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힘찬 대답을 하고 지옥으로 공간 이동하는 영웅동맹의 지휘부를 지켜본 아이언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짝짝-!
그와 동시에 이제 최상급 천족이 된 워터 문, 장래의 녹발독후(綠髮毒后) 수월(水月)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타난다.
워터 문은 신족의 최고위 창조신을 모신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정도로 모든 문제가 풀리고 탄탄대로라서 아주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이대로 진행만 되면 나는 하위신이 된다.
다른 고위 천족들도 승급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여건이 좋아졌다.
이게 모두 아이언님의 덕이다.’
신계의 핵이 아이언으로 바뀐 것만으로 엄청난 혜택을 보는 중이었다.
거기에 건의사항을 무시만 하던 창조신계에서 싫은 표정이 역력했지만 모두 조치를 해주고 있으니 날아갈 것만 같았다.
“용자동맹의 후보생들은 추가로 얼마나 확보할 수 있지?”
“일단 강해지기 위해 신체를 개조한 일백만 명의 위치를 확인해 두었습니다.
그러나 영혼이 온전한 경우는 방금 지옥으로 보낸 일만 명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상당한 영혼의 결손 상태입니다.”
완전히 비서처럼 녹색의 치마 정장을 입고 공손하게 대답하는 워터 문의 대답에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그렇기는 하지.
원래 저런 용자들은 영웅과는 달리 변수가 많다.
그래서 정확한 분류가 힘들 것이다.
영혼이 온전해도 승급이 안 될 부류가 대다수겠지.”
똑똑!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치면서 잠시 고민을 하던 아이언은 결정을 내렸다.
“시간이 없으니 모두 지옥에 투입해서 진짜를 골라낸다.
영혼의 상태나 수준이 어떻든 상관없다.
초능력자로 태어나거나 개조 인간이 되면 바로 지옥으로 소환하라.
은하제국은 평범한 인간들로만 채운다.”
단호한 결정에 워터 문은 더욱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깊숙이 숙이면서 왼쪽 무릎을 꿇어서 예를 보인다.
“알겠습니다.
위대한 신계 주신님께 영광이 있으라.”
오랫동안 신계를 다스려왔기에 지금 이 결정이 무슨 의미인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신족이나 은하제국에 홀로 대항할 힘을 가진 영웅과 용자들을 전부 제거한다는 뜻이었다.
‘이러면 정신체나 초능력, 육체 강화에 대한 분야는 낙후될 수밖에 없다.
은하제국은 이제 기계 병기만이 극도도 발달할 것이다.’
물리법칙에 지배되는 과학 문명이 아무리 수준이 높아도 현실을 강화하고 지배하는 권능을 가진 신족의 적이 아니었다.
과학 수준이 높아질수록 정신 분야에서 허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만 된다면 앞으로 은하제국이 어떤 과학 문명을 세운다고 해도 신계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다.’
신족에 오랫동안 저항하며 무시하려 하던 제국과 연합이었다.
고대문명의 후계자들에 의해 생긴 오랜 고민이 풀리고 영광의 길만이 보였다.
그래서 더욱 깊숙하게 숙인 워터 문의 정장 사이로 풍만한 젖가슴의 계곡과 한쪽 무릎이 굽혀져서 들려진 치마 사이로 허벅지가 보였다.
워터 문은 자신의 또 다른 분야의 유모의 적합자였기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는 아이언이었다.
“...”
최고위 창조신과 천족의 관계는 손만 뻗으면 언제든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신분의 차이가 컸다.
워터 문도 노출이 큰 정장을 입고 온 것을 보니 전혀 거부할 기색은 없어 보인다.
‘유모가 되라고 말만 하면 될 것 같기는 한데 그러기는 싫군.
직위로 강제하는 것 같잖아?’
시즈지의 교육의 성과를 강제로 하면 진정한 영웅신 못 된다는 인식이 생긴 아이언은 꾹 참고 있는 도중이었다.
‘지금부터 유모는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하지만 잘 골라야 해.’
차원일족 유아신으로 보면 지금까지는 최상으로 잘 관리되어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환란 속에서 최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욱 완벽한 관리를 해야 했다.
‘이제 신족으로서 순수성이 관건이다.
아직 마력이나 다른 부류의 힘을 받아들여서 완벽하게 정화할 정도는 되지 않는다.’
아이언이 가볍게 손을 내저어서 물러가라고 했다.
“그만 가보아라.”
워터 문은 잠시 실망하는 얼굴이 되었으나 바로 물러났다.
자신의 뒤에서 보고를 기다리고 있는 지옥의 책임자인 최상급 마족이 눈치를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고가 끝났으면 이제 그만하고 나와.’
‘알았으니 조용히 해.’
거듭되는 재촉에 워터 문이 물러나자 기쁨에 찬 미소를 지으면서 최상급 마족이 등장한다.
그 역시 지금 신계가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나 흥겨웠다.
“후후후후. 임무를 완수하고 뵙게 되었으니 이 기쁨이 끝이 없습니다.”
“완성되었느냐?”
“물론입니다.
모든 마족이 위대하신 아이언님의 명령에 따라서 전력으로 매진한 결과 은하계의 모든 지성체들의 기록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천족의 기록보다 수십 배는 많은 양이었지만 완료했습니다.”
최상급 마족이 손을 펼치자 암흑의 빛이 품어져 나왔다.
좌아아아아아아아-!
암흑 안에서 검은색의 표지에 백색의 종이를 가진 책이 빛난다.
‘선악서(善惡書).’
그렇게 적혀진 신기를 보이면서 자랑스럽게 외친다.
“아이언님이 주신 이 신기에 지성체들이 현생에서 벌였던 모든 행적을 적었습니다.
또한, 지옥에서 가지고 있던 전생의 기록도 수록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영혼에 고유개체 번호를 붙여서 영구히 관리하겠습니다.”
“흠. 잘 만들었군.”
아이언이 만든 선악서는 다른 기능은 없다.
다만 천국과 지옥과 연동된 무한의 기억공간을 가져서 현재 일천억이 넘는 지성체의 삶을 전부 기록한다는 점이었다.
“아이언님의 지침대로 지옥과 천국에 연결된 이상 전생을 몇 번을 한다고 할지라도 결코 기록은 사라지지 않고 영구히 기록 관리될 것입니다.”
일천 억이 넘는 지성체의 전생과 현생을 기록한 선악서가 아이언의 앞에서 펼쳐진다.
그 속에는 마족과 천족이 보조인격으로 있으면서 기억하고 있던 모든 심리 정보까지 들어있었다.
좌르르르르르르-!
아이언에게 허락된 열람 권한을 사용한다.
그러자 모든 지성체들의 인간관계에서 발생한 내용들이 그물처럼 연결되어 간다.
‘누가 누구를 죽였다.’
‘누가 누구를 살렸다.’
‘누가 누구를 도왔다.’
‘누가 누구를 해를 끼쳤다.’
그런 사건 사고의 연결이 마치 나무의 뿌리나 피라미드처럼 위로 갈수록 좁아진다.
그리고 수십 명의 은하제국 고위관리와 장군들로 집결되어서 마침내 은하제국의 프롬 여제에 연결된다.
가진 직위가 높은 만큼 악행도 엄청난 관리와 저항세력의 지배층들을 보면서 아이언은 혀를 찼다.
“쯧! 기계 인간, 초능력자와 개조 인간들을 전부 치웠는데도 이 정도로 영향력이 강한 자들이 남아있었나?
하여간 치워도 끝이 없구나.”
“잡초 같습니다.”
아이언은 평범한 인간을 초월하는 초능력자, 기계 인간, 개조 인간들을 전부 제거했다.
그 이유는 바로 이렇게 은하제국과 여제를 뒤흔들만한 영향력을 가진 존재들이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어느새 초능력자와 기계 인간들의 비워진 자리를 채우고 있는 고위관리들이 벌이고 있는 사건 사고는 한눈에 보기에도 규모가 컸다.
‘역시 은하제국의 와해방향으로 흐르고 있군.’
더구나 정신체들의 지배에도 어느 정도 파고들면서 접근을 해왔다.
물론 지금보다 안 좋은 방향이었다.
신족이 더욱 은밀하게 파고들자 어떻게든 사교라던가 미신 정도로 치부하고 권력을 공고히 하려 한다.
“지성체들의 반란은 천성인가?
참 끈질기기도 하군.”
하지만 선악서가 있는 이상 반란은 고사하고 자신의 죄에서조차 벗어날 수는 없었다.
모두가 연결되어서 현재 지성체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흘러갈지 환하게 알 수 있는 자료였기 때문이다.
‘모든 지성체들의 선과 악의 자료를 기록했기에 앞으로의 흐름도 알 수 있다.
미래 예지의 권능이 없어도 중심인물들을 통제해서 관리할 수 있다. ’
은하계의 지성체들의 성향을 전부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선악서(善惡書)의 내용을 전부 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신계 주신뿐이었다.
집필을 총괄하는 천국과 지옥의 책임자조차 담당 영역의 기록만 하지 열람은 금지된 것이다.
“통일되면 다시 분열하고, 흩어지면 다시 모인다.
이것이 지성체들의 본성인가?
참으로 어리석어.”
이대로 내버려 두면 또 나누어져서 서로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은하제국의 안정된 지배에서 지금의 열 배 이상의 인구증가를 목표로 하는 아이언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저항세력과 암적인 관리들을 치운다고 또 다른 존재가 나타날 것이 당연했다.
“이들을 죽인다고 해도 그 밑의 것들이 또 나서서 해 먹겠지.
숙청을 반복하다 보면 지배층이 남아나지 않는다.”
은하제국을 다스리려면 여제 혼자만으로는 당연히 안 된다.
뒷받침할 유능한 인재들이 필요했는데 우습게도 그들이 가장 위험한 반란분자에 속해있었다.
은하제국의 지배층이면서 저항세력과도 연계되어있는 것이다.
“여제의 심복들이니 내가 경고해도 믿을 리가 없다.
후후후. 그래도 경고는 해두어야 하겠어.
은하제국에 반대한다면 잠들 때마다 지옥 구경을 시켜주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그 순간 제국의 권력확보를 노리면서 다른 생각을 하던 지배층들의 운명은 밤마다 지옥에 가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아이언은 최상급 마족을 쳐다보면서 칭찬을 했다.
“너의 할 일이 늘어나겠구나.
아무것도 없으면서 끝없는 지옥이라니 아주 획기적인 발상이다.
현세계의 지옥은 모든 감각이 극대화되어 있지만, 물도 먹을 것도 없는 황량한 초원이었다.
영역도 엄청나게 넓게 만들어서 끝없는 굶주림과 외로움을 겪게 만들어져 있었다.
“없는 정기와 모자라는 마족을 고려하여 최선을 다해서 구상한 지옥입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후후후. 유지비가 거의 안 드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아이언의 만족스러운 웃음에 최상급 마족은 아주 기뻐했다.
최상급 천족이 된 천국의 관리자인 워터 문이 요즘 부쩍 외모에 신경을 쓰면서 꼬리를 치는 모습이 불안했는데 확실히 마족도 인정받고 있었다.
‘마족이라고 천대받지 않는다.
천족처럼 공정한 대우와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로도 이 신계 주신님을 목숨을 걸고서 지켜야 한다.’
그렇게 아이언이 신계 주신으로서 자리를 확립하고 지성체의 관리체계를 완성하고 있었다.
그 방식은 정신체들의 최고의 장점이자 단점인 영구한 기억과 기록의 도입이었다.
‘선악서(善惡書).’
차원일족의 지배의 상징이자 원칙으로 확립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지금은 간단하게 현생의 선행과 악행을 기록하고 전생의 기록을 도입하지만, 나중에는 많은 지침이 추가된다.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자 삶은 새로운 시작이다.’
‘선은 천국으로 보상하되 이어지지 않는다.’
‘악은 지옥으로 용서하되 지워지지 않는다.’
‘선악서(善惡書)의 열람은 신계 주신과 본인만이 가능하다.’
선악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은 아이언만이 알 뿐이었다.
“...”
아무 말 없이 선악서를 회수한 아이언은 영광의 자리를 통해 신계와 직결시켜 버렸다.
방대한 지성체들의 기록이 신계로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통제를 마친 아이언은 최상급 마족을 보면서 다시 지시한다.
“이제부터 지성체들의 천국과 지옥의 분류는 신계의 인공지능에게 맡긴다.
그렇게 되면 지성체가 벌일 수 있는 대부분의 선과 악이 기록된 이상 보조인격의 관리는 이제 의미가 없다.
사망과 동시에 재배치하지 말고 승급을 준비를 시켜라.
마족의 승급은 너의 판단에 맡긴다.”
“오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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