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그렇게 화면이 끊기자 브라이트는 긴 흰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
스스슥-! 스슥-!
분명 화가 났음이 확실했기에 우주신들은 바로 외면하고 자기 일에 집중한다.
그리고 고위 관리신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쯧! 멍청한 놈들. 왜 상급자들 일에 함부로 끼어들어 불편한 기색을 보여서 망쳐?’
‘지금부터는 아예 옆에 안 가는 것이 상책이지.’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온화한 성미인 브라이트였지만, 저렇게 일이 망가지면 정말 끈질기게 복수를 했었다.
과연 바로 대응이 나왔다.
“창조신장. 이번 사태에 고위 관리신들이 어떤 업무를 했는지 확인해 봅시다.
아무리 보아도 목숨을 걸고 싸우는 투신과 전신들이 관리신들에 비해서 너무 낮은 평가를 받는 것 같소이다.”
“좋습니다.”
방금 아이언이 승낙했다면 흑염 세력을 완전히 끝장을 낼 기회였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은 창조신장이었다.
영웅신들에 의해 무너진 기강을 세울 필요와 군부의 사기를 올려야 한다는 명분이 있기에 마다치 않고 성과회의를 시작했다.
‘감히 허락도 없이 최고 위원회의 회의장에 나타나서 문제를 일으키다니 용서할 수 없다.’
그날 고위 관리신들의 직위와 봉급이 전시 상황과 복구를 위한 예산확보를 명분으로 군부보다 일 단계씩 떨어졌다.
신족에서 직위 일 단계를 올리려면 어느 정도로 노력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지 잘 아는 모든 관리신들에게 충격적인 조치였다.
“...”
당연히 항의해야 할 고위 관리신들은 지은 죄가 있으니 찍소리도 못했다.
더구나 브라이트가 고위 관리신들에게 직접 확인하고 보고하라는 업무를 쏟아내기 시작하니 정신이 없었다.
“은하계의 신계를 요새화하는 비용을 산출하라.
“창조신계의 가용한 예산의 우선순위를 파악하라.
“신계의 방위력 강화에 먼저 배분해야 한다. ”
말투는 온화했지만 떨어지는 지시는 모두 직접 확인하고 조정한다.
어찌나 처리 속도가 빠른지 브라이트가 혼자서 지시하고 감독을 하는데도 수만 명의 관리신이 모두 혼이 나갈 정도로 일해야 했다.
그리고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각 신계의 방어준비가 완성되어가는 것을 보니 반발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모든 신족이 종족전쟁을 승리로 이끈 브라이트의 무서움을 뼈가 시리도록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
은하계로 자신의 신계로 돌아온 아이언은 영광의 자리에 앉아서 사색에 잠겨있었다.
‘나는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인가?
아니면 이계 진리대리(異界 眞理代理)인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인가?
그렇지 않으면 사백구십구 주우주의 상급 창조신 차원의 마도신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단지 흑마도사인가?’
모두가 자신이고 삶의 흐름이었다.
그런데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이유는 정보행성 코아로부터 다시 넘겨받고 있는 기억의 현실감 부족이 원인이었다.
‘실제로 겪은 경험이 아니라 마치 책이나 영화를 보는 수준이다.
감정 이입이 될 리가 없다.
더구나 원래 흐름인 나의 삶이 너무나 힘들고 괴로웠다.
미래에는 겨우 상급 창조신이지만, 여기서 나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강자다.’
유아신인 지금도 창조신장과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
‘이대 흑염의 절대자의 직접 가호를 받는 이 신체는 원래의 나에 육박한다.
이대로 성인신이 되면 현세계 제압이 가능하다.’
지금 나서면 흑염 세력을 시간과 노력이 걸리겠지만 전부 잡아낼 수도 있었다.
‘흑염 세력이 준동하기 전에 모두 영구봉인을 해버리면 진리님의 개입 자체를 막을 수 있다.
그럼 현세계의 절반은 보존된다.
앞으로 일어날 ‘초신전쟁(超神戰爭)’이나 ‘초월자 혁명(超越者 革命)’조차 성인신이 된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정보행성 코아로부터 얻은 정보에 의하면 어떤 초신이나 초월자도 절대로 자신을 막을 수 없었다.
즉 지금 전력으로 나서면 절대계와 비교하면 낙후되었지만, 규모는 동등한 현세계의 권력 거의 전부를 온전하게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귀찮은 관리는 창조신장에게 맡기고 나는 최고 위원회의 실세로서 실속만 챙기면 된다.
나를 이길 수 있는 존재가 현세계에 없는 이상 영원한 부귀영화와 영광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엄청난 업무와 의무밖에 없다.’
이계 진리대리(異界 眞理代理)로서 업무는 지금 시기에 대형사고가 연달아 터졌는데 수습하지 못해 폭삭 망해서 이계(異界)가 되어버린 현세계의 부흥이다.
거기에는 신족은 소수부족 수준으로 거의 전멸하고 남은 것은 창조력이라고 쥐뿔도 없는 초월자들뿐이었다.
‘이계(異界)를 자립할 수 있게 부흥을 시켜야 할 엄청난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그걸 언제 혼자 다 해?’
사백구십구 주우주 상급 창조신으로서 의무는 내란 직전의 최고위 신계를 관리해야 했다.
신계 주신으로서 얻는 지원만 아니라면 당장에라도 내동댕이치고 싶을 정도로 엉망이라고 한다.
‘가장 결정적인 점은 여기서는 초월자의 영웅신으로 존경을 받으면서 살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서는 중간계의 흑마도사 출신이라서 모두의 두려움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원래의 자신이라면 주변의 경계와 두려움이 약간 기분이 나쁘겠지만, 무감각하거나 반대로 이용할 정도로 단련이 되어있었다.
여기에 시즈지가 항상 옆에 붙어서 모두에게 사랑하고 존경받는 존재가 되어달라고 간청을 반복했기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가 미래의 나보다 낫다.
현세계 신족의 대우도 좋은데 꼭 돌아갈 필요가 있나?’
브라이트가 직접 나서서 아이언을 믿고 확실히 챙겨준 효과도 컸다.
만약 평소 신족의 방식대로 아이언을 이것저것 시험하거나 시련이란 방식으로 견제했다면 두말하지 않고 멸망의 길로 가속했을 것이다.
그러나 창조신장을 제외한 거의 최고의 지배층이 너무 쉽게 되었고 영광만이 기다리고 있으니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럼 차라리 여기서 눌러살까?
지금 내가 나서면 현세계를 망하게 하지 않을 수 있어.
어차피 돌아가 보았자 좋은 일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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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족에 속하기는 하나 마력을 사용해서 경계를 받는 마도신이다.
‘차원일족의 오리진이나 영웅신이 비교도 할 수 없이 유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자신의 본질과 힘의 근본을 무시할 수도 없기에 고민이 깊어지는 중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이미 나와 있었다.
‘원래 흐름의 나는 마도신이며 회색현재(灰色現在).
절대계 십중심(十中心) 회색의 절대자 이대 사이안의 현재다.
언제인가는 십중심이 될 존재다.
그러나 현세계의 영웅신으로서 나는 거기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
이계에도 십중심은 있었다.
노력하면 될지도 모르지만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이 자신을 괴롭혔다.
‘진리님에게 근원의 칭호와 차원권능, 마도를 얻고 현실을 부정하는 마도신이 되었다.
그전의 나는 평범한 흑마도사에 불과했다.
될 수 있을 리가 없지.’
원래의 흐름과 완전히 어긋나면 진리님을 만나서 칭호와 권능, 마도를 받은 사실이 없어진다.
‘이미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습득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시작은 진리님으로 비롯되었으나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은 모두 내 노력으로 다시 만들어진 것이다.‘’
추가로 이대 흑염의 절대자의 직접 가호도 끊긴다.
흑염의 권능을 분석하여 신체를 이미 완성을 시킨 이상 이것도 큰 문제가 아니었다.
‘원래의 흐름에서 얻었던 모든 가호와 지원이 사라진다고 해도 정보행성 코아가 전부 기록하고 있는 이상 다시 얻는 일은 쉬웠다.’
하지만 결코 넘을 수 없는 큰 문제가 있었다.
마도신의 오리진님에 의해 구현되고 있는 절대계 회색의 절대자 이대 사이안이었다.
‘또 다른 흐름에서 사백구십구 주우주의 영웅신인 전능의 휘에게 패배한 미래의 나다.
이대 황금의 절대자에 의해 심판받고 이대 흑염의 절대자에게 소멸이 되었다.
그러나 마도신의 오리진님에 의해 수련을 받아서 회색의 절대자가 되어있는 상태라고 하던가?’
시간을 멈춘 고유공간에서 가혹한 수련과 엄청난 단련을 겪어서 현자의 정점인 이대 회색의 절대자가 된 위대한 존재였다.
그러나 실패해버린 세상과 이대 흑염의 절대자에 대한 복수심을 버리지 못하고 날뛰어서 미친 회색으로 불리고 있었다.
‘자살 희망자에 원래의 나조차 이대 흑염의 절대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거리낌 없이 미끼로 사용하는 더러운 성질을 가진 십사 써클의 마도신이다.
이미 자신을 구현하고 있는 마도신의 오리진님을 능가하는 강함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십사 써클은 영원체와 동격인 위대한 경지였다.
그 정도의 마도신이라면 다른 누군가에 의해 구현되고 있다는 현실까지 부정하고 언제든지 현재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 보였다.
그래서 원래의 자신도 노심초사하면서 전전긍긍했다고 하더니 똑같은 입장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진 능력은 대적 불가였다.
‘십사 써클의 마도신의 경지에 본신 신력이 일천조라고?
거기에 영원체를 봉인하는 이그드라실을 사용하고 일순간에 지역 우주를 소멸시키는 광역 마도까지 가졌다.
여기에 세계를 일순간에 멸망시킬 수 있는 세계폭탄(世界爆彈) 코아와 차원권능까지 있는 이상 나는 절대로 상대가 못 된다.’
유일하게 우세하다고 생각되는 점이 흑염의 절대자의 직접 가호를 받은 상태에서 다시 만든 신체 능력이다.
그러나 저쪽도 자신이기에 바로 본인의 능력에 가산이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믿을 바가 못 되었다.
‘내가 익히고 얻은 것은 미래도 습득하게 된다.
미래가 회색의 절대자가 되어있는 이상 원래 흐름의 현재인 내가 반드시 도달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다.
현실부정의 마도신이니 원래의 흐름이 바뀌어도 멀쩡할 확률이 높았다.
만약 원래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었다고 가정하면 미래의 자신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반드시 온다.’
자신의 복수와 존재 자체가 걸린 일이니 아마도 당장 과거로 달려오거나 무슨 수단이라도 사용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제약은 있다.
혼자서는 못 와.’
오백억 년 전의 과거면 아무리 절대계 십중심이라고 해도 혼자서 불가능했다.
자신이 이 정도로 먼 과거로 되돌아가서 떨어질 수 있었던 이유도 진리의 혈족인 차원의 오리진과 이대 회색의 절대자와의 의견 충돌로 발생한 전투 때문이었다.
‘오백억 년의 시간의 흐름을 혼자서는 거스를 수는 없지.
일단은 어느 정도 흐름을 바꾸어도 안전하다.
그러나 다시 본래의 흐름으로 만들기 위해서 현세계로 쳐들어올 것이 분명하다.’
이대 회색의 절대자도 차원권능을 가진 이상 현세계의 항상성에 의해 힘의 감소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내가 흐름을 바꾸어서 현세계에만 산다고 해도 언젠가 미래에서 반드시 만난다.
문제가 생기면 이백오십억 년 후에는 반드시 올 것이다.
절대계 이대 회색의 절대자로서 현세계에서 난동을 부리는 미래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현세계를 전부 지배하고 있어도 절대계 십중심은 대응할 수 없었다.
‘현세계는 진리에 의해 초주검이 되어서 도망쳐 나온 흑염 세력에게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그러니 신력 일천 조를 가진 절대계 십중심의 난동을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대 회색의 절대자가 현세계에 오기만 하면 단 하루도 안 걸리고 말살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 와중에 당연히 자신의 최후도 보였다.
‘으윽-! 미쳤다고 공인된 내 미래만 처리하면 현세계에서 편하게 살 수 있다.
그런데 그 자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
방법이 없다.’
여기서 그대로 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진퇴양난의 고민을 하는데 신계 자아가 보고를 한다.
‘은하계에 초능력자들이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현재 은하계의 제압은 프롬 여왕의 제국에 의해서 전부 끝난 상태였다.
그래서 프롬 여왕도 이제 은하제국을 세운 여제라고 불리고 있었고, 급속도로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치안을 어지럽힐만한 힘을 가진 주요세력이 전부 아이언에게 붙잡혀 있고 단독으로 위협이 될만할 강력한 초월자들을 모두 영웅동맹에 강제로 편입시킨 덕이 컸다.
‘통일된 은하제국의 번영에 초능력자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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