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흑염 세력에 의해 오십 개의 신계를 떨린 은하계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했다.
그런데 주변의 경쟁자들이 바로 도발을 해올 것이기 비슷하게 당하게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만약 놓치게 된다면 그 정도는 해 주마.
어차피 이제 좋게 되기는 틀린 사이가 되었으니 끝장을 내주지.’
“감사합니다!”
창조신이 이런 음모를 꾸미다니 아무리 ‘안주하지 않는 폭주’의 영향을 받고 있어도 대단한 진보였다.
‘고리타분한 신족의 창조신답지 않게 굉장히 빠른 변화로군.
위기라서 그런가?
아니면 원래 적성인가?’
아무래도 좋았다.
일단은 말이 통하는 상대가 생겼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이 정도 결단력과 판단력이면 최소한 걸리적거리지는 않겠군.’
무엇보다 흑염 세력의 전력과 지금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샤이니가 완벽하게 포위망을 준비한 것 같은데 구성인원이 현재의 신족이라면 가망이 없었다.
‘지금 신족의 투신이나 군신의 힘으로는 흑염 세력을 잡을 수 없다.
샤이니가 아무리 강해도 혼자이니 거의 놓치겠지.’
흑염 세력의 진정한 난동이 다가온다.
그럼 이제 자신도 초월자의 혁명을 준비할 때였다.
‘스스로 세력 외에도 지금처럼 정보나 지원을 해줄 동맹을 늘려야 한다.’
이익을 나누던 사이는 바로 배신할 수 있지만, 약점을 서로 알면 쉽게 돌아서지 않는다.
아이언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상급 창조신은 최고 위원회의 반대여론을 직접 알려서 스스로 약점을 잡힌 셈이니 믿을 만했다.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의뢰를 직접 요청했으니 바로 배신할 걱정은 없겠군. ’
왜 갑자기 긴급 비밀연락으로 고급 정보를 넘겨주나 의심을 했는데 상황을 정리하고 기분 좋게 풀었다.
그리고 인상이 확 밝아진 아이언은 나직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후후후후! 이제야 마음에 든다.
진작 이렇게 하지 그랬냐?
처음부터 이랬으면 때리지도 않았을 것인데 말이다.”
고위 창조신이라서 안주하지 않는 폭주의 신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이성을 뒤흔들어야 했다.
덕분에 연회장에서 음식 맛이 없다고 그릇으로 두들겨 팬 사실을 언급하지 허탈하게 웃은 상급 창조신이었다.
“허허허. 뭐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이렇지요.”
과거라면 노발대발하겠지만 망하기 직전까지 몰렸다가 아이언 덕분에 살아 돌아왔으니 자존심은 많이 수그러진 상태였다.
그리고 아이언의 신성이 자신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까지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거부할 생각은 없었다.
거의 정체되어있던 창조신으로서 무력과 권능을 올려주었기 때문이다.
‘이 권능에 발전이 없을 것으로 알고 포기했던 나의 본신 신력까지 요동을 친다.
아직 나의 은하계, 신계는 위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이 더 필요해.’
놀라운 발전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고위 창조신들을 적으로 돌릴 각오조차 되어있는 상태였다.
그런 심리상태의 변화를 정보행성 코아의 정보로 손바닥처럼 들여다보는 아이언은 가볍게 탄식을 하면서 물었다.
“흠. 음식의 맛은 조금 나아졌느냐?”
“물론입니다.”
아이언과 자신의 손에서 음식 맛이 없다고 몇 번이나 죽을 위기에서 스스로 빠져나온 조리장도 많이 변했다.
‘더는 마음이 담긴 요리가 최고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먹을 상대방도 고려하지 않는다.
누구의 반론도 용납하지 않는 궁극의 맛을 추구한다.
덕분에 매일 향상되는 요리 덕분에 식도락이란 즐거움을 늘린 상급 창조신의 눈은 황금빛으로 은은하게 빛난다.
“그럼 나중에 연락할 것이니 연회를 준비해 두어라.
내 유모들과 함께 친선방문하도록 하지.”
“오?”
그 말에 상급 창조신의 눈동자의 황금빛도 환하게 빛을 발했다.
‘신계 주신의 유모라고 하면 최측근이다.’
거의 비밀에 싸여 있는 아이언의 세력의 중추를 이끌고 업무가 아닌 사적으로 방문한다는 뜻은 중요한 동맹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아이언과 흑염 세력이 부활을 준비하고 있는 은하계의 상급 창조신의 결속이 강화되어 가고 있는 때였다.
그때 이계에서 최고의 전력 중 하나였던 용자동맹의 최강의 용자왕이 될 사자왕 건과 부하들은 지옥을 질주하고 있었다.
다다다다다다닥!
황량한 지옥의 초원을 아이언에게 받은 개조 인간의 신체로 빠르게 돌진하고 있는데 무척 다급해 보였다.
그리고 입에서는 끝없는 한탄이 쏟아졌다.
“우아아아악! 건 대장!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왜 아무리 가도 끝이 안 보이지?”
“이 정도 달렸으면 어떤 큰 대륙이라도 횡단할 거리라고?”
“나도 몰라! 지옥이라고 했는데 믿기지 않는다.”
분명 죽어서 영혼 상태가 되었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다시 개조 인간의 신체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먹지 못한 배가 너무 고팠다.
‘이상하게 배고프고 목이 마른데 죽지는 않을 것 같아.’
‘밤에는 더럽게 춥고 낮에는 끔찍하게 덥다.’
‘다치면 엄청 아파!’
즉 모든 감각이 극대화한 상태였다.
시험 삼아서 살을 꼬집어 보았다가 처음 겪는 고통에 발버둥을 쳤는데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진다.
어디선가 어마어마한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빙! 파아앗! 투하하하하하-!
다짜고짜 쏟아지는 빔포와 미사일 폭탄의 폭우였다.
‘지옥에서 미사일의 폭우와 빔포의 집중포화, 난사하는 총탄을 보면 어떤 심정이 될까?’
‘기가 막히지.’
처음에는 어이가 없어서 멍하게 있다가 신체가 갈가리 찢겨나가고 태어나서 처음 겪는 고통이 부여되니 무조건 도망치게 되었다.
지금 용자동맹은 아이언의 특별히 험하게 굴리라는 명령을 받은 마족에게 지옥으로 끌려와서 집중 단련을 받는 중이었다.
대충 사정을 알게 되었지만 억울하고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아이언이 무엇을 우리의 신체를 어떻게 개조했는지 모르지만 파괴된 속도 이상으로 회복된다.’
‘죽지도 못하는 우리에게 쓸데없는 공격을 하는 저놈들은 도대체 뭐야?’
장래 이계의 최상급 강자들이 될 용자동맹의 사자왕 건과 부하들을 뒤쫓으면서 공격하고 있는 세력은 영웅동맹의 수련생들이다.
신계의 천국에서 지원을 받고도 초월자가 되지 못한 낙제생들은 다시 지옥에 떨어져서 단련을 명령받았다.
변명의 여지도 없이 지옥에 떨어지니 황량한 초원과 스산한 바람만이 반긴다.
휘이이이잉-!
이들 대부분은 강제소환되어서 지옥에서 지독하게 당하다가 겨우 천국으로 올라갔었다.
설마 하면서 한계를 넘는 수련을 거부하거나 등한시했다가 다시 지옥을 보게 되니 후회막급이었다.
그런데 천국에서 다시 초월자에 도전할 기회를 주거나 해방을 해 주겠다는 아이언의 약속 때문에 용자동맹의 후보가 될 개조 인간들을 몰아붙이는 중이었다.
“기회와 해방, 이 둘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은 단 하나 저들의 투쟁 포기다.”
그 말에 모두가 환호하면서 몰려와서 몇 번을 죽였는데 점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구석에 몰아놓고 아무리 공격을 해도 저 개조 인간들의 영혼들이 굴복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오히려 투기가 커졌어.’
‘이제 우리 공격을 거의 피한다.’
‘더구나 열심히 도망만 친다.’
처음에는 공격을 무방비로 당하거나 덤비더니 이제 전력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깨닫고 바로 물러난다.
한 달 동안 도주를 하더니 이제 도망과 회피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져서 따라잡기조차 벅찰 지경이었다.
‘포기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전쟁이라면 이골이 난 놈들이다.’
더구나 진도가 지지부진하다고 느꼈는지 아이언의 추가적인 지침은 기겁을 하게 만들었다.
‘시간을 주어도 성과가 없다.
이제 용자동맹의 후보생들을 포기시켜도 걸린 기간만큼 지옥 체험을 해주겠다.’
신계의 세력인 영웅동맹의 후보생이라고 지옥의 고통은 당하지 않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런 엄포가 떨어졌으니 각 세력은 다급해져서 포위망을 형성하고 몰아붙이는 중이었다.
“어떻게든 일단 잡아!”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포위망을 구성한다.”
그래서 지옥 전부에 감시와 포위망이 펼쳐졌다.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용자동맹을 추격할 수 있는 정예만 뽑아서 몰아붙이는 중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을 제일 지독하게 추적하는 세력들이 만들어 들은 깃발을 본 용자동맹의 후보생인 개조 인간들은 이를 갈았다.
“아오! 지옥에도 해적들이 있나?
지긋지긋하다.”
가장 많은 깃발이 검은 바탕에 해골 무늬를 가진 해적의 상징이었다.
“지옥에서 어떻게 해적 깃발을 볼 수 있지?”
“여기 정말 지옥 맞아?”
용병 시절에도 해적의 목에 걸린 거액의 현상금을 노리고 끈질기게 싸웠던 상대였는데 지옥에서도 똑같았다.
더구나 공격하는 무기들이 익숙한 과학병기이니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대장! 우리 정말 죽어서 지옥에 온 것이 맞아요?”
“어디 다른 세상이나 단체 환각에 걸린 것이 아닐까요?”
죽었다고 보기에는 감각이 지독할 정도로 생생했다.
그리고 아이언이 마지막에 변화시켰던 이 황홀하고 강력한 개조신체의 위력조차 너무나 뚜렷하게 느껴진다.
끈질기게 추격해오는 영웅동맹의 정예들을 상대하자니 머릿수가 너무 차이가 나서 무조건 도망만 치던 장래의 사자왕 건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후우! 여기가 지옥이 확실히 맞는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 죽이는 전쟁과 현상금 사냥을 하던 우리가 천국에 가겠냐?”
신계에서 용자동맹의 사자왕 어쩌고 하면서 통신망을 열어주고 대답을 해주니 가장 정보를 많이 얻은 상태였다.
부하들이 지옥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려 하자 추가로 설명했다.
“해적들도 저렇게 많으니 천국은 절대로 아니야.
공격방법들도 너무 창의적이잖아?
너희는 저런 무기를 본 적이 있나?”
꿈이나 환각은 자신의 경험이나 기억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보지도 못한 기계 병기와 무기들이 하늘을 덮듯이 쏟아지고 있으니 기가 질릴 지경이었다.
‘다행히 개조신체의 위력으로 도망을 칠 수는 있지만 여기까지가 한계다.’
성능은 비슷해 보이지만 대항을 할 수가 없었다.
적은 거의 십만의 대병력인데 자신들은 겨우 일백 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부지런히 도주해야 했다.
“그럼 저것들은 지옥의 악령들인가요?”“그런데 왜 악마들이 인형병기를 타고 있어요?”
끝없이 도망을 가면서 감시탑 비슷한 것에 걸려서 뒤를 돌아보면 인형 병기의 무리가 뒤를 추적해온다.
십여 미터로서 거의 의장용으로 사용하던 탑승형 로봇들이 지옥에서 설치고 공격을 해오니 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사자왕 건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몰라! 젠장! 지옥도 악마 대신에 기계로 갈아치우고 있는 모양이다!
빨리 움직이기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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