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중앙핵에 정기가 없어도 신계의 모든 권능의 정보가 담겨있다.
신계 제일의 보물이라고 과언이 아닌 중앙핵을 도박에 걸겠다는 말이었다.
연회에 있던 모두가 놀랐지만, 아이언은 피식 웃었다.
‘풋! 정기가 없는 중앙핵은 창조력이 부족한 흑염 세력이나 초월자에게는 별 쓸모가 없다.
그걸 걸어서 상대의 권능사용에 제한을 건다면 확실히 이익이 남는 거래다.’
신계의 중앙핵만 있으면 소멸한 신계를 쉽게 재생시킬 수 있었다.
정기는 비슷하게 들어가겠지만 이미 한번 구현된 신계였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창조신에게도 힘들지만, 나 정도라면 너무 쉬운 일이지.’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는 이미 만들어졌던 신계를 재구현하는 방식이 편하기도 했다.
‘그리고 중앙핵을 빼앗기고 소멸한 신계까지 있다면 바로 회복시킬 수 있다.’
중앙핵을 잃고 소멸한 신계의 확보도 행성을 조약돌처럼 다루는 마도를 가진 자신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결론적으로 저 중앙핵은 정기와 신력이 모자라면서 가장 빠르게 세력을 확충해야 할 지금 가장 탐나는 보물이었다.
“받아들이지.
그러나 중고나 장물은 절반 값이다.”
“두 개를 걸겠소.”
그 말과 동시에 아이언은 무지갯빛 동전을 앞으로 튕겼다.
핑-! 빙그르르르-! 탁-!
‘언제나 동전의 앞면’을 권능을 집중하여 특별히 만든 동전이 영웅왕의 승리 쪽에 올려진다.
그와 동시에 근원도 가지고 있던 정기를 흡수하고 남은 중앙핵 두 개를 중급 창조신 쪽에 걸었다.
남이 보면 미쳤다고 할지 몰라도 충분히 타당성이 있었다.
‘어차피 정기를 다 뽑아서 사용한 물건이다.
그리고 우리와 초월자 쪽은 창조력 부족으로 재사용할 수 없다.
이제 저 이상한 권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지든 이기든 상관이 없다.’
아이언이 약속을 어기고 또 저 이상한 동전 권능을 사용하여 직감을 방해하면 그것으로도 좋았다.
‘아이언의 저 권능이 지금은 우세하지만 차이는 적어 보인다.
맹약을 어기면 당사자나 권능이 약화가 된다.
그럼 약속을 어길수록 흑염의 직감이 유리해진다.’
아이언도 이만오천분의 일이라는 오류가 있는 불안한 권능에 언제까지 기댈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근원에게 중앙핵을 거는 도박에 참여하게 하는 대신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렇게 ‘언제나 동전의 앞면’을 사용하던 동전과 중앙핵 두 개가 내기에 걸렸다.
그리고 아이언은 영웅왕을 탄 주신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반드시 이겨라.
그러면 회수한 중앙핵으로 재생한 신계 하나는 바로 너의 것이 될 것이다.” “!!!”
과거에 자신보다 하위자였던 존재가 이제 중급 창조신에 신계 총사령관이다.
그런데 자신은 영구봉인된 범죄신에서 이제 겨우 정체 모를 군단의 일원이었다.
이 사실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영웅왕에 탑승한 주신이 놀랄 정도로 엄청난 포상이었다.
그 선언에 중급 창조신과 다른 신계관리주신들은 자신도 모르게 신계 주신을 쳐다보았다.
부하들의 집중된 시선을 받은 신계 주신의 인상이 확 일그러졌다.
‘내기에 걸린 것이 더욱 엄청나졌다.
그리고 아이언이 저렇게 큰 보상을 걸었으니 나도 당연히 무엇인가 추가해달라 이거지?’
신계 주신은 잠시 인상을 팍팍 쓰다가 대답했다.
저 서열 일위의 신계관리주신의 입버릇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원하는 기간 동안 유급 휴가를 주마.”
“오오오오오-!”
영 마땅치 않은 표정이던 중급 창조신의 기세가 환호하면서 일변한다.
남들이 보기에 이상하다고 할지 몰라도 신계관리주신에게 나가는 월급을 생각하면 엄청난 양보였다.
그런데 중급 창조신의 환호와 신계관리주신들까지 표정이 확 변하자 아차 하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 큰 보상이었던 것이다.
‘저 자식이 직위가 높은 만큼 배포도 엄청났지.’
무기한 유급 휴가를 주면 정말 영원히 쉬는 수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제한을 달았다.
“일만 년 이상은 안 돼!”
“쳇!”
실제로 이 기회에 대놓고 영원히 쉴 생각이었던 중급 창조신은 혀를 찼다.
누가 신계 주신이 아니라고 할까 봐서 더럽게 짜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진다.
꽈꽈꽝-!
언제 만들었는지 거대한 대검이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영웅왕에게서 강렬한 투기가 발산되면서 신계 총사령관을 압박한다.
이미 강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놀라운 투기였다.
“의욕 충만이구나!
하긴 신계가 승리의 보상이라면 나라도 그러겠다.”
척 보아도 직접 막으면 위험할 정도의 물리력이 실린 공격이었다.
많은 다른 종족과 싸운 전투경험이 이 순간 눈부시게 빛난다.
‘단순한 기계신이 아닌 나와 동급의 거신족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럼 힘으로 싸우면 필패다.
힘의 방향을 바꾸어서 틈을 만들고 급소에 일격을 가한다.’
신계 총사령관의 손에서 거대한 빛의 검이 발산되면서 살짝 떨어지는 대검의 궤도를 바꾼다.
퉁-! 파아아아아-! 쿠우우웅웅-!
바닥과 충돌한 대검이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면서 신계 총사령관을 밀어낸다.
검의 궤도를 바꾸면서 품 안으로 파고들어 전력의 공격으로 끝장을 내려던 의도가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리고 속을 뒤집는 충격파에 기겁했다.
신격이 상위가 아니면 이 정도 여파에 이렇게 타격을 받을 리가 없었다.
“윽-! 기계 분신이 신계의 전력지원을 받는 중급 창조신인 나보다 신격이 정말 높다고?
이게 말이 되나?”
그 순간 영웅왕의 기세가 더욱 강렬해지면서 대검이 직각으로 횡으로 휘둘러지면서 신체의 양단을 노린다.
슈가가가가가-!
일백 미터가 넘는 대검으로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할 정도로 빠르고 완벽한 직선을 그리는 상승 검술이었다.
중급 창조신조차 완전히 피할 수가 없어서 목에 가느다란 핏줄기가 품어진다.
주르르르르-!
목에서 한줄기 피가 흐르자 이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된 중급 창조신이었다.
‘신계의 전력 가호를 받은 내 신체를 이렇게 쉽게 벤다고?
이건 단순히 신격만 높은 것이 아니야.
조종자가 엄청난 검술을 가진 검신(劍神)이다.’
신계관리주신들이 관리신이라서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싸워보니 이건 현재 신계의 주신이나 투신과 수준이 아예 달랐다.
“아? 너? 설마 창조신급의 검신(劒神)이었나?
그런데 어떻게 영구봉인이 되었지?”
신계 총사령관은 목에 생긴 상처가 심상치 않음을 확인하고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그런데 험악한 대답이 들려온다
“빌어먹을 규정에 걸려들어 고발되기 전에는 여기 검신(劍神)들의 총교두였소!
당신이 총사령관으로 임명되기 한참 전에 말이외다!
후배참(後背斬)!”
“히이이이익-!”
바닥을 찍고 직각으로 꺾여서 중급 창조신의 목을 그었던 영웅왕의 대검이 파도처럼 사방을 베어간다.
공간을 왜곡하는 검술인지 앞에서 공격한 검이 뒤를 포위한 채 난자하러 들었다.
슈아아아아악-!
크기만으로도 거목을 능가하는 위협적인 대검이 마치 나뭇가지처럼 초고속으로 휘둘러지는 모습에 기겁한 신계 총사령관의 모습이 흐려지듯이 빠르게 피해갔다.
솨아아아아아아-! 파아아아-!
그 순간에는 영웅왕의 금속 얼굴은 탑승한 주신의 얼굴로 바뀌었다.
그리고 신체도 본래의 체형처럼 날렵하게 바뀌어서 중급 창조신의 기동성을 쫓아갔다.
구구구구구구궁-!
거대 기계신체와 한 몸이 되어 품어내는 놀라운 검술은 단숨에 신계 총사령관의 퇴로를 막고 난도질할 기세로 떨어졌다.
‘으윽-! 이건 위력만 높은 것이 아니야.
상위 신격까지 넘보는 놀라운 검술이다!’
사방으로 떨어지는 대검의 공격을 힘겹게 흘리고 튕기면서 신계 총사령관은 진땀이 날 지경이었다.
대검에 실린 엄청난 물리력도 문제지만 창조신의 경지에 확실히 도달한 검신으로서 경지가 그대로 실려있었다.
‘저 대검에 직격당하면 나라도 죽는다.
하지만 처음 조종하는 기계신으로 이 정도의 상승경지의 검술을 구사할 수 있나?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저 정도 크기의 기계신을 수족처럼 조정하려면 막대한 권능이 필요하다.
설사 조종간이 아닌 의식으로 하는 조정이라고 해도 자신의 신체가 아닌 이상 괴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마치 원래 기계신인 것처럼 거침이 없는 움직임이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던 신계 총사령관의 머리를 노리고 일백 미터의 대검이 떨어졌다.
투가가가-! 꽈아아아아앙-!
신계의 지원과 본래의 신격이 합쳐진 방어막과 대검의 품어내는 신력이 충돌한다.
“으윽-!”
신계 총사령관의 몸이 대검에 실린 물리력을 이기지 못하고 형편없이 밀려 나갔다.
“...”
“...”
“...”
이제 주변에 환호는 없었다.
신계 총사령관을 맡을 정도의 중급 창조신이라면 신계 주신과도 비견될 수 있는 강자였다.
그런데 막 영구봉인에서 풀린 주신이 기계신체를 타고 몰아붙이고 있으니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같은 신계관리주신이라도 관리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무력을 가진 존재조차 지고 있다.’
모두가 경악하는 가운데 브라이트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하급 초월자가 탔던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위력이 상승했다.
저런 영웅왕 일백대가 영웅동맹에 있었나?
신세대 신족의 군단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로군.’
영웅왕은 아이언의 기계 분신이라고 하니 더 이상의 추가 생산은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주신이 탑승할 경우 현세계 신족의 최고 수준의 투신과 동급의 존재가 되는 기계신들이 많다는 사실은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리고 여기저기 대검에 베인 신계 총사령관의 얼굴에서 마침내 여유가 사라지고 살벌한 투기가 쏟아낸다.
“까불지 마라!”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가 하나로 합쳐져서 영웅왕을 양단할 수 있을 정도의 대검으로 변한다.
파가가가가가가-! 쿠쿠쿠쿠쿠쿵-!
영웅왕의 대검과 전력 전개된 빛의 날개가 뭉쳐서 만들어진 실체화된 빛의 검이 충돌했다.
처음에는 움직임이 눈에 보였지만 곧 시야에서 사라지고 검과 검이 충돌하는 불꽃만이 시야를 가린다.
“크으으으윽-!”
“타아아아아-!”
영웅왕의 금속 얼굴도 최선을 다하는지 입술을 깨물면서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신계 총사령관도 땀을 흠뻑 흘리면서 전력을 다한 연속적으로 검을 휘두르면서 공격을 쏟아낸다.
파강-! 투가가가강-!
대검과 빛의 검이 두 명의 사이에서 만들어낸 폭발과 굉음이 폭풍우처럼 주변에 퍼져갔다.
그런데 충돌의 폭풍이 서서히 영웅왕 쪽으로 밀려가기 시작했다.
“으으윽-!”
누가 강하지 뚜렷하게 우열이 가려지고 있었다.
그런데 영웅왕의 금속 얼굴의 눈동자에서 황금빛의 불길이 품어졌다.
화르르르륵-!
얼굴에서 시작한 황금빛의 불길은 그대로 전신으로 퍼져가면서 대검을 휘감는다.
“차하하하하-!”
기합과 함께 일순 영웅왕의 대검에 모든 투기와 신력이 집중되었다.
꽈가가가가강-!
황금빛의 소용돌이에 휘감긴 대검이 신계 총사령관의 빛의 검을 분쇄되어서 휘날렸다.
신계에 있는 신족의 권능 전부가 담긴 빛의 검이 영웅왕의 투기에 파괴된 것이다.
“허어어억-!”
싸우고 있는 신계 총사령관보다 신계 주신이 더 놀랐다.
‘신계의 전력지원이 어느 정도의 위력인지 잘 아는데 절대로 저렇게 분쇄될 수가 없다.
도대체 어떤 위력이 담긴 것이냐?’
빛의 검을 파괴당하고, 충격을 받아 비틀거리는 신계 총사령관의 머리 위로 대검이 떨어진다.
“크아아아아아압-! 후배절단(後排絶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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