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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기계 꽃의 모습으로 재상의 일을 하는 솔트는 아이언에게 정기 보고를 공개적으로 했다.
그래서 은하제국의 특급과 일급 기밀들을 종합한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가져오기까지 한다.
더 황당한 것은 그런 결재들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아이언이 가진 힘이 은하제국을 웃돌고 있음은 분명하기는 해요.
분명히 친분을 맺고 정보교류를 해야 하지만 솔트는 너무 심해요.
도대체 누구를 모시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
솔트의 성향과 황궁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프롬 여제는 에메랄드 공주를 부드럽게 말하면서 가르친다.
‘그게 이득이 되면 그렇게 해야 한다.
솔트가 은하제국을 아끼는 마음은 진짜이니 말이다.
이중간첩이든 삼중 간첩이든 제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잘해주고 있다.’
화면 너머에 빛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걸어가는 아이언의 모습을 보면서 의지를 전달한다.
‘솔트가 저렇게 나서지 않았다면 나와 너 둘 중의 하나가 해야 했을 일이다.
제국의 여제와 공주가 아이언에게 직접 보고를 하느니 재상이 저러는 것이 훨씬 낫다.’
‘...’
솔트가 나서서 여제와 공주의 고민을 덜어준 셈이었다.
그리고 에메랄드 공주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었다.
‘솔트가 업무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충신이기는 했어.
사심이 전혀 없이 제국을 위해 일한다.’
제국을 자신이 만든 최고의 작품으로 생각하는 문제가 아니라면 최고의 재상이었다.
프롬 여제는 일단 감정을 가라앉히고 호칭의 문제를 정리한다.
“좋아. 그럼 해바라기라고 부르지.”
“예. 프롬 여제님.”
“지금 내가 바로 뵙고자 한다고 전하고 아이언님을 모셔와라.
본성에서 저러시면 정말 곤란하다.”
그 말에 해바라기 꽃의 고개가 수그러진다.
이미 건의를 해보았는데 전혀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자동처리가 되어서 일주일 이후로 잡혔습니다.
그걸 들으시고는 대기 숙소에서 머무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
아이언이 직접 그렇게 말했다면 바꿀 수 없었다.
은하제국의 여제보다 신계 주신이자 최고위 창조신인 아이언이 아득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초월자가 되어서는 느끼지 않던 두통이 슬슬 몰려오려 하고 있었다.
‘커다란 문제가 일어나려고 하는데 조치할 방법이 없다.’
찌끈! 찌근!
그리고 슬슬 우려하던 사태가 화면 너머로 벌어진다.
자신도 모르게 엎드려 절하던 백성 중에서 서서히 어떤 움직임이 인다.
웅성! 웅성!
길가의 군중 속에서 용기 있는 자들이 있었다.
보조인격의 말림도 뿌리치고 과감하게 고개를 들어서 아이언을 쳐다본다.
그리고 빛의 날개가 휘날리는 신성한 모습을 보고서 어떤 감명을 받고 소리를 치기 시작한다.
그것은 본능과도 같았다.
“위대하신 신이시여. 저희를 구하소서.”
과거의 신앙을 아는 누군가에게서 시작된 외침은 전염이 되듯이 거리를 뒤덮는다.
어느새 도시를 울리는 간절한 외침에 프롬 여제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역시 시작되는구나.
개인적인 인간은 너무나 약해.’
인간은 도구와 과학이 없다면 기르는 애완견조차 당해낼 수 없는 약한 육체를 가졌다.
그래서 저렇게 터무니없이 강하고 기적을 일으키는 신이란 존재를 의지하고 찾게 마련이었다.
‘인제 보니 은하제국의 백성은 신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모르기에 신족의 지배력에 면역성이 없다.
아이언을 모시는 종교를 태어나게 할 수는 없다.
자칫하면 영구히 신족의 노예가 된다.
그걸 용납할 수 없으니 최악의 경우는 본성을 포기한다.’
프롬 여제가 특단의 수단까지 생각하고 있을 때 아이언은 자신을 향해 간절히 구원을 청원하는 군중을 보면서 일갈했다.
“내게 부귀영화와 건강을 달라고 기도하지 마라.
그건 인간의 일이다.
신에게 매달리기 전에 당장 가서 스스로 운동하고 일을 하란 말이다.
그렇게 노력하고 도전하는 자만을 돕는다.”
힘든 현실에 절망하여 기도하는 군중에게는 참으로 답답한 말이었다.
대부분 가난하고 허약한 군중의 기대를 무시하는 실로 매정한 대답이었다.
“인간이 할 수는 일은 알아서 해.
스스로 강해지고 행복해져라.
그걸 못하는 약한 신도는 필요 없으니 안 받아!”
돈이 넘치고 건강해서 아무런 아쉬움이 없는 부자가 이렇게 신에게 매달릴 이유가 없었다.
심각한 고민을 하면서 듣고 있던 프롬 여제와 해바라기조차 기가 찰 정도였다.
“...”
“...”
순식간에 조용해진 거리 사이로 아이언이 투덜거리면서 숙소로 향한다.
“쳇! 내가 자기들의 부모인 줄 아나?
어디서 자꾸 돈을 달라고 난리야.”
그렇게 군중들에게서 멀어지는 아이언의 뒷모습을 보는 프롬 여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방금 아이언은 순식간에 거대 종교의 신이 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이다.
‘손만 들어서 받아주는 흉내만 내었어도 종교가 탄생했다.’
은하제국이 아이언이 직접 다스리는 신성제국이 되어버릴 수 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허수아비 여제가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실로 소름이 오싹 끼치는 순간이었다.
해바라기는 실로 곤란하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프롬 여제님. 상황은 일단 정리되었지만, 아이언님의 숙소를 봉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태는 이제 시작이었다.
화면 너머에서 점점 정신을 차리고 일어선 군중들이 서서히 모여든다.
“바로 그렇게 하라.”
목표는 당연히 아이언이 들어간 방문객을 위한 숙소였다.
종교에 흥미가 있어서 공부하다가 심취해버린 누군가가 장엄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아아아아아-!
은은한 노래의 허밍이 시작된다.
제국은 철저하게 신과 종교에 대한 정보를 소거하여 대부분의 성가(聖歌)는 사멸했기에 은밀하게 전해지는 찬가(讚歌)였다.
고대언어라서 의미도 잘 모르지만,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기에 대부분 알고 있었다.
“나으실 때 괴로움을 다 잊으시고, 기르실 때도 밤낮으로 애쓰던 마음!”
무슨 짓을 하나 쳐다보고 있던 아이언의 인상이 확 구겨진다.
‘잘한다.
아주 잘해.’
곡조만 아주 비슷한 노래를 성가로 착각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더구나 처음 본 고위신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 군중들이 어설프게 따라부르기 시작한다.
아아아아아아-!
아주 단순한 반복이었기에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전혀 용도가 다른 노래를 눈물까지 흘리면서 합창으로 변하고 있으니 아이언이 보기에는 참으로 가관이었다.
‘너무 잘해서 본래 성격이 나타나려 하는구나.’
결국, 참고 참았던 성질이 폭발한다.
“이 멍청이들아!
그건 성가(聖歌)가 아니다!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는 노래다!
잘 모르면 아예 하지를 마!”
아이언의 분노와 함께 거대한 빛의 날개가 더욱 커지면서 본성의 하늘을 뒤덮는다.
갑작스러운 신의 분노에 놀란 군중들이 허겁지겁 도망갔음은 당연했다.
“하아.”
“아.”
자발적으로 아이언을 모시는 거대 종교의 탄생 순간을 또 내동댕이쳤다.
이러면 무슨 의도인지 전혀 모르겠으니 프롬 여제와 에메랄드 공주는 이제 정말 골치가 아파진다.
해바라기도 의문부호를 끝없이 그리면서 의견을 말한다.
“아이언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실까요?
아무 생각 없이 저렇게 행동하실 분이 아닌데요?”
아이언과 장기간 대화를 해온 해바라기가 아무리 고민을 해도 답이 안 나오는데 프롬 여제나 에메랄드 공주라고 다를 바가 없었다.
“...”
“...”
아이언과 대화하면서 들은 정보로는 최고위 창조신이 되어서 할 일이 넘쳐나고 있었다.
‘무척 바쁜 상황이니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여유도 이유도 없는데 말이야.
지금 가장 급한 일이 기능 정지한 신계들을 되살리는 일이라고 했던가?
본성의 달은 이제 녹색의 밀림으로 뒤덮인 낙원이다.
똑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지.’
세계수(世界樹)라고 불리는 위성 환경조성용 식물에 의해서 완벽하게 조정된 것이다.
그리고 밀림 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신전에 모든 정기가 집중되고 있었다.
‘저기에 우뚝 솟은 황금색의 신전은 이미 비밀도 아니다.
접근하려 하거나 탐색선을 보내면 모두 망가지니 정밀조사는 포기상태다.’
과거에는 정체불명이니 파괴를 시도하려 했으나 아이언의 무력을 알고 모두 금지된 상태였다.
‘저렇게 변해서 행성에 딸린 위성이 신계라고 했다.
각 행성의 위성들을 전부 되살려서 신계로 삼는다.
그리고 신전을 통해 행성에서 발생한 정기를 흡수한다고 했어.’
해바라기가 제국의 정보만 넘겨준 것이 아니다.
아이언에게 보고하면서, 대화를 위한 정신체들의 기초적인 지식도 얻어냈다.
그리고 파악하면 할수록 경이적인 정신체들의 구조에 감탄만 나왔다.
‘신계는 행성의 생명체와 지성체만 있다면 영구기관이다.
관리도 거의 필요 없어.’
참으로 탐나는 에너지보급 체계였다.
그래서 각 행성에 있는 위성의 대대적인 조사를 했지만, 역시 평범한 암석 행성이라서 특이점이 없었다.
‘본성의 위성도 처음에 도착해서 조사했을 때는 평범한 달이었다.’
암석 덩어리였다가 저렇게 변했으니 특별한 힘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창조력이라고 했던가?
아이언님은 저런 일을 모든 행성의 달에 해야 한다고 하셨다.
담당은 시즈지라고 했어.’
정기 보고하는 도중에 저 달의 개인 신전의 주인이자 달을 저렇게 바꾼 시즈지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제국의 귀족 여성으로 이미 알고 있었는데 크게 달라진 외모와 체형이다.
경이로울 정도의 아름다움과 존재감을 품어내고 있었어.
그야말로 여신.’
아이언은 초월자가 되었으니 지성체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말했고, 실제로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미모와 분위기였다.
그리고 시즈지가 혼자서 달을 전부 변화시켰다고 했으니 경이로움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은하계에 수많은 달을 신계로 되살리려면 무척 힘들다.
지금 본성에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여유는 없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시지?
신성제국을 만드실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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