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우주신들의 전횡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어가고 있어서 창조신장의 표정은 지극히 좋지 않았지만 결국 허락은 떨어졌다.
바로 승인되어서 원격으로 보내진 명령서를 눈 위로 뛰어 올려서 직접 읽은 영웅황제 아이언은 만족했다.
이미 과거에 많이 해본 적이 있는지 만족할만한 상세한 전권 허가서였다.
‘최소한 과정 문제로 트집잡히지는 않겠군.’
그래서 영웅황제의 내부에 수납하면서 대답했다.
“보장해줄 수 없다는 변명만 하고 질질 끌면서 무조건 수행하라는 소리만 늘어놓을 좋았는데 아주 멋졌소.
그럼 내 영역에 들어온 놈들을 박살을 내주지.”
“될 수 있는 대로 아주 산산조각내주기를 부탁하겠네.
이쪽도 무척 무리했으니 말이야.”
브라이트는 천연덕스러운 요구에 영웅황제 아이언은 금속 얼굴을 미소로 바꾸면서 대답했다.
“그렇게 하지. 너구리 영감.”
“현세계를 위해서 부탁하지. 어린 영웅신.”
그 말에 영웅황제 아이언은 웃었다.
“푸하하하하하-! 내 성공과 명예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지금 자신이 나서는 일은 원래의 흐름을 지키기 위해서이지 절대로 현세계를 위한다는 마음은 없었다.
‘어차피 망할 현세계의 직위나 명성은 관심이 없다.’
진리님과 초월자들의 혁명으로 현세계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위 창조신의 자리를 요구한 것도 일종의 심술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받아들여졌으니 어느 정도 힘을 보여야 하겠군.
빨리 망하게 하여서 원래의 미래로 복귀하려는 나에게는 실로 우스운 상황이로군.’
그래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영웅황제 아이언을 바라보는 관리신들의 표정은 이제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이번에 쳐들어오는 흑염 세력을 처단하면 최고위 창조신이라고?’
‘어떻게 이런 일이!’
위원회에 들어오는 일조차 신족을 위해 영겁을 봉사해온 창조신들조차 쉽게 얻을 수 없는 영예였다.
그런데 초월자가 순식간에 최고위 창조신의 자리까지 인정받았다.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그렇게나 합리적이고 공평한 행정 조치를 하는 창조신장님과 상위 창조신들이 이런 파격을 용납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브라이트는 주변 관리신들의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와 심상치 않은 창조신장의 표정을 읽고 달래듯이 말한다.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만, 아이언은 나와 브라이트와 동급의 강자요.
종족전쟁에서 적의 편에 있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최고위 창조신의 자리와 지역 우주를 넘겨주어도 정말 잘 받아들이신 것이외다.
이제 어떻게든 신족에 충성을 바치게 하고 다른 초월자들을 관리시킨다면 신족의 지배는 영원할 것으로 보이오.”
“.......”
창조신장의 대답은 없었다.
창조주님의 대리라는 현세계 최고의 신격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미 아이언의 특수재료에 말끔하게 뚫린 구멍을 보고 어마어마한 힘을 알고 있었고 흑염 세력의 심각성까지 잘 알고 있었기에 암묵적으로 승인했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까지 높여줄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앞으로 다가올 상황과 반발을 처리할 수단을 취하느라 힘들 뿐이었다.
그런 한심한 모습을 본 브라이트는 이번 사태를 직접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세대 신족으로는 흑염 세력을 처단할 수 없어 보인다.
샤이니가 정기고갈에서 벗어나면 나와 우주신들의 합세하여 처리한다.
나중에 창조주님께 알현을 신청해야 하겠군.’
창조주님이 왜 창조신장을 거부하냐고 화를 내시던 모습이 생생했다.
하지만 우주신들의 수장으로서 종족 전부를 잠재우고 자신만 남아서 부귀를 누릴 수는 없었다고 대답했을 때 이해하시면서 실망하시던 모습이 뚜렷했다.
그래서 다시 참전을 요청하면 좋은 소리는 못 듣겠지만 모든 우주신들의 은퇴의 완료와 현세계의 암적인 존재의 처단 명분이면 충분한 승산이 있었다.
‘샤이니가 회복할 수 있는 일 년 동안 얌전하게 될 정도의 타격을 주기를 부탁하네.
어린 영웅신.’
샤이니가 최선을 다해서 흑염 세력을 토벌하려 하고 있지만, 현세대 신족의 나약함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대였다.
‘고위 창조신들을 총동원하여 지금 지역 우주에 만들고 있는 차원 결계는 분명 완벽했지만, 나라면 얼마든지 돌파할 수 있어 보인다.
영웅황제 아이언을 보고 지금 신족과 비교해 보니 이제야 왜 이렇게 패배하는지 알겠다.’
구조나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운영하는 창조신들이 너무나 약한 탓이다.
‘샤이니의 대처는 완벽하지만, 강대했던 우주신들을 지휘했던 시각으로 부하들을 지휘하고 있어.
우주신에 비해 너무 약한 병력인데 똑같이 운영하니 계속 문제가 생기지.
위대했던 신족이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약화 되었나?’
현세대 신족의 수준은 내색은 안 했지만 정말 한숨만이 흘러나온다.
아무리 종족전쟁의 승리로 영구적인 평화가 왔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은퇴가 너무 빨랐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세대 신족을 우주신들과 비교하면 단 하나 뛰어난 점이 창조력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비상사태에서 통용되지 않는 장점이었다.
그러니 직접 나서야 하는데 창조주님의 알현에서 어떤 식으로 보고해야 할지 고민에 잠기는 브라이트였다.
현재 방어에 성공한 신계의 투기장에서는 아직도 격렬한 전투 중이었다.
구구구구구구구-!
스스로 재생하는 기계신체와 조종자가 죽어도 영웅황제에 의해 부활하는 영웅동맹의 정예 간의 격돌은 그칠 줄 모른다.
영웅황제와 동격이라는 영웅왕의 소유권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기에 포기가 전혀 없었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투기를 전부 짜내어서 가지고 있는 기계신체를 현장 개조하면서 상대를 몰아붙여 간다.
수많은 빔 포와 미사일이 투기장을 뒤흔들었다.
드드드드드드득-!
투기장은 흑염 세력을 가두기 위해 만든 특수구조물이다.
주신의 전력공격이 아니면 파괴하기 힘든 바닥과 벽이 끝없이 쏟아지는 영웅동맹의 화력에 점점 금이 가고 손상되어 간다.
그 꼴을 보는 신계 주신과 상급 창조신의 입을 벌어지기만 했다.
‘계속 한 곳에 떨어지는 물방울은 바위에 구멍을 뚫는다.’
이미 신족의 난입은 멈춘 지 오래였다.
참가하려다가 쏟아지는 공격의 폭풍에 휘말려서 무사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크-!”
“허-!”
투기장 내부를 가득 채우는 빔과 미사일의 폭발 광은 시야를 모두 가려서 저 난전에서 쏟아내는 화력의 밀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폭발 안에서 버티고 있는 영웅동맹의 기계신체의 강도는 이제 고위신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이제 내 일반공격은 맞아도 파괴되지 않겠다.’
‘어디서 이런 기계신체들이 갑자기 나타났지?’
이제 부활도 거의 없다.
기계신체 공격력의 강화가 방어력의 발달을 못 따라가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본 영웅황제 아이언은 턱을 괸 손을 풀고서 일어선다.
“흠! 끝이 안 나는군.
그만하고 가자.”
그 말에 서로 소멸시킬 기세로 싸우던 영웅동맹의 정예들의 움직임은 멈추었다.
영웅황제 아이언의 움직임에 발밑에 앉아있던 신계 주신과 상급 창조신은 움찔했지만 일단 재빨리 인사를 건넨다.
“이번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최상급 창조신으로 인정받으심을 축하드립니다.”
브라이트가 최상급 창조신의 수좌로 인정했고 다음 방어에 흑염 세력을 격퇴하면 최고위 창조신이 될 아이언이었다.
질투보다 덤비면 죽는다는 위기감이 먼저였으니 자연스럽게 나온 아부였다.
무엇보다 여기가 안전하다면 빨리 가주었으면 좋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영웅황제 아이언이 아공간에서 크기가 일 미터가량의 금화를 하나 꺼내어서 손가락으로 튕겨 올린다.
팅-! 빙그르르르-!
빙글거리면서 하늘로 치솟은 금화는 영웅황제의 손바닥에 안착했다.
금화는 손바닥 안에서 잠시 돌다가 바로 그림이 새겨진 앞면을 보인다.
탁-!
동전의 앞면을 본 영웅황제의 금속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신계 주신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여기는 이제 안전하다.
그런데 너는 아니구나.”
“예?”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은 얼굴을 한 신계 주신을 쳐다보면서 다시 동전을 던진다.
팅-! 빙그르르르-!
다시 나온 동전의 앞면을 보면서 설명을 시작한다.
“신계를 이렇게 군사 요새로 만들어놓았으니 떠난 민간신들은 거의 복귀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한번 죽을 장소로 억지로 집어넣었던 부하들의 관리도 힘들다.
반란이 일어날 것 같지 않나?”
“!!!”
그 말에 무리를 거듭해서 겨우 위기를 넘겼지만, 갑자기 닥쳐올 미래가 걱정되는 신계 주신이었다.
흑염 세력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독단으로 개인 신전을 거의 철거해버렸고 병력은 앞날에 애로사항을 만들어 주겠다고 협박했으니 앞으로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다.
영웅황제 아이언은 얼굴이 완전히 검게 변한 신계 주신을 주시하면서 다시 금화를 하늘로 던진다.
“그럼 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팅-! 핑그르르르르르-!
이제 저렇게 동전을 던지는 행위가 무슨 의미인 줄 알게 된 신계 주신은 손바닥 안에서 회전하는 금화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아마도 예언의 권능?
지금까지 점쳤던 것은 흑염 세력이 다시 올 것이 아닌지?
그리고 신계가 무사한지였다.
신계 주신인 나는 신계와 같이 점쳐진 것인가?
지금은 나 혼자만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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