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지독할 정도로 냉정한 선고였다.
결국, 에메랄드 공주도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초능력자에서 초월자가 되려면 신계나 아이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뭐든지 하겠습니다.”
이제야 간절해진 두 명의 표정을 읽은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흐으음! 에메랄드 공주는 초월자가 되기에 충분할 정도의 초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너무 무리한 능력 사용으로 육체가 한계에 봉착되어있는 상태이니 당장 초월자로 만들 수 없어요.
금이 간 도기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박살이 나는 이치예요.
일단 이어붙여야 하는데 힘든 일이지요.”
그리고 품속에서 무지갯빛의 동전을 꺼내어 들었다.
팅-! 빙그르르르-!
허공에 띄어진 동전이 회전하면서 치솟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신뢰예요.
제 생각에는 지금 상태로는 초월자로 만들어 보았자 이백 년도 못 버텨요.
연인을 붙여주면 대략 일천 년 정도일까요?
힘들여서 초월자로 만들었는데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자살하면 정말 참기가 힘들죠.”
신랄한 아이언의 말에 프롬 여제와 에메랄드 공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나 반론을 하기에는 에메랄드 공주의 감정적인 성향을 너무나 잘 알았다.
그리고 탁자 위에 떨어진 ‘언제나 동전의 앞면’의 직감권능이 이번 사태를 판정한다.
아이언은 나직하게 말했다.
“숫자가 있는 뒷면이 나오면 에메랄드 공주도 초월자로 만들어 드리죠.”
물론 이만 오천분의 일의 오류가 나지 않는 한 뒷면이 나올 리가 없었다.
‘이 극악한 확률을 뚫고 쟁취한다면 도와주어도 되겠지.’
쓸데없는데 정기를 낭비하는 일은 질색인 아이언이었기에 확고한 거절이었다.
빙그그르! 탁-!
탁자 위에 떨어진 동전이 에메랄드 공주의 운명을 가지고 회전을 한다.
그리고 아이언조차 할 말이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
동전이 서 있었다.
앞면도 뒷면도 아니고 옆면으로 서 있는 것이다.
아이언조차 너무 황당해서 저절로 멍청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너무 사용해서 고장이 났나?”
십중심의 절대 권능이 그럴 리가 없지만, 이건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언제나 동전의 앞면의 권능이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옆면을 새우고, 어떤 면도 보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디 다시 한번.”
또 하나의 동전을 꺼내서 허공에 던진다.
팅! 빙그르르르-!
이번에도 탁자 위에서 옆면으로 섰다.
두 번이나 동시에 이런 일이 벌어질 확률은 거의 없으니 우연이 아닌 뭔가의 권능이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
심각한 표정으로 변한 아이언은 다시 몇 개의 동전을 허공에 던졌다.
하나의 오류가 생겼다면 복수를 던져서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탁! 빙그르르! 탁! 빙그르르!
탁자에 열 개의 동전이 옆면을 보이고 섰다.
이제 무시무시한 투기를 보이면서 차원권능으로 주변 조사를 시작하는 아이언이었다.
‘감히 어떤 존재가 나의 직감권능에 개입하느냐?
세계의 항상성인가?
그러기에는 너무 반발이 강력해.’
‘언제나 동전의 앞면’의 선택을 열 번 가까이 무력화시켰다.
그렇다면 이만오천 번의 시도에서 한 번의 오류를 불러내었다는 뜻이었다.
다만 힘이 없어서 완전히 결과를 뒤집지 못하고 중립에 두었다는 의미는 컸다.
‘하나의 권능은 약하지만 수많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그럼 다중 연산력인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굉장하다.
이십오만 번 이상의 결과를 일일이 수정하려 했다는 뜻이잖아?’
그런데 갑자기 에메랄드 공주가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면서 코피를 품으면서 탁자 위로 쓰러졌다.
쿵-! 주르르르-!
“애야!”
대경한 프롬 여제가 다급하게 에메랄드 공주를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아이언이 손을 대지 못하게 막았다.
“생명력이 고갈된 십 년 후면 모를까 지금 제 앞에서 죽을 수 있는 지성체는 없어요.
잠시 지켜보세요.”
그 말에 안정된 프롬 여제는 놀란 가슴을 누르면서 변화를 지켜본다.
주르르르르-!
에메랄드 공주의 코에서 흘러나온 피가 닿은 무지갯빛의 동전에 닿자 그대로 뒷면을 보이면서 쓰러진다.
탁탁탁탁-!
옆면으로 세워진 열 개의 동전이 모두 쓰러지기 시작한다.
탁자 위를 흥건하게 적신 에메랄드 공주의 피에 의해서 모두 뒷면을 보이는 광경을 지켜본 아이언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절대 권능이 겨우 초능력자의 능력에 의해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한계를 돌파해서 내 권능에 변화시켰는가?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이만 오천분의 일의 오류가 차라리 나았다.’
어떤 권능에 의해서 직감의 결과가 바뀌었다면 끔찍한 사태였다.
하지만 다시 분석을 해보니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그건 아니야.
이번 일에서 앞면이 나올 수 있는 결과가 아슬아슬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본인의 목숨을 건 결의가 미지수로 작용했다.
그래서 옆면인가?’
그 순간 한계를 넘은 에메랄드 공주의 몸이 부르르 진동한다.
그제야 어찌 된 상황인지 깨달은 아이언이었다.
‘십 년을 사용할 수 있는 생명력을 결과를 바꾸기 위해서 전부 사용했구나!
한계를 넘어서 힘을 사용하는 방법은 익숙하니 가능한 수법이야.
그러나 이런 무모한 방법이 다 있나?
결과를 바꾸지 못하면 무조건 죽잖아?
이긴다고 해도 내가 살려준다는 보장도 없다.’
에메랄드 공주의 몸이 축 늘어지는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목숨이 경각에 걸린 것이 확실해 보였다.
‘한계를 돌파한 초능력 발휘가 동전을 던진 순간 작용했다.
뒷면이 나왔으니 이걸 어떻게 처리한다.
약속을 지켜야 하나?’
치료 능력은 없는 프롬 여제가 아이언의 손을 붙잡았다.
더없이 간절한 얼굴로 눈물까지 보이자 마음을 정한 아이언이었다.
약속은 지켜져야 했다.
“쯧! 자신의 목숨을 걸고 원하는 것을 얻는다.
이게 해적의 방법인가?”
그대로 에메랄드 공주의 몸에다 신력을 집중한다.
찬란한 황금빛이 몸을 감싸고 경련을 멈추고 피를 본래대로 되돌린다.
‘창조력에 특화된 신족의 권능, 그것도 고위 창조신의 앞에서 죽을 수 있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차원권능을 가진 아이언이 회복력을 발동한 이상 동급의 창조신이 아닌 이상 죽을 수 없었다.
우우우우웅-!
정신까지 잃고 숨이 끊겼던 에메랄드 공주의 숨이 안정적으로 되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숨을 쉬는 모습을 보면서 손으로 해적 남자의 신상명세서를 다시 들어 올렸다.
한심한 성적과 내용을 다시 흩어보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어조로 말한다.
“이 반역자에 낙제생이 이렇게 목숨을 걸 만큼 가치가 있는 상대인가?
이렇게 한다고 해도 내가 구해줄 가능성은 적은데 말이야.”
십 년의 수명을 한순간에 바쳐서 발휘한 덕에 엉망인 몸으로도 해적들이 담긴 구슬을 놓지 않고 있다.
그걸 바라보는 아이언의 눈에는 의문만이 생겼다.
“목숨을 건 사랑이라?
쯧! 하여간 지성체는 어처구니없는 짓만 하는군.”
아이언이 혀를 차면서 옆에서 팔을 붙잡고 있는 프롬 여제를 쳐다보았다.
바로 앞에서 딸이 죽어가자 얼마나 놀랐는지 양팔로 오른손을 꽉 껴안고 있었다.
실제로 지금 상황에서는 유일한 구원이기도 했다.
꼬오오옥-!
프롬 여제의 탄력 있는 젖가슴 사이에 팔뚝이 묶여있는 형국이었다.
손등 전체에 포근하면서 팽팽한 젖가슴의 감촉이 느껴지자 잠시 그대로 놔두기로 한 아이언이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심장이 격하게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초월자가 되었지만, 아직도 혈연에 집착하는군.’
은하제국에 대한 집착은 상관없다.
거대한 조직이나 직위에 관한 관심과 열망은 그렇게 쉽게 끝나거나 사라지지 않기에 오랜 세월을 버티게 해준다.
다만 초월자가 되어서 영원히 살면서 지성체 시절의 혈연에 너무 매몰된다면 서로에게 불행일 뿐이다.
‘초월자도 영원히 살고 잊지도 않는다.
좋은 기억만이 남으면 좋겠지만 나쁜 일도 생기겠지.
그리고 실망이 축적되면 결국 갈라지고 싸우게 된다.
철저한 개인주의자가 정신체로 살기에는 오히려 좋아.’
그런 생각을 하면서 프롬 여제가 안고 있는 손은 그대로 놓고 다른 손으로 가늘게 숨을 쉬는 에메랄드 공주의 머리에 손을 대었다.
우우웅-!
한계를 넘어선 생명력 고갈로 죽어가던 육체가 아이언의 신력으로 채워진다.
최고위 창조신의 신력을 가진 아이언에게 아무리 강한 초능력자라고 해도 지성체의 생명력을 전부 채워주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금이 간 그릇만은 회복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지.
아무리 생명력을 부어도 결국 전부 흘러나간다.’
이마에 접촉해서 에메랄드 공주의 육체를 전부 확인한다.
그리고 탁자 위에 있는 동전 열 개를 전부 회수해서 한 손으로 압축한다.
꽈우우우우욱-! 우우우웅-!
동전들이 변화되면서 손에서 무지갯빛의 천이 흘러나온다.
순식간에 여성의 타이즈를 만들어낸 아이언은 프롬 여제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이제 안전하니 놔주시겠어요.”
“아!”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