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지금 창조신장의 토벌도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현재의 창조신장의 신격은 수련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 창조주에게 부여되었다.
그래서 같은 스물일곱 쌍의 날개라고 해도 위력 자체가 틀린다.
소멸은 어렵겠지만 죽일 수 있다.’
더구나 신력과 마력을 압도할 정도로 투기로 강화된 신체 능력 앞에서 관리신이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세력만이 부족할 뿐이었다.
‘일대일의 결투라면 패배는 없다.’
카르마 계약서는 장시간 침묵한다.
잔뜩 긴장한 정보행성 코아는 방금 보인 유아신의 힘과 성인신이 될 미래의 가능성으로 성공확률을 재판단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이렇게 무례했으니 약자로 판단된다면 정말 끝장이라고 다시 알려준다.
‘벌레로 변화되어서 절대계로 끌려갈 확률이 높음.’
‘!?’
아이언도 일단 자신이 있어서 일은 벌였지만, 긴장은 되어서 땀에 흥건하게 젖어간다.
그리고 카르마 계약서의 판단은 끝났다.
대답은 황금빛 계약서가 무지갯빛 양피지로 변하는 것이다.
그 순간 정보행성 코아의 의지가 뇌리를 울렸다.
‘역시 절대등급의 카르마 계약서.’
진리가 인정할 정도의 강자들이나 직접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사용했다는 최고의 등급이었다.
정보행성 코아가 관련 내용을 한탄하듯이 천천히 보여준다.
뜻밖의 사태에 아이언은 정신없이 그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절대등급의 카르마 계약서의 수행은 진리님이 직접 친견하신다.
그래서 전투의 경우라면 일반적인 승리로는 완료가 안 된다.
일격필살과 완전승리로 계약 완수 여부를 확인할 정도로 제한이 높다.
그리고 실패하면 거기서 대부분 현재의 운명은 끝난다.
십중심의 바람성에 벌레로 퇴화가 되어서 끌려가는 영원의 심판이 집행된다.’
절대계의 창조주인 진리가 직접 와서 진행을 확인하는 계약이란 뜻이었다.
‘창조주의 친견이라고?
거기에 진리님의 마음에 안 들 정도로 달성하지 못하면 바람성에 벌레로 변해서 끌려가는 처벌이 기다린다고?
정말 영원의 심판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아직 바람성도 없을 것인데 설마 그러시려고?’
바로 차원의 마도신이 흑염의 바람성에 끌려가서 겪은 기억이 아주 생생하게 전해진다.
특히 벌레부터 시작하지 않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발악하는 모습은 끔찍했다.
아무리 보아도 자신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고전을 거듭하는 모습에 너무나 황당하여 저절로 의문이 떠올랐다.
‘뭐야 이거?
실패할 걸 예상하는 일을 왜 해?
패배 이후의 준비를 할 바에는 차라리 성공을 위해 전부 투자하는 것이 맞지 않아?
그리고 겨우 여창조신 유모를 얻기 위해서 승급시켜 주는 간단한 일이다.
왜 거기까지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해?
계약 내용을 조정할 방법이 없어?’
당연히 정보행성 코아의 대답은 없었다.
아이언이 생각하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위험하고 무모했다.
‘아직 통제할 수 없는 칭호를 완전해방을 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전투에서 어떤 피해도 안 받고 일격에 쓰러트릴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런 제한은 반드시 영원의 심판에 끌고 가시겠다는 뜻이다.’
창조신장이 포기한 창조신급 주신을 창조신으로 만들어야 하는 일을 맡은 지금 상황에서 정말 골치가 아파진다.
‘설마 바로 최고위 창조신으로 끌어올려야 통과되는 수준은 아니지?’
정보행성 코아의 판단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해야 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온다.
실제로 그 정도가 아니면 진리가 직접 움직일 이유도 없었다.
‘그렇다면 절대로 오시게 하면 안 돼!
그걸 어떻게 해!
가능하면 주신은 모두 최고위 창조신이겠다!’
강력한 창조력을 가진 고위 창조신이 많을수록 세계의 발전은 빨라진다.
정신체와는 격이 다른 힘을 가진 창조주조차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들어가는 노력과 수고와 비교하면 효과가 작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당황하는 사이에 절대등급의 카르마 계약서에 문자가 떠오른다.
‘절대등급으로 이 계약이 갱신되면 바로 오신다고?’
현세계의 절반이 날아가기 이 전에 자신이 끝장이 날 위기였다.
그리고 왜 카르마의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꺼림칙했는지 깨달았다.
‘내가 너무 계약을 많이 했어.
그래서 귀찮으신 거야.’
거의 정답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아직 절대계에 있는 진리가 현세계의 최하위 카르마 계약에 이렇게 직접 개입을 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었다.
두려운 눈으로 절대등급 카르마 계약서를 쳐다보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계약의 내용이 아닌 전언이다.
‘분명 너의 힘은 현세계에서 최고의 수준이 맞겠구나.
충분한 정기와 보급된다면 더욱 강해지겠지.
이 계약은 너의 강함에 도움이 되겠으니 용납하겠다.’
갑자기 칭찬이면서 허락이었다.
아이언은 재빨리 머리를 굴려서 숨겨진 뜻을 찾아내려 했다.
‘다음에 또 이런 일로 카르마의 계약서를 쓰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뭔가 이상한데?’
이어지는 내용은 진리의 권유였다.
‘계속 강해지다가 현세계가 너를 못 견디거나 내가 현세계를 참을 수 없다면 절대계로 오너라.’
전혀 뜻밖의 온화한 말투였다.
그러고 나서 카르마의 계약서가 사라지자 아이언은 자신이 만들어낸 얼음 궁전의 영광의 자리에 겨우 앉을 수 있었다.
얼음의 차가움이 식은땀에 푹 젖은 몸을 시원하게 하자 다시 몸을 유아신으로 되돌렸다.
‘역시 이 상태는 지금은 굉장히 무리다.
장기간을 쓸 수 없어.’
온전하게 신력과 마력, 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성인신을 신체를 구현하고 투기로 강화한다.
‘말이 쉽지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초월 권능을 계속 사용할 정도로 연산력이 소모되는 일이다.’
거기에 실체가 아닌 구현된 신체에 다시 투기를 발동시켜서 강화를 시키다니 일반적인 창조신이라면 바로 소멸할 위험한 시도이기도 했다.
‘흑염의 신체라서 버티는구나.
역시 자연적인 능력만으로 절대계 십중심에 도달한 최강의 신체인가?
어떤 시도도 파괴할 수 없고 불가능을 모르니 무섭기까지 하군.’
일단 위험은 지났기에 카르마 계약서의 변경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방금 있던 일을 생각하면서 분석을 시작한다.
‘나의 수준으로는 진리님의 생각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고 오로지 가지고 있는 힘과 가능성으로 가치를 판단하신다는 사실만은 확실해.
내가 어느 정도 무례했지만, 현세계 수준에서는 강하다고 인정을 받아서 무사했다.’
그러나 계약대로라면 순종적인 유모가 되어야 했지만, 그렇게 할 생각이 없어 보였던 대모(大母) 마하에게는 신체와 정신을 조작하는 가혹한 처분이 내려진다.
‘창조신급 주신이지만 최고위 창조신인 자신에 비해 약했기 때문이다.
왜 차원의 마도신과 차원창세신 코아가 그렇게 두려워했는지 알 것 같다.’
강함은 상대적이다.
만약에 현세계가 아닌 절대계에서 이런 상황을 맞이했다면 아이언도 대모(大母) 마하와 똑같은 신세가 될 확률이 지극히 높았다.
최고위 창조신에 영웅신인 자신이 벌레로 끌려간다는 예측이 전혀 과장 같지가 않았다.
‘계약을 실행하고 준수시키는데 창조주의 권능을 사용하니까 이렇게 무섭구나.
굉장히 위험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이언은 아직도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면서 진리가 마지막 남긴 말을 생각한다.
‘내가 최고 수준의 강자이고 이 계약이 나의 강함에 도움이 되니 용납하겠다고 하셨다.
이게 무슨 소리이지?’
그리고 바로 반색했다.
‘잠깐! 이건 카르마 계약서를 쓰지 말란 소리가 아니다!
현세계에서 최고의 강자를 유지할 수 있고 더욱 강해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이다.
내 강함에 도움이 된다면 마음껏 사용해도 된단 소리다!’
실로 겁이 없고 무모한 판단이지만 정확하다고 정보행성 코아가 대답한다.
아이언은 갑자기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 되었다.
‘나를 위해서 자신의 권능을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하시다니 진리님은 역시 멋지잖아!
자비로우셔.’
상을 주면서 시련이라는 벌까지 같이 내리는 진리에게 자비롭다고 이야기하다니 그 시절의 본인들이 들으면 당장 몰매를 맞을 소리였다.
‘강하다고 인정하시니 이 얼마나 잘해주시나.
차원의 마도신은 벌레로 변해서 바람성에 유배되는 영원의 심판을 당했고 차원창세신 코아는 바람성의 본가에 생매장을 당할 뻔했다고 하던가?
차원의 마도신과 차원창세신 코아의 시절의 내가 약해서 제대로 일을 못 해서가 아닐까?’
정보행성 코아는 인정하기 싫었지만, 결과가 그렇게 나오고 있었다.
다시 재판단이 필요했다.
‘진리님과의 문답이 있던 상황으로 돌아가서 차원의 마도신과 차원창세신 코아와의 대화를 가상으로 시험함.’
둘의 생각과 능력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과연 어떻게 여창조신으로 최선을 다해 승급시킬 것이라는 질문에 대해 각자의 답변이 달랐다.
‘용병인 차원의 마도신은 가능한 빨리라는 답변을 함.
사업가인 차원창세신 코아는 모든 자원을 투자하여 성과를 내겠다는 대답을 함.’
그러고 나서 차원의 마도신은 진리에게 실컷 두들겨 맞았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는 여창조신으로 만들 때까지 연금될 확률이 가장 높았다고 나왔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정보를 기초로 만들어진 정보행성 코아의 조언이 틀렸다는 말이었다.
‘이번 경우에는 최선에는 바로라는 답변이 맞음.
하지만 둘 다 상당히 주관적이고 모호한 개념임.’
인정할 수 없기에 말투가 뭔가 굉장히 꼬여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운이 좋은 것뿐임.’
행운을 언급하다니 만들어진 인공 자아로서는 있을 수 없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걸 느낀 아이언은 가볍게 웃으면서 답변했다.
“후후! 행운도 실력이다.
준비되고 능력 있는 자만이 잡을 수 있지.
물론 위험을 감수하고 시도하는 용기도 필요하고 말이야.”
‘...’
할 말이 없어진 정보행성 코아가 침묵한다.
그리고 아이언은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현세계 최강이 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카르마 계약서를 마음대로 써도 좋다고 직접 허락이 받은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절대계의 창조주이신 진리님의 권능인 카르마 계약서를 나의 강함에 대한 한정이지만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이상 좋을 수가 없다.’
여유를 되찾고, 얼음 궁전 밖의 대모(大母) 마하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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