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실로 올바른 주장에 창조신장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말은 쉽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존재가 많을 리가 없다.’
그렇게 브라이트가 창조신장을 나름대로 달래면서 교육하는 가운데 이차 예고 강탈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통신을 끊은 아이언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후훗-! 제대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그래도 등을 기대자 더없이 부드러우면서 탄력적인 커다란 젖가슴의 감촉이 등을 스치고 그대로 얼굴의 양옆을 감싼다.
그러자 저절로 살벌한 기세가 편하게 바뀐다.
푹신-! 뭉클-!
유아신의 신체 때문인지 겨우 이런 접촉으로도 한심한 상급 창조신 때문에 날카로워졌던 마음이 풀어진다.
그렇게 시즈지의 품에 안겨서 한가로운 때를 보내는 아이언이었다.
방금 대화를 전부 듣고 있던 시즈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은하는 이걸로 정말 괜찮은 것이니?”
신족이 현세계를 지배하고 여기 은하계가 과거 반역자들로 인하여 불모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걱정이 많았던 시즈지였다.
신족을 부정하는 제국이 득세하고 있으니 언제 토벌군이 또 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영원히 사는 초월자가 되었기에 먼 미래의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무시도 할 수 없었다.
“당연하지요.
여기는 이제 제 관리예요.”
“그래 다행이구나.”
천족들이 극도의 예를 표하면서 신계 주신님이라고 부를 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빨랐다.
“제가 머무는 곳은 언제나 평화와 번영만이 있을 뿐이니 안심하세요.”
“......”
아이언이 품을 더욱 파고들면서 그렇게 말했지만 시즈지는 속으로 가늘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 은하가 빨리 안정이 되기를 원하는 아이언의 의도대로 통일전쟁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하아! 폭풍이 지나간 다음의 안녕이구나.’
그래도 은하는 빠르게 통일되었다.
초능력자들이 모두 사라진 틈을 타서 압도적인 함대로 연합함대를 부순 제국은 이제 정리작업 중이었다.
그리고 복귀한 프롬 여왕은 외교적인 방법으로 항복을 받아내면서 반발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중이었다.
‘대응할 수 있는 고대문명의 후계자들까지 전부 아이언에게 영웅동맹에 강제 편입된 이상 막을 존재는 없어.
이후는 통일제국에 의한 평화가 이어지겠지.
그런데 이걸로 정말 끝인가?’
시즈지가 이상하게 생각한 점은 가장 큰 공을 세운 아이언이 아무런 행성이나 영역을 받지 않고 구형의 기계 인형 병기만을 회수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제국의 인형 병기만이 아니라 연합의 소유까지 거두어들이고 있어.
더구나 생산공장까지 통째로 넘겨받고 있다.
무엇을 할 생각이지?’
옆에 앉아있던 크롬 공주마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문한다.
초월자가 된 프롬 여왕으로부터 이미 아이언이 어떤 생각인지 알아봐달라고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본격적이었다.
“원하시는 인형 병기의 회수와 은하계에 흩어져있던 생산공장의 통합은 순조롭습니다.
그리고 은하 통일을 도와주셨으니 원하신다면 제국의 국신(國神)이 되실 수 있어요.”
시즈지의 도움을 받아서 초월자의 벽을 넘은 크롬 공주였다.
그리고 신계에서 넘겨받은 자료로 신족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경계심을 거두었다.
‘행성을 오염시키거나 파괴하지 않고, 다른 종족을 학살하여 수를 줄이지 않는 이상 신족은 지성체들에게 관여하지 않는다.’
창조주라는 존재가 있고 신족이 종족전쟁에서 승리하여 지배층으로서 관리를 위임받은 사실까지 알았다.
‘이 세계 자체가 신족이 관리해야 할 재산이다.
지성체의 존재 자체가 현세계의 번영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신족이 대학살을 벌일 이유가 없어.’
그럼 고대문명은 왜 그렇게 완전히 멸망시켰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신계가 넘겨준 자료는 간단했다.
신족의 기준으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범죄를 범한 것이다.
‘고도의 물질문명은 막대한 자원을 소모한다.
고대문명은 행성과 태양까지 연료로 쓰지 않으면 문명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다수의 행성과 태양을 소비만 하는 지성체의 문명은 신족에게는 당연히 멸망시켜야 하는 존재들이다.’
여기에 고대문명은 무모하게 신족의 직위까지 바란다.
드러난 신족의 전력보다 고대문명의 전력이 위였기에 당연히 먼저 공격했고 초반에는 우세했다.
‘아무리 현실을 조정하는 권능을 사용하는 고위신이라고 해도 끝도 없이 쏟아지는 거대 병기와 초능력자들의 대군 앞에서 지쳐 쓰러져 갔다.
그렇게 승기를 잡다가 진정한 신족의 전력이 다가왔다.’
전쟁을 뒤집은 신족은 겨우 한 명이었지만, 거의 창조신에 도달한 고위 주신이었다.
‘주신이 이끄는 투신과 전신들은 위력 자체가 달랐어.’
고위 주신이 열세 쌍의 빛의 날개를 휘날리면서 신족의 군대를 이끌자 고대문명의 수많은 병기가 파괴되고 초능력자들은 매장되었다.
‘고대문명이 수세로 몰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더구나 다른 은하계에서 추가로 투입된 전신과 투신의 전력도 이제까지 상대하던 신족과 달랐다.
너무나 잔인하고 냉정하게 철저하게 문명과 함께 인간을 전멸시키니 당해낼 수 없었다.’
고대문명이 자랑하던 주력함대와 고위 초능력자들이 모두 창조신급의 주신에게 전멸당했다.
여기에 천족과 마족을 동원하여 과학병기를 생산하고 병력을 보충하는 도시와 공장을 전부 파괴되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백기를 들고 항복하려던 고대문명이었지만 신족은 용납하지 않았다.’
개전 초기 포로로 잡았던 일부 하위신들과 천족과 마족에게 행해졌던 잔혹한 생체실험이 문제였다.
‘정신체들의 권능과 불로불사의 신체를 열망하면서 행해졌던 수많은 해부와 실험은 참전해온 투신과 전신들의 살의를 폭발시켰다.’
겨우 지성체들에게 유린당한 동족의 모습을 본 신족의 투신들과 전신들의 분노 앞에서 고대문명은 단 한 명의 생존자도 허락되지 않는 운명이 선고된다.
‘나중에 몰살은 너무하다는 동정론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정말 이 은하계에 지성체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겠지.’
그렇게 고대문명의 몰락 원인을 신족의 편에서 알게 된 크롬 공주는 오랜 기간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전쟁의 진실은 언제나 힘겨웠다.
‘양쪽 다 피해자이고 정의이기를 바라나 결국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구나.
강한 승자만이 정의가 된다.’
그 점에서 지금 제국의 상황도 불안했다.
지금 제국이 은하를 제패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이언의 도움이 원인이었기에 여력이 부족한 것이다.
‘그래도 어머니가 있는 한 제국의 지배는 아무 이상 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아이언이 언제까지 초월자가 지성체를 지배하는 것을 용납할지 몰라.’
반드시 늙어 죽는 지성체의 왕과 영원히 사는 초월자 왕이 만들 수 있는 세력은 규모가 달랐다.
‘지성체의 반란을 가장 걱정하는 신족은 초월자의 왕국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는다.
아이언이 자신의 유모로 삼는다고 봐주고 있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다.’
신족에게 위협적인 세력이 되었다고 판단되었을 때 소환을 거부하면 다른 후계자나 초능력자들처럼 강제로 끌려오게 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럼 제국은 마지막이야.’
프롬 여왕을 잃은 제국이 어떻게 흔들렸는지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는 크롬 공주였다.
내전 직전까지 갔던 초능력자들과 기계 귀족들은 아이언이 전부 제거해서 안정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다른 계열들이 지배층이 될 것이고 통일제국은 다시 분할된다.’
그걸 막기 위해서는 엄청난 힘을 가진 아이언을 제국의 수호신으로 삼는 방법이 가장 좋았다.
‘통일되면 이천 억이 넘는 지성체의 신앙을 얻게 되고 단숨에 수백억의 신력을 얻을 수 있기에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어머니는 내가 설득해야 하겠지만 이제 초월자이시니 이해하실 거야.’
지금 아이언이 가진 힘과 위치를 생각하면 간곡하게 부탁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렇게 제국의 수호신이 되어달라는 크롬 공주의 부탁을 웃음으로 답하는 아이언이었다.
“카하하! 신앙으로 이루어진 신력 따위를 어디다 쓰게요?
신계 운영에는 쓸모가 있겠지만, 직접적인 전투에는 못 써요.
그리고 수호신이요?
다른 존재의 도움이 없다면 유지할 수 없는 세력이나 국가 따위는 빨리 포기하는 게 좋아요.”
더없이 단호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크롬 공주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경고한다.
“어차피 감정적인 지성체들의 국가는 아무리 관리를 잘해야 길어야 일천 년이죠.
제가 억지로 수명을 이을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정기가 약해지니 거기에 매달릴 생각은 없어요.
나라가 약해지면 망하고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정기관리와 회수에 이상적이에요.”
“......”
신족이 바라는 것은 정기다.
지성체들이 삶을 살아가면서 생기는 생명력이고 이제 자신도 반드시 얻어야 할 에너지이기도 했다.
‘치열한 투쟁을 통해서 살아갈수록 강해지는 정기의 특성을 생각하면 안정적인 통일제국은 오히려 저해요소인가?
이번 조치도 인구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 위한 방책에 지나지 않아.’
아이언이 이상할 정도로 많은 중요한 정보를 넘겨주었기에 어느 정도는 왜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언은 크롬 공주에게 더 중요한 일을 맡겼다.
‘영웅동맹의 군사의 직위를 주고 아이언이 부재할 경우 영웅황제의 조종권을 넘겨주었다.’
즉 크롬 공주는 영웅동맹의 부 맹주가 되어 있었다.
“영웅동맹의 부 맹주라면 겨우 은하계 하나에 묶일 생각은 하지 말아요.
목표는 최대한 크고 높게 잡아야 하니 일단은 현세계 제패로 하세요.”
“......”
크롬 공주와 시즈지가 당황하여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언이었다.
그러나 오백억 년 후의 먼 미래에 이계로 불릴 현세계의 지배자인 초월자들의 총수였기에 당연한 목표제시였다.
원래 자신의 목표가 모든 세계에 사업체를 둔 차원 일족의 오리진이었기에 은하계 국가의 수호신 따위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탁-!
시즈지의 품에서 뛰어내린 아이언은 크롬 공주의 앞에 서서 지시를 한다.
“얼마 못 갈 지성체들의 나라는 신경을 쓰지 말고 영웅동맹이 정식으로 사용할 기계신체의 양산을 서두르세요.
그리고 전투로 검증된 고위 초월자들이 늘어나면 그들이 바로 진정한 세력이자 영원한 나라가 되어줄 거예요.”
“알겠어요.”
이렇게까지 말하니 더는 권유를 할 수가 없는 크롬 공주였다.
그리고 동생이 정말 간곡하게 부탁한 인물의 행방을 물었다.
“그런데 혹시 에메랄드 공주의 연인이라는 초능력자를 어떻게 하셨는지요?
영웅동맹의 정식명단에 없더군요.”
후계자들 일만 명은 정식으로 영웅동맹에 입단되었고, 초월자가 되기 직전의 고위 초능력자들도 일만 명 정도가 가입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조사해도 팔만 명의 행방이 묘연했는데 에메랄드 공주의 연인도 행방불명자의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아이언은 신경 쓸 필요도 없이 간단하게 대꾸했다.
“아직 영웅동맹의 명단에 없어요?
그럼 지옥에서 근성 교육 중이겠군요.
아직 살아는 있는 상태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세요.
제가 허락하지 않는 한 절대로 못 죽는답니다.”
“......”
“......”
산채로 지옥에 떨어트렸다는 말을 너무나 가볍게 하는 아이언에게 할 말을 잃은 크롬 공주였다.
‘살아는 있으니 천만다행이구나.
일단 무사하다고 전해야겠어.’
제국의 공주가 우주 해적을 사랑한다는 사실에 자신도 반대였지만 일단은 세상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응원하는 처지였다.
그렇게 아이언의 상황이 흘러가고 있을 때 상급 창조신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연회 준비를 왜 시키는지는 브라이트가 살짝 언급을 해주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했으니 최대한 화려하게 해야 했다.
“연회가 안 통하면 신계는 바로 전쟁터가 된다.”
브라이트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아이언의 내심이었으나 그 사실만은 확실했다.
그런 준비는 혼자서는 무리이니 부하들을 긴급 소집하고 바로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화려하고 호화롭게 환영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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