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126화 (1,037/2,000)

34권 35권

맛이 없다고 신계 주신에게 그런 모욕을 주었는데 또 이상한 것을 먹게 하면 살려둘 리가 없었다.

요리신들도 아까 생전 처음 느꼈던 아이언의 살기와 투기를 기억하고 벌벌 떨었다.

그리고 신계 전부를 집어삼킬 듯이 발동되었던 거대한 투기 회오리까지 보았으니 모골이 송연해질 지경이었다.

슬금! 슬금! 후다닥-!

연회장에서 조심스럽게 물러난 요리장과 요리신들이 조리장으로 달려가고 잠시 뒤에 나오는 요리의 질이 달라졌다.

드디어 조리장과 고참 요리신들이 말만 하지 않고, 직접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손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언은 확연히 상승한 식 맛을 음미하면서 중얼거렸다.

“이제야 제대로 나오네.

숟가락을 먹어준 보람이 있어.”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숟가락이라니요?”

옆에 있던 영웅동맹의 주신들이 의아해서 물었지만, 아이언은 아무 말 없이 음식을 즐길 뿐이었다.

은하유성(銀河流星)으로 인한 시공간 붕괴현상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으니 창조신계에서 곧 연락이 올 것을 느긋하게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거두어들인 영웅동맹의 주신들을 음식을 먹으면서 쳐다보았다.

‘이들을 부하로 거두어들였는데 세계의 항상성이 조용하다.

흐름이 바꾸었다고 난리를 쳐야 하는데 말이야.

그럼 이들도 원래의 미래에 있었나?

그것도 내 부하였나?’

의문은 많았지만, 지금 주신이라고 해보았자 오백억 년 이후의 이계(異界) 수준으로 따지면 고위신 수준이었다.

그동안 이들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모르지만, 최고위 지배층이 되지 못했다면 얼굴을 모를 수도 있었다.

‘미래의 나는 이계(異界)의 정당한 지배자인 초월 총수이자 신족의 창조신장이면서 마신황제이기도 하다.

그러니 지배자급 초월자나 고위 창조신 이상이 아닌 이상 기억하지는 않았다.

용량 낭비지.’

가뿐하게 의혹을 털어버린 아이언은 영웅동맹의 주신들에게 말한다.

“이 신계에 아직 영구봉인을 하게 만든 원한이 있다면 지금 풀어라.

참았다가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바로 복수해야 미래가 가뿐하다.

창조신장님의 면책권을 가진 내가 허락하겠다.”

“...”

뚝-!

그 말에 동작이 멈춘 영웅동맹의 주신들이었다.

‘원수를 용서하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대놓고 나중에 후회하니 철저하게 복수하라는 말은 처음이다.’

진심인지 확인하려는 영웅동맹의 시선을 받은 아이언은 사탕 하나를 꺼내어 물면서 말했다.

“원한을 겪어보지 않은 자만이 원수를 용서하라고 말한다.

배신당하지 않은 존재만이 믿음을 유지한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지독하게 당하고 나면 누구나 생각이 바뀐다.

그럼 용서와 신뢰를 하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불가능하니 포기하고 더러운 세상이 싫다고 혼자서 은거를 할까?”

아이언은 사탕을 입에 물고서 가볍게 힘을 주어서 잘게 부수었다.

뽀드드드득-!

사탕이 으깨지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무능한 패배자처럼 그럴 수는 없지.

부하들이 없으면 상급자도 없다.

신뢰가 없으면 일을 맡길 수가 없으니 안 믿을 수도 없다.

출세하고 싶으면 반드시 부하를 가져야 해.”

아이언은 황금빛의 안광을 품어내면서 크게 외쳤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배신하는 썩은 것들을 만날 때마다 부순다.

그래서 집단에서 비율을 확 줄여야 한다.”

그 말을 들은 영웅동맹 주신들의 몸에서 한기가 밀려왔다.

으슬으슬-!

지금 아이언의 말은 자신들에게 하는 경고와도 같았다.

배신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언제든지 처분하겠다는 뜻이었다.

“배신자와 범죄자를 위와 아래를 가리지 않고 처단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제인가는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세상이 올 것이다.”

범죄자들을 싹 죽이면 범죄율은 낮아진다.

‘이론상 맞는데 과연 얼마나 살아남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복수를 할 생각은 이제 없었다.

‘워낙 오래 갇혀있었더니 증오도 사라진 지 오래다.’

잡히기 전에 고발했다고 의심이 가는 부하와 상급자를 전부 죽여서 복수했으니 더욱 그러했다.

그나마 이를 갈던 일부는 이번 신계관리주신들과 결투를 벌여서 승리함으로써 깔끔하게 털어냈다.

“이미 복수했습니다.”

“실패한 과거는 무시하고 미래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이것도 아이언의 시험이라고 판단한 영웅동맹의 주신들은 간단하게 대답하고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이언은 약간 실망한 얼굴로 여기를 초조하게 주목하고 있던 신계의 전신과 투신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혀를 찼다.

“쳇! 살았구나.”

아주 한심한 것들이라서 이들을 부추겨서 시련을 안겨줄까 했더니 안 될 모양이었다.

‘도망가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이것들은 뭐가 이렇게 약하고 한심해!

내가 손대지 않아도 알아서 망하겠다.’

이제 신계의 최고위 창조신으로서 지배층이 되었으니 지금 신족의 문제점이 은근히 신경 쓰이는 중이었다.

초월자의 혁명을 가속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조치하려던 생각조차 주춤할 정도였다.

‘지금도 원래 흐름에 비해 너무 빠르다.

이러면 나서지 말고 조금 지켜볼까?’

흑염 세력은 흑염 권능의 가호가 부활하여 빠르게 강해졌다.

‘그래서 자꾸 망설이는 샤이니와 브라이트 대신 나서서 흑염 세력의 신체를 소멸시키고 궁지에 몰아넣었다.’

흑염 세력이 절대계에서 단련한 신체를 잃었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였기에 상황을 추스를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아이언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신계 주신과 신계관리주신들은 아직도 우주 공간을 날려가는 중이었다.

“으아아아아악-! 안 멈춰진다.”

은하유성(銀河流星)의 위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투기 폭풍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이미 자력으로 돌아가기 힘들 정도로 멀어졌는데도 아직 속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직접 맞은 것도 아닌데 권능을 제대로 쓸 수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해졌다.’

이러면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단지 어딘가의 행성에 충동해서 멈추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흑염 세력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지금 은거지에서는 신체를 잃은 흑염 세력의 신령들과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이 침묵하면서 마주 보고 있었다.

“...”

“...”

아이언이 은하유성(銀河流星)을 쓰자마자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은 바로 차원도약을 했다.

물론 흑염 세력까지 끌고 가려고 했지만, 은하유성(銀河流星)의 속도와 위력, 범위는 상식 밖이었다.

‘너무 빠르고 광역이라서 이들의 신체를 구할 수가 없었다.’

‘신령이라도 건진 것도 천운이지.’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은 무사했다.

하지만 근원을 포함한 오십 명 전원이 투기 회오리에 휘말려 들어서 신체가 소멸해 버린 것이다.

근원은 권능을 사용하여 부활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멍해져 있는 상태였다.

‘생명력으로 회복하려 해도 어느 정도 몸이 남아 있어야 한다.’

‘이렇게 가루가 되어버리면 불가능해.’

치료나 부활은 가진 정기가 많으니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두려워하던 절대계의 신체가 완전 소멸하였으니 다른 흑염 세력도 똑같이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근원의 신령은 흉흉한 살기를 품어내면서 외쳤다.

‘이렇게 된 이상 세력이나 명성 따위는 필요 없다.

전부 쓸어버리고 최대한 강해진다!’

현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흑염 세력의 진정한 준동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그리고 여유가 완전히 사라졌기에 더욱 빠르고 잔인한 결과를 가져온다.

‘진작 그렇게 해야 했어!’

‘몽땅 쓸어버린다!’

흑염 세력들이 이를 갈고 있을 때 아이언은 브라이트와 화기애애한 대화 중이었다.

승리를 보고받고 흑염 세력이 신체를 잃었다는 예측에 창조신계는 환호하고 있었다.

브리이트만이 아니라 창조신장까지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을 정도였다.

“승리를 축하하네. 아이언.

정말 잘해주었어.”

“...”

그러나 앞으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아는 아이언은 조금 찔려서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원래의 미래에는 아주 약간만 남아 있었다던 양심이 찔리네.

현세계에 와서 굴곡 없이 자란 덕인가?’

원래 미래인 차원의 마도신은 마도 제국의 황자로 태어났으나 스승에게 납치당해서 참 험하게 자랐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언은 그래도 좋은 귀족 집안에서 시즈지의 사랑이 넘치는 육아로 잘 자랐다.

‘빨리 복귀하려면 현세계를 박살을 내야 하는데 영 꺼림칙하단 말이야.’

덕분에 지금 세계에 쓸데없는 애정이 생겨서 아주 골치 아파하고 있었다.

‘신령을 놓쳤으니 잘한 게 아니야. 너구리 영감.

신체는 잃었지만, 정기가 남아도니 금방 부활할 거야.

그런데 절대계에서 만든 신체를 잃어서 자력으로 현세계를 제압할 가능성을 잃었어.

이제 궁지에 몰렸으니 미친 듯이 날뛸 거야.

그런데 무슨 축하?’

이제 흑염 세력은 정면대결이나 예고 같은 것은 싹 치워버리고 중앙핵을 무차별 탈취를 시도할 것으로 보였다.

‘과거 했던 일이기에 너무나 능숙하겠지.

은하계를 도약하는 차원권능 덕분에 신족의 지배권조차 위험해.’

결과적으로 현세계 신족은 흑염 세력의 준동에 견디지 못했다.

그러다가 절대계의 창조주인 진리님에게 처분을 의뢰할 정도로 심각한 사태가 왔다고 한다.

그런 미래를 아는 아이언으로서 축하를 받으니 대응이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눈앞의 반짝이는 최고위 창조신 임명장이 문제였다.

반짝! 반짝!

‘최고 위원회의 최고위 창조신 초월자 담당 위원 아이언.’

황금빛 명패에 찬란한 빛의 글자로 그렇게 아로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서열은 놀랍게도 십 위로 인증되어 있었다.

창조신장을 제외한 서열에서 최고위 창조신의 말석이지만 막 임관한 점을 고려하면 파격의 극치라고 할만한 조치였다.

아이언조차 놀랄 정도였다.

‘반대가 상당히 많았을 것인데 용케도 인증해주었네.

그것도 임명장이 바로 발행이 되어서 도착했어.

약속을 이렇게 철저히 지켜주고 대우를 해주니 이거 정말 마음이 꼭꼭 찔린다.’

독자세력을 빨리 만들기 위해서 바랜 직위였지만 이렇게까지 잘해주면 모른 척하기가 영 곤란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한마디를 했다.

“너구리 영감. 놈들의 신령은 멀쩡해.

수십 조의 정기를 가지고 있고, 근원의 생명력을 생각하면 바로 부활해서 돌아올 거야.

그리고 이제 마구잡이로 설치겠지.

나 혼자서는 오십 명의 흑염 세력이 따로따로 날뛰면 못 막아.

좋아할 때가 아니고 여기 은하계의 전 신계를 요새로 개조하고 철저하게 항전준비를 해야 해.”

그 말에 조금 의외인 듯 약간 놀란 브라이트였다.

그러나 곧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이미 앞으로 어떻게 돌아갈지 예상을 했기 때문이다.

“절대계에서 단련한 영웅신의 신체를 잃지 않았는가?

현세계의 신체로 부활해야 하는 이상 절대로 전과 같은 힘을 발휘할 수는 없겠지.”

브라이트와 샤이니가 보았을 때 흑염 세력에게 가장 문제가 되었던 점은 싸울 의지조차 잃게 하는 강력한 투기와 살기가 아니었다.

분명 현세계보다 강한 절대계에서 영웅신으로 활동하고 단련했던 신체였다.

‘영웅신의 저력을 전부 발동하자 겨우 원거리 공격으로 창조신이 신계 주신인 신계의 방어벽을 관통했다.

이처럼 강력한 신체 능력에서 터져 나오는 영웅신의 저력은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미지수이니 정면대결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아주 깔끔하게 처리되었으니 자력으로 정리할 수 있다.’

현세계의 신체를 가진 강자라면 두려워할 점은 없었다.

샤이니와 자신은 종족전쟁에서 최후의 승리를 잡은 최고이자 최강의 영웅신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예고가 흑염 도적단의 마지막이 될 것일세.

어쩌면 차원 결계도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군.

모두 자네 덕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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