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이대 흑염의 절대자는 지금 시간대에 없는데 일대 흑염의 절대자는 존재하기는 한다.
아직 목숨이 붙어서 팔륜봉인이 되지 않는 채로 절대계에 있는 일대의 가호를 받고 있는 근원에 대한 직감의 권능 우위는 지극히 운에 좌우되는 상황이었다.
‘일대의 흑염의 가호가 완벽하게 작용한다면 이만 오천 분의 오류 확률도 믿을 수 없다.’
그제야 불안의 정체를 깨달은 아이언은 다급해졌다.
“젠장!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어.
저것들만이라도 빨리 죽여야 한다.”
조종간에 권능을 부여해서 영웅왕에 집중시킨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겁도 없이 덤벼드는 흑염 세력과 전투를 벌여 끝장내려는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계속 허공에서 퉁겨지던 동전에서 이상이 발생한다.
뎅! 화르르르르르! 뎅-!
동전을 둘러싸고 검은 불길이 타올랐다.
검은 불꽃이 동전의 앞면도 뒷면도 모두 녹여서 고철 덩어리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본 순간 아이언의 얼굴이 확 굳었다.
“......”
황당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잠시 침묵한 순간 동전이 그대로 땅에 떨어진다.
뎅그랑-!
그 소리는 숨조차 쉬지 않으면서 상황을 주시하던 상급 창조신과 신계관리주신들의 귀에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은 확실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아이언은 엉망이 된 동전을 들어 올리면서 씁쓸하게 쳐다보았다.
존재하는 일대 흑염의 절대자의 가호가 존재하지 않는 이대의 권능을 분쇄해버린 것이다.
‘아아. 당했다.
썩어도 준치라 이건가?’
본능과 권능의 차이를 생각하면 이만 오천분의 일의 오류가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불안은 적중했다.
‘역시 불완전한 권능은 믿으면 안 되는군.
그나저나 권능에 무슨 오류가 날 확률이 존재하는 거야?
흑염의 절대자가 되었으면서 아직도 회색의 절대자의 자리를 노리는 오리진이 문제야.
하여간 단순무식해서 탈이야.’
이대 흑염의 절대자는 본래 일대 회색의 절대자 이후 절대계 최고의 현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너무 뛰어난 신체 능력 때문에 이대 흑염이 되어버렸으니 듣자마자 길길이 날뛸 말이었다.
확-!
그 순간 흑염의 직감이 돌아온 근원은 마치 머리에 벼락이 떨어진 것처럼 확 들어서 영웅황제를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영웅황제를 씹어먹을 듯이 쳐다본 근원은 신계가 울릴 정도로 크게 외친다.
“후퇴한다!
이 신계에는 중앙핵이 없다!
그리고 자폭장치까지 달린 철저한 함정이다.”
그 말에 투기장에서 근원이 들어오기만을 노심초사하던 신계 주신이 더 놀랐다.
중앙핵이 없는데 어떻게 신계가 유지될 수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신계에 자폭장치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뭐야?!
내 신계에 중앙핵이 없고 자폭장치까지 달려있다고?
언제 어떻게?”
영웅동맹이 지원을 온 이후 신계에 들여보내지도 않고 잠시도 감시를 멈추지 않았는데 그럴 리가 없었다.
그리고 흑염 세력은 돌아온 직감 덕분에 아이언이 조종하는 영웅왕과의 전투 예상을 알게 되었다.
갑자기 돌아온 직감이 보여준 장면은 기가 막혔다.
“뭐야 이건?”
“저게 기계신이라고?”
아무리 공격을 퍼부어도 영웅왕의 장갑은 멀쩡했고 거대한 체구에서 발현되는 엄청난 물리력은 자신들의 신체를 산산조각내고 있었다.
“저건 절대계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한 괴물이다.”
“완전한 상태로 싸워야 한다.”
위험함을 깨달은 흑염 세력의 대처는 너무나 빨랐다.
영웅왕을 피해서 그대로 허공에서 질주를 멈추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를 시작해 버렸다.
이대로 공격범위에 들어간 순간 도주할 기회조차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끼이이이이이익-! 파아아아아아-!
요란하게 급정거하고 도주하는 흑염 세력을 보고서 근원 역시 신계에서 다급하게 멀어지려 한다.
신계를 전력으로 가로지르면서 시선은 영웅황제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끔찍한 직감 때문이었다.
‘설마? 그런 짓을 한다고?’
흑염 세력 전부가 승부를 포기하고 도주하는 꼴을 본 아이언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지 조종간을 부술 듯이 힘을 주면서 외쳤다.
으드드드득-!
본능이 권능을 이길 리가 없다.
그러나 이만 오천분의 일의 오류는 일대 흑염의 절대자의 본능이라면 충분히 돌파 가능한 수준이었다.
단번에는 힘들지만 계속 시도하면 지금처럼 결국 뚫린다는 뜻이었다.
“이런 젠장! 거의 다 잡았는데 재수가 없어서 놓치겠다.”
근원을 투기장에 집어넣으면 생명력의 지원권능이 봉쇄된다.
그러면 나머지 흑염 세력을 영웅왕으로 죽여서 신격을 낮출 계획이었다.
그러려면 반드시 열을 받게 해서 달려들게 해야 했다.
‘나는 혼자이고 저것들은 육십 명이 넘으니 하나하나 추적할 수 없다.
그러니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끝까지 싸우게 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저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한데다가 흑염의 직감까지 있으니 그런 무모한 싸움을 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동전의 앞면’의 권능으로 직감을 교란하고 있었는데 신령은 죽고 신체만 남은 일대 흑염의 절대자가 완전히 망쳐버린 셈이었다.
‘앞으로 영웅동맹이나 영웅왕이 있으면 근처에도 오지 않을 것이다.
이러면 곤란해!’
최고위 창조신이 되기 위해서는 신계의 방위만으로는 안 된다.
흑염 세력이 쉽사리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주는 것이 조건이었다.
‘무엇보다 신족의 앞에서 아쉬운 소리나 변명을 하기 싫다.
최소한 근원이라도 잡아야 한다.’
방법은 간단했다.
영웅황제의 은하유성을 신계로 쏘면 두목인 근원만은 잡을 수 있었다.
“은하유성을 신계로 쏴버리겠다.”
“예?”
그러나 그 말은 옆에서 듣고 있던 상급 창조신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릴만한 결단이었다.
‘신계 전부를 휘감을 정도의 광대한 시공간 왜곡을 불러일으키는 투기 폭풍을 신계에 쏜다면 어떻게 될까?
모두 끝장이잖아?
그런데도 쏘겠다고?’
은하계를 넘나드는 차원권능을 막을 정도로 시공간을 뒤흔드는 투기 폭풍에 맞으면 당연히 신계는 완전히 분쇄되고 신들은 소멸하게 된다.
하지만 근원을 죽이기 위해서 신계에 모여있는 신족이 모두 소멸로 몰아넣은 결정을 내린 아이언은 망설이지 않았다.
“움직여라! 영웅황제!
은하유성의 진정한 힘을 현세계에 보여주어라.”
명령에 따라 은하유성을 결계로 펼치기 위해 하늘로 향했던 영웅황제의 양손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진다.
그 광경을 본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한 근원은 더욱 이를 악물면서 속도를 높였다.
“정말 저걸 하려고 하다니?
나와 함께 신계를 소멸시킬 생각이냐?”
자신을 잡기 위해서 신계와 모든 신을 희생시키려 하는 미래를 직감으로 이미 보았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초월자 출신이라고 하지만 적 하나를 잡기 위해서 신계를 희생시킬 존재가 신족 편에 있다니 어이가 없다.’
그러나 아이언이 주동하는 현실은 흑염의 직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구구구구구궁-! 파파파파파-!
영웅황제의 양손에서 발산되는 투기의 회오리가 압축되면서 더욱 위력을 높혀간다.
결국에는 거대한 황금빛의 회오리 모양의 검이 되어서 신계 전부를 후려갈길 기세로 천천히 내려왔다.
우르르르르릉! 드드드드드드드득-!
보기에는 느릿해 보였으나 너무나 거대한 회오리라서 당하고 있는 근원과 신계 입장에서는 순식간이었다.
놀라운 신체 능력을 갖춘 근원이라고 해도 공간이동이 없이는 도저히 피할 엄두가 나지 않는 광활한 공격범위였다.
도저히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근원은 멈추어서서 다급하게 외쳤다.
“이런 미친놈! 이 정도 투기공격을 하면 나는 분명 죽는다.
하지만 여기 신족은 모두 소멸이다.
이런 식으로 이기면 나중에 무사하기는 힘들 것이다.”
아군을 전멸시키고 적 지휘관을 잡았다고 큰 공적이 될 리가 없었다.
오히려 벌을 받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다.
그런데 대답은 엉뚱한 곳에서 흘러나왔다.
“으아아아악! 면책권!
처음부터 이렇게 하려고 요구했구나!”
최후까지 설득하려는데 뒤에서 신계 주신이 비명처럼 지르는 말에 방해를 받아서 성질이 난 근원이 뒤를 쳐다보면서 외쳤다.
“면책권? 그건 또 뭐냐?”
아이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집에 숨어든 쥐새끼나 빈대를 전부 없애려면 모두 태워버리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
단 내 집이 아니면 말이지.’
그래서 아이언은 신계와 함께 흑염 세력을 날려버리는 계획부터 세웠다.
승리 이후의 여파를 막기 위해 창조신장으로부터 면책권부터 챙긴 줄은 모르는 근원이었다.
‘과거 용병신으로 험하게 살면서 겪었던 경험의 전달도 있었기에 처음부터 요구했는데 아주 올바른 판단이었다.’
용병신 시절의 자신은 주로 후방을 혼자 초토화하면서 승리를 이끌었지만, 수법의 잔혹함 때문에 보수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다르니 아이언은 의기양양하게 조종간에 권능을 집어넣으면서 외쳤다.
“면책권이 있으니 난 무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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