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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165화 (1,076/2,000)

34권 35권

그래서 모두가 거의 시체가 된 모습으로 현금화해온 재산의 사 할을 탁자 위로 내밀었다.

자율이동형 큰 드렁크에 넣은 젊은 고위관리는 황급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크게 외쳤다.

“그럼 잘 바치고 오겠습니다!”

고위관리들도 내놓은 재산이 아까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지만 꾹 참고서 지시를 쏟아내었다.

“그렇게 해.”

“재산을 바쳤으니 이제 지옥 체험은 그만둬 달라고 꼭 약속을 받아.”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한 지침을 받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말을 조심하고 잘 돌아와.”

아이언이 수괴라고 했지만, 자신들이 보기에 편하게 부려먹으려고 대표로 임명한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직위도 여기 모인 관리 중에서 가장 낮았기에 존댓말을 하면서 극히 조심하는 젊은 고위관리였다.

‘이들은 잠들면 지옥이라는 고통에 붙들려서 꼼짝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 있는 일백 명이 제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엄청난 권력을 가졌다는 점은 확실하다.’

은하제국의 저항세력과 교류했으니 잠이 들면 지옥이라는 문제만 없다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권력자들이기도 했다.

그렇게 젊은 고위관리가 대공전으로 향하자 모두가 곧 불만을 터트렸다.

“우리만 연합의 남은 세력에게 뇌물을 먹었나?”

“조사해보니 다른 놈들도 있던데 왜 우리만 지옥에서 고통을 받아야 해?”

그 말에 이제 이들에게 정체를 나타내도 허락을 받은 담당 천족과 마족이 모습을 바로 나타낸다.

그리고 화를 내면서 대답했다.

“저항 세력에게 뇌물 먹은 액수가 많은 순이다.

일 위에서 일백 위까지가 너희들이다.”

“그러게 내가 작작 먹으라고 했지!

그리고 걸렸으면 빨리 내놓을 것이지 왜 버텨?”

“처리가 늦는다고 우리가 얼마나 혼이 났는지 아느냐?”

이들의 보조인격으로서 많은 정기를 얻어서 편의를 봐주었던 천족과 마족들도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밤마다 지옥에 끌려갈 때마다 그들도 상급자들에게 불려가서 상황보고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언의 지시에 어떻게든 더 성과를 내보이려는 최고 책임자들에게 매일 지독하게 문책을 당하는 격이니 나날이 피폐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쓸데없는 욕심 때문에 우리까지 이렇게 되었잖아!”

“지옥과 천국을 주관하시는 신계 주신님께 찍혔는데 안 내놓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

자신의 영혼 속에 설마 천족과 마족이 살고 있었다니 고위관리들로는 어처구니가 없는 사태였다.

“그만 좀 해!”

“이제 모습까지 나타내면 어떻게 해?”

당장 내 몸에서 나가라고 하고 싶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중요한 정보원이고 지옥에서 보호도 해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너희까지 왜 그러냐?”

“제발 이제처럼 양심과 욕망으로서 남아있어!”

하지만 천족과 마족들은 어떻게든 빨리 부정 축재한 재산을 토해내게 하고, 더욱 은하제국을 번성시키라는 명령을 받았기에 잔소리를 쏟아내었다.

“죽으면 끝인 재물에 집착하지 마라.”

“지옥에서 돈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끊을 수 없는 일이다.

고위관리들은 방금 내놓은 엄청난 재산이 생각나서 다시 눈물이 앞을 가렸다.

“으으윽! 그게 어떤 돈인데.”

“노후에 편히 쉴 행성을 하나 장만하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사 할이나 한 번에 빼앗겼다.”

“앞으로도 무조건 내놓으라니 도저히 살 수가 없다.”

“원래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확 죽어버릴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 몸이라서 재산을 물려줄 일족과 가족을 위해 죽어줄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아서라!

극독을 먹어도 되살아났다고 하더라.

저기에 포기한 것 안 보이냐?”

실제 자살을 했다가 지옥에서 되살아난 고위관리는 씁쓸하게 술잔을 기울이고만 있었다.

아무런 고통 없이 잠들면서 중요장기를 모두 녹여버리는 지독하게 비싼 독이었는데 지옥에서 바로 부활해서 멀쩡한 몸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포기를 하기에는 잠들지 못하는 삶이 너무나 힘들었다.

“목을 자르면 어떨까?

아니면 심장에 말뚝을 박아보자.

신체를 분쇄하고 태우던가?”

불사신(不死身)을 처리하는 고전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아이언의 불사(不死)는 치명적인 타격이 들어오면 그 직전의 몸 상태로 시간의 흐름을 되돌리는 방식이니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무엇보다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픈 방법은 싫다.”

“죽어도 품위가 있어야 귀족이지.”

늙어가는 인생의 유일한 낙인 재물 축적을 못 하게 되었다.

거기에 이십사 시간의 천족과 마족의 감시를 받고 잠들면 지옥에 끌려가는 고위관리들은 이제 거의 삶을 포기할 지경이었다.

보고 있던 천족과 마족은 답답해서 외쳤다.

“이 멍청이들! 그렇게나 욕망에 충실하던 열정은 어떻게 하고 이 꼴이야.”

“어떤 고난도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지 않는가?”

“죽음이 오는 최후까지 싸워야 한다.”

보조인격으로서 인간을 이끈다는 역할은 충실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들을 이런 꼴로 만든 신계 주신인 아이언과 한통속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고위관리들은 급격하게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후우우우! 죽지도 않고 지옥행이잖아?”

“아마 스스로 직위를 내놓고 낙향하거나 쓸모가 없어져야 지옥 체험도 끝나겠지.”

명확하게 상황 파악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가장 중요한 사실들을 몰랐다.

고위 창조신인 아이언이 어떤 성향이며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일을 진행하는지를 말이다.

보조인격인 천족과 마족은 그 점을 항상 주지시키고 있었다.

“죽음조차 허용하지 않으시는 모습을 보면 모르겠는가?”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실 거다.”

“신계 주신님에게 한 번 찍힌 이상 바라는 이상으로 일하던가 아니면 강제로 질질 끌려서 가던가 둘 중 하나다.”

인간에게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인 죽음이 유일한 희망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벌어질 수 있는 산전수전(山戰水戰)을 다 겪었다고 생각했던 고위관리들이 질린 표정으로 한참을 침묵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우리보고 어쩌라는 거야?

회개하고 은하제국을 위해서 헌신하라는 뜻인가?”

“앞으로 뇌물을 먹으면 사 할을 바치라고 하니 그건 아니야.

계속 반역자 노릇을 해서 보다 많은 재산을 바치라는 뜻인가?”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고귀하고 위대한 신이라면서 반역자라고 지옥 체험을 시키고 재산을 뺏어간다.

그리고 앞으로의 뇌물도 사 할을 바치라고 하니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신이 인간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어떻게 알겠나?”

“너희도 모르나?”

“우리가 어떻게 해야 편히 죽을 수 있나?

최소한 잠이라도 편하게 자게 해달란 말이다.”

보조인격들인 천족과 마족이 당연히 알 리가 없었다.

“...”

“...”

그래서 회의실은 침묵에 잠겼고 수거한 재산을 아이언에게 바치러 간 수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처음 지시사항을 완수한 셈이니 무슨 지시를 하겠지.”

“지금보다 더 나빠지겠나?”

그때 행성을 몇 개나 살만한 엄청난 재산을 운반하게 된 젊은 관리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꿀꺽! 이게 도대체 얼마냐?’

은하제국을 다스리는 고위관리 일백 명의 사 할의 재산이니 평생 모으려고 맹세한 목표치를 훌쩍 넘었다.

가지고 도망칠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으나 잠들면 지옥이니 곧 포기하고 긴장한 시선으로 대공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정문에서 멈추어선 자동차의 창문을 열어서 생체인식을 했다.

끼이이이이익-!

화려한 장식을 한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 근위병이 가까이 와서 직접 신분을 확인한다.

“삐! 어떤 용무이십니까?”

“대공 전하를 알현하러 왔다.”

“삐! 과거 대공님은 그동안의 범죄의 책임을 물어서 자격이 박탈되었습니다.

현재 대공전에 거주하는 인원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

아이언이 명예 대공이라고 말했기에 확인조차 하지 않았던 젊은 고위관리는 무엇인가 상황이 꼬여감을 느꼈다.

그리고 당황해서 저절로 입에서 생각하던 말이 흘러나왔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이 대공이 아니었는가?”

지옥에서 수없이 들었던 칭호이자 이름이었다.

그런데 그 말과 동시에 인공지능 호위병에게서 이상이 발생한다.

“삐! 삐!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을 언급하는 최우선 보고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인식이 허가되지 않은 일반 지성체가 신계 주신님을 직접 언급하였습니다.

조치를 요청합니다.”

“뭐?”

인공지능 호위병이 이상 반응을 일으키자 섬뜩한 느낌을 받은 젊은 고위관리는 자동차의 자동기능을 슬쩍 해제했다.

여차하면 도주할 생각이었는데 인공지능 호위병의 반응이 먼저였다.

가지고 있던 총을 그대로 조준해 버리는 것이다.

철컥!

총구가 그대로 얼굴을 향하자 조종대를 잡았던 고위관리는 그대로 양손을 번쩍 들었다.

아무리 보아도 그대로 발사하거나 체포당할 분위기였다.

디스는 일단 이 자리를 모면해야 했다.

자동차에 실린 막대한 재화에 관해서 설명할 방법이 거의 없었다.

“윽! 난 정보부를 총괄하는 디스 경이다.

제국 귀족의 면책권이 있기에 이렇게 대우받을 수 없다.”

그래서 나온 항의였는데 인공지능 호위병은 가차 없었다.

“삐! 디스 기사님의 신분확인은 끝났습니다.

그러나 신계 주신님의 칭호와 이름을 동시에 아는 은하제국의 국민은 직위와 신분을 따지지 않고 격리 대상입니다.

상황 파악이 끝나기까지 도주하면 무조건 사살합니다.

여제님과 공주님을 제외하고는 예외는 없습니다.

통제를 따라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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