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그 말에 아이언이 가버리지 않게 꽉 잡으려다가 젖가슴 사이에 팔을 끼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프롬 여제였다.
그리고 젊어진 신체의 작용으로 더욱 민감해진 신체가 아이언의 손의 모양을 확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더구나 아이언의 손이 조금 움직이자 그대로 쥐어질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진다.
후다닥-!
황급하게 손을 놓은 프롬 여제는 붉어진 얼굴로 에메랄드 공주를 확인했다.
언제 피를 품어냈는지 알 수 없게 탁자 위에는 피 한 방울도 없었고 신색도 온전했다.
지금은 잠을 자는 몸 상태였다.
아이언은 방금 동전으로 만들어낸 타이즈를 넘겨주면서 말한다.
“바로 옷을 벗기고 이걸 입히세요.
한계 이상의 힘으로 금이 간 육체의 그릇을 천천히 회복을 시켜줄 거예요.
가끔 이상한 느낌을 받으면 제가 원격으로 육체를 조정하고 있는 거예요.
항시 착용하고 목욕할 때도 벗으면 절대로 안 돼요.
기본적으로 생리작용은 자동으로 처리해줄 테니 항상 착용하고 생활하라고 하세요.”
그 말과 동시에 아이언은 숙소 밖으로 이동했다.
거기에는 개조 인간의 신체가 죽어있는 채로 있었는데 아공간에 넣고서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그런데 프롬 여제가 에메랄드 공주의 옷을 갈아 입히는 도중이었다.
알몸이 된 에메랄드 공주에게 무지갯빛의 타이즈를 입히는 도중에 아이언이 복귀하자 프롬 여제는 당황했지만, 아이언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탁!
에메랄드 공주의 알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서 가림막을 만들어 치고서 물었다.
“인간의 나라는 인간이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하시죠?”
일단 시야가 가려졌으니 권능까지 사용해서 옷을 갈아입힌 프롬 여제는 갑작스러운 민감한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지만, 아이언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동감이에요.
인간의 지배자는 같은 인간이 이해하기가 편하죠.
알아서 잘 살지 않고 항상 너무 쉬운 돈과 건강을 달라고 기원하니 짜증만 나더군요.”
구석에 있는 소파에 편하게 앉은 아이언은 가림막 너머에서 옷 갈아입히기를 마치고 나타난 프롬 여제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미 초월자가 되셨으니 점점 인간의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그건 제국의 붕괴로 이어지겠죠.
전부 알고 계시죠?
그래서 후계자 교육을 서두르고 계시고 있다고 생각이 돼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말투였지만 프롬 여제도 가장 고민하던 부분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
그러자 아이언은 미소를 지으면서 소파의 옆자리를 앉으라는 듯이 두들겼다.
경계가 거의 풀린 프롬 여제가 조심스럽게 약간 떨어져서 앉자 편하게 말을 이어간다.
“크롬 공주는 저의 유모로서 신계를 제외한 모든 전투세력의 책임자가 될 거예요.
주로 정신체를 상대할 테니 그럼 은하제국은 관리하기 힘들지요.
그럼 남은 것은 에메랄드 공주이니 후계자로서 교육을 끝나면 제위를 이양하시겠지요?
그럼 다음에는 제국의 숨겨진 수호신과 같은 상황(上皇)이 되실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에메랄드 공주에게 제위를 이양하고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후손이 이어지겠지만, 뒤에서 잘 관리해서 제국을 일천 년 이상 가게 하는 것이 일차 목표였다.
솔직한 프롬 여제의 인정에 아이언은 수긍했다.
“분명 그렇게 하면 은하제국은 일천 년 이상은 가겠지요.
하지만 황족들은 분명 당신을 버거워하고 어떻게든 해치려고 할거예요.
아무리 선조라고 하지만 일천 년이상 살아온 존재는 인간으로서 부담스러우니까요.
이건 예상이 아니라 과거의 사례예요.
골육상잔은 피할 수 없어요.”
“...”
백성이 아니라 자신의 후손들이 반기를 든다.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프롬 여제는 침묵했다.
아이언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후후! 아주 간단한 해결방법이 있어요.”
“무엇인가요?”
“제가 은하제국 여제들의 명예 대공이 되어서 진정한 후견인이 되는 것이지요.
창조신이 가호하는 제국이라면 저항세력은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곤란하겠지요.
그리고 초월자로서 생긴 여제에 대한 악소문도 자연스럽게 풀려요.
“!!!”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은 프롬 여제였다.
방금 발언은 청혼의 의미가 강했기 때문이다.
물론 잘 들어보니 자신이 아니라 은하제국의 여제에 대한 정략적인 관계였다.
‘아이언이 여제의 명예 대공이라?
말 그대로 은하제국의 명목상의 남편인가?’
강력한 창조신인 아이언이 제국과 여제의 수호신이 되어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무엇보다 제가 직접 개입할 명분이 생깁니다.
저항세력도 지옥으로 보내어서 깔끔하게 처리해 드리죠.”
천족과 마족을 다스리는 신계 주신이 나선다면 저항세력이 아무리 숨어도 벗어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신족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막아온 입장으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을 하는데 아이언은 아주 느린 어조로 설명한다.
“지금만이 아니라 이후에 이어질 은하제국 여제들의 명예 대공입니다.
제가 창조신이니 인간들의 어떤 관계보다 우선해야겠지요.
즉 에메랄드 공주와 해적 남자는 정식 결혼을 할 수 없어요.
그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도 제가 인정하지 않으면 절대로 여제가 될 수 없다는 뜻이에요.
은하제국의 후계는 프롬 여제의 의도대로 맡기지요.”
“!?”
그 다짐을 듣자 후계에 대한 고민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아이언이 신성제국을 세우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심이 있었다면 모두 물리쳤을 제안이었다.
‘본성에 내려와서 백성들을 매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의심은 모두 풀렸다.’
또한, 에메랄드 공주가 다 죽어가는 상황에서 이렇게 수명을 연장해주니 바로 거절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다음에 들려온 말에 걷잡을 수 없이 마음이 흔들린다.
“무엇보다 프롬 여제도 신족에 포함될 준비를 하셔야 해요.
은하제국의 여제로는 안 돼요.
최고위 창조신의 유모 정도라면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신분이지만 스스로 걸맞은 직위와 세력을 갖추어야 해요.”
“...”
현세계를 전부 지배하는 신족에 포함된다.
그것도 최고 지배층인 고위 창조신의 유모로서 단숨에 올라서라는 제안은 설레기까지 했다.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자신만이 아니라 후대의 여제까지 관련된 사항이니 신중해야 했다.
그래서 유보의 대답이 나왔지만, 아이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수긍했다.
“그러세요.
그럼 돌아가 보세요.
전 일주일 정도 여기에 머무를 생각이니 그때 이야기를 하지요.”
그 말에 상당히 곤란한 표정이 된 프롬 여제는 막을 수는 없었다.
의식을 잃은 에메랄드 공주를 데리고 떠나자 아이언은 심각한 표정으로 동전을 다시 열 개를 꺼내서 일제히 튕겼다.
타타타타타탕-! 빙그르르르르-!
탁자 위에 떨어진 동전이 빠르게 회전을 한다.
아무런 생각도 결심도 하지 않고 던졌기에 앞면도 뒷면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긴장한 표정으로 아이언이 말한다.
“나는 진정한 영웅신이 될 것이다.”
그 말과 동시에 동전의 회전이 멈춘다.
빙글! 빙글!
서서히 멈추는 동전을 바라보는 아이언의 시선은 긴장으로 가득 찼다.
‘방금 에메랄드 공주가 초월자 된다는 미래를 점쳤을 때 나온 옆면은 굉장한 충격이다.
앞으로의 진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직감권능의 점검은 가장 좋은 확인 방법은 나의 운명을 점치는 것이지.’
가장 당면 목표인 진정한 영웅신이 된다는 결정의 향방을 물었다.
그런데 동전의 회전이 느려지기만 할 뿐 멈추어지지 않았다.
또 특이한 현상에 자연스럽게 입에서 당혹스런 음성이 튀어나왔다.
“어라? 이건 또 뭐야?”
자세히 보니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어지럽게 교차하고 있었다.
황당해서 외쳤다.
“나 지금은 영웅신 맞잖아?
현세계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힘을 가졌다.”
거기까지 말한 순간 동전의 회전이 멈추고 뒷면을 보이려 한다.
그제야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은 아이언이었다.
“내 생각에 따라서 결과가 바뀌어?
아차! 언제나 동전의 앞면은 점을 치거나 예지하는 권능이 아니었지.
선택의 권능이다.
그러니 감정으로 변할 수 있는 불확실한 미래를 질문하는 행위 자체가 틀렸어.”
‘언제나 동전의 앞면’은 항상 사용자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절대의 직감권능이다.
아무런 이득도 되지 않는 미래를 질문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확정된 미래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행동이 결과를 바꾸는 것이다.
운명의 큰 줄기는 바뀌지 않는다고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 중간과정은 바뀔 수 있다.’
본인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과정은 수시로 바뀐다.
목숨을 건 결의면 자살을 타살 정도로는 바꿀 수도 있었다.
‘선택권을 넘겨서는 안 된다.
에메랄드 공주가 초월자가 되어서 자살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물어서는 안 되었어.
내가 만들어줄지 안 만들어줄지를 물었어야 했어.’
선택권을 자신이 쥐고 있지 않았으니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옆면을 보여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옆면도 아니고 계속 결과가 뒤바뀌자 속에서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왜 내가 진정한 영웅신이 된다는 당연한 결과에는 앞면을 보여주지 않는가?
그렇게 내가 부족한가?
역시 그것 때문인가?”
짐작되는 구석이 있었다.
아이언은 진정한 영웅신이 된다는 미래를 부정하는 뒷면을 보이려던 동전들을 회수했다.
그리고 다시 허공으로 일제히 튕긴다.
“나는 원래의 미래로 돌아가고 싶다.”
아이언의 음성이 울린다.
타타타타타타탁!
그런데 동전이 회전하지 않았다.
튕긴 그대로 튀어 올라서 마치 탁자 위에 달라붙듯이 떨어져 어느 한 면만을 보인다.
모두 숫자가 있는 뒷면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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