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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127화 (1,038/2,000)

34권 35권

만족감이 넘치는 브라이트의 표정을 본 아이언은 입을 다물었다.

‘이거 말이 안 통하네.

이제 흑염 세력이 예고할 리가 없잖아?

부활하는 즉시 만만해 보이는 신계의 중앙핵을 무차별로 빼앗을 것이다.

그럼 신계 자체의 전력만으로 버틸 수가 있나?

안 되잖아?’

브라이트는 전쟁을 굉장히 신사적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언이 아는 전쟁은 승리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혹하고 냉정함의 극치였다.

‘궁지에 몰린 이상 이제 신사적인 전쟁은 끝났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신들이 수없이 죽어 나가고 신계가 소멸하는 참혹한 전쟁이 내게는 보인다.

나는 최악최흉(最惡最凶)의 마도신이라고 두려움을 사던 용병신이었으니 말이야.’

상승불패(常勝不敗)의 전투의 신이란 최고의 칭송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면에서 욕했다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붙여준 칭호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그 정도로 정보행성 코아에게 넘겨받은 용병신의 전투기억은 지독했다.’

자신의 미래가 보는 전쟁에서 감정이나 예절 따위는 없고 오로지 승리만이 모든 것이었다.

하지만 흑염 세력이 강탈 시간을 예고하거나 거기에 맞추어 대비하는 현세계의 전쟁을 보면 기이하게 낭만이 살아있었다.

이런 인식 차이로 브라이트와 대화가 안 되고 있었다.

‘이제 최고위 창조신이 되었으니 이런 어긋남은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행동지침을 수정해야 한다.

이려면 현세계의 종족전쟁의 역사를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신경이 쓰이는 존재가 있었다.

브라이트나 샤이니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둘을 상대로 혼자서 막상막하로 싸웠던 초월자들의 수장이었다.

‘이계 십중심(異界 十中心)이 될 수 있는 신족의 영웅신들을 혼자서 감당한다?

아무리 보아도 일반적인 존재가 아니야.’

십중심 두 명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였다.

상대의 모든 권능을 담아서 활용할 수 있는 에반젤리의 깃발을 펼친 십중심의 최강인 황금의 절대자였다.

‘황금족이 현세계에 있다면 설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디를 보아도 그런 흔적은 없다.’

절대계에 있던 황금족이 현세계에 똑같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일대 황금의 절대자 아리오리나 라마세스의 동급의 존재까지 같이 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 아이언은 짜증을 내면서 외쳤다.

“이제 몰라! 너구리 영감.

난 할 일을 다 했으니 이제 내 은하계로 돌아가겠어.”

자기 말을 안 들어준다고 떼를 쓰는 손자를 보는 할아버지의 미소를 지은 브라이트는 부드럽게 달랬다.

“임관식과 연회를 준비하려 하는 데 필요가 없나?”

그 말에 옆에 있던 창조신장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그렇지 않아도 초월자의 영웅신을 최고위층에 올리는 조치에 대해서 반발이 엄청난데 그런 대대적인 환영까지 하면 더욱 문제가 커질 수 있었다.

“거기에 쓸 예산이 있으면 포상금으로 줘.

내 은하계에 멀쩡한 신계가 없어서 곤란한 내 사정을 잘 알잖아?”

“그렇게 하지.

그리고 포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중앙핵을 빼앗겨서 소멸한 신계의 잔해들을 전부 회수해서 넘겨주려고 하네.

괜찮겠나?”

“...”

그 말에 아이언은 브라이트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자신에 대해서 거의 파악을 한 모양이었다.

‘신계가 소멸하고 남은 잔해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러나 강력한 고위 창조신과 정기가 있다면 신계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나의 사정을 고려하면 흑염 세력에게 소멸한 신계 오십 개의 잔해는 지금 가장 필요한 지원이다.’

그러나 아무리 잘 보아도 신족에게 패배한 초월자들의 영웅신인 자신에게 이상하게 최대한 지원을 해주려고 하니 한마디를 했다.

“너구리 영감. 왜 이렇게 나에게 잘해줘?

뭐 바라는 것이 있어?”

다짜고짜 나온 직설적인 물음이었지만 브라이트는 침착하게 말했다.

“자네가 없었다면 소멸한 신계는 원래 포기하려 했네.

하지만 지금 전투 결과를 보면 나머지 중앙핵도 회수가 가능해 보이는군.

중앙핵을 되찾으면 전부는 무리겠지만, 절반의 배분을 약속하지.

이번 일에 끝까지 손을 빌려주게.”

중앙핵만 회수하면 절반을 포상으로 주겠다는 통 큰 약속에 창조신장의 안색이 또 좋지 않게 변했다.

하지만 이미 사전조율을 하면서 반대를 못 할 정도로 확실히 급한 사항이었다.

‘흑염 도적단이 은거한 초월자와 다른 정신체 세력을 정기로 매수하고 있소이다.’

‘...’

오십 조가 현세계를 지배하는 신족에게는 전체적으로 보면 얼마 안 되는 정기이다.

하지만 정기의 부족에 시달리는 다른 정신체 세력에게는 목숨을 걸 정도로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창조신장이었다.

‘흑염 도적단이 용병신 모집에 오십조의 정기를 모두 사용하면 대대적인 반란세력이 일어날 수 있다.

어떻게든 중악핵을 회수해야 한다.’

그래서 또 뒷감당이 힘든 약속을 하려는 브라이트의 행동을 침묵으로 묵인하고 있었다.

‘아이언을 최고위 창조신의 직위를 보장하고 끌어들인 결과가 너무 좋았다.

이제 놈들은 영웅신의 저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신체를 잃었다.

신족의 힘만으로도 토벌할 수 있어.’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영웅신의 저력을 발휘하는 흑염 세력을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과정은 힘들지만, 결과는 좋아.

원하는 성과를 얻으려면 희생도 반드시 치러야 한다.’

서서히 목적과 성과가 수단과 방법보다 우위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창조신이었다.

그 순간 아이언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간다.

‘원래의 중앙핵이 있다면 신계의 원상복구도 순식간이다.

신계 이십오 개를 줄 테니 흑염 세력을 완전히 끝장을 내달라는 뜻이군.’

이러면 못 해줄 것은 없었다.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있는 이상 흑염 세력이 어디에 있어도 찾아낼 수 있고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대 흑염의 절대자처럼 하나씩 철저히 추적해서 잡아내면 된다.

조금씩 창조신계의 영구 봉인감옥에 가두면 끝을 낼 수 있다.’

자신보다 발동속도가 빠른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이 문제지만 체력에 한계가 크니 끈질기게 따라붙으면 처리할 수 있었다.

‘신계 이십오 개를 얻을 수 있다면 할 수 있다.’

그러나 화면 너머의 회의장을 살펴보고, 곧 머리를 흔들었다.

분명 브라이트와 창조신장, 우주신들만 있던 최고 위원회에 고위 관리신들이 어느새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언을 그들의 눈빛은 이제 살기까지 띠고 있었다.

자신들은 영겁을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최고위 창조신의 자리를 순식간에 차지한 아이언에 대한 질투와 부러움에 미칠 지경인 것이다.

‘여기까지가 한계군.

더 이상의 직위 상승이나 보상은 위험해.’

최고위 창조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아래의 지지도 필요하다.

벼락 출세를 한 신입에게 순순히 고개를 숙일만한 고참은 없었다.

어느 정도 분위기를 안정시킬 때였다.

“됐어. 너구리 영감.

더 먹으면 아무리 나라도 체할 것 같아.

명목상이겠지만 초월자 담당 위원이란 직위로 만족하지.”

“...”

수락하려던 기색을 보이던 아이언의 갑작스러운 거절에 브라이트는 형형한 눈빛으로 주변을 돌려보았다.

그리고 상황을 파악했다.

‘언제 이렇게 모여들어 있었지?’

허락도 없이 회의실에 들어온 고위 관리신들이 아주 좋지 않은 눈빛으로 아이언을 노려보고 있다.

아이언이 왜 거절했는지 잘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스스로 처리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준 존재에게 질투라니 바보 같은 녀석들이로군.

아이언이 맡아주면 쉽게 끝낼 수 있었는데 이제 안 되겠어.’

앞으로 흑염 세력이 어떻게 나올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지금처럼 뭔가를 꾸미면서 하지 않고 과격하게 나오리라는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최악의 경우 차원결계를 펼치고 있는 저 은하계에 있는 일천 개가 넘는 신계가 전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은하계를 도약하는 차원권능과 절대적인 직감을 가진 흑염 세력을 일망타진할 방법은 없다.

대규모 포위망과 추격전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앞으로의 피해를 생각하면 신계 이십오 개는 싼 대가이다.

그런데 대규모 전쟁을 겪지 못한 신세대 신족은 모르는군.

방금 아이언이 말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산출되는 피해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위험을 경고하는 흑염의 직감을 무력화해야 한다.

방금 아이언처럼 말이지.’

아이언은 흑염의 직감 이상의 어떤 권능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창조신장과 상의하여 어떻게든 끌어들이려고 했는데 어리석은 고위신들로 인하여 망쳐진 셈이었다.

‘허어어어! 샤이니와 우리가 고생 좀 하겠어.’

극단적인 주변의 거부반응을 보니 분명히 더 공적과 보상을 얻게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길게 장탄식을 내뱉은 브라이트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물러들 가서 각자의 일을 보아라.”

그 말에 섞인 은은한 분노에 고위 관리신들이 모두 당황해서 흩어졌다.

다시 창조신장과 우주신들만 남은 최고위원회의 회의장에서 브라이트는 아이언에게 말했다.

“신족은 초월자라고 하지만 영웅신인 아이언을 진심으로 환영하네.

방금 보았던 일은 아직 어린 관리신들의 실수이니 이해해 주게.”

그 말에 아이언은 의미깊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후후! 어리다고 보기에는 꽤 높아 보이던데 말이야.

나도 지배층에게 평판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아.

최고나 최강이 되고자 한다면 배신자란 낙인만은 받아서는 안 되지.

이제 최고위 창조신이 된 이상 내가 먼저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니 걱정은 하지 마.

그럼 이제부터 잘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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