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크롬 공주의 옷 속에서 끝없이 동전이 도는 소리가 울린다.
실제로 속옷 안에서 맹렬하게 회전을 하고 있었다.
빙그르르르르-!
옷 위로 속옷 속에 붙어있던 금속장식이 환한 무지갯빛을 품어내는 것이 보인다.
그 빛은 아이언이 펼쳐진 손아귀 안의 동전과 같았다.
아이언은 크롬 공주의 속옷에 ‘언제나 동전의 앞면’을 걸은 동전을 부착한 신기로 만들어 준 것이다.
이만오천 분의 오류를 보완하기 위해 동전 세 개를 연동하여 정확하게 옮은 판단만을 돕는다는 측면에서는 가히 절대 급의 신기였다.
다만 약간 장난을 섞어 놓았다.
‘너무 좋기만 하면 안 되지.
보물을 가진 것만으로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틀린 선택을 하면 바로 옷 안에서 회전하여 유두와 음부를 강하게 자극하는 벌칙을 걸어두었다.
푸후후후! 과연 누가 저걸 바랄까?’
예상한 대로 성능이고 반응이었다.
아이언은 주저앉아서 속옷 안에서 아직도 빠르게 도는 동전들 때문에 부들부들 떠는 크롬 공주의 눈앞에 손바닥을 폈다.
거기에는 숫자 면이 나와 있었다.
“틀렸답니다.
뒷면이에요.
이제 어긋난 선택을 하면 속옷 안의 동전들이 지금처럼 돌 거예요.”
“그런! 아아아아아-!”
꽉 쥐었더니 위치가 틀어졌는지 동전들이 젖가슴과 음부를 돌아다니면서 정신없이 자극하는 모양이다.
새빨개진 얼굴로 동전들을 눌렀지만, 오히려 피부에 눌려서 자극만 더 심해져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이언의 아주 천천히 신력을 담은 신언으로 설명한다.
“현자의 천적과 같은 권능이 바로 직감이지요.
직감은 지식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고민을 할 필요도 없이 올바른 선택을 합니다.
최고의 직감을 가진 존재가 보기에는 현자는 생각만 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멍청이에 불과해요.
그러니 방금처럼 운과 직감에 맡긴 선택이야말로 현자가 평생에 걸쳐서 싸우고 배제해야 할 상대랍니다.”
현자와 투사가 항상 싸우는 정확한 이유였다.
그래서 일대 십중심 중 최강의 직감과 신체 능력을 갖춘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와 최고의 현자로서 십중심의 권능조차 구현할 정도로 지식과 지혜를 가졌던 사이안은 지극히 사이가 좋지 않았다.
‘회색의 절대자가 열심히 계획을 새우고 철저한 준비를 하여 얻은 결과보다 흑염의 절대자가 멋대로 설친 결과가 더 나았다고 했던가?
더구나 고민도 준비도 필요 없으니 항상 한발 빨랐다고 했지?
정말 열 받은 일이었겠군.
실수도 거의 없고 발생해도 절대적인 힘으로 해결해 버린다.
이러면 어떤 현자라도 참아줄 수가 없었다.
대충 일대 흑염과 회색의 절대자가 왜 항상 아옹다옹했는지 유추한 아이언은 크롬 공주에게 다시 설명한다.
“그래서 현자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은 바로 지금과 같이 운에 의지하는 도박입니다.
이제 다시 해보지요.
맞추면 멈출 거예요.”
“그런!”
크롬 공주의 속옷 안에 있는 동전의 회전은 느려졌지만, 멈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이언의 앞에서 옷을 벗을 수도 없고 도망을 가서도 안 되기에 이번에는 동전을 주시한다.
실제로 잘못된 선택을 되돌리지 않는 이상 동전의 회전은 멈추지 않고 떨어지지 않았기에 현명한 판단이었다.
팅! 빙그르르르르르-!
다시 동전이 하늘로 치솟는다.
그 순간 크롬 공주의 눈에서 무지갯빛이 품어져 나온다.
파아아아아-!
언제나 동전의 앞면의 권능들이 중첩 발동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권능 여파를 흡수하여 자신의 권능을 구현한 것이다.
크롬 공주의 발현된 권능이 동전의 회전을 쫓아서 앞과 뒤를 구분한다.
그리고 어떻게 된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위해 무수한 연산을 시작했다.
“호오? 벌써?”
그걸 바라본 아이언은 나직하게 감탄한다.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하고 몰아붙였지만, 너무 빠른 발현이었다.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인가?
정확한 정보는 모르지만, 이계 최고의 현자로 추정된다고 했나?’
지금 크롬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젖가슴과 음부를 돌면서 자극하는 동전들조차 무시했다.
그리고 보이지도 않게 회전하는 동전을 어떻게든 인식하면서 정확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아이언의 손바닥에 떨어지고 바로 쥐어진 주먹을 보면서 말한다.
“앞면입니다.”
대답과 동시에 크롬 공주를 괴롭히던 동전의 회전들이 멈추었다.
뚝-!
동전의 회전으로 화끈할 정도로 자극을 받은 젖가슴과 음부를 손으로 누르고 주저앉는 크롬 공주였다.
‘잠시간이지만 이건 견딜 수 있는 자극이 아니었어.’
가느다랗게 이어지는 숨과 전신에서 품어지는 무지갯빛은 그녀가 지금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알려주었다.
“하으으읍! 하읍!”
아이언은 크롬 공주가 숨을 고르고 있을 동안 잠시 가만히 있다가 손바닥을 펴서 동전의 앞면을 보여주었다.
“정답이에요.
좋은 권능을 얻은 것을 축하해요.”
언제나 동전의 앞면은 권능 구현자를 언제나 살아남고 승리하게 인도한다.
그런데 방금 아이언과 벌였던 동전 승부의 승리는 굉장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거의 놀이였지만 솔직히 져줄 생각이 없었다.
내가 진 것이 이만 오천분의 일의 오류가 아니라면 나를 능가했다는 뜻이다.’
일대 흑염의 절대자의 본능에 기반을 둔 직감을 압도한 이대의 권능이었다.
직접 가호를 받고 이상 이길 수 있는 존재는 현세계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방금 깨진 것이다.
‘손바닥에서 앞면을 보여도 이기기 위해서는 동전의 앞뒤를 변화시킬 정도의 권능이다.
패배한 사실조차 바꾸어 버리지.’
크롬 공주는 승리를 위해 결정된 현실조차 바꾸는 절대의 직감을 누르고 승리를 했다.
‘비록 세 개나 되는 언제나 동전의 앞면의 권능이 깃든 동전들의 조력이 있더라도 정말 굉장한 권능을 구현할 셈이다.’
자신이 만든 신기와 크롬 공주가 가진 권능이 힘을 합하면 지금 자신을 이길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진심으로 하면 질 리가 없지만,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이건 위험해.
바로 회수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저 신기의 조력이 없다면 크롬 공주의 직감 권능이 자신의 직감을 능가할 방법은 없었다.
가쁜 셈을 쉬면서 젖가슴과 하복부를 꾹 누르는 크롬을 보던 아이언은 싱긋 웃어주면서 말했다.
“아주 잘 만들어졌네요.
그런데 힘들어 보이네요.
언제든지 그 속옷을 반납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
겨우 몸을 추스르고 일어선 크롬 공주는 복잡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방금 속옷 안의 동전이 회전하면서 겪었던 젖가슴과 음부에 전해졌던 충격적인 경험을 다시는 하고 싶지는 않아.’
당장 돌려주고 싶었지만, 동전에서 전해지는 권능의 감각이 심상치가 않았다.
막 깨어난 권능도 반납을 거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성능을 보더니 돌려받으려고 하는 의도도 수상해.’
그런데 갑자기 시즈지의 의지가 전해져 온다.
‘절대로 반납하면 안 된다.’
시즈지는 아끼는 크롬 공주의 비명에 정신을 차린 것이다.
그리고 또 정신을 잃은 사이에 아이언에게 안겨있고, 경지가 너무 급격하게 올라서인지 신체감각조차 이상해서 깜짝 놀랐다.
몇 번 경험한 일이지만 승급 직후에는 신체 능력이 너무 급격하게 올라선다.
그 부작용으로 몸의 감각이 붕 떠서 남의 몸 같았다.
‘또 수유하다가 의식을 잃었구나.
혹시 무슨 일이 있었나?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면 돌아왔기에 걱정은 없었다.
‘아이언에게 안겨있는 상태이지만, 다행히 복장은 아무 이상이 없다.’
하지만 하체에 약간의 이물감이 느껴진다.
세밀한 감각은 아직 돌아오지 않으니 일시적으로 신체가 혼란한 현상이라 판단한다.
‘위험한 물건은 아니야.
그럼 아직 감각이 조정되지 않은 탓인가 보네.’
의식을 회복하면 언제나처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과 정기가 넘쳐흘렀다.
그 덕에 신체의 조정에 상당히 애를 먹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신속하게 편해지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나른하지만, 기분은 좋아.
그리고 왜 이렇게 정상화가 빠르지?’
이 아이 덕이구나.’
아이언의 권능을 알기에 조금 더 몸을 맡긴다.
허벅지에 끼인 무엇인가가 신경이 쓰였지만, 지금 더 급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설마 저 동전은 그것인가?’
수련을 받으면서 대화를 자주 하는 덕에 아이언의 권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무지갯빛 동전의 정체는 잘 파악하고 있는 시즈지였다.
‘흑염 도적단의 직감을 눌러버린다는 아이언의 직감 권능.’
방금의 대화와 아이언의 손아귀에서 빛나는 무지갯빛의 동전과 똑같은 빛을 품어내는 크롬 공주의 가슴과 아랫배를 보고 바로 사태를 파악했다.
그리고 아이언이 돌려받으라고 하자 급하게 경고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 동전들은 흑염 도적단을 결정적으로 이기게 한 엄청난 직감 권능의 집합체야.’
같이 싸웠던 크롬 공주도 속옷에서 회전한 동전들의 정체와 가치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바로 민감한 부분을 마구 회전하면서 자극하는 신기를 입고 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해요.’
서로 은밀하게 의지를 보냈지만, 차원권능을 가진 아이언이 모를 리가 없었다.
나직하게 웃으면서 시즈지와 크롬 공주의 오가는 의지의 대화를 듣고 있는 아이언이었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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