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111화 (1,022/2,000)

34권 35권

흑염의 권능 덕분에 탈출한 십중심들의 수정관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지려 한다.

하지만 이미 준비하고 있던 바람가의 가주들의 포위망에 다시 갇힌다.

그리고 다시 팔륜봉인의 구조물이 새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있던 진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대로 아이들에게 좋은 공부가 되겠군.”

자신의 철저한 교육과 보호 속에서 강해진 바람가의 가주들이었다.

절대 권능에서도 이 위의 서열을 가진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時調)를 완전히 익힌 바람가의 가주들은 분명 최강에 한없이 가까웠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이미 정점인 십중심들에게는 안되지.

유일용신제와 바람가의 가주들만으로는 팔륜봉인을 완성할 수 없다.’

십중심의 완전 봉인은 황금의 절대자의 에반젤리를 심장에서 뽑아낸 다음에 직접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바람가의 가주들은 실전 경험 부족은 매우 급한 시기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에 안전한 수련수단으로 생각하고 맡긴 것이다.

흑염 세력이 이끌던 십중심 반란세력의 일소로 절대계의 혼란도 어느 정도 가라앉았기에 할 수 있는 여유였다.

“...”

그리고 진리의 시선이 현세계 쪽으로 향한다.

흑염 세력이 도주한 곳이지만 힘이 백 분의 일로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현세계가 절대계에 비해 정기가 약한 세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약해져서 영구히 되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관심을 끊었는데 요즘 자꾸 신경 쓰이게 하는 존재가 현실계에 있었다.

처음에는 흥미였다.

현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고 계약을 청하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기이해서 상황을 보기 위해 허락했다.

하지만 이제 수만 장이 쌓여가니 주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누가 겁도 없이 나의 카르마의 계약을 남발하지?”

겨우 하위 정신체들의 계약 정도는 아무 부담이 없지만, 내용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내용이 있지만 갈수록 간략해지고 이제 단 한 줄로 줄어든다.

‘출세를 시켜줄 테니 충성을 바쳐라.’

계약을 속이지는 않았다.

권능의 계약서라서 강제성이 있다는 사실을 본인도 알고 상대도 안다.

그리고 상급자에게 충성은 당연한 일이니 쉽게 한다.

‘내용만 보면 출세를 보장받은 피계약자만 이득이지.

하지만 아니다.’

자신의 권능으로 발생하는 카르마의 계약서의 강제력을 고려한다면 지극히 위험한 계약이었다.

‘나의 권능은 하위 정신체라면 배신은 물론이고 생각조차 막을 것이다.

그러면 무기한이면서 무제한의 충성이 출세의 대가가 된다.

출세를 보장받은 피계약자가 처음부터 배신할 생각을 품으면 용납하지 않으니 계약은 당연히 성립된다.’

계약에 걸린 대가가 상당히 크나 하위자도 이익이고 상위자도 이득이다.

자신이 용납할 수 있는 기준을 아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계약을 성립시키고 있었다.

‘반역하거나 착취할 생각이 없다면 문제는 없다.

상당히 머리를 쓰고 있군.’

어떤 상황의 변화에도 영원한 충성을 바치는 집단의 위험성을 흑염 세력을 통해 알고 있는 진리였다.

그래서 어느 정도 직접 개입해서 조정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어차피 현세계의 일이다.

더구나 계약하는 주체들은 모두 하위 정신체이고 최고 수준이 주신 정도다.

이 정도라면 문제가 있을 리가 없다.

현세계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현세계의 종족전쟁이 끝나고 신족이 지배종족이 되어서 안정화 단계로 들어갔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면 신족에 수많은 창조신이 있을 것인데 한 줌도 안 되는 하위 초월자와 주신 정도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전 창조주와 영원체들의 대처가 문제다.

아직 조용하지만, 여유를 주면 분명 잡음이 생길 것이다.

이들에게 무엇이든 임무를 맡겨서 바쁘게 해야 해.’

그렇게 진리의 관심이 계약 남발과 영원한 충성을 전제로 하는 계약으로 현세계의 아이언을 살피려다 절대계 내부로 옮겨졌다는 사실은 누구도 몰랐다.

만약 진리가 아이언을 조사했다면 당장 아주 비참했던 원래의 흐름이 그대로 재현될 수 있던 위기였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아이언은 연속되는 내기의 승리에 만족하고 있었다.

두 번째도 승리였다.

‘이것들이 아주 뜻밖에 쓸만하다.’

새로 받아들인 영웅동맹의 주신이 신계관리주신이 될 정도의 창조신을 이길 정도니 더욱 만족한 것이다.

그리고 슬슬 재미를 붙이고 있었다.

“또 땄다! 그래서 한 판 더!”

“또 졌다! 그래서 한 판 더!”

아이언의 목소리에 주변도 목소리를 높여서 호응한다.

신계관리주신들에게 연속해서 걸었다가 아끼던 신기들이 날아간 신계 주신은 슬슬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내기로 날린 애장품도 문제지만 이건 아니야.

나는 신계에서 최고로 강하고 우수한 창조신을 골라서 신계관리주신으로 임명했다.

그런데 영구봉인형을 받았다가 방금 풀려난 주신들에게 연패하다니 이래서는 안 돼.’

당연히 이길 줄 알고 걸은 신기의 망실과 신계관리주신의 패배는 전부 다 용납할 수 없는 사태였다.

그런데 아이언은 방금 이겼지만, 엉망진창이 된 영웅동맹의 주신에게 술 한 상자를 주고 치하하고 또 부추긴다.

“또 원한을 가진 영웅동맹이나 신계관리주신은 없나?

여기서 깨끗하게 풀고 왕창 벌어라!”

그 말에 서로를 주시하던 영웅동맹의 주신과 신계관리주신이 일어섰다.

부하들에게 고발을 당해 추락했지만, 그 이후에 날뛰다 영구봉인형을 당할 정도의 주신이라면 길만 잘 들어섰다면 당연히 신계관리주신 이상이 될 존재였다.

그리고 지금의 신계관리주신들 중에서 당연히 그 시절의 악연이 있던 존재가 있었다.

스으윽-! 슥-!

이번에는 앞과는 조금 사정이 달랐다.

원한이 있는 쪽은 신계관리주신으로 보이는데 살기와 증오를 숨기지 않고 품어내면서 외쳤다.

“분명히 말하건대 고발한 것은 우리가 아니오.”

그 말에 신기를 뽑아 들은 영웅동맹의 주신은 흐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죽일 때 내 권능으로 신격만이 아니라 신체의 능력까지 낮추었는데도 용케 신계관리주신이 되었구나.

대단하다.”

“투신과 전신의 길을 포기했지만 바로 관리신이 된 덕이오.

당신의 손에 죽은 덕분에 신체 능력이 대폭 하락해서 투신의 길은 무리였지만 포기하지 않았소.

그리고 지금은 모두 고위 관리신이 되어있으니 복수하겠다는 당신의 의도는 실패한 것이외다.”

영웅동맹의 주신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떠오르면서 말을 이었다.

“나를 고발한 자가 너희들이 아니면 관련된 누구였겠지.

그것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했다.”

“우리 중 누구도 그렇게 비겁하지 않다는 점은 당신이 가장 잘 알지 않소?

그런데도 왜 우리를 그렇게 만든 거요?

우리가 당신을 구하려고 탄원서를 내면서 노력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 않소?”

신계관리주신은 격앙된 어조로 신기를 꺼내 들고 달려들면서 외쳤다.

“우리는 당신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랐단 말이외다!”

“나도 너희를 아꼈기 때문에 전력으로 죽였다!”

서로가 의미 모를 말을 주고받으면서 과거의 원한이 충돌한다.

이제까지 망설이지 않고 영웅동맹의 주신들에게 걸어서 이겼던 아이언은 이번에는 망설였다.

‘이번에는 어째 질 것 같다.’

아무래도 기세도 그렇고 감이 안 좋았다.

그래서 동전을 꺼낸다.

하지만 던지려는 순간 망설여졌다.

“...”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있는 한 이런 내기에서 거의 절대적인 승산이 아이언에게 있었다.

영웅동맹 주신이 진다고 직감이 판정해주면 신계관리주신에게 걸면 되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던지기가 싫은 것이다.

감은 좋지 않지만, 자신의 부하에게 걸면서 외친다.

“에이! 영웅동맹 주신에게 다시 건다!

이번에는 두 배로 가자.

모두 걸어!”

“오오!”

다시 시작된 내기에 주변의 신계관리주신들이 환호한다.

그리고 참석하고 있는 인원도 어느새 많이 늘어나 있었다.

생전 처음 볼 정도로 화려한 연회와 맛있는 음식이 깔렸다는 소문과 결투와 내기의 열기에 이끌려 어느새 모여든 신계의 창조신들과 주신들이 가세한 탓이었다.

일반적인 투신과 전신들이 견디지 못하는 연회장에 가득 찬 투기를 견디고 하나둘 모여든 그들은 상급 창조신의 신계에서 진정한 강자들인 각 일족의 원로들이었다.

평소 번잡함을 피해 권력을 양보하고 은거 생활을 하면서 여생을 즐기던 그들이 이끌려 나온 것이다.

그들은 지금 마음을 졸이면서 승부의 향방을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제발 이겨라!”

처음에는 무슨 해괴한 짓을 하니 구경이나 할 셈이었다.

그러다 정기술을 노리고 신기를 걸었다가 그대로 잃어버린 이후로는 손해를 복구하기 위해서 눈이 벌게질 정도로 흥분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오래간만에 보는 처절한 결투의 순수한 관객으로서 안주하지 않는 폭주의 영향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우우-! 창조신이 어떻게 이렇게 주신에게 연속으로 지나?”

여기에 처음 맛보는 음식과 술이 계속 나오니 이 연회 자리가 잘못하면 바로 최전선이 되는 위험한 장소라는 사실은 잊은 지가 오래였다.

“젠장! 또 지면 나와!”

“차라리 내가 싸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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