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113화 (1,024/2,000)

34권 35권

결투장에 올라가자마자 신계관리주신 서열 일위의 중급 창조신이 신격을 드러낸다.

유형화된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가 휘날리는데 드러난 눈동자는 푸른색이었다.

아이언의 안주하지 않는 신성에 당하지 않은 증거였다.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가 가득한 얼굴과 편안한 자세는 아주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몸 좀 풀어볼까?

더 이상의 침묵은 위험하겠어.”

‘안주하지 않는 폭주의 신성’조차 막아내는 강대한 고유권능을 가진 중급 창조신의 등장에 아이언은 솔직하게 감탄했다.

‘호오? 역시 서열 일위는 다르군.

이번에는 정말 확실히 지겠는데.’

영웅동맹의 주신들도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일부의 주신들은 안면이 있는지 다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중급 창조신의 직위는 상급 창조신의 대리이며 모든 군 지휘권을 쥔 존재였다.

‘신계 총사령관.’

모든 투신과 전신들의 최상급 명령권자였다.

오랜 기간 숨겼다가 드러낸 압도적인 존재감에 기가 죽은 영웅동맹의 주신들이었다.

그 모습을 본 아이언은 시큰둥하게 말한다.

“고개 숙이지 말고 이거 한 대 내줄 테니 씩씩하게 싸워봐.”

손가락을 가볍게 위에서 아래로 내려그었다.

그러자 신계의 허공이 열리면서 일백 미터 크기의 황금갑옷과 왕관을 쓴 기계신이 하강을 한다.

쿠쿵-! 쿠쿵-!

연회장 옆에 굉음을 내면서 착지한 거대한 기계신의 모습을 본 흑염 세력은 기겁했다.

단 한 대였지만 분명 영웅신의 저력을 발휘해야 할 정도로 고전하게 했던 상대였기 때문이다.

“영웅왕이다!”

“저 기계 괴물이 어떻게 여기에 나타날 수 있지?”

거대한 질량을 가진 물체들은 초장거리 공간이동이 힘들었다.

막대한 정기도 그렇고 일단 크기와 부피 때문에 세계에 엄청난 부담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그걸 고려하면 영웅황제가 이끄는 영웅동맹은 여기에 벌써 도착할 수는 없었다.

“설마 영웅황제가 호위군으로 끌고 다니던 게 전부가 아니었어?”

“도대체 몇 대나 있는 거야?”

하지만 결투장에 올라와 있던 당사자만큼 놀라지는 않았다.

갑자기 나타난 거대 기계신이 가진 위력이 창조신의 감각으로도 측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보아도 일반적인 기계신이 아니다.’

최대한 권능을 집중해서 정체를 어느 정도 파악하자 저절로 욕설이 흘러나왔다.

“쉑-! 저건 반칙이다!”

아이언과 영웅왕을 번갈아 보면서 당황하는 신계 총사령관을 보면서 아이언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파악했나?

과연 아직은 뛰어난 존재가 넘쳐나는군.”

“기계로 만드신 분신입니까?”

“그렇다.

내 기계 분신이다.

아직 정기와 신력이 모자라서 어쩔 수 없었지.”

영웅왕이 다시 투구를 벗자 금속 얼굴이 드러난다.

쿠우웅-! 툭-!

아이언의 금속 얼굴이 나타난 순간 총사령관은 양손을 바짝 들어 올리면서 외쳤다.

“졌습니다!”

이미 영웅왕의 힘을 측정하는데 실패할 정도였으니 이길 수가 없었다.

‘기계 분신인데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신격과 권능의 차이가 심각하다.’

하지만 아이언은 포기하지 않았다.

상급 창조신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투신이었다.

그리고 안주하지 않는 신성의 영향에서도 버틸 정도라면 영웅왕의 훌륭한 시험 상대였기에 권유를 한다.

“흠! 내가 조종하지 않고 영웅동맹의 주신들이 움직일 것이다.

그럼 좋은 승부가 될 것 같은데?

배당도 똑같이 일 할을 주마.”

하지만 총사령관은 고개를 저으면서 답변한다.

“최상급 창조신님들의 수좌이신 아이언님의 분신이라면 주신들이 조종해도 상대하기 벅찹니다.

더구나 신족의 고유권능까지 가진 기계 분신이라면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영웅동맹의 기계신들이 신족의 고유권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비밀도 아니었다.

그리고 본체인 아이언이 여기 있는 이상 영웅왕을 아무리 타도해도 바로 재생될 것이기에 승산이 없다.

‘정기 소모가 없는 재생능력이라?

어디서 정말 끔찍한 기계신이 튀어나왔군.’

신족의 재생에 막대한 정기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장기전으로 가면 누가 이길지는 당연한 일이었다.

‘영웅동맹의 일반기체는 상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높은 신격을 보이는 영웅왕은 무리였다.

그런데 분신이라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어떤 존재라도 분신의 생성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기계신체로 부담을 줄여도 제한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러면 영웅동맹의 영웅왕은 일반적인 기계신처럼 무한대로 병력을 늘릴 수가 없다.

그러면 더 많은 대군을 동원하면 이길 수 있지. ’

더구나 기계신의 제작에 들어가는 막대한 노력과 장비를 생각하면 큰 위협이 될 수 없다고 안도하면서 건의를 한다.

“이제 놀이는 그만하시고 적을 상대하시지요.

알고 계시겠지만, 흑염 도적단이 왔습니다.”

신계관리주신과 원로들의 눈빛이 삼엄하게 바뀌면서 먼 허공을 주시한다.

여기 있는 대다수가 신계의 최정예이다.

아무리 도박에 미치고 술에 취해도 흑염 세력이 도착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차원권능으로 가렸어도 저 끔찍한 살기와 투기를 숨길 수는 없다.

왜 다른 신계의 투신과 전신이 그렇게 무력하게 무너졌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제는 이해가 간다.’

중급 창조신의 투신조차 질리게 말들 정도로 강렬한 기세였다.

그런데 아이언은 흑염 세력이 숨어있는 쪽을 보고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풋! 그럼 판을 접을까?”

“당연히 그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무 이상한 연회도 결투도 내기도 모두 받아들였다.

그 결과 신계에 꼭꼭 숨어있던 진짜 전력들이 모두 나오고 투지가 넘치는 상태였기에 이대로 붙어도 승산이 보였다.

바로 앞에 적이 왔으니 이제 전투태세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세상일이 꼭 상식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게 마음대로 될까?”

“예?”

아이언이 가소롭다는 웃음을 지으면서 의자에 등을 기대면서 말한다.

“세상이 꼭 이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지.

시작은 내가 했지만, 끝은 아니다.”

“?”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불만 서린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얼마나 잃은 줄 알아?”

“싸우기 싫으면 나와!”

“내가 한다!”

은거를 위해 모아놓았던 재산을 전부 털린 원로들이 날뛴다.

이대로 도박이 끝나면 말 그대로 빈털터리가 되어서 다시 일해야 했기에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

총사령관은 난감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이 죽지도 않는 영감들이 체통까지 잃었소?

신계의 중앙핵을 노리는 적이 눈앞에 왔는데도 아직도 도박이요?

저들이 품어내는 살기와 투기가 보이지 않소?

신계의 위기란 말이외다!”

성질 같아서 패고 싶었지만, 만만치 않으니 될 수 있는 대로 말로 해야 했다.

‘일족의 원로들은 초월자의 영웅신 준동에서도 살아남은 최고 선임자들이다.’

진심으로 싸우면 총사령관조차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신격의 차이를 뛰어넘는 초월권능을 가진 강자들이지.

그래서 초월자들의 영웅신들과 싸우고서도 살아남았다고 하던가?

오래간만에 투기와 살기를 보더니 아주 살맛이 나서 날뛰는군.’

총사령관들이 핀잔을 주었지만, 원로들은 오히려 악다구니를 썼다.

“미친개들이 몰려와서 짖는다고 누가 겁을 먹을 줄 아느냐?”

“요즘 어린 것들은 진정한 전쟁을 몰라.”

“어차피 지면 끝장인데 왜 겁을 집어먹어?”

“덜덜 떨고 용서를 빌면 누가 살려주더냐?”

“당하기 전에 죽여야지.”

“빨리 한판 더 하시죠.”

아이언을 쳐다보면서 징징대는 원로들의 몰골을 본 상급 창조신은 고개를 푹 숙였다.

어찌나 소리를 질러대는지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저것들보다 우리는 무조건 한판 더해야 한다고!”

“이대로 가면 파산이다.”

그렇게나 참전해달라고 부탁을 할 때는 이미 다 늙었는데 무리라고 거절하더니 지금은 저 꼴이었다.

‘역시 쌓아놓은 재산을 믿고 벌인 짓이구나.

신계가 망해도 자기 한 몸은 충분히 살만하니 위험은 피했다 이거지?’

명분과 집단을 위한 희생을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신족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아이언은 지극히 곤란한 표정이 된 총사령관을 보면서 싱글거리면서 외쳤다.

“좋아! 영웅왕과 상급 창조신이 다스리는 신계 총사령관이 붙는다.

너는 아마도 현세대의 현역 신족 중 최강급의 강자이겠지.

그렇다면 나는 영웅동맹의 주신이 탄 영웅왕에게 그동안 딴 신기와 보물을 전부 걸겠다!”

“오!”

주변의 환호 속에 아이언은 탁자 위에 동산처럼 신기들을 쌓아갔다.

지금까지 딴 모든 신기였다.

두두두두두두두둑! 구구궁-!

신기의 무게를 못 이긴 탁자의 다리가 버티다 못해서 무너진다.

거기에 정기술이 담긴 상자도 엄청나게 쌓여 올라진다.

시야를 막을 정도로 쌓인 보물과 정기술을 바라보는 모두의 눈동자가 커졌다.

“허? 엄청나다.”

“저렇게 많았나?”

대충 가치를 계산해도 거의 신계의 예산이 나와버린다.

어디에 그렇게 쓸데가 많은지 항상 예산 부족에 시달리던 신계 주신이 어안이 벙벙할 정도의 거액이었다.

거기에 아이언의 목소리가 신계 전부를 울렸다.

“이번 판에 참가하고 싶으면 가진 것을 전부 걸어라!

이기면 대박이지만 지면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일어설 힘을 잃는다.

그게 바로 진정한 최종전이다.

단 전투용 신기는 예외다.”

그 장면을 바라본 브라이트는 품에서 커다란 사각 도장 모양의 신기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모든 우주신들이 종족전쟁 중에서 충성을 맹세하면서 바친 연판장이자 인장이었다.

전쟁이 끝난 지금 아무런 명령권은 없지만, 신족에게는 참으로 의미가 깊은 보물이었다.

그런데 그런 보물을 갑자기 꺼내 드니 창조신장과 우주신들도 당황했다.

‘설마 저걸 걸 생각은 아니겠지?’

‘저 내기에 참여하려고?’

주변의 당혹해 하는 분위기와는 다르게 브라이트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연판장을 만지면서 추억에 잠겼다.

‘최종전이라?

의미가 깊은 말이군.’

이 인장은 우주신들이 대부분 잠들고 직위까지 내려놓은 지금은 상징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에는 신족의 생사를 통솔하던 권위를 가진 신기였다.

‘초월자 수장과의 결투에 걸었던 신족의 보물이 바로 이것이었지.

초월자의 수장도 신족을 제외한 모든 종족의 영웅신들이 이름을 적은 연판장과 인장을 걸었다.

그러나 샤이니와 힘을 합쳐서 이겼기에 다른 종족의 영웅신들은 결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은거를 했다.

나 혼자서 싸워 이겼다면 어떠했을까? ’

그러했다면 모든 종족은 신족의 우위를 확고히 인정하고 피지배 종족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도저히 혼자서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초월자들의 수장이 강했기에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다.’

초월자의 수장처럼 존재를 걸고 싸웠다면 이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주신의 수장으로서 그런 도박을 할 수 없었다.

확실하게 이겨야 했어.’

과거의 후회가 왜 저 이상한 도박판이 자꾸 연계되어 생각이 나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미소가 떠오르는 브라이트였다.

‘후후후후후. 이렇게 가슴이 뛰는 승부를 본 적이 언제였던가?

내가 끔찍했던 종족전쟁의 시절이 그립다고 느끼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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