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일순 모두 할 말을 잃어버린다.
그런 지독한 범죄신들의 과거를 단지 전쟁에 써먹기 위해 경력을 세탁해주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브라이트조차 충격을 받은 것을 확인한 창조신장은 바로 기회를 잡고 앞으로 나섰다.
“아이언을 연결하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악질 범죄신들의 기록을 삭제하고 전선에 세우려고 하는지 확인해 보아야 하겠다.”
아이언의 폭주를 막을 좋은 기회였다.
어떻게든 재갈을 물려서 얌전하게 만들 절호의 순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바로 연결된 아이언이 연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본 창조신장은 자신도 모르게 크게 숨을 들어 쉬었다.
“흐흡!”
창조신계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꾸며진 화려한 야외 연회장이었다.
그 안에서 아이언이 상급 창조신, 삼십 명의 신계관리주신들과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보는 순간 압박감이 밀려왔다.
‘먹이를 노리는 맹수들의 눈빛이 저러할까?’
살기와 투지로 빛나는 황금의 눈빛들이 조명 대신 연회장을 환하게 비춘다.
가장 상석에는 아이언이 있었고 바로 그 옆에 있는 상급 창조신과 주변을 둘러싼 신계관리주신들의 눈빛도 정상이 아니었다.
화아아아아아-!
참석한 인원 모두가 신기와 전신 갑옷으로 완전무장을 한 상태이니 연회가 아닌 출정식과 같은 모습이었다.
모두가 눈동자에서 강한 광기 어린 황금빛을 품어내면서 음식과 술을 마음껏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으로 이번에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이는 이십 명의 고위 주신들도 똑같은 눈빛으로 음식들을 흡입하듯이 폭식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서 보기만 해도 섬뜩해지는 기세가 화면 너머인데도 풍겨왔다.
‘뭐냐?
신족들이 어떻게 저런 살기와 투기를 보일 수가 있지?
더구나 겨우 주신들에게 내가 위기감을 느낀다고?’
얼마나 전의가 높은지 요리를 끝없이 나르고 있는 요리신들의 손과 발이 덜덜 떨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 연회의 중심에 있는 아이언은 도저히 유아신의 입맛에 안 맞는 술 대신 달콤한 주스를 마시다가 갑자기 나타난 화상통신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무슨 일이시오? 창조신장님.
다치면 곤란한 귀하신 몸이신데 설마 참전을 하려고 하시오?
그럼 시험을 해보겠소이다.”
뭐라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살기와 투기로 이글거리면서 타오르는 황금빛의 태양이 아이언의 눈동자 속에서 타오른다.
그것은 지금 가진 신격을 총동원한 최대한의 살기와 투기의 발산이었다.
후우우우웅-!
창조신장은 순간 아이언의 눈동자 속의 태양에 자신의 신체가 던져지고 재로 변해버리는 환상을 보았다.
눈빛에 전신이 난도질을 당하는 느낌이었다.
‘헉-!’
일순 몸의 균형을 잃고 앞으로 자세가 허물어지려는 순간 브라이트의 눈빛에서 강대한 신력과 권능이 발산되면서 아이언의 눈빛을 막아낸다.
‘정신을 차리시오.
단순한 살기로 인한 환상이외다.’
정신을 일깨우는 브라이트의 의지에 그제야 다시 몸의 통제권을 되찾은 창조신장이었다.
“큭-!”
방금 브라이트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이언의 눈빛을 못 이기고 의자에서 나뒹구는 추태를 보일 뻔했다.
평생의 수치로 기억될 위기였다는 생각을 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놈이 감히 힘이 조금 있다고 창조신장의 무서움을 모르는구나!’
분통이 터졌으나 다시 아이언의 눈을 쳐다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왜 흑염 세력의 투기와 살기에 투신과 전신들이 맥을 못 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제야 확실히 납득간 것이다.
‘분명 신력이나 신격은 내가 위이다.
그러나 이건 맹수 앞에 선 초식동물처럼 꼼짝할 수가 없다.
실전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줄이야.’
그런데 저 연회장은 온통 살기와 투기가 뭉쳐있었다.
저런 분위기 속에서도 멀쩡하게 음식을 먹고 연회를 벌일 수 있는 저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흑염 도적단과도 제대로 싸울 수 있어 보인다.’
범죄신들의 사면이나 자료 말소는 문제이나 땅에 떨어진 신족의 체면에 비하면 지극히 가벼웠다.
지배종족으로 위엄을 잃고 갈수록 삐걱거리고 있으니 신족은 흑염 도적단에 당한 수치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갚아야 했다.
‘오십 개의 신계가 무너지면서 겨우 두 곳만이 방어에 성공했다.
그런데 그게 전부 아이언과 영웅동맹의 조력 덕분이었다.
이제 신족만의 승리가 필요해.’
그렇게 물러설 명분을 찾은 창조신장이 침묵하자 브라이트가 나섰다.
‘창조신장은 전쟁이나 전투로 싸운 경험이 없다.
다른 신족처럼 살기와 투기에 취약해.’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언을 감당할만한 존재가 신계에는 자신과 샤이니밖에 없어 보였다.
“준비는 끝난 모양이군.”
“너구리 영감인가?
흑염 도적단에게 이번에 다시는 복구하지 못할 정도의 타격을 줄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그다음에는 현재 만들고 있는 차원결계로 잡아낼 수 있을 것이오.”
“믿고 있겠네.
그런데 이번에 범죄신들을 사면한 일 때문에 말이 아주 많아.
상당히 문제가 많다고 하더군.”
그 말에 오래간만의 진수성찬을 정신없이 먹던 사면 받은 영웅동맹은 동작을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브라이트를 한번 쳐다보고 그대로 다시 먹는 데에 집중한다.
자신이 주시하는데도 요란하게 음식을 먹고 마시는 과거 범죄신 출신의 영웅동맹들을 쳐다보는 브라이트의 눈빛이 흔들린다.
와구! 와구! 꿀꺽! 꿀꺽!
‘호오? 나를 무시할 수 있는가?’
이들은 흑염 세력과 영웅동맹의 전투를 영웅황제로 찍은 동영상을 본 이후로 쭉 먹기만 하는 상태였다.
정기는 보급받았지만 오랜 봉인생활로 인하여 피폐해진 신체를 되돌리는데 막대한 음식이 필요했다.
더구나 그 음식이 처음 먹어보는 진미라서 제한 없이 먹는 중이었다.
‘상대는 무서운 완력을 가진 영웅신들로 보인다.’
‘다가올 전투를 생각하면 체력회복이 급선무다.’
‘반드시 다시 일어서고 만다.’
흑염 도적단은 자신들을 사면 시키고 기록말소까지 해주는 이유가 이해될 정도의 강적들이었다.
사투가 기다리고 있으니 최고의 우주신이 나타났다고 신경을 쓸 여력은 없는 것이다.
강대한 기세를 싹 무시하고 조금이라도 더 먹는 데 집중한다.
우적우적! 꿀꺽꿀꺽-!
브라이트는 고위 우주신조차 자신의 존재감을 절대로 외면할 수 없는데 겨우 주신들이 저럴 수 있다니 놀라웠다.
비록 범죄신이지만 최고의 우주신인 자신의 존재감조차 무시할 수 있는 패기가 있는 신세대 신족을 처음 본 것이다.
그리고 권능으로 면밀하게 조사하고 나니 헛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허허허! 이런 일이 있나?
그렇게나 찾던 흑염 세력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주신들이다.’
일억도 안되던 숫자로 두 명의 영웅신을 배출하고 지배종족이 된 신족이다.
그런데 일천억이 넘어선 신족 중에서 흑염 세력과 맞상대를 할 수 있는 강력한 주신이나 창조신이 없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군부나 다른 조직에서 아무리 찾아도 없었는데 인제 보니 모두 범죄신이 되어있었다.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용맹스러울 저런 주신들을 모두 범죄신으로 만들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이 정도면 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세상이 잘못된 탓이다.’
현세계를 다스리는 신세대 신족의 한심한 상태에 대해서 다시 정말 허탈해지는 순간이었다.
브라이트가 영웅동맹의 신입들을 파악하는 모습을 본 아이언은 들고 있던 잔을 비우면서 물었다.
이미 권능으로 조사하는 걸 확인했으니 명쾌하게 질문한다.
“이들의 사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오?
일단 모두 영웅동맹에 넣어서 재단련시킬 생각이니 신계와는 접촉이 없을 것이오.”
“그렇다면 되었네.
창조신계에서 발생한 이견은 내가 정리하지.
잘 싸워주게.”
아이언은 창조신장이 따지고 들면 잔뜩 쏘아붙일 말을 준비했다.
그런데 브라이트가 나서서 또 막고 이렇게 좋게 넘어가자 피식 웃으면서 잔을 들면서 말했다.
“풋! 역시 너구리이시군.
승리의 영광은 모두 나의 것이 될 것이오.”
“잘 부탁하네.”
자신감 넘치는 그 말에 브라이트는 편안한 미소로 답하고 통신을 끊었다.
그리고 법관신들의 총책임자를 보면서 질문했다.
“이때까지 저들과 비슷한 사유로 영구봉인형을 받은 주신들은 얼마나 있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비상상황이었다.
법관신들의 총책임자들도 아이언이 무사하자 뭔가 잘못되어가는 것을 느꼈기에 재빠르게 재조사를 한 현황을 말했다.
“일만 명 정도입니다.”
그 말을 들은 브라이트와 창조신장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범죄신이 된 주신이 일만 명이나 있어?”
“그렇게나 많다고?”
일천억이 넘는 신세대 신족이라서 일억 명 가까운 투신과 전신들이 있다.
그중에서 일만 명이면 극히 작은 수였으나 주신이라는 신격을 따지면 엄청난 숫자였다.
브라이트는 방금 보았던 사면을 받은 범죄신들을 기준으로 일만 명의 주신들로 이루어진 정예 군세로 상상해 보자 기가 막혔다.
‘종족전쟁 시기에 샤이니가 이끌던 최정예 군단과 맞먹는 엄청난 힘이다.
이걸 범죄신으로 만들어 영구봉인을 시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상위 존재에게 겁먹지 않고 덤빌 수 있는 패기는 아무나 가질 수 없다.
고유권능처럼 아주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했고 그런 존재의 영향은 주변 투신과 전신들에게 전달되기 마련이었다.
즉 최전선의 야전 지휘관으로서는 지극히 우수한 주신들을 전부 영구봉인해 버린 것이다.
‘저들이 신계에 퍼져서 군신과 투신의 지휘와 관리만 똑바로 했어도 흑염 세력과 싸우지도 못하고 무너지는 이런 사태가 벌어질 리가 없다.
도대체 신세대 신족들에게서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저런 전투력을 가진 주신들이 모두 범죄신이 되어버린 것이지?’
답답한 심정은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우주신들의 빈정거림으로 더 커져만 갔다.
“호오? 브라이트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주신들을 일만 명이나 영구봉인했어?”
“십 분의 일만 있었어도 벌써 흑염 도적단을 처단하고도 남았다.”
“평화로운 시기라고 전력이 너무 과했었나?”
“그래도 정리해고를 너무 확실히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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