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102화 (1,013/2,000)

34권 35권

지금 당하고 있는 신계와 입장이 비슷한 상급 창조신과 신계관리주신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역시 저렇게 흘러가는구나.’

‘남의 신계라고 인정 사정이 없어.’

면책권을 믿고 용서 없이 내리쳐진 은하유성의 투기 회오리는 마침내 신계의 방어벽을 집어삼킨다.

투우우우우우우우웅-!

강력한 신계 방어막이 그대로 휘말려서 증발하는 광경에 근원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진짜 할 생각이다.

이러면 나는 죽는다.

지금 내 신체가 소멸한다.’

정신체는 신체가 죽는다고 완전히 죽는 것은 아니다.

신령만 무사하면 각 종족의 부활소에서 다시 신체를 얻으면 부활한다.

그리고 흑염 세력도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이 만든 고유세계에서 다시 소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신체가 절대계에서 단련을 거듭해서 완성을 시킨 최상의 결과물이란 사실이 문제였다.

‘이걸 잃고 현세계에서 다시 신체를 만들면 과연 원래의 힘을 되찾을 수 있을까?’

현세계의 허약한 정기 상태를 보면 지극히 부정적이다.

그래서 샤이니와 싸울 때도 다른 흑염 세력 열 명과 힘을 합쳐서 신체의 소멸만은 피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이고 저 은하유성이라는 가공할만한 투기 소용돌이 앞에서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었다.

‘설마 신계와 함께 나를 소멸시킬 생각을 하는 존재가 신족에 있다고 믿지 못한 내 패배다.’

직감이 경고한 순간 도주했어야 했는데 이런 짓이 벌어진다고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그 대가를 처절하게 치르게 된 근원이었다.

우르르르르르르르릉-!

이제 근원의 머리 바로 위까지 떨어진 투기 회오리가 바닥에 작렬하면 신계와 함께 소멸하는 것이다.

그 순간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려던 근원은 순간 의아함을 느꼈다.

“...”

“...”

이제 끝장이라고 절망하던 신계 주신조차 놀랄 일이 벌어졌다.

투기 회오리가 서서히 약해지면서 더 내려오지 않고 바로 충돌 직전 멈춘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멈추었는가?

역시 그래도 빛의 일족답게 자비심이 있는가?’

그럴 리가 없었다.

그 순간 열이 받은 아이언의 손에서 조종기가 저 멀리 내던져지고 있었다.

꽈꽝-!

조종기는 정문 앞의 대지를 산산조각내고 아이언은 분을 못 참고 외쳤다.

“아오 시바! 은하유성의 여파로 통신 불량이 발생했잖아?

왜 이렇게 권능 전달도 약해.

이래서 무선은 싫어!”

은하유성의 여파로 인한 시공간 진동은 차원권능조차 막을 정도였다.

그리고 영웅왕의 조종조차 안 되는 이유는 또 있었다.

‘영웅황제는 영웅왕의 중계기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웅황제의 부조종사로서 타고 있던 크롬 공주가 신계를 멸망시키는 것을 반대하니 영웅왕의 작동까지 불량해지고 있었다.

‘어차피 초월자들의 혁명으로 대부분 소멸할 신족에게 무슨 가치가 있다고 나에게 반항하나?

아! 크롬 공주는 모르니 당연한 일이군.’

다른 영웅동맹들이 이렇게 했으면 당장 말소시켰다.

그러나 유모로 삼아야 하니 그럴 수는 없고 근원을 이대로 놓아줄 수 없는 아이언은 재빨리 말을 바꾸었다.

“지원 나온 신계를 내 손으로 파괴할 수 없으니 그대로 보내주마.

대신 치료를 완료하고 너희들이 예고한 마지막 신계로 바로 와라.

나는 거기 있으니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

“......”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근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돌아온 직감으로는 받아들여도 별문제가 없었고 지금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다.

더구나 아이언의 다음 말이 마음을 움직였다.

“절대계의 십 분의 일을 지배하던 흑염의 직속 세력으로 대접을 약속하지.

이번에는 함정 따위는 없다.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린다.”

“알았소.”

신계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죽일 기회를 버린 명예로운 존재의 말이라면 믿을 만했다.

근원이 받아들이고 신계를 떠나는데 아이언의 손에서는 어느새 동전이 다시 튕기고 있었다.

팅-! 빙그르르르르!

역시 검은 불길이 동전을 녹이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안 녹는다.

화르르르르-!

황금빛이던 동전의 색깔은 찬란한 무지갯빛으로 변해있었다.

일대 흑염의 절대자의 권능이 다시 불사를 것을 대비하여 방금 전력으로 만들어낸 특제 동전이었다.

“이번에는 안 당한다.

내가 적을 놓칠 것 같으냐?”

흑염 세력이 안 올 수도 있으나 그것은 이제까지 의적으로서 활동하기 위한 예고강탈이 완전히 무너지고 평판을 없애는 일이었다.

그것 또한 흑염 세력에게 치명적이었기에 느긋하게 동전을 튕기면서 기다리기 시작한 아이언이었다.

그리고 옆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본 상급 창조신과 신계관리주신들은 한마음으로 절규하고 있었다.

‘놓쳐도 돼!’

‘왜 끝까지 여기로 불러들이는 거야?’

‘하려면 너의 은하계의 신계로 가서 해.’

상급 창조신도 당장 쫓아내고 싶지만, 브라이트의 조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하얀 긴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나타난 브라이트의 위엄이 넘치는 얼굴이 화면 가득히 나타나자 모두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옆에 창조신장의 굉장히 불편한 얼굴로 있었지만, 누구도 모를 정도로 엄청난 존재감이었다.

그 상태에서 브라이트는 아주 부드러운 말투로 훈시를 시작했다.

“아이언이 직접 거기에 있는 한 너의 신계는 안전하니 안심하도록 해라.

영웅신은 친해지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지가 되고 적이 되면 가장 무서운 원수가 된다.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것이 정치의 세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옆에 앉아있는 창조신장과 관리신들까지 주의하라는 말투였지만 여전히 창조신계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아무리 신족의 사정이 급하고 아이언의 힘이 강할지라도 최고위 창조신의 직위는 너무나 과분해 보인 것이었다.

허나 브라이트는 아이언을 최고위 창조신으로 임명한 침묵의 결정을 되돌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샤이니 이상의 영웅신에게서 진심을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이 아까울까?’

왜 신세대 신족이 반발하는지도 잘 알고 있지만, 아이언을 신족의 편에 설 수 있다면 최고위 창조신의 직위도 아까울 필요가 없었다.

그 정도로 종족전쟁의 최전선에서 각 종족의 운명을 걸고 싸웠던 영웅신들의 전공과 열정은 눈부셨다.

종족의 운명을 건 승부만 아니었다면, 어떻게든 신족으로 받아들이고 싶었던 보물과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들을 하나하나 소멸시키면서 샤이니와 함께 진심으로 아까워했다.

만약 그들이 지금도 존재했다면 흑염 세력이 저렇게 준동할 수가 없었겠지.’

그들과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싸워봤다면 영웅신의 가치를 잘 알 수 있겠지만 현세계의 신족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이들에게는 강자에 대한 존중보다 집단을 위한 논리와 이성이 지배할 뿐이었다.

‘정치의 세계는 명분과 감정이 지배하는가?

승리와 강함이 전부였기에 힘겨웠던 그 시절을 내가 그리워하게 될 줄이야?

참으로 답답하구나.’

나직하게 본심을 숨긴 브라이트는 상급 창조신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이언이 스스로 영웅이라 말하면서 최강이 되고자 한다고 했으니 원한도 은혜도 잊지 않고 절대로 갚을 것이다.

도저히 진심으로 고개를 숙일 수 없다면 연회 준비라도 완벽히 하여라.

그러면 최소한 원한은 사지 않고 무사히 넘어갈 것이다.”

“알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종족전쟁의 참전경험이 있는 신계관리주신들이 모두 순종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상급 창조신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신계 주신인 자신을 대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공손한 태도에 왜 옆의 창조신장이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지 이해가 가고 있었다.

브라이트는 상급 창조신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하고 통신을 끝냈다.

“은혜와 원한을 구분하지 않고 받은 대로 반드시 수십 배로 갚아준다는 철칙이 강자와 영웅신들의 기본 원칙임을 명심하고 주의하거라.

아이언이 초월자라고 무시하지 말고 친분을 맺는다면 앞으로의 너의 신생을 활짝 열어줄 것이다.”

상급 창조신이 아무리 생각해도 아주 올바른 조언이었기에 아이언에게 음식 그릇에 맞는 치욕을 당하고도 꾹 참은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제발 빨리 가주었으면 하는 생각만 든다.’

투신과 전신담당 주신들이 장군 앞의 신병처럼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서서 보고를 올리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아이언의 살기 어린 음성이 연회장을 울린다.

“데려오라고 한 병력은 어떻게 했냐?”

“...”

“...”

아이언이 교도소에 봉인된 대형사고를 친 전신과 투신을 모아오라는 지시를 했다는 말은 들었다.

맛있는 음식이나 만들 것이지 쓸데없이 마음을 담아서 수작을 부린 요리사들을 손보자고 돌아오자마자 보고받은 사항이었다.

‘식은땀만 흘리는 모습을 보니 잘 안된 모양이군.’

당연한 일이었다.

법을 주관하는 법관신(法官神)들은 신계의 투신과 전신과는 별개의 지휘선과 권위를 가졌기 때문이다.

‘모든 신족의 범죄자들은 창조신계의 파견 나온 법관신(法官神)에 의해서 재판을 받고 직접 관리하는 감옥에 갇힌다.

아무리 신계가 급한 상황이라도 그들을 마음대로 사면을 시킬 수 없다.

신계 주신인 내가 직접 그들에게 지시해도 될까 말까 한 일이지.’

현실이 그러니 열심히 했지만 법관신에게 면박만 당하고 물러 나온 모양이었다.

그 결과 아이언의 높아져 가는 살기와 투기에 직격 되어서 벌벌 떨기 시작하는 투신과 전신 담당의 주신들이 딱해 보였다.

저들의 죄는 단지 규정과 방침을 지킨 것밖에 없기에 신계 주신으로서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흠! 수감자들의 석방은 무리한 일입니다.

병력이 필요하시다면 저의 직속 호의들을 배치하겠습니다.

으흡!”

거기까지 말을 하려는데 아이언의 젓가락이 먼저였다.

퍼어어어억-! 퍼어어어억-!

투신과 전신담당 주신들이 던져진 젓가락에 이마를 맞아서 비명도 못 지르고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아오! 하여간 눈치만 빠른 것들은 맞지 않으면 말을 안 들어요.

누가 실패하고 물러나라고 했어?

방해하거나 거부하는 놈들의 목은 어디 있나?

당장 가서 잘라오지 못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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