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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계관리주신들은 흑염 도적단이 몰려온다는데 전쟁 준비가 아닌 환영식을 거창하게 준비하라고 하니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신계 주신으로서 위기감에 독이 오른 상급 창조신에게 감히 이유를 따져 물을 존재는 없었다.
특별히 궁정의 요리사들까지 총동원하여 단호하게 명령하고 있었다.
“음식 준비에 정기와 비용을 아끼지 마라.
어떻게든 전투만은 없어야 한다.”
요리사들은 어떻게 돌아가는 일인지 모르지만, 신계 주신과 고위 주신들이 살벌한 시선으로 말하자 고개를 수없이 끄덕였다.
그러나 총 요리장인 노신이 고개를 들고서 물었다.
“누가 먹느냐에 따라서 음식 준비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재료와 조리만이 아니라 상대를 알고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야 최고의 요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연회의 주빈은 누구이신가요?”
“......”
신계 주신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으득! 또 저 늙은이구나.’
성질대로라면 박살을 내버리고 싶은 상급 창조신이었다.
‘바빠 죽겠는데 그냥 잘 만들지 또 따진다.’
그러나 오랜 기간 선대까지 모셔온 총 요리장이었고 맞는 말이었기에 대꾸했다.
“흑염 도적단 육십 명이다.”
“예? 신계를 멸망시키고 다닌다는 그 악질들을 대접한단 말입니까?”
총요리장이 놀라서 큰 소리를 내자 이미 어느 정도 상황을 알고 있던 신계관리주신들의 표정들도 좋지 않았다.
아무리 상황이 급해도 그런 도적들을 위해서 연회를 준비해야 하다니 영 기분이 안 좋은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최상급 창조신의 수좌로 임명받으신 아이언님이 직접 오신다.
초월자이시니 참고하도록 해라.”
그 말에 총요리장의 말꼬리가 비틀려서 비꼬는 말투가 되었다.
“허어? 저의 요리를 겨우 도적단과 초월자에게 먹이신단 말입니까?
그들에게는 길거리의 음식이라도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도적과 떠돌이가 무슨 맛을 알겠습니까?”
“!”
아무리 총애하던 신하이고 선대와도 막역한 사이라고 해도 상급 창조신에게 굉장히 무례한 언행이었다.
더구나 여기는 신계관리주신들이 있는 자리였다.
“감히! 누구 앞이라고 망발이냐?”
이런 쓸데없는 망언은 어릴 때부터 겪어서 이제까지 참아왔으나 지금 상황은 아니었다.
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 연회에 신계의 운명이 걸려있었다.
꽝-!
영광의 의자의 손잡이를 내려친 주먹에 의해 알현실이 흔들렸다.
고위신은 감히 쳐다보기도 힘든 위엄을 그대로 드러낸 상급 창조신은 준엄하게 경고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야 최고의 요리라고 말했느냐?
누가 먹어도 최상의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최고다.
그러니 너는 먹는 상대가 누구이든 상관하지 마라.
요리사로서 생애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라.
만약 문제가 생기면 용서하지 않겠노라.”
생전 처음 당한 상위 존재의 살기와 투기에 총요리장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서 고개를 떨군다.
그러나 분해서 부들거리는 얼굴과 꽉 다문 입술은 전혀 수긍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따위 도적들은 고귀한 내 요리를 먹을 자격이 없어.
두고 보자.’
그런 생각을 총요리장이 하는지 모르고, 고개를 숙였으니 알아들었으리라 생각한 상급 창조신이었다.
그리고 다른 연회 준비와 비상시를 대비한 병력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정문 앞에 좌석과 탁자를 마련하고, 주변은 화려한 천으로 벽과 지붕을 만들어 배치하라.
위협적이거나 함정이라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 된다.”
“정문과 주변 성벽을 강화하여 증축하고 직계들은 모두 대기하도록 하라.”
신계 주신이 살기를 풀풀 날리니 연회와 전쟁 준비는 단숨에 진행되었다.
흑염 세력이 앉은 자리와 탁자가 준비되고, 아이언이 앉을 상석까지 준비한 신계관리주신은 넌지시 물었다.
“신계 주신님의 영광의 자리는 어디다 배치할까요?”
원래대로라면 당연히 연회의 최고 상석에 신계 주신이 앉아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일반적인 환영식이 아니었고 잘못하면 바로 최전선이 될 장소였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물어보니 지극히 곤란해진 상급 창조신이었다.
‘브라이트 님의 예상대로라면 일차 전은 타락한 영웅신 육십 명과 아이언 혼자의 사투가 된다.
옆에 있으면 도주는 할 수 없고 도움 따위는 바랄 수도 없다.’
솔직히 아이언의 옆에 붙어있기는 싫었다.
이제 흑염 세력 한 명의 힘이 상급 창조신과 대등하다고 하니 의도가 어긋나면 바로 죽을 장소가 되는 것이다.
상급 창조신은 될 수 있는 대로 가장 안전한 주신전에서 상황을 보고 싶었지만, 자신이 파악한 영웅황제 아이언이 그런 편의를 허락할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옆에서 돌발상황을 제어해야 했기에 참석은 필수다.’
한참을 고뇌하던 상급 창조신은 신계 주신으로서 결정을 내려주었다.
파견을 나갔던 신계의 신계 주신이 왜 후계만 빼려고 했는지 이해가 갈 정도로 위기상황이었다.
“내 자리만 연회석에 설치해.
나머지는 자율에 맡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가 마무리되어가는 와중에 토벌단과 초월자들은 예고 받은 신계에 포진을 완료했다.
그리고 영웅황제를 조종하는 크롬이 이끄는 영웅동맹 이만 명도 다른 신계에 배치를 완료하고 적을 기다린다.
그런데 크롬 공주로서는 처음으로 직접 병력을 지휘하여 최전선에 나선 셈이었다.
그걸 아는 후계자들은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직접 전투지휘는 처음이신데 괜찮겠습니까? 부 맹주님?”
후계자들의 입장으로는 마치 갓 임관한 초급 지휘관을 모시고 최전선에 나온 심정이었다.
영웅황제가 어지간한 고위신의 공격에 흠집도 안 나고 유사시에는 아이언이 직접 원격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까지 알지만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영웅동맹의 지휘를 명령받았지만, 충분하게 교육과 정보를 받기에 흔들림이 없는 말투로 대답한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다만 여러분들이 걱정이군요.
이렇게 가혹한 명령과 대우를 받으시다니요?
나중에 반드시 조정하도록 건의하겠습니다.”
아이언이 흑염 도적단에 대한 대응명령은 간단했다.
기계신체로 신계 성벽의 바깥을 전부 에워싸서 보호한다.
그리고 적을 집중공격을 기계신체로 버티면서 지쳐서 물러나기를 기다려라.
수복하는데 정기가 안 드는 기계신체와 죽으면 바로 부활을 시켜주는 영웅황제가 있으니 가능한 방법이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이런 식으로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지금 크롬 공주가 과거 적이거나 동료의 딸이라고 얕잡아 보는 후계자들은 없었다.
자신들의 신령을 계약으로 인하여 주관하는 영웅황제의 부 조종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최대한 받들어 모시고 살아야 할 상전이었다.
이제 잘못하면 무조건 지옥행이었다.
‘서열전에서 승부를 포기한 팔만 명이 또 지옥에 떨어졌는데 복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칫 잘못 보이면 지옥에 보낼지도 몰라.’
지옥의 경험을 직접 하고 천국으로 올라온 초능력자들이 자존심을 굽히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제국의 공주로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완벽했다는 평판이었지.’
‘확실히 카리스마와 인품이 있어 보이는군.
그리고 아이언이 직접 나서면 얼마나 참혹하고 고통스러운지 서열전의 일로 모두 잘 알게 되었다.
‘크롬님이 지휘해야 우리가 편히 산다.’
‘호감을 주게 노력하자.’
성질이 나면 막 나가는 아이언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크롬 공주는 전폭적인 호감을 얻어서 영웅동맹의 지휘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미 강함의 척도로 서열이 거의 정해져 있고 철저한 상명하복을 기본으로 하게 만들었느니 이만의 대군조차 굉장히 통제가 쉬운 편이었다.
아이언의 지시대로 성벽 외곽을 에워싸는 포진을 끝낸 크롬 공주는 정문 앞에서 서서 주변을 주시했다.
“그런데 아군인데도 상당히 적대적이에요.”
성벽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신족에 대한 평가였다.
적은 흑염 도적단인데 지원 나온 영웅동맹에 대해서 굉장히 경계하고 있었다.
이유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크롬이었다.
“생살여탈권과 면책권 때문이군요.
듣기에 그럴듯하지만 실제로 집행되기 어려운 그런 권리를 왜 원하셨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군요.”
최전선에서 도망치는 부하를 즉결처분할 권리가 지휘관에게 있다고 규정해도 별 의미는 없다.
인도주의적인 측면이 아니라 부하를 쏴버린 지휘관이 하급자들의 원한을 사지 않을 수 없으니 나중에 본인의 생명조차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가피한 후퇴가 필요한 상황에서 상급 지휘관이 너도 그렇게 했으니 나도 하겠다고 즉결처형을 당하는 수도 있었다.
‘전쟁터에서 아군의 총에 죽는 장교나 부사관들이 대부분 그런 경우이다.
자신도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실제로 도주하는 부하를 쏠 수 있는 지휘관은 거의 없어.’
자신에게 정신체들의 전술과 전략을 가르친 스승이기도 한 아이언이었기에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을 것인데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언에게 갑자기 끌려와서 철저히 굴복당하고 강제로 영웅동맹이 되어버린 후계자들은 신족의 저런 경계에 동의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크롬 공주는 아이언의 무서운 모습을 전혀 보지 못한 모양이군.’
‘아이언의 유모라서 험한 꼴을 보지 못했어.’
프롬 여왕은 유모라고 세계수의 술을 마시고 바로 초월자가 되었다.
그리고 크롬 공주는 자상하게 교육을 받으면서 승급된 것으로 보이지만 자신들은 전혀 아니었다.
바로 지옥으로 끌려와서 수없이 죽임을 당하면서 강제로 초월자로 끌어올려 진 것이다.
‘아이언이라면 도망치는 부하를 죽이지는 않겠지.’
‘두고두고 죽이고 살리기를 반복하면서 분을 풀 확률이 가장 커.’
그래도 한 행성의 지배층으로 잘 살아갔는데 지금은 최전선의 신병이었다.
여기에 실수하면 바로 지옥행이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완전히 용병이 되어버렸다.’
‘우리 운명이 왜 이렇게 되었지?’
그것도 죽지 못하고 끝없이 돌격해야 하는 처절한 신세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언의 의도에 휘말려서 이렇게 된 것이 확실하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위이이이이이이이잉-!
그런 불만과 고민도 신계 전체를 울리는 비상음과 함께 묻혔다.
‘긴급 동시 전달문입니다.
방금 또 하나의 신계가 흑염 도적단 오십 명의 총공격을 받고 소멸했다는 통보입니다.
토벌단과 초월자들에게 큰 피해가 발생하여 추가로 지원할 수 없으나 적도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버티라는 명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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