 에메랄드 외에는 이런 비과학적인 사태를 파악할 수 있는 존재가 은하제국에는 없다.’
초능력자들은 안정된 세계에 위험하다고 모두 아이언이 거두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월자의 눈으로 변동의 중점인 우주 공간을 쳐다본다.
거기에는 반투명한 황금빛의 장미가 가득 핀 장미 나무의 환영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황금장미가 수 놓인 흰 드레스를 입은 거대한 여신의 환영이 양손을 펴고 바늘 모양의 기둥들을 어루만진다.
“황금 장미의 드레스?
삭월(朔月)의 시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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