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088화 (999/2,000)

34권 35권

세 개의 신계를 동시에 무너트리는 일에 성공했다면 초월자들의 신뢰는 더욱 두터워지고 휘하 병력까지 생길 수 있었다.

그런데 하나의 신계는 실패하자 오랜 도주와 은거 생활로 조심성이 많은 초월자들은 다시 관망 태세로 들어가서 상당히 곤란한 입장이었다.

‘거의 넘어왔었는데 아주 재를 뿌렸다.’

근원의 분노어린 시선을 받은 영웅동맹의 투기와 살기로 보고 불길함을 느끼고 물러났던 삼조는 당당하게 말했다.

“감이 안 좋았어.”

무단으로 전장에서 후퇴했는데 이유가 단지 감이 안 좋아서 그랬다는 사유를 댄다면 다른 무력집단은 당장 처형이었다.

하지만 엄청난 직감으로 어떤 사냥감도 놓친 적도 없다는 최고의 사냥꾼인 흑염의 절대자의 가호를 받는 이들에게는 의미가 달랐다.

직감이야말로 가장 믿을 수 있는 근거였다.

근원도 별다른 추궁을 하지 않고 바로 상황파악에 들어갔다.

“어느 정도였지?”

“도착했을 때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 같지만, 신계에 가까이 갈수록 위험성이 증대했다.

신계의 문에 도착하자 들어가면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전사이기도 한 흑염 세력이 죽음을 언급한다.

의외의 심각한 말에 근원과 다른 흑염 세력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세계 최강의 투신이라는 우주신의 영웅신 샤이니와 처음 마주칠 때도 죽음까지 느끼지 못했지 않는가?”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본래의 위력을 되찾으면 해볼 만한 상대 정도였다.”

“그런데 그 신계에 누가 있었기에 너희들이 죽음까지 상상이 돼?”

그렇게 질문을 쏟아내다가 삼조의 얼굴이 울화를 참는지 빨개진다.

그러자 아차 하는 심정이 된 흑염 세력이었다.

직감으로 움직인 사항에 대한 설명 요구는 흑염 세력에게 용서할 수 없는 모욕과 같았다.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직감에는 이유가 없으니 결정에 설명도 할 수 없다.’

그러나 과거의 사냥경험과 권능이 결합하여 절대 권능이라고 일컬어지는 흑염의 절대자의 직감이었다.

그 이상의 정확성은 없었다.

‘흑염의 직감은 아무런 공부나 정보가 없이 선택식의 시험을 치면 대부분 만점을 받을 정도의 엄청난 적중률을 가진다.’

이렇게 굉장히 편리하지만, 남에게 가르치거나 왜 이렇게 결정했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커다란 단점이 있었다.

근원은 잠시 생각하다 긴 한숨을 쉬었다.

“후우! 인정한다.

흑염의 절대자님도 우리를 왜 구하셨는지 설명하지 못하셨는데 우리가 가능할 리가 없지.

이래서 현세계의 정보가 필요하다.”

자신이 결정한 예고 강탈로 인하여 두 명의 동료가 치명상을 입고 정체 모를 강적이 대기하고 있는 바람에 싸워보지도 못하고 물러났다.

최강의 존재라는 샤이니와 싸워보고 생겼던 현세계에 대한 낮은 평가를 상향조종할 필요를 느낀 근원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이차 예고 강탈은 지금처럼 세 곳이다.

그러나 하나만 시간을 예고하고 다른 둘은 시간을 정하지 않고 불시로 덮쳐서 강탈한다.”

절반의 조정이었다.

위험을 부르는 예고와 전력 분산을 집어치우고 무차별로 집중 강탈로 들어가자는 흑염 세력의 반발은 당연했다.

근원은 터져 나오는 반대의견을 누르고 말했다.

“병력분산이 아니다.

불시 예고한 신계를 전력을 동원하여 최대한 빨리 중앙핵을 빼앗는다.

그리고 예고한 신계에도 전원이 참전한다.

점점 성가셔가는 토벌단의 창조신들과 고위 주신들을 내버려 둘 수 없다.

시건방지게 겁 없이 덤비는 고위 초월자들도 이번에 반드시 죽여서 신격을 낮춘다.”

흑염 세력이 총력을 기울여서 신계를 기습하여 피해 없이 턴다는 안건을 받아들인 것이다.

여기에 추가해서 마지막 신계에 집결할 시간을 주지 않고 차원권능으로 도약하여 토벌단과 초월자를 공격하여 섬멸한다는 방안이었다.

복수를 외치면서 덤비는 과거 신계 주신들과 이상하게 전투적인 신계에 투신한 꺼림칙한 초월자들을 가만둘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모두 찬성한다.

그렇게 이차 예고 강탈 방식을 결정한 근원은 모두에게 다짐하듯이 물었다.

“이번만 성공하면 우리는 현세계의 초월자로 이루어진 군대를 가질 수 있다.

그러니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서 성공해야 한다.

가장 먼저 정체 모를 강적에 관한 확인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은 초월자들로부터 정보를 모으고 나머지는 부상의 완치에 힘써.

최대한의 전력이 완비되면 움직인다.”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에게 정체 파악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흑염 세력에게 죽음까지 느끼게 할 정도의 강자가 신계에 속해 있다면 조금만 조사하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정기를 지원받은 초월자들의 저항세력은 바로 확실한 정보를 보내주었다.

“영웅동맹이라는 기계신을 조종하는 십만의 초월자 군단.”

“이동신계인 영웅황제를 조종하는 은하유성 아이언.”

“최고 위원회의 최상위 창조신의 수좌.”

사진까지 확보했는데 거기에는 약간 심통이 난 금발의 아름다운 미소년의 모습이 있었다.

흑염 세력은 죽음의 위기감을 주었던 강적의 모습을 이렇게 직접 보니 기가 막혔다.

“꼬맹이잖아?”

“성장이 덜된 유아신 상태로군.”

아무리 보아도 뭔가 불만에 가득 찬 어린애로 보였다.

그러나 고위신은 외모만 보고 나이를 판단할 수 없다.

대부분 자신의 권능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을 하기 때문이다.

“신체 나이를 조절하지 않았을까?”

“뭐하러 제일 약한 어린 시절로 조정해?”

투신이나 전신이 가장 약한 시기인 어린 시절의 모습을 하는 경우가 없기에 유아신이 확실해 보였다.

근원은 이번의 강탈에 최대의 적이 될 것이 확실한 아이언의 사진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

흑염의 직감에 의지해서 적의 능력이나 위험성을 알려고 시도 중이었다.

그러나 굉장히 모호한 안개를 헤매는 느낌을 받자 눈살을 찌푸리고 영웅황제라는 기계신체를 쳐다본다.

이번에는 직통이었다.

섬뜩-!

순간 섬뜩한 칼이 심장을 찌르는 느낌이 흐른다.

‘확실하다!

이 영웅황제라는 기계신체 때문에 삼조가 물러났다.’

현실을 조정할 정도의 권능을 기계에 담으려면 엄청난 크기의 기계장치가 필요했다.

어떻게 저 정도의 크기의 기계신이 자신을 위협할 정도의 위력을 가질 수 있는지 모르지만 은하유성 아이언보다 영웅황제가 더욱 위협적이라는 사실은 확실했다.

‘차원권능으로 조종만 막으면 되겠군.

만약 탑승하고 있으면 중앙핵만 탈취하고 물러선다.’

더 조사해 보니 자신들이 신계의 중앙핵을 강탈하는 혼란 속에서 고속 출세한 최대의 수혜자이기도 했다.

“신족이 우리의 투기와 살기에 눌려서 전신과 투신들이 대항을 제대로 못 하자 전투경험이 풍부한 강대한 초월자들을 대거 등용시켰다.”

“그중에서도 최고 위원회에 바로 이름을 올린 능력을 추측하기도 힘든 초월자란 평가로군.”

“임관한 시절부터 대놓고 샤이니조차 무시한다고 하던가?’

최강의 우주신에게 불손하게 대하고도 무사하다면 엄청난 힘을 가졌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자신들이 싸우지도 않고 물러난 일로 영웅신 대접까지 받는다고 하니 속이 아파져 온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받는다더니 딱 그 꼴이군.’

명성은 세력을 만들어야 하는 자신들이 급한데 다른 엉뚱한 적이 채가서 환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음흉한 신족답게 제대로 된 대접은 아니었다.

“은하계 규모의 영역을 받았지만, 고위 주신이 개발하다 지성체들의 반란으로 망한 불모 지역이군.”

“천족이 대리 관리할 정도로 제대로 된 행성이나 신계도 없는 최악인가?”

흑염 세력과 근원의 시선이 아주 멀리 소용돌이 형태로 별이 빛나는 은하계가 있는 방향을 쳐다본다.

드디어 드러난 정체 모를 강적은 뜻밖에도 가까이에 근거지가 있었다.

“저 은하계인가?”

“아주 아쉽군.

신계조차 없어서 직접 치러갈 가치가 없는 지역이야.”

“그 앞도 미개발지역이라는군.”

지역 우주를 도약하는 차원권능에는 막대한 정기가 든다.

그걸 고려하면 적자나 다름없는 행보였다.

근원은 무엇인가 굉장히 모호했지만, 결정을 내렸다.

‘적의 정체도 회복도 끝났다.

시작한다.’

드디어 출전이었다.

이미 전부 예고도 끝났고 단 한 곳만 예고시간을 남겼다.

“여기로 유인해서 방해자들을 전부 격멸한다.”

토벌단과 초월자, 그리고 영웅동맹이라는 기계신 군단까지 전부 처리할 결전장으로 선택한 곳은 바로 이 은하계의 중심 신계였다.

“상급 창조신이 신계 주신인 신계만 무너트리면 더 우리의 힘을 의심할 초월자는 없다.”

고위 주신이 다스리는 신계와 고위 창조신이 다스리는 신계는 방어력이 비교가 안 된다.

더구나 귀찮게 할 정도로 전력이 상승한 추적자들까지 전멸시킨다면 더는 신족이 현세계의 완전한 지배자임을 믿는 정신체는 없게 될 것이었다.

세력형성이 급한 근원으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다.

통보를 받은 상급 창조신은 다급하게 주신전으로 돌아와서 지금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 많은 신계에서 왜 하필 내 신계냐!”

다른 신계와 달리 시간까지 통보받은 신계 주신은 바로 영웅황제와 아이언과 같이 대기하던 상급 창조신이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위력인지 확인하기 위해 기꺼이 나갔는데 설마 정말 이렇게 찍혀버릴 줄은 몰랐다.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런데 추가전력을 요청할만한 곳이 없었다.

최고 위원회의 고위 창조신들은 모두 이 은하계를 가두는 차원 결계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창조신계에 속한 여유 병력까지 전부 동원되었음을 최고 위원회의 소속이었기에 너무 잘 알았다.

“토벌단이 필요해!

아니면 초월자라도 지원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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