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아이언과 전투가 벌어지자마자 빼돌렸으니 시간상으로는 충분히 도착할 시간이다.
그러나 워낙 미적거렸기에 불안한 관리신들이었다.
신계 자아는 정확하게 위치를 파악하고 그대로 답변했다.
‘현재 천삼 은하계의 경계선에 있습니다.
흑염 도적단의 토벌단에 합류하였습니다.’
그 말에 아이언의 이빨이 부서지라 악물려졌다.
“뿌드드드! 왜 시간을 끄나 했더니 이런 이유였느냐?”
일단 시작한 이상 몇 개 신계와 신계 주신을 본보기로 가장 잔혹하게 처분할 생각이었는데 이러면 더 할 수가 없었다.
‘왜 전투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고위 관리신들이 최전선에 나섰는지 의아해서 대화한 것이 큰 실수였다.’
“늙은 생강이 맵다니 꽤 하는구나.”
아직 풀리지 않는 울화에 몸을 떨던 아이언은 은하유성(銀河流星)의 투기 소용돌이를 풀고서 말했다.
“뭐 좋아!
전선 무단이탈이지만 스스로 복귀했고 너희의 용기와 잔꾀를 봐서 이 정도로 봐주마.”
겨우 신계는 건진 고위 관리신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오늘만 날이 아니다.
부디 또 시비를 걸어주기를 기다리겠다.”
역시 확실하게 찍힌 것이다.
아직 살아있는 자신들을 아쉽다는 듯이 쳐다본 아이언이 어딘가로 장거리 공간이동을 해서 사라지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움직일 수 있었다.
주변 상황을 보니 너무나 허탈하여 헛웃음만 흘러나왔다.
“허허. 오 분도 안 되어서 은하계를 담당하는 중앙 신계의 군세가 전멸인가?”
“흑염 도적단이 무섭다고 하셨으면서 그들을 토벌한 아이언을 왜 두려워하지 않으셨는가?”
신계주신도 할 말이 있었다.
‘경지가 높을 수록 인내력도 높다.’
최고위 창조신이 된 아이언의 능력이 샤이니와 동급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위험한 성향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삐이이! 삐이잇!
그리고 매우 급한 연락들이 밀려온다.
똑같은 처지인 다른 은하계 중앙신계였다.
그들도 신계 주신이 탄핵을 위한 집단 파업에 동참하여 아이언이 미쳐 날뛴다는 소문을 듣고 초긴장 상태였다.
그러니 처음 도착하고 전투에 들어간 신계의 상황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되었어?”
“어느 정도로 화를 냈지?”
“대화나 보상이 통하던가?”
“피해가 어느 정도야?”
피해 규모는 따질 필요도 없었다.
막으려고 외부로 나섰던 신족의 군대는 전멸이었다.
그리고 최후의 보루로 정문과 주신전을 방어하던 치안병력까지 마지막 투기 공격에 끝장이 났다.
너무나 허탈하여 무감정한 목소리로 상황을 전한다.
“살아남은 전력은 관리신 밖에 없다.”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으면 빨리 신계 주신을 흑염 도적단 토벌단에 참전시켜.”
“신계에 머물고 있다는 판단이 서면 바로 죽이려 할 것이다.”
그 말에 통신을 건 다른 중앙 신계의 고위 관리신들이 기겁을 한다.
흑염 도적단에 의한 많은 신계가 멸망 당했다는 살벌한 소문을 많이 들었지만 남의 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뭐? 투신과 전신들이 전멸?
같은 신족에게 그런 미친 짓을 했다고?”
생존자는 극소수다.
그래도 소멸을 시키지 않아서 부활은 이상이 없지만, 얼마의 시간과 정기가 들어가야 본래의 전력을 회복할지 알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신계를 몰살시키려고 했다.
목표였던 신계 주신님이 없어져서 다음 목표를 찾아서 자리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
그 소리에 놀란 고위 관리신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통신을 끊어갔다.
“으헉! 벌써 떠났다고?
아이언이 장거리 공간이동을 하는 방향을 확인해!”
“창조신계의 공간 이동소 폐쇄 조치는 왜 안 떨어지나?”
“설마 이 사태를 내버려 두겠다는 속셈은 아니겠지.”
“신계 주신이 멋대로 파업을 했으니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럼 공간 이동소의 작동 정지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부수어 버려.”
통신망이 시끄러워지면서 하나둘 연락이 끊긴다.
완전히 조용해지자 고위 관리신들은 주변을 보면서 울음과 같은 신음을 질렀다.
“끄으으으윽! 이게 무슨 꼴인가?”
“흐으으으윽! 종족전쟁도 이겨낸 우리 신계가 이렇게 무참하게 무너지다니.”
그렇게나 아름답던 신계는 투신과 전신들의 피와 파편으로 뒤덮여있었다.
그리고 힘겹게 쌓아 올린 거대한 신전들은 거의 무너져있었기에 북받치는 감정을 참을 수가 없었다.
가장 피해가 큰 것은 죽어서 신격이 떨어진 군세였다.
‘일반 투신부터 신계관리주신까지 신계의 주요 전력이 전부 죽었다.’
‘거기에 정문과 주신전이 박살이 나고 무사한 것은 중앙핵 뿐이다.’
‘이제 중앙 신계라고 부를 수도 없다.’
단 한 명의 창조신에게 십 분도 안 되어서 중앙 신계가 망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런 끔찍한 사태를 불러들인 원인은 바로 신계 주신에게 있었다.
“이렇게 강력한 영웅신을 아무 대책 없이 탄핵하려 하다니?”
“도대체 왜 이런 위험한 짓을 했는지 신계 주신님이라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게 하나의 신계가 거의 파괴되었을 무렵 또 하나의 신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긴급사태임을 절감한 고위 관리신들이 아이언이 사용하기 전에 공간 이동소를 파괴하려 했으나 한발 늦은 것이다.
장거리 공간이동소는 창조신계의 재산이기도 하기에 파견을 나와 있던 창조신계의 고위신들이 결사적으로 막은 덕이기도 했다.
“훼손은 절대로 안 됩니다!”
“이러다 아이언이 오면 다 같이 죽어!”
이미 한 개의 중앙 신계가 아이언에게 당한 사실을 알기에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창조신계로부터 중립을 지시받고 신계 주신이 멋대로 파업 중이라는 사실을 아는 담당 고위신들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어딜 감히 반말하시오!
최고위 창조신님에게 예의를 갖추시오!”
“하위자를 막 죽이고 있는데 무슨 예의!
비키지 못해!”
그렇게 실랑이를 하는 동안에 각 신계를 중계점으로 삼아서 중앙 신계로 단숨에 도착한 아이언은 공간 이동소를 빠져나오자마자 바로 신계에 일격을 날린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이제 귀찮다는 듯이 짧게 내뱉는 기합과 함께 황금빛 소용돌이가 누가 도착했는지 신계에 알린다.
비상사태가 걸려서 장거리 공간이동소를 포위 중이던 신계의 군대가 목표였다.
투하하하하하하하-!
단 일격에 모두가 먼지로 변해서 휘날린다.
신전과 성벽을 가리지 않고 투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서 사라지는 와중에 아이언의 신력이 담긴 음성이 신계를 뒤흔들었다.
“나를 탄핵하라고 파업 중이라는 신계 주신은 어디 있느냐?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직접 주신전에 가서 확인해야지.”
가볍게 쥔 주먹이 공간을 울리고 몸에서 퍼지는 투기가 주변의 공간을 진동시켜 파괴한다.
투우우웅! 구구구궁-!
황금빛 투기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기도 전에 기세만으로 신계의 방어막을 붕괴시켜 버린 아이언의 몸이 그대로 빛살처럼 튕겨 나갔다.
파사사사사사사사사-!
돌진에 막으려고 달려드는 신과 걸리적거리는 신전이 모두 산산조각이 나서 파편과 피를 뿌린다.
이미 대기 중인 고위 주신들이 이를 악물고 덤벼들었으나 그대로 투기 회오리를 휘감은 주먹으로 쳐서 갈아버렸다.
구구구구궁-!
그리고 주신전의 정문을 열고 들어선다.
거기에는 창백한 표정의 상급 창조신이 스물여섯 쌍의 날개를 펼치고 전투 준비 중이었다.
“네가 탄핵을 하려고 파업을 한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바로 나다.
처음 보는군.
그럼 하극상과 전시 이탈로 즉결처형하겠다.”
“크으윽-! 나를 얕보지 마라!”
이런 사태가 벌어질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상급 창조신이었다.
‘세상일에는 상식과 절도가 있다.
그 안에서 정치는 이루어진다.
그런데 설마 이 정도로 미친 행동을 할 수 있는 영웅신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필 근거지가 내 근처였으니 건드려서는 안 되었다.’
갑자기 유일하게 탄핵 반대의견을 말하면서 비난과 고립을 자초하던 상급 창조신이 생각이 났다.
‘흑염 도적단이 난동을 부리고 있는 은하계의 신계 주신으로서 아이언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리고 이미 중앙 신계가 한 번 구원을 받았으니 찬성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해가 가는 주장이지만 함정이었다.
‘그 빌어먹을 자식!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이런 성향인 줄을 알고 있었어.
탄핵을 당하면 찬성한 존재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날뛸 줄 알고 목표가 되기 싫어서 반대했던 거야.
그래서 웃었어.’
모두가 찬성했는데 유일하게 반대한다.
당연히 집중적인 성토를 받았으나 이해는 할 수 있기에 넘어갔다.
그런데 그 순간 살짝 지었던 미소의 의미를 겨우 알게 된 것이다.
‘은혜 갚음도 아니야.
그랬다면 아이언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 경고를 해서 막아야 했어.
자신의 은하계가 흑염 도적단에 의해 엉망이 되었으니 주변도 그렇게 만들 속셈이었다.
나도 신중해야 했는데 여론을 따라가다 이게 무슨 꼴이냐?’
후회는 늦었다.
이제 바로 죽여버리겠다고 덤비는 아이언의 공격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도 이런 최악의 사태를 생각했어야 했어.
그러나 이렇게 바로 쳐들어올 줄을 누가 생각했겠나?’
초월자 영웅신이자 최고위 창조신의 공격을 감당해야 했기에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신계의 전력을 집중한 상급 창조신의 신형과 아이언의 공격이 충돌하는 순간 충격파가 주변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켰다.
꽈꽈꽈꽈꽈꽝!
그렇게 주신전이 소멸하는 와중에 창조신계는 발칵 뒤집히고 있었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탄핵을 요구하는 하위 창조신들의 집단파업에 분노한 상위 창조신의 위력행사였다.
그런데 아이언이 내놓은 명분이 문제였다.
‘집단탈영과 항명에 대한 즉결처형.’
전쟁과 동일시되는 동원령이기에 법적으로 따지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창조신계의 관리신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최악의 사태였다.
더구나 직접 움직이자마자 희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감히 이제 초월자 출신이라고 얕보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현재 최고위 창조신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에 의해 파업 중인 두 개의 중앙 신계가 파괴!”
우주신들도 기가 막혀서 머리를 흔든다.
“반나절도 안되어서 두 개의 중앙 신계가 당했다.”
“이동시간을 따지면 실제 전투시간은 십 분 미만이다.”
“상급 창조신이 다스리는 중앙 신계가 오 분도 못 버틴다고?”
“아무리 약화가 되었다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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