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168화 (1,079/2,000)

34권 35권

화면 너머로 투기를 발산하면서 마구 날뛰던 디스 경의 태세가 변했다.

익숙하지 않은 힘을 너무 장기간 쓴 탓에 점점 지쳐가는 것이다.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모두에게 한계가 보였다.

‘지구력이 부족하다.’

‘속도가 떨어지고 반사신경이 늦어져서 대응도 늦어진다.’

‘곧 끝장이 나겠군.’

투하하라-! 따따따-!

그러나 기계 병기인 치안병들은 똑같은 위력의 병기로 끝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퍼퍽! 퍼퍽!

몸에 총알을 몇 대 맞자 정신이 확 깨어난 디스였다.

“으헉! 보이는데도 못 피한다.”

아무리 총에 맞아도 죽지는 않지만 이대로라면 팔다리가 날아가서 체포를 당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기세를 가진 무엇인가가 날아오고 있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시력이 공중을 엄청난 기세로 가르면서 날아오는 존재의 정체를 확인한다.

초능력을 발동하면 에메랄드 보석처럼 빛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특이한 미녀는 제국을 통 털어도 한 명밖에 없었다.

“허헉-! 에메랄드 공주님!

큰일이다.”

에메랄드 공주는 제국에서 최강에 속하는 초능력자였다.

모든 초능력에서 최상위라서 염동력으로 빌딩조차 들어 올리고, 우주에서는 함대조차 제어하기에 힘이 좀 강해졌다고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총알이 몸에 박히니 이제 주제 파악이 확실히 된다.

이 정도의 투기로는 초능력자는 절대로 못 이겨.

아무리 강한 육체라고 해도 몸을 공중으로 들어 올려 버리면 저항할 방법이 없다.’

투기가 더 강해져서 초능력 자체를 압도하거나 걸리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이동하면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꿈도 못 꿀 경지이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를 시작하는데 에메랄드 공주는 놓칠 생각이 없었다.

“감히 어떤 초능력자가 은하제국의 수도에서 날뛰느냐?

산산이 분쇄해주겠다.”

자신이 프롬 여제를 대신하여 다스리고 있는 본성의 수도에서 정체 모를 초능력자의 난동이라니 있을 수 없는 수치였다.

‘빠르고 강하다.

보고대로 최고 수준의 육체계열 초능력자다.

근접전은 위험하나 쉽게 잡을 방법이 있지.’

파-! 우우우웅-!

에메랄드 공주의 머리카락에서 연녹색의 빛이 찬란하게 빛나면서 부서진 기계 병기의 총기들이 전부 떠올랐다.

그리고 일제히 도주하는 디스를 노리고 발사된다.

투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발사된 총알과 빔이 하늘을 일순간에 덮듯이 쏟아진다.

살짝 뒤돌아본 디스의 시선에서는 암담함만이 가득했다.

“으윽! 역시 저렇게 나오시는구나.”

필사적으로 몸을 날려서 도시의 건물 사이로 숨어든다.

두다다다다다다-!

이미 예상을 하고 있던 탓에 어마어마한 총알의 폭풍우를 겨우 피한 디스의 입에서 저절로 누군가를 찾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아이언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은하제국에 저항세력에 뇌물을 조금 받았다고 지옥에 처박고 괴롭히는 잔혹한 신이었다.

당연히 응답할 리가 없지만 거의 조건반사였다.

그런데 전혀 뜻밖에 머릿속으로 아이언의 음성이 울렸다.

“얼씨구? 사고치고 감당이 안 되니 이제야 나를 찾나?

어리석은 인간답게 처신도 참 잘한다.

그런데 알아서 살아봐.

잔뜩 열이 받은 모양인데 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으으! 너무 잘 알지요.”

수도에서 고위 초능력자가 난동을 부리면 당연히 무기징역의 강제노동 감옥이나 즉결처형이다.

그것도 아주 운이 좋은 경우였다.

‘황실 모독까지 겹치면 산산조각으로 분해되어서 연구재료가 될 수도 있다.’

몇몇 악질 초능력 범죄자를 그렇게 처리까지 했던 디스가 더욱 투기를 끌어올리면서 속도를 높였다.

‘크롬 공주님도 아니고 에메랄드 공주님에게 잡히면 차라리 죽여달라고 빌게 된다.’

온화하고 현명한 성품으로 다음 여제로 키워진 크롬 공주와 달리 에메랄드 공주는 천성적으로 군인이었고 지휘관이었다.

‘군단과 우주 함대를 효율적으로 분쇄하는 점에서 따라올 초능력자가 없다.

수만 척의 우주 함대와 수천만의 군대를 파괴하고 죽이는데 망설이지 않는다.’

그런 존재의 분노가 한 인간에게 향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지는 생각만 해도 무서웠다.

디스는 이제 조준의 오차수정이 되었는지 점점 가까이 오는 집중포화를 느끼고 외쳤다.

“제게 아이언님에게 바칠 뇌물이 있습니다!”

더구나 건물에 막힌 총알과 빔 포가 에메랄드 공주의 초능력에 의하여 발사궤도가 휘어서 직각으로 날아오는 모습에 기겁했다.

‘크윽! 이게 말로만 듣던 에메랄드 공주님의 발사체에 대한 조건 없는 궤도 수정.

함대를 지휘하면 무적인 이유가 이거였구나.’

이제 잠시도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크게 외쳤다.

“앞으로도 철저하게 사 할의 재물을 바치겠습니다!

모든 고위관리의 몫까지 말입니다.

증거로 이걸 보십시오.”

잠시 흥분해서 이성이 날아간 느낌이었는데 천만다행으로 뇌물이 들어간 트렁크는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걸 사방에서 쏟아지는 총알과 빔 포 속에서 하늘로 치켜들었다.

‘이게 통할지는 모르지만, 최후의 발버둥이다.’

그런데 또 전혀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훗!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자비나 동정보다 거래와 이익을 제시한다.

그래야 진짜 악당이다.

아직 쓸만한 것 같으니 이번에는 살려주마.”

디스의 몸이 검은 구멍에 휩싸이고 사라졌다.

그 순간 에메랄드 공주의 초능력에 의해서 발사된 궤도를 변경되어서 디스를 완전히 포위하던 총과 빔 포가 작렬했다.

파! 꽈꽈꽈꽈꽝!

얼마나 커다란 화력이 집중되었는지 알려주는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고위 육체능력 초능력자가 가진 높은 방어력을 고려하였기에 용서는 없었다.

그런데 에메랄드 공주는 당황하고 있었다.

“놓쳤다고?”

어떤 초능력자라도 죽여버릴 공격이었는데 끝장을 냈다는 느낌이 전혀 오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아주 순간이지만 지독하게 오싹한 거대한 힘의 파동을 느꼈기에 긴장을 늦추지 않는 에메랄드 공주였다.

그러나 어떤 추가적인 변화도 없자 고개를 흔들면서 후속 조치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 일로 느낀 점이 많았다.

‘초능력자가 없다고 대응 무기를 치장하거나 분해한 일은 성급했다.

아군의 초능력자가 거의 없는 이상 오히려 더욱 강화해야 했어.’

아무리 위험하다고 해도 대응력이 떨어지는 기계 병기만을 전장으로 내몰다니 용납할 수 없었다.

자신이 나서지 않았다면 수도의 인공지능 치안병이 전멸하는 사태가 왔을지도 몰랐다.

‘벌써 자신들의 안전만을 생각하고 있다.

치안본부와 군대를 따로 특별 훈련을 시켜야 해.

전쟁이 끝났다고 벌써 이렇게 무능해지다니 있을 수 없는 사태다.

초능력자가 없더라도 연합과 전쟁을 하는 당시였으면 이렇게까지 무력하게 당할 리가 없다.’

겁쟁이가 되어버린 치안본부의 지휘부와 수도가 거의 전쟁터가 되고 있는데도 책임을 우려해서 움직이지 않던 군부의 지휘부였다.

어떻게 이들을 제정신으로 만들까 고민을 하는 에메랄드 공주의 얼굴은 삼엄한 살기까지 어려있었다.

“흐으윽-!”

자신을 벌집으로 만들 빔 포와 총알의 세례를 바로 눈앞에서 보았다가 아이언에게 구출을 받은 디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트렁크를 꽉 껴안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엎드려 절하고 있는 상황과 심통이 가득한 표정으로 수괴의 의자에 앉아있는 아이언을 보고 재빨리 엎드려서 절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금은 누구라도 죽을 상황이었는데 아이언 덕분에 살아나왔다.

정말 신의 구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디스는 나름대로 감동하고 있었는데 아이언은 전혀 관심이 없다는 말투로 쏘아붙였다.

“이뻐서 구해준 것 아니다.

뇌물이나 가져와.”

디스는 그 말에 재빨리 무릎으로 걸어 아이언의 앞에 다가가 트렁크를 놓고 열었다.

‘시킨 일만 똑바로 하면 확실히 보호해 주신다.’

아이언이 이미 어떤 성격인지 대충 파악은 한 것이다.

“여기 있습니다.

트렁크를 여는 순간 빛이 품어져 나온다.

거기에는 가지각색의 보석과 희귀금속이 가득 차 있었다.

파아앗-!

형용할 수 없이 강렬한 보물의 빛에 모두의 눈이 일순간 욕망에 물들었다.

그리고 아이언이 뇌물을 받는 표정을 보려다가 기겁을 했다.

거기에는 너무나 무서운 마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으허허허헉!”

“커어어어억!”

아이언의 등 뒤에서 스물여섯 쌍의 암흑의 날개가 전개가 된다.

그리고 맨 위의 투명한 한 쌍의 빛의 날개의 중심에 황제의 관과 같은 스물여섯 쌍의 검은 보석 뿔과 흐릿한 한 쌍의 빛의 뿔을 가진 아이언이 웃음을 지었다.

“쿠쿠쿠쿠쿡! 역시 너희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긁어모은 재물답게 쓸만한 생생한 마력이구나.”

트렁크에 담겨있던 보석에서 품어져 나오는 빛은 어느새 검은 마력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아이언의 입으로 흡입되기 시작한다.

“후아아아아아! 이 순수한 마력!

역시 돈에 환장한 지성체답다.

재물에 축적된 마력을 빨아들이는 것이 정답이었다.”

마신왕의 신격을 드러낸 아이언의 모습에 마족은 감격해서 더욱 머리를 땅에 박았다.

마신을 보지 못했지만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마족에게 창조신과 다름없는 존재가 위용을 드러낸 것이다.

“오오오! 위대한 마신이시여.”

마족의 열렬한 경배 속에서 부정한 재물에 담겨서 축적되어 있던 사념과 마력이 아이언에게 남김없이 흡수된다.

그럴수록 더욱 높아져만 가는 존재감에 고위관리들도 더 바라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땅에 이마를 박았다.

파아아아아아-!

‘마신이라고!’

‘그건 또 뭐야!’

마력 흡수의 시간이 지난다.

착각인지 모르지만, 트렁크에 담겨있던 재물에서 마력이 빠져나가고 더욱 영롱한 빛을 발산하자 아이언은 입맛을 다셨다.

“쩝! 맛은 좋은데 역시 너무 적어.

역시 몇십만 정도의 욕망과 죽음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군.”

그 소리가 자신들을 책망하는 소리로 들린 고위관리들은 몸을 저절로 떨었다.

지옥에서 마력을 주입받으면서 이제 어느 정도 눈이 열린 그들은 방금 보인 마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왜 뇌물을 가져오라고 했는지 철저히 깨달았다.

‘뇌물은 단순한 돈이 아니구나.’

‘엄청난 마력이 축적되어 있었어.’

‘하지만 우리는 흡수하지 못해.’

지옥의 악령들과 빙의하면서 마력이나 기술로 배울 수 있는 이능에 대해 거의 전문가가 된 고위관리들의 머리가 맹렬하게 돌아간다.

‘살아있는 지성체가 아닌 물체에 축적된 마력을 강제로 뽑아냈다.’

‘돌을 먹고 영양분을 흡수하는 격이지.

도대체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본래대로라면 흡수하기 위한 마력이 더욱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행위였다.

그리고 저 정도의 재물이 뇌물로 만들어져서 자신에게 넘겨지기까지 얼마의 피와 욕망이 담겨있었는지 깨달은 고위관리들은 죄의 무게에 진저리를 쳤다.

그리고 마신황제로서는 약간 부족한 최고위 마신왕의 모습을 드러낸 아이언의 시선을 느끼자 오줌까지 지릴 정도로 겁에 질렸다.

덜덜덜덜덜덜덜!

마신들은 창조주로부터 지성체와 정신체의 처단 권리를 인정받는 처형인 그 자체였다.

신계 주신이자 고위 창조신은 두렵기는 했지만 무섭지는 않다.

하지만 마신왕의 신격을 드러낸 아이언은 오직 공포와 절망 그 자체였다.

아이언은 하체에 힘을 풀린 몇몇이 실수를 하여 지린내가 나자, 마신왕의 모습을 풀고서 트렁크를 닫고 디스에게 되돌려 주었다.

“뇌물에 담겨있던 마력을 모두 흡수했다.

신이 축복한 상태와 같은 순수한 재물이니 부작용은 없을 것이다.

이제 가져가서 악당동맹을 구성하고 시킨 일에 써라.

다시 말하겠는데, 본성에 거점을 만들고 각 행성에 지부와 도장을 만들어서 투기와 이능의 기술을 가르쳐라.

그리고 부지런히 일해서 직위도 높이고 뇌물도 더 받아서 내게 바쳐라.”

“알겠습니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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