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황금빛 투기가 일렁이는 아이언의 뒤로 그렇게나 믿음직했던 고위신의 대군이 모두 산산조각이 나서 뿌려져 있었다.
창조신들이 아이언의 탄핵을 위해서 집단파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아이언이 분노해서 가장 가까운 은하계의 신계부터 쳐들어가려 한다는 언질을 받은 중앙 신계들은 준비는 했다.
기겁해서 전 우주에 퍼진 신계를 통한 장거리 공간이동의 궤적을 파악해보니 자신들이라서 전력으로 방어선을 폈는데 숨 몇 번 쉬는 동안에 이 꼴이었다.
‘혹시나 하면서 다급하게 전개한 정예군단이었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되었다.’
‘이게 최고위 창조신인가?’
‘투기를 다루는 초월자 영웅신의 힘이다.’
‘도저히 상대할 방법이 없다!’
투기가 현실을 강화하는 신족의 권능에 비해서 파괴력은 높지만,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진정한 위력은 너무나 무서웠다.
‘고위신은 투기방출에 휘말려 소멸이 된다.’
‘주신은 주먹에 스치기만 해도 박살이 난다.’
다급하게 진격을 막으러 나선 신계관리주신인 고위 주신과 창조신들은 아이언이 직접 팔다리를 뽑아서 성벽에 내던지고 머리와 몸통만 남겨서 소리쳤다.
“어떤 말도 필요 없다
나를 탄핵한다고 파업 중인 신계 주신을 데려와라.
못 하겠다면 너희 신계는 몰살이다.”
어떻게 팔다리가 분쇄되었는지도 모르게 처단된 신계관리주신들이었다.
남은 몸과 머리는 그대로 정문에 던져져서 피의 도장을 찍었다.
“으아아아악-!”
퍼어어어어억-! 퍼억-!
성 밖에 나와 있던 직위가 높은 고위 주신이나 창조신이 모두 그렇게 정문에 피떡이 되어서 죽어 나간다.
그렇게 방어를 하려던 군세가 전멸되자 아이언이 자신들의 신계를 진심으로 몰살시킬 생각임을 깨달은 고위 관리신들이 마지막 설득에 나섰다.
보기만 해도 두려웠지만, 종족전쟁을 이겨낸 유서 깊은 신계와 신계 주신을 잃을 수는 없다.
“저희 신계 주신님은 결코 아이언님을 탄핵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해이십니다!”
인제 와서 대화가 통할지는 모르지만, 필사적으로 설득하려는 고위 관리신들에게 이제까지의 과정이 머리에 스친다.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한 흑염 도적단을 죽인 공으로 최고위 창조신이 된 아이언이다.’
‘그런데 왜 싸워야 하나?’
그런 존재가 자신들의 신계로 쳐들어간다고 통보가 왔지만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처음에는 이해는 가지 않았다.
‘흑염 도적단의 토벌단으로 편성된 신계 주신이 갑자기 돌아왔을 때부터 의심했어야 했다.’
신계 주신이 낭패한 얼굴로 아이언의 탄핵을 위한 집단파업을 했다는 소리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은 고위 관리신들이었다.
종족전쟁 시절 영웅신들의 무서운 무력을 목격했기에 서열이나 직위를 망각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친다.
“영웅신을 적으로 돌리다니 이게 무슨 어리석은 짓입니까?
그것도 바로 옆이 아닙니까?”
“최고위 창조신을 순수한 힘으로 차지한 영웅신을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샤이니님이 직접 우리 신계와 전투를 벌인다고 생각해보시면 바로 답이 나오지 않습니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정확히 말씀하십시오.”
“무슨 이익을 보장을 받으셨기에 탄핵에 참여하신 겁니까?”
당장 탄핵이라도 벌일 고위 관리신들의 기세에 맞아 싸울 방어준비만 하던 신계 주신도 현실을 파악하고 그제야 변명을 한다.
‘나는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탄핵을 주동하지 않았다.
다만 반대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관리신들은 더욱 기가 막혔다.
‘모두가 탄핵에 동의했을 때 반대하지 않고 같이 행동했다면 찬성이다.’
그러나 왜 같이 파업을 하고 신계로 복귀해서 쳐들어올 명분을 주었냐고 성토를 할 시간이 없었다.
아이언의 은하계가 바로 옆이라서 너무나 빠르게 장거리 공간이동을 통해서 단독으로 강습해온 것이다.
‘하필 이렇게 가까운 최고위 창조신을 건드렸지?’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당하는 것이 바로 우리 신계이지 않은가?’
‘왜 그런 이득이 되지 않는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냐고 따질 기력도 없다.’
일단 신계 밖에 전개해 놓은 병력이 순식간에 무너지는데 속수무책이었다.
‘분노한 영웅신을 힘으로 막을 방법 따위는 없다.’
‘동급의 영웅신, 아니면 영웅신에 버금가는 정예가 필요해.’
유일하게 기댈 곳은 창조신계였다.
‘그러나 이상하게 반응이 없다.’
중재나 지원요청을 수없이 했는데도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군무에 이탈해서 파업했다고 버림받은 것인가?’
‘다른 관리신들도 침묵 중이다.’
‘침묵이 아니라 통신 자체가 막혀 있어.’
‘더구나 오랜 인연으로 친분이 있는 브라이트는 창조주님과 면담 중이다.’
그 외에 아이언에게 일대일로 대응할 수 있는 샤이니는 차원결계의 핵으로서 흑염 도적단이 숨어있는 은하계 전부를 가두는 중이었다.
즉 자신들의 신계가 멸망하기 전에 당장 달려올 원군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신계의 군대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치 마른 잡초를 낫으로 베듯이 전진을 하는데 저지를 도저히 못 한다.
“신계 주신과 신계 전부를 맞바꾸겠다 이거지?
훌륭한 충성심이다.”
반드시 복귀해야 하는 이유인 유상전생(有償轉生)을 확인하고 열이 받은 채로 대량의 피를 본 아이언이다.
그동안 억눌러왔던 흑염의 광전사 기질이 발동하기 시작한 아이언의 광기가 어린 외침이 신계를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기특하니 그럼 모두 죽어서 천국으로 가라.
아참! 신족이니 부활소겠군.
별의 바다를 가르는 별!
은하유성(銀河流星)!”
흑염 도적단을 일격에 처단한 광역 오의의 발동이었다.
화가 난 아이언은 같은 편인 신족의 군대에 쓰는데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그 순간 주신전에서도 시야를 가리는 거대한 황금빛 소용돌이를 똑똑히 보았다.
우르르르르르르르르릉-!
신족의 군대 전부를 집어삼키면서 갈가리 분쇄하는 은하유성(銀河流星)의 투기 소용돌이를 처음 본 고위 관리신들은 신계의 마지막을 짐작했다.
‘저건 신계의 방어력을 총동원해도 못 막아!’
‘하지만 어떻게든 지켜야 해.’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망할 수는 없다.’
그래서 겁에 질렸으면서도 최후의 저지선이었던 신계관리주신들의 피와 신체조각으로 뒤덮인 정문 앞에 나선 고위 관리신들이었다.
시간만 조금 벌면 다행이라 생각하고 기대도 안 했는데 정말 뜻밖에 대답이 돌아왔다.
“닥쳐라!
그럼 왜 동원령이 떨어졌는데 신계에 멋대로 칩거하느냐?
나의 탄핵을 조건으로 해서 멋대로 전선 이탈을 하지 않았느냐?
전시 무단이탈은 무조건 사형이다.
샤이니는 용납해도 나는 즉결처형을 하겠다.
막아서는 너희도 탈영자를 두둔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한 죄로 모두 처단이다.”
“으헉!”
이런 상태에서 아이언이 빠져나갈 명분까지 챙기자 기겁한 고위 관리신이었다.
‘싸울 줄만 아는 초월자라고 들었는데 감당하지 못한 사고를 치고 수습을 하는 교활함까지 갖추었다.’
‘이러면 나중에 창조신계로부터 복구 지원도 못 받는다.’
황금빛의 안광을 줄기줄기 품어내는 아이언의 입에서는 사형선고와 같은 외침이 계속 터져 나왔다.
“나를 싫어하여 탄핵한 것들을 배려할 자비 따위는 지성체에게나 던져주겠다.
나의 편이 되지 않을 존재들은 모두 죽어서 사라져라.”
차원창세신 코아의 안주하지 않는 폭주의 신성이 신족을 방해물을 인식하지 최대한 발휘한다.
후우우우우우우-!
신계를 집어삼킬 기세로 또 발동되는 은하유성(銀河流星)의 투기 소용돌이에 저절로 비명이 나왔으나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했다.
‘대화가 통한다.’
‘그럼 최후의 수단은 남아있다.’
고위 관리신들은 신계를 포기하고 나중을 도모하는 수단을 썼다.
수치스럽게 물러나느니 싸우다 죽겠다는 신계 주신을 강제로 토벌단에 복귀시킨 것이다.
영웅신의 분노에 신계는 멸망하겠지만, 신계 주신이 토벌단에 도착하여 보호를 받으면 나중을 도모할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그러나 아이언의 살기와 투기를 보니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비명만 나왔다.
“으아아아-! 제발 고정하십시오.
모든 것이 오해이십니다.
저희 신계 주신은 잠시 신계에 전투 장비를 추가로 갖추러 들리신 것입니다.
이미 전선으로 복귀하셨습니다.”
“엥?”
현세계의 투신과 전신조차 버티지 못하는 투기와 살기를 견디고 외치는 그 말에 아이언의 투기 소용돌이가 멈칫했다.
그리고 고위 관리신들을 한번 째려보고, 한 줄기의 투기 소용돌이를 쏘아서 정문을 관통하고 그대로 주신전을 날려버렸다.
팟! 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장난과 같은 일격에 너무나 쉽게 신계의 방어의 중추인 주신전과 정문이 소멸하자 너무나 어이가 없어진 고위 관리신들이었다.
신계를 관통해버린 투기 공격이었는데 거의 힘을 쓰지 않았음을 안 것이다.
‘이건 종족전쟁 시절의 샤이니와 브라이트를 뛰어넘는다.’
‘이런 영웅신이 초월자에 있었다니?’
‘종족전쟁 이후에 태어난 돌연변이인가?’
이렇게 강력한 초월자 영웅신과 하찮은 감정으로 탄핵이라는 원한을 맺은 신계 주신이 한없이 원망스러워졌다.
이번에 어떻게 살아난다고 해도 바로 옆이기에 두고두고 불안에 떨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언은 진중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신계 자아!
지금 말이 거짓이면 신계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신족을 단번에 지우겠다.
신계 주신과 신계 전부를 가치의 저울에 올리고 대답하라.”
지금 말이 협박이 아니었다.
실제로 원래 미래로 강제로 돌아가야 하는 이상 참아줄 이유가 없어진 상태였다.
‘어차피 초월자의 혁명으로 망할 것이니 내가 좀 챙기마.’
그래서 신계 주신을 직접 찢어 죽여 분을 풀고, 신족을 말살하여 정기를 마구 짜낼 생각이 가득 찬 아이언이었다.
신계 자아는 주신전이 파괴당해 중앙핵이 완전히 드러나 있는 비상사태였기에 긴급 조치권을 발동하여 아이언의 질문에 답했다.
‘말씀하십시오.
최고위 창조신이신 아이언님의 물음에 정확하게 답변할 준비는 되어있습니다.’
신계의 안위는 신계 주신의 생사보다 중요했다.
핵은 바꿀 수 있으나 신계는 교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언은 투기를 더욱 높이면서 묻는다.
“현재 너의 신계 주신의 위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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