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영웅왕의 주신도 전력을 다하는지 커다란 기합을 지르면서 영웅왕의 거체를 상공으로 높이 뛰어 올린다.
그리고 또다시 후방을 중점으로 사방으로 분화된 대검의 위력에 중량을 더해간다.
슈악-!
그 순간 신계 총사령관의 신체가 거짓말처럼 안정을 되찾는다.
신계 총사령관이 바로 안정을 되찾고 기세가 부풀자 아이언은 혀를 찼다.
“칫-! 속았군.
강자를 상대로 함부로 몸을 띄우면 안 되지.”
“오! 역시 서열 값을 하는구나!”
이번에 지면 모든 비상금을 전부 잃기에 더없이 긴장하던 신계 주신의 얼굴에서 화색이 돌아왔다.
영웅왕의 대검이 머리에 떨어지기 전에 총사령관의 온몸에서 빛의 회오리가 일어난다.
그리고 거대한 빛의 포화가 영웅왕과 대검을 동시에 후려쳤다.
“신력포!”
신계 총사령관의 영창과 함께 신계에 있는 모든 신들의 권능이 담긴 신력포가 작렬한다.
신력포는 들어가는 정기와 신력과 비교하면 살상력이 부족하여 잘 사용하지 않지만, 신계의 전력지원을 받는 지금은 가장 유효한 공격수단이었다.
꽈꽈꽈꽈꽈꽈꽝-!
신력포에 직격으로 맞은 영웅왕이 거대한 폭발에 휩싸여서 뒤로 날려진다.
방금 신력포는 거대한 별조차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이었기에 적중되면 창조신도 무사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너무 강력한 권능을 발휘한 신계 총사령관도 지쳤기에 잠시 숨을 고르고 상황을 파악한다.
“헉! 헉! 끝났겠지?”
그리고 산산조각이 나서 뒤로 날아갔을 영웅왕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저절로 식은땀이 등을 적셨다.
주르르르르-!
신계 총사령관은 온몸에 느껴지는 허탈감을 애써 누르면서 투덜거렸다.
“난 때리다 지쳤는데 넌 아무 타격이 없어?
저건 확실한 사기잖아?”
신력포에 적중된 영웅왕의 장갑은 너무나 멀쩡했다.
그러나 조종자인 주신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는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더 놀란 것은 창조신계였다.
“창조신이 다스리는 신계의 집중된 권능에도 파괴가 안 된다고?”
“그럼 공격수단 대부분이 안 통한다는 뜻이다.”
“조사 중인 아이언의 금속판을 다시 가져와!”
신계의 전력이 집중된 신력포에도 멀쩡한 영웅왕의 장갑에 너무 놀란 창조신장이었다.
그래서 임관을 요청할 때 아이언이 힘의 증명으로 제출한 가운데 구멍을 뚫은 금속판을 다시 확인한다.
‘으음! 별 이상이 없는 물질인데 어떻게 신계의 권능까지 견디지?’
아무리 재조사를 해도 창조신의 완력으로도 파괴하기 힘든 놀라운 단단함 이상의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창조신장은 잠시 망설였지만, 브라이트에게 금속판을 넘겼다.
‘이건 내 권능의 조사능력 밖이다.
하지만 브라이트라면 다를 것이다.’
무력은 샤이니가 위다.
그러나 권능은 브라이트가 신족 최고라는 점에서 이의를 표할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과연 브라이트는 달랐다.
금속판을 넘겨받자마자 아이언이 주먹으로 뚫어놓은 구멍을 양손으로 잡고 파괴하기 위해서 당긴다.
구구구구궁-!
최고의 우주신이 발산하는 권능과 완력이면 금속판은 당연히 파괴되어야 했다.
그러나 구멍은 좌우로 넓어지기만 하지 부서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우지지지지지지지-!
하지만 한계는 있었다.
브라이트의 빛의 날개가 모습을 드러내자 금속판은 고무처럼 늘어지다가 찢겨 나갔다.
당겨서 찢는 것이 주먹을 휘둘러서 파괴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것은 당연했다.
‘역시 브라이트다.
저걸 당겨서 파괴하다니 말이야.’
그런데 금속판이 변화를 시작한다.
창조신장과 주변의 우주신들의 눈동자가 놀라움에 커져만 갔다.
“붙는다.”
“재생? 복원?”
우우웅-!
방금 두 조각으로 찢어버린 금속판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되돌려지듯이 원상태로 돌아온 금속판을 보면서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권능이 담겼는지 파악한 브라이이트는 감탄했다.
“대단해.
권능으로 강도만 강화한 장갑이 아니로군.
파괴되는 현실에 저항하는 마도까지 담았어.”
힘겹게 파괴한 금속판이 다시 원상태가 되었지만, 브라이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마력으로 신력에 저항력을 갖추었으니 권능만으로는 완전 파괴는 무리요.”
“!”
“!”
브라이트는 아이언이 뚫어놓은 중앙의 구멍을 보면서 확신이 어린 어조로 말했다.
“저 영웅왕의 장갑은 마력은 신력으로 튕겨내고 신력은 마력으로 저항하오.
오로지 강력한 물리력으로 파괴해야 재생을 하지 않소.”
“...”
“...”
창조신 이상의 신격을 가진 일백 미터나 되는 거대한 기계신체를 순수한 완력으로 부술만한 존재가 그렇게 많을 리가 없다.
‘강도가 어지간한 신기 공격으로는 흠집도 안 날 정도로 단단하다.’
‘권능이 담긴 공격을 마력으로 저항한다면 신기도 사용하지 못해.’
‘저런 걸 맨주먹으로 부수라는 뜻이잖아?’
거대 기계신을 권능 없이 힘으로 부수어야 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한 존재가 있었다.
바로 아이언이었다.
‘브라이트가 찢어버린 손상을 회복한 금속판에 아직도 뚫려 있는 구멍은 분명 일격으로 만든 것이다.’
즉 아이언의 완력 앞에서는 영웅왕의 저 강력한 장갑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뜻이었다.
‘저런 장갑을 정말 힘만으로 파괴했는가?’
‘그렇다면 최고위 창조신의 직위조차 가벼울지도 모르겠군.’
유아신의 신체로서는 상상도 못 할 강대한 완력이었다.
자신들이 맞상대하는 장면을 상상하니 부르르 몸이 떨릴 정도였다.
그리고 화면 너머의 신계 총사령관은 이제 필사적으로 영웅왕을 두들기고 있었다.
떵-! 깡-! 꽝-!
조종자가 기절한 틈에 신기와 신력포를 총동원한 공격을 퍼붓는데도 끄떡없자 한탄이 저절로 나온다.
“제길! 이 정도로 하면 좀 부서져라!
이거 너무 하잖아!”
조종사가 신력포에 의식을 잃지 않고 움직였다면 이걸 어떻게 상대를 해야 할지 모르는 괴물 같은 방어력이었다.
그리고 신계 총사령관도 마침내 거대한 망치를 든 기계 거신을 불러낸다.
신계와의 전투에 쓰이는 공성 병기였다.
쿠궁-! 꽈드드드득-!
신력포와 일반적인 신기 공격에 흠집도 안 나자 결국 공성 병기까지 동원하는 신계 총사령관이었다.
마지막 수단으로 내놓은 공성 병기는 기동성은 떨어지지만 거의 이백 미터를 넘는 크기에 파괴력도 놀라운 수준이었다.
“으득! 반드시 파괴하고 만다.”
어떻게 운 좋게 조종자를 기절시켰지만, 파괴할 수가 없다.
만약 다시 의식을 회복하고 다시 덤비면 큰 문제였다.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영웅왕의 몸 위로 공성 망치가 그대로 내리쳐진다.
꽈꽈꽝-! 떠어어어엉-!
공성 망치의 뾰족한 끝과 영웅왕의 몸이 충돌하자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굉음이 울린다.
하지만 영웅왕의 장갑은 여전히 무사했다.
“허억? 이정도 물리력도 안 통해?
이거 정말 물질 맞아?”
권능을 총집결한 신력포가 조종자는 기절시켰지만, 장갑은 흠집도 못 냈다.
그런데 현재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물리 공격도 안 통하면 이제 더 이상의 공격수단이 없는 신계 총사령관의 얼굴은 하얗게 변했다.
‘이러다 정신 차리면 진다.
슬슬 나도 한계야.’
다행스럽게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조종자 덕분에 영웅왕은 움직일 기색이 없었다.
어디를 공격해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던 총사령관의 눈빛에서 섬광이 스쳤다.
확-!
영웅왕의 가슴 장갑에 나타난 그것은 아주 작은 검은 불길이었다.
표적지처럼 보이게 원형의 타오르는 희미한 불꽃은 영웅왕의 심장 위치에 정확히 머문다.
‘마치 여기가 약점이라고 가르려 주는듯하다.
누구냐?’
권능을 누가 발동했는지 추적해보니 전혀 의외의 인물이 나왔다.
바로 근원이었다.
“...”
“...”
서로 일순 눈빛이 마주치자 근원은 아주 은밀하게 의지를 보낸다.
‘거기가 조종석이다.
그리고 가장 장갑이 약하다.
너도 파괴할 수 있다.’
흑염의 직감으로 파악한 약점을 몰래 알려줄 정도로 근원도 내기에 건 것이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현세계에 떨어져서 도둑질하는 처지에서 저런 고위의 신기는 무척이나 탐나는 보물이었다.
‘나도 너에게 걸었다.’
신계의 중앙핵을 노리는 적의 조언이라서 신계 총사령관은 약간 망설였으나 바로 공성 망치를 내려찍었다.
‘에라! 모르겠다!’
목표는 검은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조종석 바로 위였다.
투가가가가가가-!
이번만은 다른 소리가 났다.
심장의 조종석이 있던 장갑이 일그러지면서 공성 망치의 뾰족한 끝부분이 내부로 움푹 들어간다.
마침내 공성 망치의 끝부분이 영웅왕의 가슴을 관통하듯이 들어간 것이다.
울컥-!
그와 동시에 피를 토하듯이 영웅왕의 금속 얼굴에서 검은 액체가 품어졌다.
누가 보아도 파괴된 것으로 보이는 광경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름이 쫙 밀려왔다.
‘이겼다.
분명 끝장을 내주었는데 이 감각은 또 뭐야?’
신계 주신과 신계관리주신의 표정도 확 변했다.
아이언은 영 마음이 안 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좌석의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고 있었다.
톡톡-!
그 소리가 마치 시한폭탄이 터지는 초침이 흐르는 소리로 들렸다.
그리고 모두의 뇌리에서 흑염 세력과 같이 폭발하던 영웅동맹의 기체들이 생각이 났다.
‘설마 자폭?’
흑염 세력 열 명을 치명상으로 몰아넣었던 영웅동맹의 강력한 자폭을 잊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주신을 조종자로 운영하는 영웅왕이 자폭하면 어떤 위력이 나올지 측정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아이언은 혀를 차면서 말한다.
“쯧! 괘씸한 놈이 수작을 부리는군.
이러면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공개하기에는 이르지만 어쩔 수 없군.
너 혹시 폭주라고 들어봤냐?”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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