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107화 (1,018/2,000)

34권 35권

아무리 흑염 도적단이 강해도 결국 오십 명이다.

살기와 투기에 겁먹지 않는 일천 명의 고위 주신을 초기에 동원했으면 이미 끝났을 상황이라는 예상은 창조신장도 가능했다.

‘흑염 도적단과 맞상대할만한 정예전력이 없어서 각 신족의 군대에서 자원자를 뽑아서 훈련 시키고 있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미 있었는데 처단되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점점 드러나는 통치의 문제점에 머리가 아파져 온다.

‘평화로운 시기라서 전신과 투신에게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줄이야.’

이런 문제를 흑염 세력이 오기 전에 알았어도 필요가 없으니 그대로 넘어갈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이제 어떤 상대에게도 겁먹지 않고 싸울 수 있는 고위 주신 일만 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제는 너무나 잘 알았다.

‘겨우 육십 명 남짓한 흑염 세력에게 신족의 지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도 일만 명의 주신들이 범죄신으로 변할 때까지 몰랐다.’

브라이트가 나서기 전까지 아무 조치도 못 하는 군부에 단단히 실망하고 있었는데 왜 신족의 군대가 이렇게나 나약하게 변했는지도 알았다.

‘패기가 넘치는 중간 지휘관인 주신들을 모두 제거한 결과였다.

이런 문제가 군부에서 발생했는데 왜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지?

숨겼나?’

아무리 각 처부의 자율권이 중요해도 이건 심각한 지휘체계의 문란이었다.

처음으로 분노해서 최고 위원회의 원탁을 내리치면서 물었다.

꽝-! 우르르르르릉!

최고 위원회의 원탁이 창조신장의 힘을 못 이기고 진동한다.

창조신계 전부가 약한 지진이 일어날 정도의 힘을 보인 창조신장은 준엄한 어조로 물었다.

“도대체 고위 주신들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렇게 많은 수가 전부 영구봉인인가?

법 집행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

자신의 치세에서 귀중한 주신이 일만 명이나 범죄신이 되었다면 굉장한 문제였다.

거기다가 신계 주신이 될 수 있는 주신을 우대하는 전통적인 배려를 생각하면 지극히 비정상적이었다.

그런데 법관신들의 총책임자가 지극히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잊으셨사옵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

갑자기 역공이 들어오려 하자 창조신장은 당황했다.

브라이트와 우주신들까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급히 기억을 검색했다.

‘일만 명의 주신을 영구봉인할만한 지시를 한 적은 결코 없다.’

총책임자는 억울했다.

‘우리는 시킨 대로 법대로 처리했을 뿐이다.’

그런데 잘못하면 법관들이 너무 심한 법 집행을 했다는 잘못을 뒤집어쓸 상황이니 총책임자는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군부에서 자꾸 군기확립을 한다는 목적으로 구타와 욕설, 위험한 훈련으로 대형사고가 터졌습니다.

그래서 사건 사고를 완전히 예방하고 수많은 하위신들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특별 대책을 만들라고 하신 말씀을 말입니다.”

“...”

그건 지극히 합당한 지시였다.

어떤 조직이든 상 하급자 간에 구타와 욕설이 난무하고 한다면 비정상이었기에 수정해야만 한다.

당연한 인도적인 지시 어디에 일만 명의 저런 강력한 주신들을 범죄신으로 만들 수 있는지 의문은 여전히 남았다.

모두 의문을 표시하자 총책임자는 아예 그 시절의 지시사항과 자료를 꺼내 들고서 읽기 시작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신세대 군부 행동지침입니다.

과거에 용납되던 군부의 모든 관습 철폐를 기본으로 합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직접 상관이 아닌 투신과 전신 간에는 명령이나 지시, 간섭을 금지한다.

둘째.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을 사용할 수 없다.

셋째. 욕설은 무조건 금지한다.

넷째. 모든 비신사적인 행위를 금지한다.

다섯째. 사건 사고는 무조건 지휘관이 책임진다.

위 사항을 어긴 군신과 투신은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강력하게 징계하고 처벌한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강력한 조치라고 기뻐하면서 결재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이건 아무리 보아도 일만 명의 주신들이 영구봉인되는 사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불길한 끈적거리는 감각이 발목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폭력과 욕설을 안 하면 당연히 좋은 일이 아닌가?

무슨 문제가 있다고 이런 사태가 일어나나?

그리고 하급자들의 권리향상과 생활환경에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다는 결과를 나중에 보고받았다.

이런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 않았단 말이다.”

“...”

그 말에 답답한 표정을 총책임자가 지었다.

이런 다른 처부의 난제는 관여하기 싫었기에 물러나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부터의 발언은 공개된 회선에서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민감한 부분이었다.

그렇지않아도 흑염 도적단 때문에 독이 잔뜩 오른 군부와 잘못하면 원수가 될지도 모른다.

‘법관신이 군부의 일에 개입하면 아주 좋지 않다.

이 일로 다른 처부와 거의 관계를 끊었는데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몰라.

그러나 일이 워낙 커졌으니 이제 물러날 수가 없다.

이래서 관리신들이 아이언의 일에 나서지 않으려고 하는구나.

다시는 개입을 하지 말아야겠어.’

하지만 창조신장이 이제 눈을 부라리면서 목소리를 높이려 하자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브라이트가 도움을 준다.

종족전쟁에서 신족을 다스렸던 경험으로 대략 사태를 파악한 것이다.

“알았으니 그만 가보아라.

다만 아이언이 원한대로 방금 범죄신들의 자료를 모두 삭제하도록 해라.

나중에 분명히 확인할 것인데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너를 본보기로 처벌하려고 들 것이다.

확실히 말소시켜라.”

승승장구할 때의 영웅신들이 얼마나 활동적이고 완벽주의자인지 알기에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제 지극히 곤란한 상황에서 풀려나자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물러나는 총책임자였다.

“알겠습니다.

철저하게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총책임자는 창조신장에게 잡혀서 또 추궁을 당하기 전에 통신을 끊었다.

이미 이런 대화가 오간다는 소문을 들은 군부에서 격렬한 항의가 담긴 의지가 폭주하고 있었기에 더 버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미 창조신장은 신세대 군부 행동지침에 대한 결재서류와 이후의 결과 보고서를 다시 읽고 있었었다.

그 당시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지금 사태와 연관해서 정황을 단숨에 파악한 창조신장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건 내 실수다.

군부의 일에 군신이 아닌 내가 나서는 것이 아니었어.’

그 당시 군부가 이 정도 사건과 사고는 투신들에게 일상이라는 답변에 분노하여 다른 처부에 이 지침을 만들게 했던 일도 생각이 났다.

분명히 자신의 오판이자 실수였다.

‘군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비전문가들에게 개혁을 맡겨서 근간을 모두 뒤흔들었다.’

훈련 중 사망사고가 끝없이 올라오고 구타 및 가혹 행위로 고통받는다는 투서가 계속 보고되는데 무시하는 군부를 제치고 실시한 외부의 개혁이 치명타를 준 것이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수는 없기에 브라이트를 바라보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건 내 오판이 아닙니다. 브라이트.

일억에 가까운 투신과 전신들의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방안이었습니다.

야만적이고 폭력이 난무하는 군 생활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명안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분명 모두가 찬성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환영했습니다.”

“...”

아무리 들어도 변명처럼 들리는 창조신장의 말을 들으면서 브라이트는 결과 보고서를 읽어 들였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그 이유가 결과 부분에 잘 적혀있었다.

브라이트는 법안으로 징계를 주었다는 숫자를 확인하고 그대로 보고서를 탁자 위로 던졌다.

탁-!

아주 드물게 노기를 보이는 브라이트의 모습에 우주신들은 보고서를 모두 읽어보았다.

그리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기침과 혀를 차는 행위를 반복한다.

“허어? 법안 하나에 지휘관들이 이렇게 피해를 보았어?”

“쯧쯧! 신세대 군신들이 아주 돌았구먼.”

“이걸 좋다고 성과라고 현황 보고를 해?”

거기에는 지침을 어겼거나 범죄를 적발하여 군부의 주신들을 일만 명을 징계하여 조속하게 제도를 확립시켰다고 자랑스럽게 적혀있었다.

군부의 뿌리인 중간 지휘관들인 주신들을 이렇게 처단했으니 이런 꼴이 된 이유가 명확해진 것이다.

브라이트는 눈을 지그시 감고 감정을 다스리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이 법안을 도입 후 폭력과 폭언을 했다고 고발이나 투서를 받고 징계를 준 주신의 수가 약 일만입니다.

그들은 바로 엄하게 처벌을 받고 대부분 직위가 해제되고 일부는 봉인조치까지 되었습니다.

피해자가 없어서 해직은 되지 않았으나 이 징계기록은 남았습니다.

모든 삶이 영구히 기록이 되는 신족에게 이게 무슨 의미인 줄 모르십니까?

이 법안으로 일만 명이라는 전도양양한 주신들의 미래를 영원히 뺏은 것입니다.”

일만의 주신들의 죄목은 처음에는 바로 신세대 군부 행동지침의 미준수였다.

자그마한 실수나 좋지 않은 여론이 있으면 바로 중징계를 주면서 반드시 경계하게 하였다.

그리고 일단 그렇게 징계를 받은 존재는 심한 감시를 받았다.

전과자에게 자비나 인정은 없는 것이다.

“징계를 받은 과거가 있는 이들에게는 법의 적용이 점점 엄해져 갑니다.

간단한 경고만 줄 사항도 징계가 되고, 징계할 사항이면 중징계를 피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없자 절망한 이들은 복수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들을 이 꼴로 만든 상위자와 하위자들에게 복수를 반복하여 모두 영구봉인된 상황입니다.”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정황이 그려진다.

투서와 고발로 인하여 순식간에 지휘관에서 범죄신들이 되어버린 그들의 분노가 얼마나 컸을지는 짐작이 갔다.

“과격하지만 패기가 있는 지휘관들이 모두 사라지자 그 자리는 지극히 온화하고 인망이 좋은 주신들로 채워졌습니다.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훈련도 사라졌습니다.

신사적이지만 강한 훈련을 받지 못한 군대가 얼마나 잘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너무나 약해서 흑염 세력에게 처절하게 당했다.

입술을 피가 나도록 악문 창조신장이지만 눈빛에서는 힘이 빠져나간다.

‘그 당시에 모두가 환영하던 법안이었고 군부의 고질적인 병폐를 개혁한 업적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제 보니 신족의 전력을 최악으로 떨어트린 악법이었어.’

가장 큰 문제는 그 당시 이 법안을 추진했던 쪽은 군부가 아니었다.

군부의 문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일부의 학자신들과 관리신들이 합작해서 만들어낸 조직에 의해서 집행되었다는 점이다.

‘보고만 들어오면 무조건 최대한으로 처벌했겠지.

잘 모르는 분야에 관여하게 하는 것이 아니었어.’

그 당시 군부에서 큰 사고가 자주 나서 안 좋은 입장이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받아들였지만, 나중에 군부 담당 창조신들이 분통을 터트렸다는 정보는 들었었다.

그다음부터 군부는 어떤 처부에도 협조하지 않으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평화로운 시기라서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위기상황에 문제가 아주 제대로 터진 것이다.

“군대에 예절은 필요 없습니다.

강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약한 군대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깨달아야 합니다.

흑염 도적단의 일이 잘 끝난다고 해도 어떻게든 보완방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

브라이트도 이제 확실하게 알았다.

지금 신족의 군대로는 흑염 세력을 절대로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절대로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직접 움직여야만 할 것 같았다.

‘양처럼 순한 하위 투신들만의 문제가 아니야.

지휘관들이 토끼였어.

이걸 어떻게 다시 사자들로 만들어 저 맹수들을 잡지?’

방법은 있었다.

영구봉인을 당한 주신들을 다시 원위치로 되돌리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아까 자신조차 무시하던 사면받은 범죄신들의 눈에는 신족에 대한 애정이나 미련 따위는 조금도 없어 보였다.

‘스스로 길렀던 부하들에게 배반을 당했다고 직접 죽였다고 했으니 성정은 알만하다.

아이언처럼 범죄신들을 사면하고 원위치를 되돌린다고 해도 무리다.

반발이 문제가 아니고 저들의 마음은 이미 신족을 떠났다.’

정확한 피해자도 없는데 단순한 투서와 고발로 범죄신들이 되어버린 주신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지 확인을 해보지 않아도 확실했다.

저들은 다시는 신족의 전력으로는 쓸 수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신세대 군부는 아무리 보아도 숫자만 많지 아무 쓸모가 없는 전력들이다.

왜 샤이니가 직접 전투를 하지 않고 은하계 전부를 차원 결계로 가두려고 하는지도 알겠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대군을 통제할만한 중간 지휘관이 없다.

이러면 아무리 병력이 많아도 무리이구나.’

그래도 어떻게든 오십 명의 영웅신들의 난동을 막아야 하는 브라이트는 종족전쟁의 시절보다 더 심한 압박감을 받고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아이언은 이미 나름대로 해결책을 내놓고 있었다.

아까부터 자꾸 도주하려는 젊은 신계관리주신을 다시 잡아내었다.

“이 자식아! 머릿수가 부족하니 도망가지 말라고 했지!

더럽게 말을 안 듣네!”

이 신계관리주신은 아주 머리가 좋고 냉정해서 안주하지 않는 신성에도 잘 안 당해서 전의가 살아나지 않는다.

그래서 자꾸 공간이동으로 달아나려고 하니 공간이동을 다시 막아버리고 땅에 박아버린 아이언이었다.

꽝-!

그리고 이제 영웅동맹의 신입이 된 주신들을 쳐다보면서 지시했다.

“애들아! 이 자식이 다시는 탈영할 생각을 못 하게 확실하게 밟아라.

목숨만 남겨서 자리에 앉혀놓으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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