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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의미가 담긴 것 같은데 유아신이 할 말이 아니었다.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근원에게 아이언에게 느긋하게 말한다.
“그럼 일단 도박은 끝났으니 연회다.
너도 먹고 마셔라.
지금 이 장소에서 너희들의 안전은 내가 보장한다.”
어차피 미래 자신의 부하가 될 흑염 세력이었다.
그러니 쓸데없는 원한을 살 생각은 없는 아이언이었기에 나온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근원도 흑염의 직감으로 거짓이 아님을 느꼈기에 바로 말을 받았다.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기묘한 연회가 시작되었다.
도박에서 이긴 쪽은 바로 딴 정기술을 먹고 기분 좋게 취해서 상승한 신력을 느끼고 좋아한다.
그리고 져서 빈털터리가 된 쪽은 다시 벌어야 할 앞날을 생각하면서 계속 나오는 음식과 술을 삼키고 있었다.
“제길! 도박하는 것이 아닌데.”
“킬킬! 이런 큰 승부 없이 무슨 수로 출세를 하려고 해?”
딴 쪽이나 잃은 쪽이나 이제 결과를 받아들이고 연회를 즐긴다.
그런 밝은 분위기에 멀찌감치 떨어져서 아이언이 준 음식과 술만 먹던 흑염 세력이 슬금슬금 다가와서 탁자의 음식까지 노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완전히 무방비하군.’’
‘정말 축제 같아.’
‘이거 정말 맛있다.’
신계 주신이 아이언에게 음식 맛이 없다고 엄청난 모욕을 당했다.
열 받은 상급 창조신에 의해 요리실이 통째로 증발하자 그제야 존재의 위기를 느끼고 온 힘을 다해 만들어내고 있는 요리들은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십중심이 진리에게 쓰러진 이후 처음 겪는 축제에 점점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창조신계에서 바라보는 창조신장은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저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왜 도적단들을 처단하지 않고 대접하나?’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아이언의 행동이었기에 브라이트의 조언을 구했다.
브라이트는 아직도 아이언이 구멍 뚫은 금속판을 보면서 감탄하고 있었다.
자신의 시선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열중해 있자 살짝 헛기침하면서 말했다.
“험험! 저게 뭐하는 짓입니까? 브라이트.”
브라이트는 그제야 금속판을 내려놓고 흑염 도적단까지 어울린 연회를 바라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후훗! 과연 투기와 살기를 잘 이해하고 있군.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예?”
브라이트는 수염을 쓱 쓰다듬으면서 흑염 도적단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본래 투기와 살기는 적이 강하고 전투가 힘들수록 더욱 강해집니다.
그런데 저런 대접을 하는 상대를 무조건 증오하기 힘듭니다.
대접한 덕분에 그렇게나 신족을 곤란하게 만든 투기와 살기가 처음보다 많이 줄어있습니다.”
“!!!”
그 말에 화들짝 놀란 창조신장과 우주신들은 화면의 흑염 도적단을 주목한다.
화면 너머지만 끔찍하게 느껴지던 살기와 투기가 명확하게 감소 되어 있었다.
“확실히 감소하였군요.”
이제야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깨달은 창조신장은 조금은 안심했다.
저 정도의 투기와 살기면 상급 창조신의 신계 투신들이라면 감당할만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영웅신의 힘보다 대처가 힘들었던 투기와 살기를 연회 한 번에 저 정도로 감소시켰습니다.
싸우기 좋아하는 유아신이라고 생각했는데 참 대단합니다.
앞으로 나타날 저런 초월자와 영웅신들을 잘 다스리면 신계의 지배는 영원할 것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브라이트의 당부에 이미 생각해둔 일이 있기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는 창조신장이었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이미 어떤 결정을 내렸다.
‘너무 완벽하고 강해서 통제되지 않는 영웅신은 위험해.’
이번 흑염 도적단의 준동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대책을 만들지 못한 군부였다.
그런데 교육부에서 비장의 계획을 극비리에 보고를 해왔다.
‘투기와 살기에 강한 초월자조차 뛰어넘는 전투력을 가진 신족을 유아신부터 영재교육을 통해 인공적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신족에 대한 충성심과 복종심을 주입교육하여 수월하게 통제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영재교육으로 영웅신과 거의 대등한 무력을 가집니다.
하지만 조기교육으로 개인적이지 않고 조직에 절대 충성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초신(超神)입니다.’
샤이니와 브라이트와 같은 뛰어난 영웅신의 힘은 인정하나 지금의 신족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웠다.
‘영웅신들은 집단에 대한 충성보다 개인의 의지가 우선한다.
이들이 독단으로 흐르면 막을 방법이 없다.
대응할 자체 전력이 필요해.’
샤이니와 브라이트가 이번 일로 자신을 끌어내리고 스스로 창조신장이 되겠다고 하면 꼼짝없이 그렇게 해야할 정도였다.
‘더 영웅신들을 내버려 둘 수 없다.
하지만 통제할 수단이 거의 없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가장 우려하고 불편해하는 점이다.’
그걸 정확하게 파악하고 파고드는 교육부 담당 창조신의 보고가 머리에 떠나지 않았다.
‘초신양성계획(超神養成計劃).’
아직 검토 중인 신족의 극비계획이었다.
치안 유지와 점령지 관리에 특화된 현재 투신과 전신의 전투력 한계가 명백하니 적극적으로 추진될 확률이 높았다.
‘다만 시험적이기에 그 대상의 선정에 어려움이 크다.’
해결책도 제시되어 있었다.
‘명문 일족의 대상은 제외하고. 일단 연고가 없는 대상을 선정한다.’
처음에는 거의 방치 된 미개발지역이나 낙후지역의 유아신들이 대상이었다.
‘무리하게 오리진을 직계나 혈족을 선발하여 정치적으로 거래할 필요가 없겠군.
교육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고 성과가 뚜렷하면 바로 적용하면 된다.’
은밀하게 계획을 추진할 수 있어 더욱 마음에 든 창조신장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지금 군부를 거의 무용지물로 바꾼 신세대 군부 행동지침보다 더한 잘못을 저지르려 하고 있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전투에 목숨을 거는 투신과 전쟁에 삶을 건 전신에게는 모든 법과 규칙을 뛰어넘는 불변의 철칙이 있었다.
‘강자는 약자를 따르지 않는다.’
그리고 내색은 하지만 그들에게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원칙도 있었다.
‘약한 동료나 상급자는 적보다 무섭다.’
그러니 어린 유아신들에게 아무리 교육을 한다고 해도 자신보다 약한 기존의 군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더구나 명문 일족도 아닌 거의 고아와 같은 유아신들을 부하들이 상급자로서 존중할 리가 없으니 충돌은 필연적이다.
브라이트와 샤이니가 이 계획을 알았다면 대경해서 반드시 각하시켰을 일이었다.
‘아직 인격이나 인내심이 부족한 유아신이 명령을 따르지 않는 부하들을 보고서 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기존의 주신들조차 고발을 당하자 부하를 모두 죽이고 영구봉인이 되었소.
그런데 유아신에게 인내를 바랄 것이오?’
창조신장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반드시 반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교육부와 계속 조율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현세계의 절반을 날려버린 ‘초신전쟁(超神戰爭)’이 시작되려 하는 와중이었다.
그리고 아이언은 흑염 세력까지 섞여들어서 연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자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슬슬 연회를 끝낼까?”
그 말에 슬슬 다음 과정인 전투가 시작되리라고 생각한 모두가 침묵하면서 경청한다.
연회를 즐기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신계의 존망을 건 전쟁 전의 환송식이라는 사실을 누고도 잊지 않고 있었다.
모든 고위신들이 술과 음식을 먹으면서 한시도 떼어놓지 않던 신기와 전신 갑옷들을 몸에 착용한다.
철컹-! 우두둑-!
단숨에 흑염 세력과 신계의 전력이 양쪽의 진영으로 나누어졌다.
그 가운데 영웅동맹의 주신이 살기와 투기를 피워올리면서 서로가 충돌하지 못하게 막았다.
아이언이 의지로 명령을 전달한 것이다.
‘나의 허락 없이 싸움을 시작하는 쪽을 무조건 쳐라.’
흑염 도적단을 적으로 보는지 의아할 정도로 이상한 명령이었다.
‘그러나 다시 시작하는 처지에서 거역할 생각은 없다.’
‘신족이든 흑염 도적단이든 방해가 된다면 처리한다.’
누가 고발했는지도 모르고 죄도 이해가 안 되는 처사에 대해 반발하여 영구봉인을 당하면서 신족에 대한 미련은 이미 버렸다.
무엇보다 아이언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고 어떤 성향인지 군부에서 오랜 세월을 지닌 그들은 잘 알았다.
‘따르면 살고 거부하면 죽는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유아신의 모습이지만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그렇게 연회장에서 단숨에 전투 직전까지 위기감이 고조된다.
후우우우우웅-!
여기 있는 전력은 신계의 최정예들이고 그동안 안주하지 않는 폭주와 도박으로 인하여 상승한 무시무시한 투기와 살기가 흑염 세력에게 몰려갔다.
흑염 세력이 잠시 놀랐으나 그 이상의 기세로 맞받아쳐 졌다.
구구구구구구구-!
어지간한 하위신은 피를 토하고 죽어갈 정도로 강렬한 기세의 격돌이었다.
최상석에 있던 상급 창조신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완전무장을 완료하고 아이언을 쳐다보았다.
‘드디어 시작인가?
버틸 수 있을까?’
그러나 아이언의 입가에 머문 희미한 미소를 보는 순간 소름이 쫙 올라왔다.
‘가소로워하고 있다!’
자신조차 놀랄 정도로 향상된 신계의 고위신의 존재감과 이미 공포의 상징이 된 흑염 세력의 투기와 살기를 가뿐하게 무시하고 있었다.
약간 졸린 표정까지 된 아이언은 입에 들어있는 사탕을 굴리면서 태평하게 말했다.
“싸우기 전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제안을 하겠다.”
막 서로를 공격하려던 두 세력의 움직임 멈추었다.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고 언제든지 먼저 움직이는 쪽을 치려던 영웅동맹의 주신들도 신기를 꺼내 들고 양쪽을 경계만 한다.
“참고로 내 허락 없이 마음대로 싸우면 나를 모욕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들부터 치워주지.”
황금의 불길이 아이언의 온몸에서 타올라서 신계의 하늘을 관통하듯이 솟구친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륵-!
황금빛 불길이 감싼 투기 소용돌이 안에서 영 못마땅한 음성으로 아이언이 선언하듯이 말한다.
“내 앞에서 잡스러운 살기와 투기를 치워라.
전쟁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그 전에 대화와 거래를 하자.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현세계 최후의 순간까지 용서는 없다.”
양 세력 전부를 찍어누르는 위력과시였다.
투기와 살기를 개방했던 모두가 다급하게 신기까지 집어넣었다.
죽음을 각오했던 영웅동맹의 주신들까지 창백해질 상황을 기세 하나로 눌러버린 아이언은 스물여섯 쌍의 투기의 날개를 개방한다.
“현세계 신족 최상급 창조신의 수좌인 아이언으로서 흑염 세력에게 권고한다.
이제까지 강탈한 모든 중앙핵을 신계에 반납하고 정중히 모두에게 사과하라.
그리고 합당한 처벌을 받고 신족에 합류하라.
처벌은 최대한 선처하겠다.
현세계 신족의 법대로라면 일만 년 정도의 봉인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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