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눈동자에서 일렁이는 황금빛의 불길은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아이언이 유아신의 모습이라서 여리다고 착각했는데 직접 대해보니 이건 미쳐 날뛰는 파괴신 이상의 위험한 존재였다.
‘더구나 브라이트님에게 영웅신으로 인정까지 받았으니 상대가 될 리가 없다.’
신계관리주신들이 파괴된 내장을 회복하면서 몸을 일으키자 아이언은 사탕을 입으로 돌리면서 말한다.
“내게 창조신장님이 인정하신 생살여탈권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
너희들을 죽여도 나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좋은 말로 할 때 착하게 굴어라.”
지금 신계의 입장에서 창조신계가 내려준 조치 중에서 가장 불만스러운 사항이니 당연히 알고 있었다.
물론 자신들은 당연히 예외라고 생각해서 넘어간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설마 최고위 지배층인 우리에게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위 투신에만 적용이 되는 사항이 아니구나.’
상급 창조신에게 음식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대로 뒤집어 씌웠다.
그리고 책임 추궁과 위엄을 세우려고 요리사들을 전부 죽이게 명령하면서 탁자로 때려 버린 존재에게 그런 예외가 존재할 리가 없었다.
“그만 몸부림치고 지금 당장 쓰레기를 치우고 앉지 않으면 목만 탁자 위에 올려준다.”
최후의 선고였다.
아이언의 살기 어린 눈빛을 본 신계관리주신들은 어느새 부서진 탁자와 흩어진 음식물들을 정신없이 치운다.
상급 창조신인 신계 주신이 왜 아이언에게 그렇게 공포에 질려 했는지 겨우 알게 된 순간이었다.
신족의 원로답게 종족전쟁의 경험이 상당수 있었기에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초월자들의 영웅신이었구나.’
‘그것도 거의 미쳐있어.’
‘상대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언은 사탕을 먹다가 부지런히 쓰레기를 치우고 새 연회석을 준비하는 신계관리주신들에게 물었다.
아까부터 이상했던 점이 있었다.
“여기 군부와 투신담당 주신이 누구야?
그것들은 왜 안 보여?
이거 직무유기 아니야?”
“.......”
“.......”
신계관리주신들은 차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신계 방위에 가장 큰 책임과 의무를 진 그들이 가장 중요한 이 자리에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누가 투신과 전신이 아니라고 할까 봐서 도착한 아이언의 살기와 투기를 느끼고 바로 후문을 지킨다고 가버린 것이다.
‘이것들이 가장 먼저 눈치를 채고 도망쳤구나.’
그래도 한편이니 요리사처럼 당장 죽이겠다고 설칠까 봐서 걱정되었다.
그런데 역시 사정을 눈치챈 아이언은 뜻밖에 호감의 눈빛을 보였다.
“호오? 나 때문에 도망쳤어?
도착할 때는 투기와 살기를 숨겼는데도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았다고?
그것도 비난을 각오하고 최고 중요거점을 버리고 물러날 정도면 나름대로 눈치도 있는 모양인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아이언은 사탕을 그대로 이빨로 물어서 으깨어 삼켰다.
으득-!
총력으로 덤벼오는 흑염 세력을 막기 위해 영웅동맹의 전력을 다른 신계에 집중시킨 지금 자신은 혼자였다.
앞으로의 전개를 위해서는 지금 자신의 정체를 어느 정도 눈치를 챌 수준의 투신과 전신을 안 쓸 수가 없었다.
‘차원권능으로 숨긴 내 투기와 살기까지 감지했다는 뜻이잖아?
역시 이계가 되기 전의 현세계는 나름대로 쓸만했어.
위치는 이미 확인이 끝났다.
이놈들인가?’
고만고만한 투신과 전신 중에서 가장 큰 신력과 권능이 후문에 두 개 모여있는 것이 느껴진다.
당장 신계 전체를 뒤흔드는 의지를 보낸다.
“책임자가 이런 사태에 어디에 숨어있느냐?
시킬 일이 있으니 팔다리가 멀쩡하게 살고 싶으면 빨리 와라.”
파아아-!
그 말과 동시에 재빨리 공간이동으로 군부 담당 주신과 투신담당 주신이 나타난다.
그리고 신계관리주신들이 기가 막혀 할 정도로 공손하게 허리를 구십 도로 꺾으면서 외친다.
“명령만 하십시오.”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계관리주신들이 보기에 신계 주신 앞에서도 입바른 소리를 하던 투신과 전신의 책임자라고 믿을 수 없는 태도 변화였다.
그러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비 오듯이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비난할 수도 없었다.
지금 자신들도 거의 비슷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뚝뚝-! 뚜뚝-!
잠시 연회장에 투신과 전신담당 주신들이 흘린 땀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만이 들렸다.
아이언은 이 두명이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않자 감탄했다.
“후후훗! 정말 나를 아는구나.
이것 참 당황스러울 정도로 쓸만한 안목일세.”
아이언은 정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사탕을 입에 하나 더 물었다.
“너희들 눈에는 내가 무엇으로 보이느냐?”
답변하는 순간 어떻게 될지 모르니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
“......”
군부와 투신담당 주신은 처음 차원 이동으로 아이언이 신계에 도착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했다.
신계의 하늘이 황금빛 투기의 날개로 뒤덮였고 그 중심에 선 아이언의 머리 위로 거대한 투신의 환영이 신계 전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살기와 투기를 가진 초월자의 영웅신이다!’
‘스물여섯 쌍의 투기의 날개를 가진 초월자가 어떻게 살아남아 있을 수가 있지?’
신계 주신조차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종족전쟁의 경험을 했던 두 명에게는 확연히 느껴졌다.
‘종족전쟁에서 연합의 수장이었던 창조신장급의 초월자 영웅신과 동격이다.’
최고의 우주신 브라이트와 최강의 우주신 샤이니조차 고전하게 하였던 초월자들의 수장 이상의 존재감이었다.
거기에 어떻게 이성을 잃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지 모르는 엄청난 살기와 투기를 내포한 황금 눈동자를 보는 순간 두말하지 않고 후퇴했다.
후문으로 멋대로 이동하면 비난받겠지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니 실각을 각오하고 도망친 것이다.
‘이런 초월자의 영웅신에게 신족의 생살여탈권과 면책권을 주시다니 브라이트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가?’
‘보는 순간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저런 존재가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시는가?’
최후 결전에 모든 것을 걸었던 다른 종족의 영웅신들이 얼마나 무서웠으며 우주신들과 신족이 얼마나 처절하게 당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생살여탈권과 면책권이 왜 붙었는지 몰랐는데 성질대로 날뛸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어.’
‘창조신계는 흑염 세력을 처단하기 위해서 신계를 버릴 생각인가?’
연회장에 최대한 멀어지려고 후문으로 갔는데 이렇게 직접지명까지 당한 이상 최대한 명령에 따라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죽은 목숨이다.’
아이언은 자신의 살기와 투기에 눌려서 두 명이 아무런 대답도 못 하자 눈에서 실망감이 떠올랐다.
“안목만 좋은가?
병풍으로도 못 쓰겠군.”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아쉬움을 참고 명령을 한다.
“너희는 안 되겠다.
대신에 병풍으로 쓸 병력을 내놔라.”
두 명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 하자 아이언은 사탕을 입에서 빼고 크게 외쳤다.
“어떤 상대에게도 겁먹지 않고 달려드는 광견과 같은 투신과 명령이 없는 한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충견과 같은 전신!
다시 설명하자면 흑염 도적단의 투기와 살기에 겁내지 않고 오히려 더욱 자극받아서 미친 듯이 날뛸 수 있는 겁없는 투신과 무모한 전신들이 필요하단 말이다.
현재의 신족에게는 이단이겠지만 분명히 있겠지?”
물론 신계에도 그럴만한 투신과 전신이 있었다.
다만 모두 조직 부적응자라서 주변 동료와 싸워 초대형 사고를 치거나 큰 사건에 말려들어서 갇혀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지금 원하는 투신과 전신들이 어떤 상황에 부닥쳤을 거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아는 아이언은 추가로 지시했다.
“평화 시기에 멀쩡하게 있을 성향들이 아닐 것이다.
감옥에 갇혀있든 봉인되어 있든 모두 무시한다.
전부 끄집어내서 여기 연회에 참석시켜.
최후의 만찬이 될지 앞으로의 신생에 다시 오지 않을 출세의 기회가 될지는 자기들 하기 나름이다.”
그들의 중범죄자다.
봉인과 석방에는 복잡한 절차와 순서가 필요했다.
‘신계 주신의 권한으로도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지만 지금 아이언에게 그걸 설명할 수가 없다.’
‘아무리 보아도 아이언에게 신계의 절차나 규칙 따위는 통하지도 않는다.
가장 먼저 거부 의사를 밝힌 자신들의 목부터 날아가는 모습이 예지가 되고 있었다.
과연 추가적인 살벌한 지시가 떨어진다.
“창조신장님에게 받은 생살여탈권과 면책권을 사용하겠다.
한시가 급한데 절차를 들먹이거나 못하겠다고 버티는 쓰레기들은 모두 처분해.
규정과 방침만 외치면서 안된다는 존재들은 앞으로의 전투에는 아무 쓸모도 없어.”
투신과 전신담당 주신의 허리가 더욱 굽혀졌다.
반대하면 자신들도 죽이겠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너희 신계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입만 놀리면서 설치는 놈들은 죽어 마땅해.
그리고 최후의 만찬에 참석시킬 투신과 전신들도 거부하면 장식으로라도 쓰게 목을 전부 잘라와.”
목을 잘라오라는 말이 마치 밭으로 떠나는 농부에게 잡초를 모두 베어오라는 듯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여기서 거부하면 바로 당한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아는 전신과 투신담당 주신은 더욱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소집하여 오겠습니다.”
파아아아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기를 원하는 것처럼 공간이동으로 사라지는 두 명을 쳐다본 아이언은 혀를 찼다.
“쯧-! 평화가 좋은 재능을 망쳐놓았군.
아깝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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