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아이언의 기침에도 어디에도 웃거나 죽음을 두려워하는 존재는 없었다.
범죄신들을 끌고 나온 투신과 전신담당 주신과 직계들을 데려온 신계관리주신들이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투지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범죄신들을 돌아보면서 아이언의 간략하게 말한다.
“결론부터 이야기만 하면 이기면 사면, 지면 끝장이다.
이런 기회를 주다니 나는 얼마나 자비롭고 공정한가?”
끌려온 범죄신들은 세상의 험한 꼴을 전부 당했기에 방금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었다.
‘감옥 안에서까지 흑염 세력의 악명과 지금 중앙핵 강탈을 예고 받은 신계의 다급함은 들었다.’
하지만 억울한 꼴을 당해 범죄신이 된 지금 이제 신족을 위해 싸울 생각 따위는 없었는데 아이언은 그것까지 예상하였다.
더구나 병풍 정도로 생각했는데 상당히 괜찮은 수준이라서 대우를 바꾸었다.
웅-! 툭-!
아공간에 카르마의 계약서를 꺼내서 도착한 범죄신들에게 하나씩 던져준다.
“이제 상급자의 입으로 하는 약속 따위는 믿지 않겠지.
더구나 배반한 조직을 위해 싸울 생각 따위도 없을 거야.
그럼 계약서를 쓰고 새로 시작하자.”
자신들의 눈 앞에 펼쳐진 범죄신들은 계약서를 읽어보았다.
우우우웅-!
엄청난 권능으로 쓰인 내용은 아주 간단한 두 줄이었다.
이렇게 간단해도 될 정도인 줄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전투를 포기하지 않으면 영웅동맹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과거의 기록을 모두 불문에 부치는 대신 영웅동맹과 맹주에게 충성을 바친다.’
영웅동맹은 흑염 세력을 두 번이나 막아낸 정예 기계신 군단으로 알고 있었다.
거기에 받아들여 준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아직은 몰랐다.
하지만 뒤에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서 하라는 의지를 보내는 자신들의 아버지를 보면서 나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언의 지금도 최상급 창조신의 수좌이다.’
‘그리고 이번 흑염 세력을 막아낸다면 최고위 창조신이 된다.’
‘아이언의 직속 무력이 된다면 너에게 기회가 다시 올지 모른다.’
‘승낙하거라.
나도 이 이상 신계에서 너를 돌봐줄 수가 없구나.’
순간의 분노로 이성을 잃어서 날뛰다가 잃어버린 출셋길이었다.
이미 범죄신의 낙인이 찍힌 이상 더는 신족으로서 정상적인 출세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파아아아아-!
서명하는 순간 카르마의 계약서가 빛을 발산한다.
계약 완료를 확인한 아이언은 아공간에 모두 수납하고 말했다.
“창조신계에 보고된 이들의 범죄기록은 내가 지운다.
신계에 보관하고 있는 자료는 네가 삭제해라.”
“알겠습니다.
전부 지워라.”
범죄신들을 직접 보고 전력으로서 만족한 상급 창조신은 아무런 반대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로 찬성하고 지시한다.
‘예. 삭제했습니다.’
바로 나온 신계 자아의 대답에 당황한 범죄신들이었다.
사면 조건으로 지긋지긋하게 까다로운 조건을 달 줄 알았는데 계약하자마자 기록 말소까지 너무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너무 철저했다.
아이언은 창조신계의 법관신들의 총책임자까지 호출한다.
“네가 법관신들의 총 책임자냐?
지금 보낸 신들의 범죄기록을 모두 지워.
안 그러면 지금 당장 창조신계로 돌아가서 법관신들이 나의 전쟁을 방해하고 열쇠를 가지고 도주한 책임을 너에게 묻겠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그렇게나 힘들게 했던 과거의 범죄기록이 겨우 몇 마디 말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게 가능한 이유가 법관신들의 우두머리라고 해보았자 상급 창조신 정도였다.
‘겨우 주신들의 범죄기록 때문에 최고위 창조신과 척을 질 수 없다.’
그리고 저렇게 막무가내의 성향이면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몰라.’
아이언이 지금도 자신보다 높고 아이언이 최고위 창조신으로 올라설 것을 잘 알았다.
그리고 자신들 쪽에 문제가 컸기에 못마땅하지만 승낙한 것이다.
‘게다가 법관신들이 신계의 감옥 열쇠를 가지도 창조신계로 도주한 사실이 소문이 나면 정말 곤란하다.”
법관신들이 신계의 고위 주신에게 협박을 받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지만 그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문제는 법관신들이 위험하다고 신계의 감옥열쇠까지 가지고 도망쳐온 사실이었다.
누구나 공정한 재판과 처벌을 받게 하려고 재판과 감옥의 관리를 창조신계가 하고 있었으니 떠난다면 인계를 해야 했다.
‘이 멍청한 것들이 왜 신계의 감옥 열쇠를 가지고 와서 이런 일을 하게 만드나?
범죄신들의 기록 삭제는 영 꺼림칙하지만, 거래해야 한다.
그리고 왜 악명높은 아이언을 건드렸지?’
전해들은 아이언의 성향은 손해를 받으면 순순히 넘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언이 최고위 창조신이 되어서 떠들고 다니면 최악의 경우 신계에 파견 나간 법관신들이 모두 퇴출당할 수 있었다.
‘전쟁과 같은 비상시에 이렇게 배신을 한다고 생각하면 신계가 순순히 받을 리가 없지.
어떤 신계 주신이 들어도 비난할 일이기에 무조건 숨겨야 한다.’
거기까지 생각한 총책임자는 아이언에게 받은 범죄신들의 기록을 모두 삭제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말소했습니다.
그럼 이번 일은 없었던 일로 잘 부탁합니다.”
“물론이지.
넌 거래가 통하는군.”
모습은 유아신의 천진난만했지만 바로 빚을 지우고 청산하는 노회한 대처에 법관들의 총책임자도 웃었다.
“허허허허! 이번에도 승리하기를 바랍니다.”
“내가 있는 이상 당연한 일이다.
도망간 법관신들이 창조신계에 도착하면 바로 재파견을 해주면 좋겠다.
장소는 여기로 해주기를 바란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도 이대로 넘어갈 생각은 없습니다.”
동료를 소멸시킨 중범죄신들을 사면도 아니고 기록 말소를 해주었으니 나중에 책임추궁을 당하면 상당히 문제가 컸다.
‘물론 아이언이 면책권을 한 일이니 끝까지 물고 늘어질 간 큰 관리신은 없지만, 일단 완벽한 경력에 흠집이 났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딱-!
아이언과의 화상통신이 끝나자 법관신들의 총책임자는 바로 최고 위원회의 브라이트에게 보고를 시작한다.
브라이트가 전쟁의 준비로 아이언이 무슨 일이나 요구를 하면 조치해 주고 바로 보고만 하면 문제가 없게 해주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고를 받은 브라이트는 탄성을 질렀다.
“호오? 신계의 범죄신들의 기록 삭제를 해주고 활용할 생각이란 말이지.
그것도 좋은 방법이군.”
종족전쟁의 경우 전쟁 포로들까지 전선에 억지로 몰아넣었기에 새삼스러운 전술도 아니었다.
그러나 법관신들의 총책임자는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을 강하게 보고했다.
“일반 범죄신들이 아닙니다.
대부분 하극상이나 동료, 하위자들의 살해한 중범죄자들입니다.
거기다가 체포를 거부해서 엄청난 피해를 주고, 법정모독까지 해서 거의 무기한의 봉인을 처분받은 악질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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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트는 이미 범죄신들의 기록을 말소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자세한 내용까지 파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나는 분명해 보였다.
“겨우 주신을 한 명을 체포하는데 창조신이 다스리는 신계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나?
거기에 창조신계의 창조신들로 이루어진 법관신을 주신이 모독할 수는 없다.
더구나 소멸도 아닌 살해를 하고 주신에게 영구봉인이라니?
너무 징벌이 과한 것이 아닌가?”
신족의 죽음은 신계와 정기가 있는 이상 부활이 가능하니 단순 사고에 불과하다.
아무리 큰 사고를 쳤다 해도 주신에게 영구봉인의 징벌이 떨어질 만한 사건이 아니었다.
“...”
그 말에 순간 할 말이 없어지는 총책임자였다.
브라이트의 옆에서 자꾸 벌어지는 아이언의 기행을 무마할 방법을 찾느라 골머리를 썩이고 있던 창조신장의 입도 벌어졌다.
“정확히 고하라.
그들은 왜 영구봉인되었는가?
신 살해는 죽은 신의 삶을 계산한 기간의 봉인형이 최대의 형벌이다.
벌을 추가한 다른 이유가 있는가?”
총책임관은 결국 입을 열었다.
잘못하면 법관신들의 객관적인 법 집행에 불신을 심어줄 수 있는 위기였기에 숨김이 없었다.
“뉘우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응?”
“허?”
뜻밖의 답변에 브라이트와 창조신장도 잠시 이해를 하지 못했다.
총책임자는 아주 곤란한 표정으로 설명을 추가했다.
“자신들은 죄가 없다고 끝까지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자들을 반드시 찾아서 죽이겠다고 법정에서 외쳤습니다.”
그 말에 옆에서 대화를 있던 우주신들은 헛웃음을 지었다.
“허허! 괘씸죄로군.”
“순순히 유죄를 인정하지 않고 반성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구봉인인가?”
브라이트도 무슨 일로 신족에게 최고의 형벌인 영구봉인을 내렸는지 짐작을 했다.
하지만 영구봉인은 너무 심한 처벌이었다.
“법관신을 모독했군.
그래도 그렇게 감정적으로 처리하면 안 되지 않는가?”
“실제로 그렇게 했으니까요.
범죄신의 낙인을 찍어서 형벌을 마치게 했더니 가장 먼저 한 일이 동료와 상사, 부하들을 모두 찾아가서 죽인 일이었습니다.”
“...”
“...”
뜻밖의 말에 모두 순간 멍해진다.
범죄신들이 처벌을 받고 풀려나면 고발자나 피해자에게 복수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건 도가 확실히 넘었다.
“어떤 범죄신도 봉인을 장시간 당하면 온순해집니다.
그런데 이들은 아무리 체포를 당하고 긴 시간을 감금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풀려나기만 하면 바로 찾아가서 원수라고 생각되는 존재들을 죽여서 신격을 낮추는 일을 반복하니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한때 법관신들 사이에서 가장 시끄러웠던 일이었다.
어떤 고통과 벌을 주어도 뉘우치지 않고 더욱 사납게 날뛰는 이 주신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을 하다가 최종적으로 영구봉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명분도 충분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적인 복수를 막기 위해서 영구봉인을 집행했습니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어떤 범죄신들이 사면되었는지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아이언에게 전투가 끝나면 다시 가두라고 지시하셔야 합니다.
그들은 절대로 복수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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