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아주 미심쩍은 대답을 들었지만, 방금 투기 방출로 날려버린 쌍검을 든 영웅왕을 뒤쫓아 날아가는 사자왕 건의 영웅왕이었다.
그렇게 갑자기 나타난 영웅왕들이 사라지자 전쟁터는 침묵에 잠겼다.
“...”
“...”
영웅왕들의 강대한 존재감과 위력에 제압당해 싸울 의지가 사라진 상태였으니 영웅동맹과 용자동맹의 후보생들은 할 말이 없었다.
초능력자나 개조 인간들은 보통 인간보다 강한 힘을 자랑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영웅왕이란 기계신 앞에서는 개미보다 못하다고 느낀 것이다.
물론 이런 정전은 아이언의 의도가 아니었기에 추가로 지시한다.
“영웅동맹의 낙오자는 자유, 용자동맹의 패배자는 정의를 위해 열심히 싸워라.
결과가 나오면 바라는 조치를 해주마.”
끝까지 싸움을 부추기면서도 지극히 태평스러운 아이언의 신언이 울리고 전쟁터는 더욱 정적에 휩싸인다.
차가운 바람만이 황량한 초원을 스친다.
솨아아아아아!
자신들을 지옥으로 끌고 온 아이언의 의도는 알았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벌리는 두 영웅왕의 사투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힘이 쫙 빠지고 있었다.
또한, 자신들의 운명이 한심스럽기까지 했다.
‘내가 낙오자라고?’
‘왜 패배자야?’
불만은 많았지만, 감히 입 밖으로 내는 후보생들은 없었다.
다짜고짜 지옥에 처박는 신이니 열을 받으면 어떻게 나올지 예상조차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지금 영웅왕들의 결투였다.
‘놀라운 위력과 장갑이다.’
‘우리 전부가 덤벼도 영웅왕은 못 이긴다.’
‘저 승부로 승패가 정해진다.’
‘일단 결과나 나오기까지 대기한다.’
그렇게 암묵적으로 휴전하면서 영웅왕의 결투를 지켜보는 영웅동맹과 용자동맹의 후보생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로 평범한 인간들이 식은땀을 훔치면서 일어서고 있었다.
“으으. 끝난 모양이군.”
“죽는 줄 알았다.”
이들은 보조인격들과 대화할 능력은 없었지만, 신족의 존재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던 은하제국의 지배층들이다.
그들의 옆에서 각자의 보조인격인 마족과 천족들이 수호를 했기에 무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대화를 해서 왜 이러는지 안다.
“그러니까 은하제국에 반대해서 지옥으로 보내졌다고 이겁니까?”
“죽여보았자 또 다른 반대세력들이 나타날 것 같으니 자중하라는 신의 경고라고요?”
“조용히 협조하지 않으면 잠들 때마다 지옥 체험입니까?”
정말 신이 존재했고 은하제국을 가호한다면 통합 반대세력인 자신들을 이렇게 할 필요성은 넘치도록 있었다.
더구나 이상할 정도로 성능과 파괴력이 높아진 인형 병기와 개조 인간들의 전쟁을 보았기에 감히 반발은 생각하지 못했다.
‘방금 보인 위력이 너무나 높아.’
‘전함이나 전투기에 밀려서 사장되었던 인형 병기들이 아니었던가?’
실제로 영웅동맹의 일반기체들은 초월자나 초능력자가 타지 않아도 은하제국의 함대 전력을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쿠쿠쿠쿵-!
그런데 흐릿한 지옥의 태양이 갑자기 더 약해진다.
개조 인간들과의 치열했던 전투가 일시적으로 중단되자 지옥에 끌려온 반대세력을 영웅동맹이 눈치를 채고 모여든 것이다.
“이것들은 악령들인가?”
“살아있는 인간 같은데?”
“흐윽!”
고위 관린들은 머리나 처세술이 좋았지만 결국은 평범한 인간이다.
거대한 기계 인간처럼 금속 얼굴을 보인 영웅동맹의 인형 병기들이 둘러싸자 온몸이 덜덜 떨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개조인간 쪽에 떨어진 반대세력은 더욱 운이 나빴다.
몇몇이 개조 인간들의 정체를 묻는 몇 가지 물음에 대답을 잘못했다가 바로 총기에 맞고 쓰러진다.
투다다다다! 퍼어어어억-!
“정체 모를 존재는 일단 제거한다.”
“으악! 말도 안 돼!”
개조 인간들은 인형 병기에 탑승한 영웅동맹보다 방어력이 약해서 타격을 많이 받았고 제대로된 지휘부조차 없었다.
그래서 개조 인간이나 인형 병기가 아닌 평범한 인간들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자 경계심을 품고 일단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놀랄 일은 다음에 벌어진다.
슈하하하하하-!
분명 총탄으로 벌집이 되어 쓰러졌는데 순식간에 옷까지 원상복귀가 되어 되살아나고 있었다.
“어? 안 죽는다.”
“우리의 재생과 동종의 능력인가?”
“이 녀석들은 개조를 안 받았잖아?”
아이언에 의해 다시 개조된 자신들도 비슷한 재생력을 가졌다.
하지만 아무런 능력도 없어 보이는 평범한 인간이 산산조각이 났다가 되살아나는 광경은 역시 괴기스러웠다.
인형 병기와 비교하면 약한 개조 인간들의 반응은 바로 신경질적인 무력화였다.
“이것들은 역시 정체를 숨긴 지옥의 괴물이다!”
“죽여!”
“불사신이라면 팔다리를 분쇄해서 움직임을 막는다.”
“으아악! 살려!”
“내가 누구인 줄 알고서 이러느냐? 크악!”
실제로 개척 행성에 정찰병력으로 투입되다 정체 모를 토착 괴물들에 당하는 경우가 많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개조인간 쪽에 떨어진 반대세력이 순식간에 죽어 나가고 부활을 반복하자 영웅동맹에 떨어진 은하제국의 관리들도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인간보다 터무니없이 거대한 인형 병기라서 밟기라도 하면 죽은 목숨이다.’
물론 되살아나기는 하는 것 같은데 비명을 들어보니 보통 고통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데 무척이나 반가움이 어린 목소리가 울렸다.
“이거 경리 장관이 아닌가?”
영웅동맹의 인형 병기의 무리가 길을 열고 그 사이에서 조금 더 화려한 장식을 자랑하는 기체가 나선다.
그리고 목의 조종석이 열리면서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역전의 무장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중년 초능력자였다.
바로 정체를 확인한 제국의 경리 장관은 반가움에 크게 불렀다.
“크림 백작님! 제가 맞습니다.
경리 장관입니다.”
크림 백작은 과거 제국 최강의 초능력자였던 슈가 백작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강력한 초능력자 귀족이었다.
그제야 상황파악이 되기 시작한 은하제국의 관리들이었다.
‘은하계의 초능력자들이 일제히 사라졌다고 하더니 지옥으로 끌려왔구나.’
‘그럼 여기 있는 인형 병기에 탑승한 조종자들이 전부 제국의 초능력자인가?’
초능력자들은 평범한 사람을 순식간에 죽일 수 있기에 원래 아주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지옥에서 같은 편인 제국의 귀족을 보게 되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크림 백작은 주변의 인형 병기를 둘러보면서 권고했다.
“일단은 은하제국의 중요한 고위 관리이니 물러들나면 좋겠군.
아이언님이 은하제국을 중시하는 줄 모두 알고 있다고 믿네.”
크림 백작도 제국 출신의 후보생이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이 연합이나 해적들이니 마음대로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이언을 들먹이자 해적의 깃발을 들었던 영웅동맹의 후보생들이 약간 망설였다가 뒤로 물러난다.
아이언이 많은 정기생산을 위하여 은하제국의 번영을 바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거슬릴 수는 없었다.
탁!
제국소속의 후보생으로 방어벽을 만들고 조종석에서 뛰어내린 크림 백작은 제국 경리 장관을 보면서 물었다.
“무슨 일로 제국의 귀중한 관리들이 지옥에 떨어졌나?
천족과 마족이 아직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수명이 끝난 것은 아닌 모양인데 무슨 일인가?”
그 물음에 경리 장관은 일순 긴장했다.
정체를 드러낸 천족과 마족들이 잠이 들면 꿈 대신 지옥 체험을 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은하제국에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예산과 재산을 더 확보하기 위해서 저항세력과 은밀하게 거래를 해왔기에 부정할 수도 없다.’
더구나 크림 백작은 프롬 여제에게 대한 충성심이 대단했다.
‘프롬 여왕에게 충성을 바치는 대표적인 왕족파 귀족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지.
일단 속이자.’
과거 급했던 성질을 생각하면 바로 즉결처형의 가능성마저 있다.
실제로 프롬 여왕 시절에 신변에 문제가 생기자마자 기계 귀족들과 내전을 벌이기까지 했던 전력을 보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잠이 들었다가 갑자기 깨어나니 여기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 오면 되돌아간다고 합니다.”
“몰라?
그래도 돌아갈 수 있다니 다행이군.”
크림 백작은 관리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한다.
자신도 갑자기 지옥에 끌려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이라면 얼마 안 남았군.
시간이 지날 때까지 여기서 다들 쉬고 있도록 하게.
지옥의 다른 지역은 굉장히 위험해.”
“후유! 감사합니다.”
그 말에 제국의 관리들은 안도의 숨을 쉬면서 인형 병기 장벽 안으로 모여들었다.
그러자 제국의 사라진 초능력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나타내면서 제국의 상황을 물어온다.
“제국이 은하를 통일했다면서?”
“프롬 여왕님이 여제가 되셨다고?”
쉬운 질문에 답변하면서 어느 정도 안전이 확보되었다고 생각이 되자 긴장도 어느 정도 풀어진다.
다시 확인해보니 개조인간 쪽으로 떨어진 인간들은 연합이나 저항세력이고 영웅동맹은 제국의 관리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단 오늘 밤은 살았군.’
‘저항세력과 관계는 청산하던가 줄여야 하겠어.’
그들이 보기에는 크림 백작이 여기 인형 병기 군단의 수장역할 맡은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크림 백작의 주변으로 관리들이 몰려들고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기다렸다.
풀썩! 풀썩!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여기저기 주저앉는 관리들도 여러 명 있었다.
그리고 주변의 천족과 마족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 상황을 더 파악하려 했다.
그런데 천족과 마족은 이상하게 긴장을 하면서 모습조차 신체 내부로 숨어든다.
“?”
이상함을 느끼고 보니 여섯 쌍의 검은 깃털의 날개를 가진 존재가 어느새 나타나서 크림 백작과 대화 중이었다.
그리고 잠시 대화를 나누다 최상급 마족은 두툼한 서류철을 크림 백작에게 넘겨준다.
“이건 선악서(善惡書)의 일부로서 아이언님이 복사해 주셨다.
은하제국의 일은 지성체들이 알아서 잘 처리하도록 해라.”
“일단은 고맙군.”
서류를 흩어보던 크림 백작의 눈동자는 끝없이 흔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주변의 제국 출신 초능력자들에게 의지를 보내서 고위 관리들을 전부 모으게 했다.
어느 정도 흩어져있던 관리들이 자신의 주변에 모두 모이자 크림 백작은 아주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묻는다.
“자네들은 왜 은하제국에 반대하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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