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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요리장이 그 말이 무슨 의미인 줄 모를 리가 없었다.
아이언을 처음 대접했던 천삼 은하계의 총요리장보다 확실히 우위라고 이 무서운 최고위 창조신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다.
오랜 경쟁자이기도 했는데 확실히 우열이 갈린 셈이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어쩌고 하면서 잘난 척하던 그 자식보다 역시 내가 위였어.’
더구나 이런 무서운 최고위 창조신의 인정이라니 누구도 부정할 수 없기에 저절로 허리를 굽혀지면서 크게 외쳤다.
“감사합니다!
바로 추가로 만들어오겠습니다.”
그렇게 외치고 뛰어나가는 총요리장의 눈에는 눈물까지 어려있었다.
아이언은 깨끗하게 비운 접시를 탁자에 내려놓고 말했다.
“요리신은 잘 데리고 있군.
요리가 맛이 있으니 넌 이 정도로 봐주마.
죽다 산 줄 알아라.”
그런데 상급 창조신의 반응이 없다.
“응?”
맛의 신세계를 보여준 요리를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걱! 우걱!
아이언조차 약간 당황할 정도의 집착을 보인다.
그리고 원래 식신(食神)의 자질이 있었는지 순식간에 음식이 비워져 간다.
아이언이 살기를 줄줄이 품어내도 멈추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겁 없는 놈! 그런데 왜 밉지가 않지?
설마 이 자식도 미래의 나와 얽혀있나?’
용자동맹의 사자왕 건이 같은 은하계 출신이었으니 중요인물 중 하나가 바로 옆의 상급 창조신에 있다고 이상하지는 않았다.
일단 탄핵사태는 진정되었으니 피는 그만 볼 생각인 아이언은 살기를 거두었다.
그리고 음식의 접시를 공중으로 띄웠다.
홱!
상급 창조신이 자기 음식을 다 먹더니 아이언의 접시까지 손을 대려 하고 있었다.
“내건 먹지 마라!”
“원래 제 겁니다.”
이런 항의까지 하니 진짜 겁이 없었다.
당장 한 대 먹여서 죽여 놓을까 하다가 좋은 연회 자리와 맛있는 음식을 추가로 맛볼 기회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한마디로 쏘아붙였다.
“내가 없었으면 네가 잘도 이런 심혈이 기울인 요리를 얻어먹을 수 있겠나?”
“...”
참으로 많은 의미가 담긴 독설에 상급 창조신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같은 요리신이 만들었는데 확실히 너무나 수준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보나 마나 대충 만든 요리나 먹어왔겠지.”
그대로 접시를 기울여서 자신의 몫을 깨끗이 먹어치우는 아이언의 눈은 한없이 냉정해져 있었다.
지금 상황은 심각했다.
‘이미 일은 벌어졌다.
내가 약해지거나 긴장을 늦추는 순간 나락이다.’
고위 창조신 전부를 힘으로 눌러버린 셈이었다.
이제 약점을 보이면 탄핵이 아니라 직접 쳐들어올 가능성이 컸다.
우적-! 우적-!
모처럼 마음에 드는 음식을 씹으면서 자신이 가진 전력과 신족의 전력을 비교해 본 아이언은 곧 크게 웃었다.
“푸후후후후! 그것도 좋겠군.”
차원일족의 오리진에 도달한 차원권능에 흑염의 절대자의 직접 가호로 만들어낸 강력한 신체였다.
흑염 세력에게 시험해 본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여기에 마신황제와 창조신장의 신격까지 있다.
혼자서 신족 전체를 상대한다고 해도 패배할 자신이 도저히 없어.’
영웅동맹과 용자동맹, 악당동맹이 본궤도에 오른다면 자신을 제외하고 정면충돌을 해도 상관없는 수준이었다.
‘브라이트와 샤이니가 동시에 덤비지 않는 이상 패배할 요소는 어디에도 없다.
이 두 명은 흑염 세력의 준동이 끝나자마자 잠이 든다.
그때까지 자중한다.’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한 아이언은 요리가 도착하자마자 걸신(乞神)처럼 먹어대는 상급 창조신을 노려보았다.
조금 전까지 머리를 부수어 죽이려고 했던 상대 앞에서 이런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놈은 도대체 뭐야?
상급 창조신답지 않게 혼자 책임을 지겠다고 나섰다.
목숨이 안 아깝나?’
고위 창조신일수록 고지식하고 명분을 지향한다.
안정 지향적일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별종이었다.
‘거기에다가 왜 이렇게 욕심이 많아?
그리고 왜 내 투기와 살기에 겁을 먹지 않지?’
와구! 와구!
총요리장이 직접 조리해서 가지고 온 요리는 전부 중간에서 빼앗아 먹는 광경을 보니 어이가 없어졌다.
‘신계 주신이면 가진 것이 많기에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다.
그런데 이 녀석은 삶에 별 미련이 없어.
그저 현실에 최선을 다하고 만족하면서 살다가 사라지려 한다.
마치 높은 직위에서 떨어져 절망하는 것 같군.
더구나 내 창조신장의 신격과 영웅신의 투기에 겁을 먹지 않는다면 답이 나오는군.’
잠시 생각을 해본 아이언은 바로 질문했다.
“너 지금 창조신장의 숨겨놓은 자식이지?”
“푸우우우우-!”
한참 아이언의 음식까지 중간에서 가로채서 탐닉하려던 상급 창조신의 입에서 성대하게 음식물을 품어내었다.
갑자기 나온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아이언은 마치 옛날이야기를 하듯이 나직하게 말한다.
“부친은 창조신장이나 모친의 신격이 창조신이 아니고, 유명일족도 아니야.
그래서 스쳐 지나간 관계로 태어난 네가 쓸데없이 전투력과 재능이 높았으니 큰 문제였다.
다른 직계나 후궁들에게 암살을 당할까 봐서 아예 탄생 자체를 숨기고 어렵게 성장했어.
일명 귀한 부친의 아비 없는 자식으로 시작되는 영웅들의 탄생이지.
아주 흔한 이야기다.”
“콜록-! 콜록-!”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상급 창조신의 눈이 흔들리고 격렬하게 기침을 시작했다.
그런 반응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요리를 되찾아온 아이언은 느긋하게 말을 이어갔다.
“자력으로 상급 창조신이 되었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여기가 한계다.
명문 일족이 지원하는 오리진들로 이루어진 최상급 창조신 이상으로는 올라갈 수 없지.
더구나 창조신장의 직계라는 정체를 들키면 신계와 모친까지 어떻게 될지 몰라서 숨죽이고 사는 신세인가?”“...”
그 순간 상급 창조신은 주변의 요리신들을 노려 보았다.
거기에 담긴 살의를 읽은 아이언은 정답임을 확신했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아까운 요리신들을 죽일 필요는 없다.
이들은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그제야 상급 창조신은 주변에 아주 흐릿한 황금빛의 장막이 둘러싸인 것을 알았다.
우웅-!
지극히 정밀하게 외부와 별개의 공간을 유지하고 있음을 본 상급 창조신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세상을 격리할 정도의 결계.
역시 투기 외에 다른 권능도 가지고 계셨군요.”
상급 창조신의 완전히 바뀐 분위기에 아이언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결계 밖의 음식을 그대로 들고 와서 먹으면서 말했다.
“투기만으로 지금 세상에서 최강을 자칭하기에는 부족하지 않겠나?
나는 전지전능(全知全能)은 무리지만 무한만능(無限萬能)은 된다.”
세계조차 격리하는 최고 수준의 결계는 창조신조차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아이언이 결계 너머로 음식을 마음대로 받아 먹는 모습에 상급 창조신은 탈출은 포기했다.
“최소한 세계를 파괴할 힘과 복구할 수 있는 창조를 동시에 쥐어야지 마음대로 살 자격이 있다.
나는 그러지 못하니 신족에 임용했지.
너도 그렇겠지?”
“...”
아이언의 말은 귀에 아프게 박혀 들었다.
분위기는 처음 목이 잡혔을 때부터 좋았지만, 더욱 위험했다.
‘비장의 수단으로 숨겨둔 오의와 권능을 들키면 입막음으로 소멸시키기도 한다.
큰일이군.’
그런데 이상하게 겁이 나지 않았다.
창조신장의 직계라는 정체를 숨기고 살아야 하는 삶에 별 미련도 없던 탓이 컸다.
애착이 없기에 공포도 없었다.
“제 출신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최고위 창조신이면서 영웅신인 내 신격에 겁을 먹지 않으려면 창조신장과 거의 동등한 신격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넌 상급 창조신이다.
그럼 답은 간단하지 않나?”
감추어 놓았지만, 이계의 창조신장인 아이언의 신격이다.
그 앞에서 평온하게 있을 수 있는 존재는 같은 등급이나 이어받은 직계밖에는 없는 것이다.
“최고위 창조신을 두려워하지 않을 상급 창조신은 창조신장의 직계나 후계 외에는 없다.
당연한 것이 아니냐?”
“하하. 그런 이유로 이렇게 간단하게 밝혀지다니?
넘겨 짙은 것에 당한 셈이군요.”
상급 창조신은 너무 빠르게 인정한 일이 후회스러웠다.
다른 직계와 후궁들에 의해 앞으로 벌어질 암살이나 정치적인 매장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러나 아이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음식을 먹었다.
정체가 들통이 나버린 상급 창조신의 얼굴은 더욱 굳어만 갔다.
“...”
그러나 곧 음식이 도착하자 그대로 먹기 시작한다.
머릿속은 오래간만에 다시 들추어진 과거로 복잡했다.
‘한때의 유희를 즐기다 자신이 잉태되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로 떠나버린 부친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뛰어난 재능으로 태어나자 가혹하게 수련을 시켜 출세의 도구로 삼은 모친도 싫었다.’
그나마 위안이 부하들과의 좋은 관계였는데 그것도 인제 보니 못 믿을 일이 된 것이다.
아이언은 그런 심정 변화를 느끼고 다른 일을 물었다.
“창조신장인 부친이나 가혹하게 단련시켜 창조신으로 만든 모친을 원망하느냐?
참으로 배부른 생각이다.
너와 같은 처지지만 여기에 도달하지 못한 존재가 몇 명이나 될 것 같으냐?”
“...”
아직 세계를 구분하는 결계가 쳐 있는 상태였다.
비밀이 보장되니 잘 생각해서 바른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지만 다른 창조신들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상급 창조신이 되기까지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만 했다.
교류는 사치였지.’
그러다 겨우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이 되어서 외곽의 중앙 은하를 받았는데 비밀인 창조신장의 서자들에 대해서 알 리가 없었다.
아이언은 가져온 음료를 마시면서 대답한다.
“대부분의 고위 창조신들이 수십의 후궁을 두고 수백의 직계를 둔다.
강력한 후계와 믿을 수 있는 가문의 전력을 만들기 위해서이지.
창조신장 정도면 거의 일천 단위 이상일 것이다.
즉 너의 운명은 일천 명 중에 하나 정도이다.
그러면 특별한 비극도 아니고 상급 창조신이 되었으니 성공한 신생이다.”
“...”
자신도 이렇게 출세했으면 성공한 신생이라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부정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명문 일족의 일원도 아니면서 상급 창조신까지 되고, 최고 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다면 굉장히 배려해 준 셈이다.”
“아버지가 알고 있다는 뜻입니까?”
“당연히! 초월 이상의 권능을 가진 창조신장급의 상위 존재들에게 너의 평온한 태도면 충분한 의심 사유가 된다.
네가 정체를 숨겼어도 다른 고위 창조신들에게 지금처럼 격의 없이 행동했다면 창조신장의 직계라는 사실도 짐작은 하고 있겠지.”
거기까지 말한 아이언은 음료를 추가로 마셨다.
“그러니 영웅신들이나 최고위 창조신 일부는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상위 존재에게 겁을 먹지 않고 재능이 넘치는 존재는 극히 드물다.
그런 존재를 지성체들에게는 용자나 영웅이고 부르고, 신족에게는 용자신 혹은 격이 높아지면 영웅신이 된다.
사생아고 뭐고 지금 같은 비상사태를 생각하면 아껴야 하지.”
그리고 컵을 내려놓으면서 말한다.
“그런데 너 이름이 뭐냐?”
아이언이 상대의 이름을 이렇게 정식으로 묻기는 처음이었다.
상급 창조신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유아신의 명은 바스타드라고 합니다.”
“검의 이름인가?
너는 칼을 안 쓰니 그럼 진짜로 개자식 또는 사생아라고 이름을 붙였어?”
신족 창조신의 이름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아주 불명예스러운 이름이었다.
부친인 창조신장은 아예 태어났다는 사실을 몰랐으니 모친이 지어주었음이 틀림없었다.
대충 사태를 짐작한 아이언은 유쾌함을 숨기지 않고 웃는다.
“푸하하하하! 그것참 정체를 숨기기 좋게 아주 잘 지었다.
창조신장의 피를 이어받은 존재에게 이런 욕과 같은 이름을 붙일 리가 없지.
설사 의심한다고 해도 사생아라고 당당하게 붙였으니 깊이 파고들지 못하지.”
한참을 웃던 아이언은 확실하게 다시 물었다.
“네 모친이 자신을 버린 창조신장에 대한 원망이기도 한 것인가?
푸후후후후-! 보통 성깔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대단한 성격이셨지요.”
상급 창조신의 모친으로서 안정을 찾은 이후로 성향이 많이 수그러졌다.
하지만 창조신에게도 지지 않는 대단한 투신이었다고 한다.
겨우 주신이면서 창조신장의 관심을 끌 정도였으니 정확한 평가였다고 생각은 되었다.
“그렇겠지.
아무리 창조신장의 피를 받았다고 해도 모친의 수준이 떨어지면 상급 창조신이 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니까.
결과만 보면 좋은 모친이니 잘 모셔라.”
아이언이 창조신장의 숨겨진 자식이라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의아해진 상급 창조신이었다.
‘뭘 생각하는 거지?
협박하기 가장 좋은 약점인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하긴 이 정도의 힘을 가졌다면 아군도 거의 필요 없겠지.
어떻게 하면 저렇게 강해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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