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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104화 (1,015/2,000)

34권 35권

아이언의 냉혹한 대답에 순간 말문이 막힌 신계관리주신들이지만 나직하게 다시 조언했다.

“비록 범죄신이 되었지만, 한때는 일족의 기대주였습니다.”

“영웅동맹처럼 제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정문을 막을 수는 있습니다.”

흑염 세력의 전투는 잘 보았다.

과연 소문대로 고위 주신들의 신계의 중앙핵을 무인지경으로 탈취하고 샤이니조차 못 잡을 정도의 실력은 놀라웠다.

‘그러나 여기는 상급 창조신이 다스리는 신계다.’

방어력과 소속된 신의 수준이 주신이 다스리는 신계와는 격이 달랐다.

‘영웅동맹이 영웅신들의 도적단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아이언은 앉을 생각을 하지 않는 신계관리주신들을 다시 노려보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범죄신들 중에 너희들의 직계도 있었냐?

그런데 도련님들을 왜 그렇게 험하게 길렀어?

교육실패가 아니야?”

그 말에 상당히 곤란한 표정을 지은 신계관리주신들은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한다.

“시대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제 탓입니다.”

“힘이 전부가 아닌 시대가 이렇게 빨리 올지는 몰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면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

“잘못을 공적으로 상쇄시킬 기회를 주십시오.”

많은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공적을 올리게 해서 다시 일족의 희망으로 돌아올 수 있게 조치해달라는 뜻이었다.

범죄신의 사면은 많은 문제가 있겠지만, 신계관리주신들이 보기에는 아이언은 그러고도 남을 힘과 성향이었다.

아이언은 고개를 숙인 신계관리주신들에게서 고개를 돌려 화면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좋아!

이번에 전력이 되면 사면하는데 도와주지.

그러나 장식품으로 끝난다면 용서는 없다.

한때의 만찬과 휴식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물론입니다.”

상급 창조신의 수좌이자 최고위 창조신을 눈앞에 둔 강자의 약속이었다.

추가로 몇 명의 신계관리주신들이 몸을 일으켜서 감옥으로 공간이동을 한다.

그런데 아이언이 다시 회수했던 조종기를 또 집어 던졌다.

퍼어어어어어억-!

“꽥-!”

울상을 지으면서 연회석에 앉아있던 신계관리주신 중 한 명이 일어나다가 얼굴에 조종기를 맞고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쓰러진다.

아까 몰래 도망가려다 땅속에 처박힌 그 신계관리주신이었다.

감옥으로 가는척 하면서 멀리 도망가려다가 발각된 것이다.

“공간이동의 좌표도 다르고 넌 처자식이 없잖아!

어딜 도망가!”

분위기를 봐서 감옥으로 가지 않고 다른 신계로 도망가려던 주변의 신계관리주신들도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 포기했다.

마스터키를 손에 들고 동전처럼 튕기는 아이언의 말 때문이었다.

“이미 장거리 공간 이동소는 봉쇄했다.

나는 내 전장에서 탈주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이 전쟁이 끝나면 끝까지 쫓아가서 끝장을 내주지.

자력으로 현실계를 벗어날 수 있으면 도망쳐도 좋다.그게 불가능하면 신계관리주신답게 신계가 망하면 여기서 같이 죽어!”

“...”

여기서 도망치면 신족으로서 살 수 없게 해주겠다는 협박이었다.

상급 창조신으로서는 참으로 자신이 하고 싶던 말을 해주는 아이언이 기꺼웠다.

그리고 다음 말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넌 창조신계에 연결해서 법관신들이 전후처리에 필요하다고 요청해.

이번에 감옥 열쇠 들고 도망간 법관신들이 꼭 필요하다고 말이야.”

“...”

법관들이 아이언의 지시를 거부하고 열쇠까지 도주했으니 가만두지 않을 모양이었다.

참으로 끝없는 뒤끝에 잠시 할 말을 잃었지만, 또 아이언의 주먹이 들려지자 바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괜히 거부했다가 맞으면 자신만 손해였고 무엇보다 일을 방해하고 바로 도주한 행위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창조신계에 바로 연락해서 요청을 넣자 바로 화상으로 나타난 관리신이었다.

신계의 고위 주신들이 범죄신들을 무단 석방을 하려 한다는 보고를 들었기에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냐고 따지려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아이언의 심통이 난 모습을 보자 바로 공손하게 인사하고 마음대로 하라고 고개를 팍 숙인다.

상급 창조신은 관리신의 더없는 공손한 태도를 보고 사태를 짐작했다.

‘관리신들에게도 아이언의 악명은 이미 퍼질 대로 퍼져있군.’

잘 나가던 관리신 하나가 아이언과 얽힌 뒤로 계속 추락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었다.

아무 상관 없는 범죄신을 석방한 일을 따지려고 했다가 똑같은 꼴이 되기는 싫은 것이다.

더구나 아이언이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은 말투만 들어도 알았다.

“면책권 몰라?

일 제대로 좀 해라.

확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써버리기 전에 말이다.”

“여기 계신 줄은 알았지만 설마 직접 하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전파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사소한 잘못조차 끝까지 물고 늘어지던 깐깐한 창조신계의 관리신들이다.

그런데 무조건 고개를 숙이면서 아이언이 잘했다고 말하고 물러나자 어안이 벙벙해진 신계관리주신들이었다.

그리고 새삼 다른 시각으로 아이언을 다시 쳐다보게 되었다.

‘저 지독한 관리신들을 저렇게 백기를 들게 하다니 놀랍군.’

‘자신과 전쟁에 유리하게 모든 환경을 바꾸고 있다.’

‘단순한 투신이 아니었어.’

그제야 초월자라는 편견이 깨어지고 아이언의 존재감이 확연히 다르게 다가온다.

몸속에 내재 된 스물여섯 쌍의 투기의 날개를 감지하고 나서야 왜 전신과 투신담당의 고위 주신들이 쩔쩔매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초월자의 영웅신이자 전쟁신인가?’

‘초월자들의 수장과 동급이상이다.’

초월자들의 수장은 샤이니와 브라이트의 합공을 받고서 끝까지 혈투를 벌이다 장렬하게 산화했던 존재였다.

만약 초월자들의 수장이 종족전쟁 초반에 나타났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몰랐을 정도로 강자였다.

‘신족의 승리가 되돌릴 수 없이 굳어지자 다른 초월자들을 살리기 위해 결투를 제안했었지.’

‘영웅신인 샤이니와 우주신의 수장이 된 브라이트 님만 제거하면 다시 승산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최후의 도전이었다.’

이미 거의 이긴 전쟁이었기에 일부러 위험한 결투를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초월자의 수장이 끝까지 결사항전을 한다면 현세계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각오해야 했기에 받아들여졌다.

이 대 일로 붙어보자는 도발과 결투에 진다면 신족을 바로 종족전쟁의 승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조건에 포기할 수 없었다.

‘이대 일의 결투였지만 종족전쟁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엄하고 처절한 사투였지.’

‘최고와 최강의 우주신조차 같이 소멸할 뻔했던 그 결투는 아직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하군.’

적이지만 존경심까지 심어주었던 강하고 지독했던 초월자 수장의 모습이 지금 아이언과 겹쳐 보인다.

그 역시 이미 기울어진 승부에서 어떻게든 이기게 하려다가 오명을 뒤집어쓴 진정한 영웅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라이트 님이 초월자의 영웅신인 아이언에게 이렇게 잘 해주려고 하시는군.’

‘이대 일로 상대하여 이겼다는 사실을 두고두고 후회하셨으니 말이야.’

신계관리주신들이 그렇게 의문을 풀고 있을 때 아이언은 조종간을 잡고 영웅황제와 영웅왕의 조작을 하고 있었다.

저쪽 신계의 일은 끝났으니 몰래 벌였던 일들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에이! 쉽게 되는 일이 없어.”

자기 뜻대로 일이 안 풀려서 화가 났는지 입에 넣은 사탕을 깨물어 먹는 모습에서 위엄은 전혀 없었다.

뽀드드드득-!

억지로 앉은 자리지만 누구도 함부로 입을 놀리거나 불만을 말하는 존재는 없었다.

흑염 도적단과 하는 연회가 지극히 위험하지만 여기서 방어에 성공만 하면 앞으로 신계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업적이 남기 때문이다.

‘여기서 떠난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럴 수는 없지.’

‘아이언이 있는 이상 해 볼 만한 승부다.’

아무것도 없는 존재라도 목숨만은 소중히 여겨서 도망친다.

그러나 가진 것이 많은 신계관리주신은 목숨도 걸 수 있었다.

‘이제까지 쌓아 올린 일족의 명예와 부귀는 이미 나 자신의 목숨보다 무겁다.’

‘슬슬 살기 지겨워졌는데 잘 되었어.’

‘일족의 토양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

그러나 아직 신생에 미련이 많은 젊은 신계관리주신들은 아니었다.

세력의 지원도 아닌 본인의 힘과 지혜를 인정받아 신계관리주신에 특채된 앞날이 창창한 젊은 창조신으로서는 이런 위험한 장소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속 공간이동으로 도주하려고 했지만, 하필 상대가 차원권능을 가진 아이언이라서 번번이 저지당한다.

꽝-!

또 정수리를 투기공격에 맞고 땅에 처박혀 머리만 솟아있는 신계관리주신을 쳐다보면서 아이언은 소리쳤다.

“이거 아주 의외의 끈질긴 놈일세.

공간이동으로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존재가 현세계에 있을 것 같으냐?”

주우주 차원일족의 오리진으로서 차원권능을 거의 되찾은 아이언이었다.

더구나 시공간 자체를 뒤틀어 버리는 투기의 폭풍인 은하유성이 있는 이상 공간이동이나 차원이동은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그렇게 신계관리주신들을 채근하면서 흑염 세력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아이언은 눈빛이 살벌하게 황금빛으로 빛난다.

화아아아아아-!

거기에 호응하듯이 신계관리주신들의 눈빛도 서서히 빛나고 있었다.

거듭되는 아이언의 감당하지 못할 기행에 충격을 받아서 서서히 안주하지 않는 폭주의 신성이 머무는 것이다.

‘젠장! 이제야 통한다.

못해 먹겠군.’

시즈지에 의해 신체는 어느 정도 성장하여 완력은 갖추었으나 아직 정기와 신력이 부족한 아이언이었다.

그래서 창조신 정도의 존재에게는 신성 부여가 잘 통하지 않고 있었다.

일부러 이런 행동을 해서 흥분을 유도해야 부여가 가능하니 참으로 힘겨운 진행이었다.

‘그래도 이제 이들은 흑염 세력의 살기에도 위축되지 않는다.’

준비가 끝나가니 도착한 음식들을 먹기 시작한다.

이미 여기서 끝장을 보기로 마음을 정한 신계관리주신들은 마지막 만찬을 즐기기 시작했다.

‘흐음. 이거 음식이 아주 좋군.’

‘놀라운 기합이 들어가 있어.’

신계 주신인 상급 창조신도 만족해서 눈에서 황금빛을 내뿜으면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이미 두 개의 신계가 방어에 성공했기에 만약 자신이 중앙핵을 빼앗긴다면 주신보다 못하다는 무능을 입증하는 꼴이었기에 마음가짐이 달랐다.

‘고위 주신들이 성공했는데 상급 창조신인 내가 실패하면 창조신계에 얼굴을 들 수 없다.

필요하면 신계 자체를 파괴해서라도 여기를 흑염 세력의 무덤으로 삼는다.’

중앙핵을 자폭시키는 방법은 이미 숙지하고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절대로 하지 못할 극단적인 방법을 안주하지 않는 폭주의 신성 때문에 떠올리는 상급 창조신의 얼굴은 비장하기 짝이 없었다.

우득-! 와득-!

아이언과 상급 창조신, 신계관리주신들이 말없이 음식을 먹으면서 씹는 소리가 연회장을 울린다.

그렇게 아무런 대화도 없이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투신과 전신들에게 서서히 알 수 없는 전율이 밀려왔다.

부르르르르!

아무런 살기나 투기가 없었는데 두려움에 몸을 떠는 전신과 투신들이 늘어난다.

마침내 견디지 못한 하위 전신과 투신들을 물러나고 정예 고위 투신과 전신만이 남는다.

그렇게 일만이 넘던 정문의 수비병력이 겨우 일천 명으로 줄어들었을 때 그들의 눈에도 황금빛의 신성이 머물렀다.

아이언은 연회장을 가득 밝히는 황금빛의 눈빛들에 만족해서 술잔을 들어 올리면서 외쳤다.

“전쟁이여 어서 오라-!”

그 말에 상급 창조신과 신계관리주신들도 술잔을 들어 올렸다.

아까 도망만 치려던 젊은 신계관리주신도 이제 포기했는지 눈에서 황금빛을 품어내면서 외친다.

“우리의 승리를 위하여!”

신계의 최고 지배층들이 모여서 전투를 원하며 외치는 건배의 소리는 감옥에서 막 끌려 나온 범죄신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꿀꺽-! 꿀꺽-!

그들을 쳐다보면서 일제히 잔을 기우여 삼켰는데 아이언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쿨록! 이건 너무 쓰잖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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