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은하유성(銀河流星)이란 투기 오의로 흑염 도적단을 한 번에 쓸어버렸다니 전율할만한 전투능력이었다.
과연 샤이니와 브라이트도 이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갈 정도였다.
“천오 은하계 신계 주신 상급 창조신 우라스님의 죽음을 확인!
신체의 완전 파괴가 확인되었습니다.”
“...”
“...”
드디어 상급 창조신의 희생자가 나왔다.
상대가 안 되면 천사 은하계 신계 주신처럼 재빨리 도주해야 했는데 자존심을 지킨다고 버틴 탓이었다.
이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창조신장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울렸다.
“소멸만 안 되었으면 되었다.
지금 개입하지 마라.
이건 탄핵당한 최고위 창조신과 탄핵을 한 고위 창조신들 간의 문제다.”
죽음은 정신체이면서 창조력이 강한 신족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 아니었다.
그리고 잘못하면 아이언이 창조신계로 쳐들어올 수도 있으니 브라이트의 충고를 따랐다.
‘신체와 신격의 하락이 되겠지만, 창조신인 이상 가벼운 수준이다.’
소멸만 시키지 않는다면 정기나 창조신계의 복구 지원으로 얼마든지 무마할 수 있다.
아이언도 그걸 아는지 죽이기만 하지 소멸까지 시키지 않고 있었다.
“또 이동하십니다.
추정목표는 천육 은하계 중앙 신계.”
창조신계의 관리신들이 아이언의 장거리 공간이동의 진행경로를 그린다.
그것은 은하계를 둘러싼 원형이었다.
‘자신이 받은 은하계 주변의 은하계의 중앙신계들을 원을 그리면서 처리하고 있군.’
‘마치 대규모 전투를 벌이기 전에 주변을 정리하는 모양이다.’
아무리 보아도 전장 정리였다.
아이언이 최악의 경우에는 신족과 싸울 각오까지 한 것으로 보이자 섬뜩함을 느끼는 우주신들이었다.
‘잘못하면 흑염 도적단을 확실히 끝내기 전에 아이언과 전면전을 벌여야 할 판국이다.’
‘브라이트가 이걸 막고 아이언을 신족으로 만들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이걸 어쩌지?’
브라이트가 복귀하면 무슨 소리를 할지 벌써 걱정이 앞서는 우주신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아이언은 또 한 명의 신계 주신의 목을 잡고 있었다.
우드드득-!
다른 손으로 머리를 잡고 그대로 뽑아버릴 기세로 힘을 주자 정문에 나와서 저항을 포기하고 용서를 바라던 상급 창조신은 비명부터 질렀다.
“커어어억! 아이언님! 전 탄핵에 찬성하지 않았습니다.
여기 연판장을 보십시오.
기권했습니다.”
어느새 준비했는지 아이언의 탄핵에 찬성한 연판장을 내밀었다.
‘위치까지 기재된 모습을 보니 마치 굶주린 맹수에게 다른 먹음직한 먹이를 내미는 모양새로군.
하여간 신족의 창조신이라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똑같아.
자신만 사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경쟁자까지 처단하려고 해.’
속마음을 파악한 아이언은 이 상급 창조신이 기권에 있다는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그럼 여기에 왜 있냐?
나를 탄핵하려고 파업에 동참하는 것 아니야?”
“장기간 파견을 가다 보니 속옷과 짐을 조금 가지러 왔습니다.”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라는 사실은 안다.
그러나 아이언의 분노로 중앙 신계 하나가 신계 주신을 제외한 전력이 모두 전멸을 했다.
대들었던 상급 창조신 우라스가 처참하게 조각나서 죽었다는 정보를 들었으니 신계 주신인 자신이 책임을 져야 했다.
그래서 모든 병력을 후퇴를 시키고 혼자 정문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으니 아이언도 그대로 신계를 박살 내거나 목을 뽑아버리지 못했다.
이렇게 혼자서 책임을 지려는 상위자는 죽이기 아까웠다.
“...”
“...”
아이언이 이걸 죽일까 살릴까 하는 고민이 역력한 표정을 지었다.
꼼짝 못하고 제압당한 상급 창조신이 조마조마하면서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그때 창조신계의 긴급연락이 왔다.
“탄핵은 청구권자들의 취소로 무효가 되었다.
고위 창조신들은 모두 파업을 끝내고 토벌단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다고 맹세까지 했으니 이제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
그 말에 이 기회에 주변을 모두 정리할 생각을 굳히고 막 힘을 주어서 목을 비틀어버리려던 아이언은 손에서 힘을 풀었다.
겨우 살았다는 표정이 역력한 상급 창조신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넌 운과 용기가 아주 좋구나.
그리고 혼자서 책임지려는 자세도 마음에 들었다.
부디 지금처럼 잘 처신하면서 끝까지 살아남아라.
먼 미래에 보자.”
“예?”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덕담으로 들렸다.
아이언은 모든 일이 깔끔하게 끝나자 길게 숨을 내쉬면서 하늘을 보면서 탄식한다.
“하아! 역시 이렇게 되는구나.
내 성향을 못 이기고 이 길로 가고 마는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상급 창조신의 목을 비틀고 산산이 부셔 죽였다.
그 외에 막아서는 신족의 군대는 셀 수도 없이 죽여버렸으니 이제 신족과 좋은 관계는 영원히 끝난 것이다.
‘그놈이 약한 탓이야.
어떻게 일격도 못 견디나?’
자신이 건재한 동안에는 아무 이상이 없을 것이나 사라지는 순간 벌떼처럼 달려드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러나 당할 수는 없지.
철저하게 처단해 주지.”
아이언이 자신의 은하계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앞에 있는 정문을 열어젖혔다.
가볍게 손가락으로 밀었는데 신계에서 가장 단단한 정문의 잠금장치가 부서져서 휘날린다.
툭! 투캉-! 구구구구구구궁-! 쿵-!
그리고 그대로 밀려서 주신전 앞까지 가서 정문이 쓰러지자 신계의 모든 신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천사 은하계의 중앙 신계가 아이언에게 오 분도 못 견디고 무너졌다는 소문이 진실임을 확인한 것이다.
“헉!”
상급 창조신은 이제 일이 끝났는데 물러나지 않고 자신의 신계로 들어가자 간이 콩알만 해지는 기분이었다.
‘천오 중앙 신계의 상습 창조신이 한 방에 죽었다고 하던가?’
그 외에도 덤벼든 고위 투신부터 창조신이 포함된 신계관리주신까지 남김없이 죽여버렸다고 했다.
‘당했다던 천사 중앙 신계가 우리와 대등한 전력이다.
이러면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아이언은 정문을 열어젖히고 그대로 신계로 들어서면서 지시한다.
“주신전으로 안내해라.
정식 토벌단의 구성을 직접 확인해 보아야 하겠다.”
“...”
상급 창조신은 잠시 망설였다.
아이언에게 토벌 임무까지 떠넘기기 위해 집단 파업을 선택한 대부분의 고위 창조신들이 흑염 도적단이 잠복한 천삼 은하계 주변에서 상황을 보고 있었다.
급변사태에 놀라서 철회는 했지만, 그렇게 쉽게 포기하고 빨리 집합할 리가 없었다.
‘아마도 상급 창조신조차 고려하지 않고 아이언이 직접 찢어 죽이자 경악한 고위 창조신들이 복귀신고만을 했을 것이다.
권한 밖이지만 직접 사열을 하겠다고 선언했으니 허실이 바로 걸려들 것이다.’
일단은 난동을 막고 시간을 벌기 위한 속임수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더 참혹한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확인한 장소부터 참극이 벌어진다.
어떻게든 다른 중앙 신계로 보내야 해.’
그러나 아이언은 당연한 상급 창조신의 멈칫거림을 용서하지 않았다.
‘진리님께서 완전히 회복되셨다.
이제 흑염 세력을 직접 토벌하시면서 현세계의 절반이 날아간다.
그럼 바로 옆에 있는 내 은하계의 운명도 풍전등화다.
그런데 상급 창조신을 몇 명을 죽여서 그런 결과를 바꿀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하겠다.’
안내를 머뭇거리는 상급 창조신의 머리를 손을 뻗어서 잡았다.
파아아-!
아이언의 팔 일부가 황금빛의 투기에 휩싸여 사라지는 느낌을 받은 상급 창조신은 눈을 부릅떴다.
‘처음 어처구니없이 쉽게 제압을 당했던 바로 그 공격이다!’
역시 권능의 발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또! 헉-! 보이지 않는다!”
모든 고위 창조신은 권능을 사용하여 공격과 방어를 강화한다.
그래서 대부분 권능의 발동을 읽고서 사전 준비를 한다.
‘이번에도 똑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권능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어.’
최대한 일으킨 권능 방어막을 종이처럼 찢어버리고 처음처럼 머리가 잡혀버렸다.
덥석-! 우두두둑-!
머리를 부술 듯이 압박하는 손아귀의 힘에는 한 올의 신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야 자신이 무엇에 당했는지 깨달은 상급 창조신이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단순한 신체 능력의 물리 공격이라고?
겨우 완력이 나의 권능을 무시할 수 있다니 이런 무서운 일이 있다니?
크아아-!’
아이언의 손아귀가 상급 창조신의 머리를 파고든다.
우두두둑-! 우지지지지-!
물리적으로 보면 무엇보다 단단한 창조신의 신체다.
그런데 아이언의 손아귀의 힘은 마치 두부처럼 파고들었다.
“크아아아아!”
“...”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급 창조신의 머리통을 그대로 부수기 직전까지 압박하다가 그대로 주신전을 향해서 내던졌다.
휘이이이이익! 파아아아아아-! 투가가가강-!
아이언에 의해 던져진 상급 창조신의 몸은 그대로 신전들을 부수고 주신전의 정문을 관통했다.
구구구궁-!
주신전이 반파되는 폭음과 굉음이 신계를 울린다.
신계 주신의 참혹한 모습에 덜덜 떨면서도 포위를 시작한 신족의 군대를 노려보면서 싸늘하게 말한.
“모두 신기를 내려놓고 창조신계 최고위 창조신에 대한 예를 표시하라.
그렇지 않는다면 하극상으로 보고, 오늘 이 신계에 살아있는 신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 말에 전열을 가다듬고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던 신족의 군대는 일순 흔들렸다.
‘일반 신족이 신족의 최고위 창조신에게 무기를 겨누는 일은 분명 하극상이다.’
그러나 탄핵이 진행 중인 최고위 창조신이 신계로 쳐들어와서 기권한 신계 주신을 반죽음으로 몰아넣은 상황이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언이 바라던 바였다.
‘신계 주신이 당하자 싸울 기세로 바뀌었다.
역시 인망이 있군.
처단해야 할 상대다.’
자신의 공격을 어느 정도 견디는 힘에 인망까지 있으면 위협적인 상대가 될지도 몰랐다.
이 정도로 경고를 보내고 대치한 상황이면 나중에 무슨 말이 흘러나와도 대응하기 충분했다.
“나의 유일한 자비인 경고를 무시하고 내게 무기를 겨누느냐?
그럼 죽거라.”
황금빛 투기의 소용돌이가 아이언의 몸을 휘감고 하늘로 치솟는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아이언이 머리를 부수지 않았기에 숨이 붙어있어서 힘겹게 일어서던 상급 창조신의 입에서는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큭! 크으윽! 저게 은하유성(銀河流星)!?”
흑염 도적단을 일격에 몰살시키고 후폭풍으로 중앙 신계를 반파시켜버린 투기의 오의였다.
직격 되면 창조신계도 무너트릴 수 있다고 평가받는 무서운 오의가 자신의 신계를 향해서 흉악한 살의를 드러낸 것이다.
신계의 방어막을 최대한 강화해서 막아낼 수 있을지 계산하고 바로 불가능에 신계 소멸이라는 결론을 내린 상급 창조신은 크게 소리를 친다.
“그만! 모두 무기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여서 예를 표시하라.
최고위 창조신이신 아이언님의 앞이다.
절대로 무례를 범하지 마라!”
일단은 기세를 올렸으나 아이언의 살기와 투기에 질려서 덤벼들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신족의 군대에게 구원의 소리였다.
따따따따따땅-!
신기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이다가 힘이 풀려서 무릎까지 꿇는 투신과 전신들이 속출했다.
그렇게 저항이 멈추자 아이언은 투기 회오리를 거두고 그대로 정문이 부서진 주신전으로 향해 걸어갔다.
통신을 유지한 채 사태를 주시하던 창조신계에 바로 지시사항을 하달했다.
“나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은 신족의 최고위 창조신으로서 더는 현세계 신족의 무능과 수치를 보아줄 수 없다.
정식으로 흑염 도적단의 토벌단을 사열하고 출진시킨다.
무단 열외자는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죽인다.”
“알겠습니다!
전달하겠습니다.”
집단파업을 당한 창조신계가 가장 바라던 일이었다.
그리고 가장 절실한 방향이기에 가감 없이 모든 신계에 전달이 된다.
“신계 주신이 신계에 숨는다면 신계를 부수고 일족이 감싸면 전부를 전멸시킨다.
또 파업하려면 하라고 해라.
행성을 좀먹는 지성체처럼 세계의 반역자로 규정하여 신족에서 배제하고 정기를 회수할 것이다.”
나직한 목소리였지만 거기에 담긴 넘치는 살의는 숨겨지지 않는다.
엎드려서 극도의 예를 표시하는 신들의 사이를 걸어가는 아이언의 표정은 이제 이세계의 지배자로서 인정받았던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와 같아지고 있었다.
이계 부흥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얼굴과 비슷해지는 아이언의 의지에 창조신계의 자아가 반응한다.
‘모든 조치가 합당하십니다.
최고위 창조신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
창조신계의 자아조차 아이언의 현세계의 비상사태에 가장 효율적인 조치에 반응한 것이다.
그리고 차원결계를 완성하고 흑염 세력을 끝장내기 위한 마지막 토벌단의 구성을 앞두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집단파업을 일으킨 고위 창조신들의 징계이기도 했다.
고위 창조신들의 지독하게 이기적인 처사에 분노한 창조신장과 우주신들도 거부할 생각이 없었다.
“아이언의 사열을 승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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